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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특집] "장애인 게임 접근성, 더는 놓쳐선 안 된다"

3명의 장애인 크리에이터와 '라스트 오브 어스' 플레이... 높은 편의성에 깜짝 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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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석(우티) 2023-04-20 17:59:57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입니다. 디스이즈게임은 장애인 게임 접근권 확대 문제를 여러 차례 조명했습니다.

 

국립재활원의 장애인 게임 환경 조성 프로젝트는 중증중복뇌병변 장애인들을 위한 보조기기를 도입한 뒤, 수개월 동안 게임을 플레이하며 그 긍정적 효과를 조명하는 기획이었습니다. 2021년에는 반지하게임즈의 텍스트 어드벤처 <서울 2033>의 작가로 일하는 시각장애인 강신혜 씨를 만나 시각장애인이 어떻게 게임을 즐기는지, 왜 모두를 위한 보편 디자인이 적용되어야 하는지를 알아봤습니다.

 

올해는 특별한 기획을 해봤습니다. 지체장애인,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 크리에이터들과 많은 장애인 접근성을 가진 게임을 함께 플레이한 뒤에, 그 반응을 담았습니다.

 

 


  

# 왜 <라스트 오브 어스>인가?

 

대상이 된 게임은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1>(이하 라스트 오브 어스)입니다.​ 왜 너티독의 <라스트 오브 어스>여야 했을까요? 

 

너티독의 <라스트 오브 어스>만큼 장애인 접근성을 잘 보장하는 타이틀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라스트 오브 어스>는 화면이 아닌 사운드만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옵션, 컨트롤 매핑이나 색맹 친화적인 자막, 색채의 대비를 높여 알아보기 쉽게 만드는 고대비 설정 등 총 60가지의 접근성 옵션이 제공됩니다.

 

게임에서는 시각, 청각, 운동 등 다방면으로 접근성 옵션을 설정할 수 있고, 각각의 프리셋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시각장애 유저라면 퍼즐 건너뛰기, 추락(낙하 대미지) 방지, 스크린 리더, 시네마틱 묘사, 자동 조준 등의 기능을 사용할 수 있고 청각장애 유저라면 자막의 이름과 강화된 진동 신호를 이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라스트 오브 어스>는 스토리를 보는 것만큼 액션이 중요한데, 이 부분에서 장애인 유저는 여러 보정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뿐 아니라 <라스트 오브 어스>에는 청각 정보로 길을 안내하는 내비게이션과 점프와 난간 오르기를 대신 해주는 '이동 도우미' 등의 편의 기능이 들어있습니다. 또 3차원적인 움직임을 플레이할 때 생기는 멀미를 방지하기 위한 흔들림 강도와 모션 블러의 강도를 조정하는 기능까지 들어있습니다.​ 장애 유저는 물론 노년층 등 기존의 3인칭 어드벤처 게임 이력이 많지 않은 유저들도 용이하게 쓸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외신 더 버지에 따르면, 너티독은 '몸이 불편해서 <언차티드 2>의 엔딩을 볼 수 없다'는 한 장애인 게이머의 편지를 받고, 자기들이 만드는 모든 게임에 접근성 도구를 집어넣기로 약속했습니다. 이 사실을 밝힌 너티독의 리드 게임 디자이너 에밀리아 샤츠는 "접근성이란 플레이어가 게임을 완료하지 못하게 만드는 장벽을 제거하는 것. 게임을 멍청하게 혹은 쉽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다른 플레이어와 동등하기 위해 그들에게 무엇이 필요할까 고민하고 플레이어에게 출발점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죠.

 

디스이즈게임은 현존하는 AAA급 게임 중 <라스트 오브 어스>가 가장 높은 장애인 접근성을 갖추었다는 결론을 내리고, 스튜디오를 대관한 다음, 게임을 시연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라스트 오브 어스>에 적용된 장애인 접근성 도구 목록은 플레이스테이션 블로그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배경색을 지우고 피아 구분과 이용할 수 있는 아이템만 남겨두는 <라스트 오브 어스>의 고대비 모드.

 

# 해봤더니 '이게 되네'... 접근성 도구에 깜짝 놀란 참가자들

 

신홍윤 씨는 각종 RTS는 물론 틈틈이 <디아블로 3>를 즐길 만큼 게임을 좋아합니다. 

 

"<디아블로 3>에서는 정복자 레벨 이전까지는 널널하게 할 수 있어요. 마우스를 쓰고 오른손으로 1, 2, 3, 4와 Q를 누를 수 있거든요. 그런데 그 레벨이 1,000쯤 올라가면 대균열을 돌아야 하는데, 이때는 왼손을 계속 써줘야 하고 그때 좀 아파요. <라스트 오브 어스> 같은 총 쏘는 게임은 아무래도 왼손을 좀 많이 써야 하니까 어려웠죠."

 

그에게 오토파이어는 정말 좋은 기능이었습니다. 네모 버튼을 꾹 누르고 있으면 대체 조작이 이루어지는 기능입니다. 특성상 연타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보정을 받으니​ 때문에 왼손의 피로를 크게 덜 수 있었다고 신 씨는 설명합니다. 그는 또 "지체장애가 있으면 길을 찾기 어려운 경우가 있는데, 게임의 접근성 탭에서 길 찾기가 있어서 인상적이었어요"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신 씨는 "화면해설까지 해주는 게임은 처음 봐서 살짝 감동했어요. 아쉬웠던 부분은 전혀 없어요. 이 게임의 편의 지원 기능은 비장애인도 필요에 따라서 충분히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라면서 주변에 이 게임을 추천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세 명의 참가자 중 게임 이력이 가장 많았던 신홍윤 씨는 오토파이어를 통해서 편하게 게임을 했다.

 

박정인 씨는 <라스트 오브 어스>의 고대비 표시를 쏠쏠하게 썼습니다. 액션 시퀀스에서 주위 환경의 색을 지우고 아군, 적, 아이템 등 강조되어 보여야 하는 오브젝트만 대비되는 색으로 표시하는 기능입니다.

 

유튜버로도 활동 중인 박 씨는 게임 체험 뒤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중도장애인(비장애인의 삶을 살다가 사고나 병으로 장애인이 된 경우)이라서 조금씩 일상이 변하는 걸 체감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이런 활동(게임)을 즐길 수 없게 됐어요. 장애에 적응하는, 생존해야 하는 시간이 있었으니까 게임을 할 여유 자체가 없었거든요. 오늘 게임을 해보니까 왜 게임으로 대리만족을 하는지 알 것 같아요."

 

그녀에게 <라스트 오브 어스>의 보정이 아주 완벽하지는 않았습니다. "화살표로 길을 알려줘서 좋았어요. 스크립터 기능이 있다고 해서 기대를 많이 했는데요. 영어 나레이션이 나와서 '멘붕'했어요. 대사를 한국어로 띄워주긴 했지만, 저는 글씨를 조금 더 크게 보고 싶었어요. 조금 더 디테일하게 설정할 수 있다면 불편 없이 게임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박정인 씨는 고대비 표시가 좋았지만, 스크립트가 영어로 출력되는 바람에 어려움을 겪었다.

 

청각장애인 크리에이터 박현진 씨. 어릴 적 <메이플스토리>, <버블파이터> 등의 게임을 즐겼지만, 성인이 된 이후 <배틀그라운드>에서 소리를 듣고 위치를 파악해야 하는 데 한계를 느끼고 게임에 대한 흥미를 잃었습니다. <라스트 오브 어스>를 플레이하기 전에도 "흥행한 게임이라는 건 알겠는데, 상황 파악이 쉬울지 걱정이 든다"라고 우려했습니다.

 

<라스트 오브 어스>에는 청각 장애, 난청 플레이어를 위해서 '어디에서 무언가 오고 있다'는 인식 방향을 표시하고, 음성 진동과 전투 진동 신호를 지원하는 기능이 있습니다. 박 씨는 "착지할 때 높낮이, 걷고 뛰는 속도에 따라서 진동이 실시간으로 달라져서 현실감이 있었다"라고 말했습니다. 접근성 기능 덕에 생생한 몰입이 가능했다고 이야기한 박 씨는, 진동과 함께 총을 쏘는 것 같은 효과를 주는 '햅틱 트리거' 기능도 인상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전투 진동 신호를 인상 깊게 사용한 박현진 씨.

 

# 장애인 게임 접근성, 더는 놓쳐선 안 된다

 

최근 업계는 장애인 게임 접근성을 확보하는 데 열중하고 있습니다. 17일 카카오게임즈는 국립재활원과 MOU를 맺고 장애인을 위한 맞춤형 보조기기를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Xbox 접근성 컨트롤러'를 출시했고, 지난 1월에는 소니도 장애인을 위한 PS5 컨트롤러 '프로젝트 레오나르도'를 발표했습니다. 또 지난 4월 5일 플레이스테이션 스토어에는 '접근성' 태그가 추가됐습니다.

 

2021년 4월,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게임산업법에 장애인 접근성 향상을 위한 각종 기능을 넣고, 정부 주도의 가이드라인을 만들도록 하는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3월 장애인 게임 이용자 327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장애인들의 여가선용에 게임이 자주 사용되고 있지만, 이들이 편하게 게임을 할 수 있는 접근성이 매우 부족하다는 지적이 담겨있습니다.

 

작년 지스타에서 열린 '장애인 게임접근성 진흥 토론회'에서 강제길 씨(아버지)와 강성윤 군이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를 하는 모습.

 

이처럼 여러 움직임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지만, 정작 장애인들이 즐길 만한 접근성을 가진 게임은 많지 않습니다. <라스트 오브 어스> 같은 게임은 더 많이 나와야 합니다. 끝으로 세 분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신홍윤: 장애 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어요. 게임사들에게 이 시장을 놓치면 안 된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제 주변 장애인 친구들은 모두 넷플릭스를 구독하고 있어요. 화면해설, 음성해설이 잘 되어있는 OTT가 넷플릭스뿐이거든요. 넷플릭스 자막, 해설 기능은 비장애인도 유용하게 사용하잖아요. 게임사들도 그런 사례를 참고하면 좋겠어요.

 

또 장애인도 게임과 친하게 지낼 수 있다는 점을 알아주면 좋겠어요. 제가 교우관계를 만들어 가는 데 있어서 온라인게임이 많은 도움이 됐어요. 저만 경험할 게 아니라 다른 장애청년, 청소년에게도 게임 활동이 많은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박정인: 다른 저시력 분들도 이런 게임을 즐겨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출연을 결심했어요. 장애인의 90% 이상이 후천적인 장애인이고, 평생 비장애인으로 살 것이라는 보장도 없어요. 나중에는 접근성 좋은 게임이 당연한 사회가 되면 좋겠어요. 게임이 앞으로 장애인들에게 훨씬 더 많은 부분을 채워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현진: 청각장애인을 위해서 소리뿐 아니라 진동이 함께 어우러지는 게임이 더 많아지면 좋겠어요. 그러면 그 게임을 통해서 박진감 있게 게임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렸을 때는 그런 생각이 없었는데 지금은 배리어 프리 게임이 더 많아지면 좋겠어요. <라스트 오브 어스>를 하면서는 직접 겪기 힘든 것들을 진동으로 겪으면서 몰입을 할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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