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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기획] 테슬라는 굴러다니는 콘솔을 꿈꾸는가?

어매니티에서 액티비티로? 일론 머스크의 큰 그림... 美 당국은 송곳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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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석(우티) 2022-07-19 17:41:35

전기차의 선두주자로 손꼽히는 테슬라가 게임에 노크를 계속하고 있다. CEO 일론 머스크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서 여러 차례 테슬라 자동차에서 게임을 서비스하겠다고 이야기해왔다. 그런 그의 비전은 점점 커지고 있다. 

 

'괴짜' 또는 '천재'라는 타이틀이 따라다니는 일론 머스크와 게임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그가 12살 때 프로그래밍을 독학해 간단한 게임을 만들어 세상에 내놓은 일화는 유명하다. 그는 E3 컨퍼런스에 출연해 "어린 시절 게임 덕분에 기술에 관심을 갖게 됐다"라고 고백했다.​ 일론 머스크는 최근까지 자신의 트위터에 <엘든 링> 스크린샷을 찍어 올렸다.

  

E3 2019에서 토드 하워드(좌), 제프 케일리(우)와 함께 게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 일론 머스크. 그는 이때도 테슬라 자동차에 게임을 넣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일론 머스크는 17일 트위터에 "(테슬라 자동차에) 스팀 게임을 구동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아마도 다음 달 데모 버전을 공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는 지난 2월에는 모델 S와 모델 X에서 <사이버펑크 2077>을 플레이할 수 있다고 공언한 바 있는데, 이번에 스팀 삽입에 관한 언급이 나오면서 구체화가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미국 당국은 운전 중 게임에 단호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자율주행 모드를 작동한다고 한들, 운전 중에는 게임을 할 수 없다는 것이 미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의 결정이고, 그에 따라서 현재 서비스 중인 테슬라 OS에서 운전 중에는 게임 실행이 차단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론 머스크는 왜 <사이버펑크 2077>를 운운하며, 동시에 스팀 게임 지원을 추진하는 걸까? 편의 기능(어매니티)을 넘어서는 큰 그림이 있을까?

 

# 이미 게임 되는 테슬라, 충전 중에'는' 쏠쏠

이미 테슬라 자동차 보유자는 테슬라 OS에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 현재 테슬라 패드(디스플레이)의 엔터테인먼트 기능에는 1인용 게임과 동승자와 함께 즐기는 게임이 탑재되어있다. 이름하여 '테슬라 아케이드'.

 

테슬라 아케이드에서는<테슬라 체스> 등 자체 개발 게임은 물론 <스타듀 밸리>, <컵헤드>, <폴아웃 쉘터> 등 유명 게임을 여럿 만날 수 있다. 터치 스크린을 지원하며, 스티어링 휠을 적용해서 레이싱게임을 하거나 별도 컨트롤러를 연결할 수 있다. (엑스박스 게임패드 지원) 현재 테슬라 OS에 내장된 <비치 버기 레이싱 2>의 경우, 스티어링 휠을 조작해서 게임 내 카트를 움직이는 방식이다.

 

또 테슬라 아케이드에는 <아스테로이드>(1979), <센티피드>(1981, 일명 지네잡기) 등 아타리 고전게임이 여럿 들어있으며, 마찬가지로 터치 스크린과 휠 조작 방식으로 게임 내 오브젝트를 조정하게 된다. 일론 머스크는 이러한 테슬라 아케이드 제품군에 스팀 게임을 추가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사실 테슬라 현세대 차종은 9세대 게임기 스펙과 비교했을 때 크게 밀리지 않는 성능을 가지고 있다. 비디오카즈(videocardz)가 비교한 표에 따르면, 테슬라 모델 S에는 AMD ZEN+ 마이크로아키텍처(CPU), AMD RDNA2(GPU)가 내장되어있다. AAA급 게임을 플레이할 때 성능상 문제는 크게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테슬라 아케이드와 현세대 콘솔의 비교표 (출처: 비디오카즈) 

 

테슬라는 2023년 테슬라 아케이드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이뿐 아니라 테슬라는 2개의 아날로그 스틱, 4개의 방향키, 4개의 동작 버튼이 들어있는 무선 게임 컨트롤러를 개발 중이며 그 시제품을 온라인에 공개했다.

 

그러나 현재 테슬라에서 서비스되는 게임은 대체로 간편하게 즐기는 게임으로 충전 중 지루함을 달래는 용도로 쓰이고 있다. 테슬라 디스플레이에서는 정차 중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감상할 수 있다.​ 운전 중에는 기능이 차단되며, 충전의 지루함을 달래는 옵션이라는 점에서 현재 게임과 동영상은 비슷한 용도이지만, 테슬라 아케이드는 매일 볼거리가 추가되는 OTT보다 경쟁력이 떨어진다.

 

테슬라 무선 게임 컨트롤러의 시제품 (출처: TeslaRaj 트위터)

 

# 테슬라는 굴러다니는 콘솔을 꿈꾸는가?

 

그랬던 테슬라 아케이드에 수만 개의 게임이 등재된 스팀이 서비스된다면, 테슬라는 바퀴 달린 콘솔로 거듭나게 된다. 자율 주행 등 다양한 기능을 지원하기 위해서 고성능 하드웨어가 탑재된 테슬라 자동차의 스펙에 걸맞은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적합한 기회가 만들어진다. 일론 머스크는 어매니티 수준이었던 테슬라의 부가 기능을 액티비티로 끌어올리려 하고 있다.

 

테슬라 안에서 스팀이 어떻게 작동할지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스팀덱에서 보았듯 개인의 스팀 계정을 연동해 PC에서 쓰던 라이브러리를 동기화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일론 머스크가 실제로 밸브와 협의를 하고 있다면, PC를 벗어나 외연을 확장하려는 스팀의 움직임 또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최근 BMW가 발표한 '열선 시트 월 2만 원'과 같은 구독형 모델이 도입된다면 재밌는 그림이 연출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일론 머스크가 직접 언급한, 짧게는 수십 시간에서 많게는 수백 시간의 플레이타임이 소요되는 <사이버펑크 2077> 같은 게임은 충전 중 간편하게 즐기는 게임 쪽에 있지 않다. 현재 스팀에 등재된 킬러타이틀은 <사이버펑크 2077>처럼 AAA급 게임이거나 <배틀그라운드> 같은 멀티플레이 게임이다. 30분의 충전 시간 동안 즐기기에는 선이 굵은 게임들이다.

 

외신 더스트리트는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 자동차를 네 바퀴 달린 거실로 만들려 하고 있다"라고 썼다. 결국 일론 머스크의 큰 그림은 언제 어디서나 이용자들에게 테슬라의 기능들을 사용하게 하는 쪽에 가깝다. 차를 주차한 상태에서 전원을 켜놓고 <사이버펑크 2077>을 몇 시간씩 플레이하거나, 충전 중의 지루함을 해소하기 위해 멀티플레이 게임을 켜는 것은 현재로서는 현실적인 선택지로 다가오지 않는다.

 

주차 상태에서 테슬라에서 게임을 플레이할 뾰족할 이유는 없다면, 적어도 ​주행 중 탑승자가 게임을 즐겨야 스팀 지원의 의미가 부여될 테다. 미국의 행정 당국 NHTSA가 자율주행 중 기기 사용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테슬라 입장에서는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실제로 자율주행 관련 사건 사고에 대한 경각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운전자가 자율주행 모드를 켜놓고 스팀 게임 삼매경에 빠지는 날은 시일 내 오기 어려울 것이다.

 

기술적 문제도 아직 완전히 검증되지 않았다. 자동차 생산기업이 운전자 안전을 저해하는 차량을 판매할 수 없도록 하는 미국 자동차안전법(Vehicle Safety Act)​이 고쳐진다고 해도, 전기차 운전 중 하드웨어에 적잖은 스트레스를 가하는 AAA급 게임의 구동이 안전한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멀티 게임이라면 레이턴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테슬라 모델 S와 모델 X 뒷좌석에는 8인치 디스플레이가 장착됐다. (출처: 테슬라 홈페이지)

  

# 발 빠른 전기차 후발주자들, 테슬라의 돌파구는 잿밥에?

그간 오래도록 전기차 시장은 테슬라 1강 체제였으나 벤츠, BMW, 현대&기아 같은 후발 주자들이 빠르게 추격하면서 그 지위는 흔들리고 있다. 

 

지난 상반기, 한국에서 테슬라의 판매 대수는 6,700여 대로 전년 대비 40% 가까이 감소했다. 이런 가운데 테슬라는 올해 들어 6번이나 가격을 인상하면서 신규 진입을 어렵게 하고 있다. 또 테슬라 자동차의 완성도와 승차감이 기존 완성차 업체의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비판까지 나오면서 테슬라와 후발주자들의 경쟁은 가속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테슬라 자동차가 '굴러다니는 콘솔'이 된다면, 시장에서 지위를 다시 공고히 할까? 하나 확실한 지점은, 자동차는 본질적으로 이동 수단이기 때문에 애드온 소프트웨어는 제품의 완성도를 논할 때 지극히 부수적인 요인으로 평가되어왔다. 비행에서 항공기 좌석 스크린에 어떤 게임이 들어있는지는 부가적인 것과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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