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블로 4> 하드코어 챌린지가 한창입니다. 릴리트 석상에 닉네임을 새기겠다는 일념하에 전 세계의 게이머들이 100레벨을 향해 달리고 있습니다. 기자도 그중 한 명입니다.
사실, 챌린지가 아니더라도 기자는 항상 <디아블로> 시리즈를 하드코어 모드로 플레이합니다. <디아블로 2 레저렉션>, <디아블로 3> 모두 하드코어로 최고 난도까지 클리어했습니다. 특히 <디아블로 2 레저렉션>은 직전 시즌까지 매 시즌 플레이했습니다.
한 번 죽으면 되돌릴 수 없는 하드코어 모드, 늘 새롭고 짜릿합니다. 왜냐고요? 이런 재미가 있습니다. /디스이즈게임 안규현 기자
<디아블로 3>가 한창이던 때 ‘수면제’라는 밈이 유행한 적이 있습니다. PC방에서 <디아블로 3> 화면을 띄워놓고 잠을 청하고 있는 게이머들의 목격담과 사진이 올라오면서 말이죠. 이는 핵앤슬래시 게임의 숙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템 세팅을 어느 정도 마치고 본격적으로 파밍 구간에 들어서면 남은 것은 사냥이라는 지루한 반복 노동이니까요. 떨어지는 아이템의 대부분은 쓸모가 없는 ‘폐지’입니다.
하지만 하드코어 모드에서 졸음은 곧 죽음입니다. 그것도 되돌릴 수 없는. 심지어 이번 <디아블로 4>에서는 레벨 스케일링이 적용되어 ‘유저가 몬스터보다 압도적으로 강한’ 구간이 거의 없습니다.
여담이지만, 비공식 랭킹 사이트 ‘D4 ARMORY’의 기록에 따르면 대부분의 죽음은 스킬 빌드와 기초 아이템 세팅이 갖춰지는 파밍 구간인 50~70레벨 구간에서 발생했습니다. 제 경험에 비추어 봐도 죽음은 위험해 보이는 순간에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방심하는 순간 곧 죽습니다.
이렇듯 일반 모드가 나 홀로 고속도로를 달리는 감각이라면 하드코어 모드는 대형 트럭 사이에서 달리는 느낌에 가깝습니다. 피로도가 높긴 하지만 이런 특유의 긴장감은 한 번 하드코어 모드에 빠지면 쉽사리 일반 모드로 돌아가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일반 모드에서는 생존에는 적절히 투자하고 데미지를 극대화하는 빌드가 일반적입니다. 반면 하드코어 모드에서는 생존이 제1원칙. 그만큼 아이템과 스킬의 효과가 가진 가치도 다릅니다.
공략을 보더라도 대부분 일반 모드에 맞추어져 있어 참고하되 생존을 위한 개량이 필요합니다. 이런 빌드 수립의 제약 요건은 게임의 전략성을 강화하는 역할을 합니다. 매 순간 플레이어는 성장의 방향성을 두고 선택의 기로에 섭니다.
예시로, 기자는 현재 50레벨을 바라보고 있음에도 요구 레벨 20의 ‘의문사 방지’ 목걸이를 착용하고 있습니다. 속성 저항 옵션에서 10%가 넘는 손해를 보더라도 일정 체력 이하에서 4.5초 피해 면역 효과는 대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신발은 자원 소모 감소, 스킬 레벨 증가 같은 중요 옵션을 포기하고 피하기 횟수 1회 증가 옵션이 있는 신발을 사용 중입니다. 스킬 또한 마찬가지로 여러 차례 테스트를 거쳐 데미지를 어느 정도 포기하고 생존에 도움이 되는 빌드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이런 제약 사항은 게임의 전략성 강화와 더불어 긴장감 형성에도 영향을 줍니다. 더 강해질 수 있어도 살아남기 위해 적정선에서 타협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작품은 쉬워져서 초보자도 입문하기 좋아요.”라는 말은 모든 신작에 으레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디아블로 4> 하드코어는 진짜입니다.
죽음을 피할 수 있는 소모품이 추가됐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두 개나 말이죠. 죽음 회피의 비약을 사용하면 30분 동안 한 번 죽음을 피하고 2초간 피해 면역 상태가 되며, 탈출의 두루마리를 사용하면 즉시 가까운 마을로 귀환할 수 있습니다. 키보드 사용자는 단축키 지정이 가능하고 패드 사용자는 퀵슬롯에 지정해 사용할 수 있습니다.
죽음의 문턱 앞에 섰을 때, <디아블로 2>에서는 일명 ‘강종컨’이라고 부르는 빠른 나가기를 익혀야 했고 <디아블로 3>는 자력으로 탈출하는 것 외에 방법이 없었습니다. <디아블로 4>에 이르러 드디어 대비책이 2개나 마련된 것이죠.
죽음 회피의 비약은 제작에 고급 소재를 사용하고, 탈출의 두루마리는 몬스터가 낮은 확률로 드랍하지만 한두 개씩만 들고 있어도 꽤 든든합니다. 이외에도 스토리 진행 중 주어지는 (위에서 언급한) 피해 면역 목걸이도 큰 도움이 되고요.
하드코어 모드가 주는 재미는 분명히 대체 불가능한 종류의 것입니다. 수십, 수백 시간의 노력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리스크가 엄청난 몰입감을 주기 때문입니다. 전작에 비해 쉬워진 부분도 있는 <디아블로 4> 하드코어 모드. 챌린지를 계기로 삼아 한 번 시도해보시는 것이 어떨까요?
6월 7일 오후 6시 기준 알려진 하드코어 100레벨 달성자는 7명. 1,000위 레벨은 50입니다. 또 유명 스트리머 따효니의 캐릭터가 사망하였다는 부고도 전해졌습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일지도 모릅니다. 하드코어 모드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