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애플 아케이드의 출시에 이어 몇일 뒤인 23일, 구글이 구글 플레이 패스를 출시하면서 모바일 양대 마켓의 구독형 앱서비스의 경쟁이 본격적으로 막에 올랐다(플랫폼 출시일은 모두 미국 현지시간 기준).
구글 플레이 패스의 경우, 자국 시장인 미국에 먼저 출시되기는 했으나, 가장 거대한 주요 시장인 만큼 두 마켓의 경쟁 또는 성공을 가늠하기 위해서는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하다. 구글 플레이 패스는 순차적으로 대상 국가가 확대될 예정.
애플 아케이드와 구글 플레이 패스는 같은 구독형 앱서비스지만, 외형만 같을 뿐 추구하는 방향이나 각 마켓이 처한 상황이 다르다. 저마다 고려해야 할 요소는 어떤 것이 있을까?
# 애플 아케이드
- 제대로 누리지 못한 선점 효과,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애플은 '애플 아케이드'를 위해 제법 적지 않은 공을 들여왔다. 자체 게임의 퀄리티를 올리기 위해 5년 전부터 Metal API를 배포하며 애플 하드웨어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게 하기 위한 환경을 조성했다.
물론 위 서비스가 애플 아케이드만을 위한 시작은 아니었지만, 애플의 하드웨어를 충분히 활용하는 고퀄리티 게임들의 등장으로 이어지기에는 충분했다. 수년간 다진 끝에, 애플은 지난 3월 발표회에서 애플 아케이드를 처음 공개했다.
애플 아케이드는 유수의 개발자와 개발사가 참여한 독점 게임을 월 4.99달러(국내 이용료는 6,500원)에 이용할 수 있음을 강조하며 지난 19일 출시될 때까지 서비스를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몇일 지나지 않아 구글이 구글 플레이 패스를 공개하면서 선점 효과를 노리기는 어렵게 됐다. 사실상 동일선상에서 경쟁하게 된 셈이다.
- 독점 게임을 지속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
애플은 애플 아케이드가 <심시티> 시리즈의 윌 라이트,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의 사카구치 히로노부, <모뉴먼트 밸리>의 켄 웡 등 인기 개발자, 개발사와 함께한다고 강조했다. 기본적으로 독점 게임이 서비스되며 애플은 향후 100개 이상의 독점 신작 게임을 순차적으로 선보인다는 계획을 밝혔다.
매월 6,500 원이라는 구독료를 지불하게 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콘텐츠의 가치를 유저에게 어필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애플 아케이드의 독점 서비스 전략은 큰 가치를 가지고 있다.
물론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른 플랫폼에 판매가 가능하기는 하나, 앱스토어나 구글 플레이 패스 같은 타 구독 서비스에 제공할 수 없는 조항이 붙으므로 사실상 애플 아케이드가 메인 플랫폼이 되는 셈이다.
단발 서비스가 아니기에, 애플은 애플 아케이드로 유저를 꾸준히 유입시키기 위해 지속적인 독점 게임 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 애플 아케이드를 론칭하며 밝혔던 위와 같은 스타 개발자들의 게임이나, 독특한 게임성, 혹은 풍부한 즐길 거리를 가진 게임들이 라인업에 추가돼야 한다. 그래야 유저가 애플의 서비스와 라인업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
- 낮은 디바이스 점유율과 시장 스킨십의 극복, 개선
마켓 점유율 역시 고려 대상이다. 구글 플레이는 이미 애플 앱스토어와 많은 격차를 벌린 상태다. 국내 마켓 점유율의 경우, 애플 앱스토어는 11.9%인 원스토어보다 낮은 9.6%에 머물러 있다. 원스토어는 지난해 말부터 애플 앱스토어를 추월했다. 구글 플레이는 78.6%다.
단숨에 점유율을 극적으로 끌어 올리기는 현실적으로 무리겠지만, 애플 아케이드의 퀄리티가 가치 있다고 판단되면, 점진적인 상승을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 타 디바이스 혹은 애플 디바이스를 가진 유저의 추가 유입도 물론이다.
여러모로 열세인 상황인 가운데, 국내 시장을 위한 스킨십 확대도 필요해보인다. 향후 라인업에 확보될 국내 게임사를 위한 각종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마찬가지. 구글의 경우 인디 게임 페스티벌, 정부부처 및 관계 기관과 연계해 기반 작업을 꾸준히 하고 있다.
반면, 애플은 애플 아케이드가 오픈했음에도 이렇다할 행동을 수면 위로 공개하지 않았다. 국내 게임사와 특별하게 접촉을 하는 부분도 아직까지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
이는 앞서 얘기한 지속적인 독점 게임 확보와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고정적인 수익과 충분한 게임성으로 승부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중소, 인디 게임사들이 좋은 시도가 될 것으로 전망하는 분위기. 양질의 게임을 빠르게 확보하는 차원에서라도 이는 충분한 고려 대상이 될 수 있다.
# 구글 플레이 패스
- 콘텐츠에 대한 메리트, 얼마나 제공할까?
후발 주자이나 사실상 동일 선상에서 출발하는 구글 플레이 패스는 앞서 얘기한 애플이 고려해야 하는 불안 요소를 극복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점유율 탓에 폭넓은 접근이 가능하다는 점은 구글이 크게 우위에 있는 부분이다.
구글 플레이 패스는 애플 아케이드와 다르게 모바일게임과 더불어 일반 앱까지 포함해 약 350개의 앱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숫자만 보면 경쟁력이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자세히 살펴야 할 부분은 과연 구글 플레이 패스가 얼마나 콘텐츠에 대한 메리트를 제공하고 있느냐다.
애플은 애플 아케이드 서비스를 위해 모든 게임을 독점으로 제공한다고 밝혔다. 향후 애플 앱스토어 유료 마켓에 풀릴 수는 있겠지만, 지속적으로 공급이 된다면 '독점 게임을 이용하기 위해 저렴한 비용으로 애플 아케이드를 즐길 필요가 있다'는 근거가 마련된다.
하지만, 구글 플레이 패스에 제공되는 게임과 일반 앱은 모두 독점 콘텐츠가 아닌 시중에 공개된 것들이다. 단순하게 좀 더 저렴한 비용으로 매월 지불하며 유료 앱을 사용할 수 있다는 방식으로 접근해서는 콘텐츠, 그리고 서비스에 대한 메리트가 느껴지지 않는다.
- 구글플러스, 스태디아를 통해 느껴지는 구글의 서비스 우려
위 콘텐츠 메리트에 대한 불안 요소는 구글의 최근 서비스 사례를 봐도 알 수 있다.
구글은 최근 게임업계 화두인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와 관련해 '스태디아'를 준비 중이다. 11월 론칭을 앞두고 있는 스태디아는 구글이 야심차게 준비 중인 프로젝트다.
그러나 스태디아는 픽셀3와 픽셀 3a 기기(3a, 3a XL, 3, 3XL)에서만 사용할 수 있으며, 안드로이드, iOS에서는 단순 관리만 가능할 뿐, 스태디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게다가 선 출시국가 14곳은 위 픽셀 디바이스의 점유율이 현저히 낮아 여러모로 접근성이 낮은 상황.
플랫폼과 타이틀을 각각 구매해야 한다는 점도 단점으로 꼽힌다. 강력한 경쟁사인 마이크로소프트의 X클라우드는 추가 구매가 필요 없으며 Xbox One과도 연동돼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 이런 점들로 많은 이들은 구글이 자사의 지나친 환경을 강요하고 있다며 '제 2의 구글플러스'가 될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구글 플레이 패스도 최초 공개됐을 때 많은 기대감을 얻어왔지만 구독 서비스에 있어 가장 중요한 콘텐츠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지 않은 탓에 가치가 부각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 애플 아케이드와 구글 플레이 패스, 게임 업체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
디스이즈게임은 최근 애플 아케이드와 구글 플레이 패스가 공개된 이후, 주요 업체들에게 두 서비스에 대한 의견, 전망을 문의했다.
대부분의 업체는 성공적인 서비스를 위해서 '콘텐츠'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구독형 게임 서비스에 대해서는 지표 보다 게임 콘텐츠 자체로 평가 받는 기회인 만큼 서비스가 활성화 되면 많은 게임사가 작품성, 게임성 확보에 집중해 개발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애플 아케이드는 양질의 독점 게임들을 탄탄히 준비 중인 만큼 향후 많은 유저의 유입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후 성공 여부도 독점 게임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상대적으로 열세에 놓인 만큼 콘텐츠를 활용한 초기 이용자 확보가 관건이라고 보기도 했다. 구글 플레이에 비해 사용자 층과 게임이 적은 만큼 공격적인 마케팅도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또 애플 뮤직과 동일한 수익구조로 형성된 만큼 수익이 한정된 만큼 대형 업체에게는 고려되지 않거나 또는 부가 사업군으로 여겨질 것 같다고도 전망했다. 인디 개발자에게는 좋은 활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얘기했다.
구글 플레이 패스는 상대적으로 높은 점유율, 게임 외 일반 앱을 지원해 폭넓은 유저 확보가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겠으나, 가치 있는 콘텐츠가 제공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대부분 우려의 뜻을 나타냈다.
수백 개의 앱만 강조하기 보다 가치 있는 콘텐츠를 수급한다면 시장 점유에 유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지도 재고만으로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서비스 경쟁력이 높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