한국 최대 규모의 인디게임 축제,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이하 BIC) 2023이 시작됐다. 작년에 이어 오프라인 전시를 재개한 BIC는 토, 일 양일 인디게임을 사랑하는 유저들과 만나기 위해 분주한 채비 중이다.
BIC 2023은 스마일게이트 스토브인디가 최고 등급 후원사인 플래티넘 스폰서로 참여했다. 스토브인디는 전체 204개 참가사 중 54개 참가사와 협력해 '스토브인디 타운'을 구성하고 이벤트를 통해 관람객들이 창작자와 소통할 수 있는 이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스마일게이트가 주최하는 인디게임 페스티벌 '버닝비버' 외에도 플레이엑스포, GIGDC, 방구석인디게임쇼 그리고 BIC까지 활발한 후원 활동을 펼치고 있는 스토브인디. BIC와 스토브인디는 어떤 관계일까? BIC 서태건 조직위원장과 스토브인디 여승환 이사를 만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디스이즈게임 안규현 기자
서태건 조직위원장 BIC 조직위원장(왼쪽), 스마일게이트 스토브 여승환 이사 이사(오른쪽)
# '인디게임'을 대하는 BIC와 스토브인디의 자세
Q. 디스이즈게임: 인터뷰 진행에 앞서 각 기관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A. 서태건 조직위원장: BIC는 2015년 첫 개최 이후 9년째 이어지고 있는 글로벌 인디게임 행사다. 여러 스폰서들의 후원과 더불어 게이머들이 보내준 사랑이 맺은 결실이다. 많은 우여곡절 끝에 올해는 규모를 키워 벡스코에서 BIC를 개최하게 됐다.
인디게임 개발자, 게이머, 퍼블리셔 그리고 스폰서 기업 간의 소통의 장이 될 수 있도록 변함없이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가운데 스토브와 협력하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
A. 여승환 이사: 스마일게이트 스토브인디는 인디게임에 굉장히 진심인, 인디게임을 플랫폼에서 다루는 회사다. 스토브인디는 인디게임 생태계의 발전과 더불어 플랫폼의 발전을 이뤄가고 있다. 어떻게 하면 스토브인디의 진심을 인디 생태계에 드러낼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BIC와 스폰서십을 맺었다. BIC가 인디게 생태계에서 차지하는 중요도가 있기에 행사가 더 잘 개최될 수 있도록, 그리고 스토브인디의 진심을 유저와 창작자들에게 알릴 수 있기를 바라며 함께 준비했다. 함께 발전하는 파트너가 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
Q. 이번 페스티벌에서 눈여겨보고 있는, 혹은 인상 깊은 게임이 있었다면?
A. 서태건 조직위원장: BIC 2023은 총 203개 게임이 전시되고 있다. 사전에 4배수 신청을 받아 2개월에 걸친 심사를 통해 출품작을 선정했다. 모든 게임이 다 귀하고, 우수한 게임이다. 어떤 게임이 특별히 잘 됐다는 이야기는 하기 어렵지만, 많은 사연을 가진 게임들이 있다.
공식 홈페이지에 'B라운지'라는, 개발 초기 단계의 게임을 전시하고 유저 의견을 청취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그 과정에서 개발 포기에 이르렀던 게임이 완성되고, 퍼블리셔와 연결까지 된 경우가 있다. 또 이름에 '2시'가 들어간 개발사가 있다. 다른 직장에 있으며 인디게임을 개발하는 분이다. 퇴근 후 게임을 개발하다 보니 부인이 "2시가 되면 좀 자라"고 얘기해 회사 이름에 2시가 들어갔다고 한다.
"아류로 성공하느니, 오리지널로 망하자"라는 철학을 내세운 개발자 분도 계시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공감한다. 상업성의 제한을 넘어 나만의 게임을 만들고자 하는 인디 정신을 한 마디로 함축했다고 생각한다. 이전에 1인 개발 게임으로 BIC에 참여했던 한 고등학생 개발자는 이번엔 팀을 꾸려 루키 부문에 게임을 출품했다. BIC를 통해 성장하는 분들도 계신다고 느꼈다.
A. 여승환 이사: BIC인 만큼 부산에서 활동하는 인디게임 개발팀의 게임을 추천드린다. 좀비메이트의 <고양이와 비밀레시피>라는 게임이다.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하는 게임이고, 멘토링도 해드린 적이 있다. 인디게임은 자기 게임의 매력을 잘 발산해야 유저에게 선택받을 수 있다. <고양이와 비밀레시피>는 매력을 잘 보여주는 게임이다. 고양이가 정말 매력적이다.
BIC가 매년 발전하는 것처럼 부산에서 활동하는 인디게임 개발팀들의 게임 퀄리티와 매력 또한 매년 상승하고 있다. 그런 부분에 초점을 두고 즐겨도 짧은 시간에 좋은 게임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참고로, <고양이와 비밀레시피> 부스는 '스토브인디 타운' 건너편에 있다.(웃음)
오프라인 전시 기간에도 BIC 홈페이지에서 온라인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
Q. 각 인디게임 행사마다 철학이 있다고 말씀하셨다. 한편으로는 '인디게임'의 정의가 불명확한 부분이 있다. 두 분께서는 '인디게임'의 정의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A. 여승환 이사: 상업성, 아류 등의 얘기가 나왔다. 그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창작자 본인이 어떤 선택의 순간에 어떤 결정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성공이든 실패든, 상업적인 부분에 좀 더 초점을 맞추고 창작의 동인보다 시장에 맞춘 선택을 할 때 인디게임에서 벗어난다고 생각한다.
게임의 규모가 인디게임인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기준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주 큰 규모의 인디게임도 많다. 해외 인디 스튜디오들은 50명에서 60명이 개발하면서도 여전히 인디라고 불리기를 바라는 경우도 있다. 규모와 무관하게 자기들이 만들고자 하는 게임을 끝까지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선택의 순간에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것을 만드는 선택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A. 서태건 조직위원장: 인디게임의 정의에 정답은 없는 것 같다. 사실 인디게임 육성을 위한 제도적인 지원을 건의하고 요구하고 싶어도, 가장 먼저 걸리는 게 인디게임이라는 용어의 정의 부분이다. 나름대로 내린 인디게임의 정의는 '시장을 보지 않고 내가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드는 것', 그리고 '돈을 위해 만든 게임이 아니라 게임을 만들다 보니 돈이 벌리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BIC는 '인디게임' 전시회이자 어워드이기 때문에 출품받을을 때 이 개발사가 인디게임 개발사인지 아닌지를 평가해야 한다.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다. 그 평가는 지원하는 개발자들에게 맡기고 있다. 본인들이 스스로 판단해 인디게임 개발사라고 생각하면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Q. 인디게임의 저작권 침해와 관련한 이슈들이 있다. 최근 스팀과 에픽 게임즈 모두 저작권과 관련된 부분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스토브인디는 어떻게 대응할 예정인지 궁금하다.
A. 여승환 이사: 스토브인디는 현재 자체등급분류를 운영하며 검수 단계를 거치고 있다. 검수 단계에서부터 검증한다. 다만 그 검증이 검열이 되면 안 된다. 인디게임에서 창작자가 자기의 게임을 검열받는다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일이다. 검열이 아닌 검증을 하고, 논란이 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선 창작자가 저작권 등의 문제가 없는지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단계를 프로세스상에 두려고 하고 있다.
어떤 사안이 표절인지, 또는 오마주나 밈을 자유롭게 사용한 정도인지, 그리고 그게 유저에게 어떻게 전달될지는 그 단계에서 서로 이야기되어야 할 것이라고 본다. 입점해서 런칭하는 그 중간 단계의 프로세스를 강화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Q. 이미 스마일게이트가 주최한 인디게임 페스티벌 '버닝비버'가 성황리에 진행된 바 있다. 그에 더해 BIC와 같은, 다른 인디게임 행사에도 적극적인 지원을 하는 행보가 눈에 띈다. 그 이유가 궁금하다.
A. 여승환 이사: 스토브인디가 많은 인디게임 행사에 후원을 하는 이유는 그 행사들이 모두 어떻게 창작자를 조명하고, 어떤 도움을 주어야 하는지에 대한 철학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버닝비버는 버닝비버만의 철학이 있고 BIC는 BIC만의 철학이 있다. 차후 버닝비버 행사에서는 BIC와는 또 다른 의미로 창작자들에게 생태계적인 지원을 시도한다는 부분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스토브인디가 지지하는 것은 어떤 특정한 철학은 아니다. 인디게임에 대한 진심이 서로 맞닿은 곳이라면 어디든 후원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꼭 인디게임 행사가 아니더라도, 함께 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되는 행사라면 참여하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다.
Q. BIC가 규모를 키워 드디어 벡스코에 입성했다. 소감이 어떤지.
A. 서태건 조직위원장: 2015년에 처음 BIC를 시작할 땐 부산정보산업진흥원 사내에서 개최했다. 건물 복도에서, 강당에서 천막을 치고 진행했다. BIC 기간에는 이상하게 항상 비가 왔다. 'B'IC라서 비를 몰고 다닌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런 풋풋함이 인디게임스러운 모습이 아닌가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좀 달라진 것 같다. 그러면 당장 개발자들도 불편을 호소한다.
행사의 규모 또한 벡스코가 아니면 담을 수 없는 수준이 되었다. 항상 조심스럽게 한 걸음씩, 그러나 9년째 꾸준히 걸어오고 있다. BIC는 단순 전시회가 아니다. 글로벌 어워드다. 하지만 어워드 부문의 규모는 유지하며 권위와 질적인 부분을 끌어올리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지금 BIC가 커진 것은 그 이외의 부문이다. 일반부 중 루키 부문을 신설했고, 작년엔 비경쟁 부문을 신설했다. BIC에 참여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아 비경쟁 부문으로 참여하고 싶어 하는 창작자들에게 기회를 열어드리자는 취지로 시작한 전시다.
A. 여승환 이사: 스타트업 지원을 해오며 인디게임 창작팀을 많이 만나왔다. 그간 BIC에 게스트로 초대받아 오다가, 작년에 스폰서십을 시작했다. 스토브인디가 창작자들과 함께하는 사업들을 해 오며 조금씩 구체화고 발전시켰듯이, BIC 역시 어떻게 창작자들에게 도움이 되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계속 반영되어 지금의 모습에 이르렀다고 생각한다. 창작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함께 할 수 있음에 개인적으로도, 회사로서도 기쁨을 느낀다.
Q. BIC가 글로벌 시장에서 주는 영향력이 점차 커지고 있다. 글로벌 영향력을 더욱 키우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할지?
A. 서태건 조직위원장: 대만, 일본, 싱가포르, 중국 등 아시아 지역 인디게임 단체와의 협력이 긴밀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자연스레 아시아권에서 BIC 브랜드의 영향력이 생긴 것 같다. 또 초창기부터 유럽 쪽에서도 관심을 많이 가져 올해 BIC 경쟁 부문 출품작의 45% 이상이 유럽 게임이다. 그래서 해외 브랜드도 이제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민간 사단법인으로서 많은 제약 속에 BIC를 끌고 나가고 있다. 앞으로 더욱 글로벌한 영향력을 갖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 부처 차원에서 글로벌 어워드로서의 인디게임 행사에 대해 동참을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국내 게임을 대상으로 하는 대한민국게임대상이 있지만 게임 부문에 BIC와 같은 글로벌 행사는 유일하다.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A. 여승환 이사: 스토브인디가 BIC를 사랑하는 이유는 국내 영향력뿐 아니라 글로벌하게 나아갈 수 있는, 그리고 현재 나아가고 있는 그 힘이다. 그리고 BIC 같은 행사와 함께 움직여야 하는 것이 플랫폼이라고 생각한다.
먼저 세계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BIC로부터 스토브인디가 도움을 받을 수도, 글로벌 진출을 준비 중인 스토브인디가 BIC라는 인디게임 생태계에 도움을 줄 수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한국 인디게임 생태계의 다음 키워드는 글로벌 진출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BIC는 해외 유수 게임 페스티벌 단체와 파트너쉽을 맺고 있다.
# "BIC는 선배 같은 파트너"... 진정성 통한 결과
Q. 최근 스토브인디가 슈퍼 스피드런 마라톤이라는 자선 행사에 후원한 사실이 있다. 자체 자선 행사 계획도 있는지?
A. 여승환 이사: 자선 행사는 시간이 촉박해서 지원을 조금 못 해드렸는데, 아시겠지만 지금도 인디게임과 함께 기부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페치카>라는 게임의 개발사와 함께 독립운동가 후손의 주거 개선을 위한 캠페인을 벌였다.
자선 행사에 있어 직접 모금하는 행사보다는 인디게임의 '소셜 임팩트'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사회에 영향력을 미치기 위해 준비한 것을 어떻게 더 부각할 수 있을지에 집중하고 있다. 이 부분은 아무래도 창작자의 의지가 더 강해야 한다. 플랫폼이 주도하기보다, 창작자가 사회에 어떤 영향력을 어떻게 미치고 싶다는 의지에 대해 그걸 부스팅 해주는 역할 정도라고 보시면 될 것 같다.
Q. 양측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서로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앞으로도 BIC에 대해 지원할 계획이 있는지?
A. 여승환 이사: BIC와 MOU를 맺고 올해 좀 더 본격적인 협업을 시작했다. BIC의 철학에 맞춰서 스토브인디가 지원할 수 있는 건 꾸준하게 지원할 생각이다.
Q. 마지막으로 BIC에게 스토브인디란, 또 스토브인디에게 BIC란 어떤 의미인지 궁금하다.
A. 서태건 조직위원장: 서로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는 조건은 진정성에 달려 있다. 두 기관 모두 인디게임 생태계를 지원하고 활성화하겠다는 공동의 목표가 있다. 단순히 말로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 진정성이 있기에 파트너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오래 유지될 수 있는 관계라고 생각한다. 또 변함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다.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스토브인디 내 BIC 페이지 노출로 인한 트래픽 증가 등 성과 측면에서도 다양한 도움을 받았다. 사소하다면 사소한 일일 수 있지만 저희 입장에선 굉장히 큰 일이었다. 해외 진출에 있어서도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특히 크로스 마케팅에 대한 바람을 말씀드린다.
A. 여승환 이사: BIC는 선배 같은 파트너다. 스토브인디도 창작자를 지원하는 행사는 오래 진행했지만, 조직 단위의 행사를 기관으로서 진행한 것은 BIC가 훨씬 앞섰다. 파트너이자 멘토가 될 수 있는 부분이다. MOU를 통해 그 진정성이 서로 유지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BIC의 I(인디게임)가 갑자기 빠지거나 하지 않는 한 진정성이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생각한다.(웃음)
스토브인디는 플랫폼이라는 상업적인 틀 안에서 발전할 것이고, 분명 BIC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분야가 있다고 생각한다. 상호 부족한 부분에 대해 도움을 주고 받는 과정에서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란다.
스토브인디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자리잡은 BIC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