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괴한 생명체가 단박에 눈길을 잡아끄는 게임이 있다. 발 달린 버스를 타고 돌아다니고, 사람의 얼굴 자리에 CCTV가 달린 생명체가 추격해 온다.
바로 넷이즈게임즈의 신작, <원스휴먼>이다. <원스휴먼>은 독자적인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을 배경으로 하는 MMO(다중 동시 접속) 생존게임이다. 독특한 세계관이 눈길을 끈 덕일까. 지난 22일 사전 예약을 개시한 <원스휴먼>에는 9일 기준 1,400만 명 이상의 유저가 등록했다.
<원스휴먼>의 출시 예정일은 7월 9일로, 6월 11일부터는 스팀에서 데모 버전을 체험할 수 있다. 기자는 체험판 시작일에 조금 앞서 SGF 플레이 데이즈 현장에서 <원스휴먼>을 직접 플레이해 봤다. 게임에 관한 질문은 넷이즈게임즈 데릭 치우(Derek Qiu) 해외 사업 총괄로부터 답변을 들었다. /미국 LA = 디스이즈게임 안규현 기자
넷이즈게임즈 데릭 치우 해외 사업 총괄
<원스휴먼>은 다양한 방식으로 즐길 수 있는 게임이다. 하지만 게임의 시작 지점에서 주어지는 목표는 단 하나. 바로 살아남는 것이다.
초반부 <원스휴먼>은 생존게임으로서 그간 장르적으로 정형화된, 검증된 재미 요소를 제공한다. 식량과 자원을 조달하고, 거주지를 구축하고, 위협을 제거하는 과정이다.
256 제곱 킬로미터에 달하는 광활한 맵에서 살아남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원스휴먼>의 세계에는 기괴하게 뒤틀린 괴물들이 등장한다. <원스휴먼>의 세계관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스타더스트'라는 외계 생명체에 의해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가 감염되고, 기괴하게 뒤틀린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배경으로 한다.
데릭은 "H. R. 러브크래프트로부터 영감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플레이어는 특별한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메타 휴먼'이지만 완벽한 존재는 아니다. 오염된 음식이나 더러운 물을 섭취하면 이성치(sanity)가 감소하고, 이로 인해 최대 체력이 줄어드는 등의 디버프에 걸리기도 한다.
'생존'이라는 동기와 '환경'이라는 장애물이 주어지고, 이 난관을 해소하는 것이 첫 번째 도전인 셈이다. 그 도전을 이루어 내는 과정에서 플레이어는 자연스레 <원스휴먼>의 세계에 대해 이해하게 되고, 본격적으로 게임을 시작할 준비를 마치게 된다.
만약 이 과정에서 다른 유저의 공격에 대한 걱정까지 하기 싫다면, PvE 전용 시나리오(서버)를 선택하면 된다. 물론 반대의 선택도 가능하다.
PvP는 꽤 '본격적으로' 할 수 있다.
첫 번째 목표로 주어진 '생존'의 달성을 유지할 수 있게 되면, 다양한 방법으로 <원스휴먼>을 즐길 수 있는 방안이 제시된다.
가장 먼저 눈길이 가는 것은 다양한 활동을 보조할 수 있는 동료 '데비안트'다. 데비안트를 얻는 방법은 다양하다. 보스를 잡거나, 퀘스트를 완료하거나, 세계를 탐험하다가 우연히 발견하는 등 게임을 플레이하는 과정 전반에 걸쳐 기회가 주어진다.
데비안트 '미스터 테디'. 잘 보면 캐릭터가 매고 있는 가방에 들어가 있다.
데비안트의 장점은, 일단 귀엽다. 명칭(deviant, 규격 외)에서 알 수 있듯, 데비안트는 스타더스트로 인해 발생한 뒤틀린 생명체인 것으로 보인다. 편리한 설정이라고 할까. 외계에서 온 것 같은 외형을 뽐내는 데비안트도 있지만, 곰 인형이나 비버, 혹은 꿀벌의 모습을 한 것들도 존재한다.
실제 게임 플레이에서 데비안트는 캐릭터가 매고 있는 가방에 들어 있다가 기술을 사용할 때 밖으로 나온다. <원스휴먼>을 플레이하며 (아마도) 가장 오랜 시간 마주할 수밖에 없다. '귀여운가'는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가방은 오염도를 표시하는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
물론 외형이 유일한 선택 기준인 것은 아니다. 각각의 데비안트는 고유의 특수 기술을 갖고 있다. 가령 곰 인형 모양의 '미스터 테디'는 체력 회복, 첫 보스를 잡고 얻을 수 있는 '페스터링 젤'은 스스로의 몸을 키워 적의 공격을 방어하는 방해물을 만드는 능력이 있다. 다다익선이라는 뜻이다.
동료 수집보다는 자신의 캐릭터를 육성하는 것에 관심이 있다면, 더 강력한 무기를 만드는 것에 집중할 수도 있다. <원스휴먼>에는 7가지 카테고리로 분류된 100여 종의 무기 도안이 있다. 총기에 추가로 부착하는 부품과 특성(퍽)의 존재를 고려한다면, '무기'에 한정해도 캐릭터 육성이 녹록지 않을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이러한 요소들은 모두 생존게임으로서의 정체성인 '거점'과 '제작' 시스템으로 되돌아온다.
수집한 데비안트를 사용하려면 거점에 있는 전시대(정식 명칭은 아니다)에 넣어 두어야 한다. 무기 도안을 얻더라도 제작할 수 있는 시설이 마련되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다. 상급 티어의 구조물은 가동에 전기를 요구하는 등, 까다로운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지을 수 있는 구조물의 종류가 정말 많다.
요구하는 재료도 많(아진)다.
다만 여기서부턴 선택의 영역이다. 다른 생존자들과 그룹을 이루어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설물을 공유하는 것도 가능하기에 각자의 선호에 따라 탐험과 채집, 건설과 인프라 구축, 보스 레이드를 포함한 전투 콘텐츠 수행 등의 역할을 배분해 수행할 수 있다. 참고로, <원스휴먼>은 한국 전용 서버를 운영할 예정이며 한 개 서버에선 약 400명이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채집과 건설 콘텐츠의 분량도 방대하긴 하지만, 아무래도 가장 기대되는 것은 전투 콘텐츠다. SGF 플레이 데이즈 현장에서는 첫 번째로 마주하게 되는 보스인 '게걸스러운 사냥꾼'(Ravenous Hunter) 전투를 체험할 수 있었다.
게걸스러운 사냥꾼. 컷신 영상 퀄리티가 상당했다.
총기에 강화 요소가 포함되는 게임은 자칫하면 몰입감이 떨어져 쉽게 지루해질 수 있다는 위험이 있다. 분명 같은 총인데, 플레이어블 캐릭터의 육성 정도와 적의 강함에 따라 대미지가 다르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원스휴면>은 보스 전투에 공략이 필요한 기믹을 삽입함으로서 이같은 위험을 해소하는 전략을 채택했다.
게걸스러운 사냥꾼의 경우, 기름(으로 추정되는 액체)에 스타더스트가 깃들어 게틀링 건과 융합한 괴물이다. 플레이어를 향해 게틀링 건을 난사하는 보스를 공격하다 보면 팔에 부착된 게틀링 건을 바닥에 떨어뜨리고 맵의 곳곳에 다른 몬스터가 튀어나오는 알을 생성한다.
알을 모두 파괴할 때까지 보스에겐 피해 면역 버프가 부여된다. 플레이어에게는 기동력을 포기하고 강력한 화력의 게틀링 건을 줏어 공격하거나, 자신이 가진 화력으로 난관을 해쳐 나가는 등의 선택지가 주어진다. 동료들과 함께 전투에 임한다면 사용할 수 있는 전략이 폭이 넓어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MMO 장르에서 익히 접할 수 있는 '레이드'의 문법이다.
이같이 험난한 과정을 지나 보스 레이드에 성공하면, 그에 걸맞는 보상이 주어진다. 보상에는 물론 <원스휴먼>의 핵심 요소 중 하나인 데비안트도 포함된다.
거대한 건물을 세울 수 있다. 물론 불의의 사고로 부숴질 수도 있다.
<원스휴먼>에 마련되어 있는 즐길 거리는 무척 다양하며, 동시에 최대한 깊게 구성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인상이다. 다만 장르의 특성상 재화(와 시설)는 계속 축적되기 마련이다. 주기적인 업데이트가 예정되어 있긴 하지만 플레이어들의 소비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음은 온라인게임의 역사가 증명해 온 사실이다.
이에 대한 <원스휴먼>의 대책은 시즌 단위 시나리오(서버) 초기화다. 플레이어들은 처음부터 게임을 다시 시작해야 하며, 달라진 환경에 맞춰 적응해 나가야 한다. 데릭은 "시나리오에 따라 게임 진행 방식에 변화가 생기기도 한다. '시나리오'라는 명칭의 이유"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원스휴먼>의 모든 것들이 주기적으로 휘발되는 것은 아니다. <원스휴먼>에는 각각의 플레이어가 자신만의 공간을 꾸밀 수 있는 '이터널랜드'라는 콘텐츠가 존재한다. 시연 버전 기준 이터널랜드는 <원스휴먼> 시나리오 맵에 비하면 작은 섬의 형태다.
이터널랜드는 초기화의 영향을 받지 않는 개인 지역이다. 플레이어의 창의력을 마음껏 발휘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이터널랜드는 싱글 플레이 콘텐츠가 아니다. 친구를 초대해 자신의 이터널랜드에서 함께 게임을 즐길 수도 있다.
일정 부분을 제공하면 되는 패키지게임과 달리, 라이브서비스되는 온라인게임은 짧은 시간의 시연만으로는 파악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MMO 장르는 특히나 그러하다.
SGF 플레이 데이즈 현장에서 시연해 본 <원스휴먼> 역시 실제 게임 플레이의 극히 일부에 해당하는 부분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시연 과정을 함께 하며 기자의 질문에 답해준 데릭 역시 연신 "이 부분은 직접 해 봐야 알 수 있다.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원스휴먼>은 한국 시간으로 6월 11일 오전 2시부터 스팀을 통해 데모 버전을 플레이할 수 있다. 데릭은 "스팀 데모 버전은 두 차례에 걸친 클로즈 베타 테스트를 통해 파악한 개선점이 적용됐다"며 "만약 <원스휴먼>이 마음에 들었다면 이틀 뒤에 직접 게임을 해볼 수 있다"고 연신 강조했다.
생존, 액션, 슈팅, 어드벤처, 오픈 월드.
스팀 <원스휴먼> 페이지에 등록된 인기 태그다. 사전 예약에 1,400만 명이 참가했다는 관심도를 고려할 때 성공을 위한 조건은 갖춰져 있다는 느낌이다. 직접 게임을 플레이한 첫인상 또한 나쁘지 않다. 실제 <원스휴먼>이 선사하는 경험의 깊이가 어떠한지는, 6월 11일 확인할 수 있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