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회원가입 | ID/PW 찾기

기획/특집

[해설] 왜 한국만 '게임중독' 문제로 논란일까요?

게임문화재단 인터넷게임장애 (IGD) 국제공동연구 심포지엄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김재석(우티) 2019-11-05 10:58:44
'게임을 많이 하는 것'은 뭐라고 부를까요? 지금까지 이것은 게임 중독, 게임 과몰입, 인터넷 게임 장애​(IGD, Internet Gaming Disorder), 게임 이용 장애(GD, Gaming Disorder) 등으로 불렸습니다.

누구는 이를 질병으로 보고, 또 누구는 질병이 될 필요까진 없다고 봅니다. 누구는 Addiction이라고 말하고, 또 누구는 Disorder라고 말합니다. 여러 개념어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게이머들은 내가 좋아하는 게임이 질병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반기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11월 1일, 게임문화재단이 이촌동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인터넷 게임 장애 국제공동연구 심포지엄'이 열렸습니다. 이 이슈를 취재하고 있는 기자도 이런 자리에 가면 쏟아지는 학술용어와 개념에 정신이 대략 멍해집니다.

정신 똑바로 잡고 심포지엄에서 나왔던 이야기를 정리해드리겠습니다. 아울러 게임문화재단이 왜 이런 심포지엄을 열었는지, 앞으로 어떻게 될지도 살짝 예측해보겠습니다. 아래 내용은 쉬운 이해를 돕기 위해 문답식으로 구성했습니다.


 


 

Q. 지난주 금요일 열린 행사는 무엇인가요?

A. 문화체육관광부 소관의 재단법인 게임문화재단이 '인터넷 게임 장애'를 주제로 개최한 학술 행사입니다.
 
게임문화재단은 지난 5월 WHO의 세계보건총회에서 '게임 이용 장애'(Gaming Disorder)를 질병으로 인정한 이래 국제 공동 연구를 진행 중인데요. 바로 이날 학술대회에서 그 중간 성과를 발표했죠. 

심포지엄 연단에는 ▲ 페리 랜쇼(Perry F. Renshaw) 미국 유타대학교 의과대학 정신의학과 교수 ▲ 드로라 유겔룬 토드(Deborah Yurgelun-Todd) 유타대학교 의과대학 정신의학과 교수 ▲ 블라단 스타서빅(Vladan Starcevic) 호주 시드니대학교 의과대학 정신의학과 교수 ▲ 이정 서울대학교병원 어린이병원 통합케어센터 교수가 나왔습니다. 

페리 렌쇼 교수는 인터넷 게임과 관련하여 한국에서 연구된 뇌과학 연구들을 미국의 자료를 가지고 다시 한번 검증하는 연구를 진행 중인데요. 그 중간 결과를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로라 유겔룬 토드 교수는 미국 전역에서 11,500명(연령 : 9-10세)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10년간 진행 중인 사례 중심의 코호트 연구에 대해 말했습니다. 블라단 스타서빅 교수는 WHO의 GD와 APA의 IGD를 비교하는 강연을, 이정 교수는 IGD와 ADHD의 상관관계에 대한 강연을 진행했습니다.

이날 네 명의 연사가 구체적으로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이 기사를 참고해주세요.


Q. ​그런데, GD와 IGD는 다른 건가요?

A. 비슷하지만 달라요. 

GD는 게임 이용 장애(Gaming Disorder),
IGD는 인터넷 게임 장애(Internet Gaming Disorder)입니다.
GD는 WHO가 인정한 장애지만, IGD는 학회가 연구를 목적으로 한 구분입니다.

GD는 WHO(세계보건기구)의 ICD-11, IGD는 미국 정신의학협회(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 이하 APA)의 DSM-5에 수록된 진단 기준이죠. 

게임 이용 장애(GD)

 

게임 이용 장애는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에서 지속적 또는 반복적인 게임행동의 패턴으로 특징할 수 있다.


1) 게임에 대한 통제 기능 손상 (시작, 빈도, 강도, 지속 시간, 종료, 상황)
2) 게임을 일상이나 다른 삶의 관심사보다 더 중요시할 정도로 우선순위를 높이 둠
3)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게임을 지속적으로 플레이하는 것.

이러한 행동 패턴은 개인, 가족 사회, 교육, 직업 또는 기타 중요한 기능 영역에서 심각한 장애를 초래할 정도로 심각하다. 이러한 게임 행동 양식이 최소 12개월 동안 분명하게 나타나는 경우.


인터넷 게임 장애(IGD)

 

1. 게임하지 않을 때 게임 생각을 하나요?

2. 게임을 할 수 없을 때 기분이 나쁜가요?
3. 게임에 많은 시간과 돈을 쓰나요?
4. 게임을 멈추고 싶어도 멈출 수 없나요?
5. 게임 때문에 다른 취미/활동 포기한 적 있나요?
6. 당신 인생에 명백한 문제가 생길 수도 있는데 게임을 계속 하나요?
7. 다른 사람들한테 게임하는 시간을 속인 적 있나요?
8. 부정적인 기분을 내려놓기 위해 게임을 사용하나요?
9. 게임 때문에 직업, 학교, 교우 관계를 잃어버린 적 있나요? 

* 이 중에 5개 이상 해당한다면 IGD.

 

스타서빅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같은 사람에게 GD 기준과 IGD 기준을 적용해봤더니, GD로 진단된 환자는 36명이었지만 IGD로 진단된 환자는 61명이었습니다. 스타서빅 교수는 GD의 기준이 IGD와 비교했을 때 더욱 엄격한 데다, 심각한 장애를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ICD-11 공개 이후 APA는 "정상적인 행동을 병리학화하여 새로운 오명을 만들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낸 적도 있죠. 오히려 게임 과몰입에 대해 "추가 연구가 필요한 양태로 질병으로 분류하기에는 아직 연구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비쳤습니다.


심포지엄의 제목은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GD가 아니라 IGD를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Q. ​이번 심포지엄이 GD가 아니라 IGD를 사용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A. 예. 기자는 그렇게 봅니다. GD가 화제인데 IGD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연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어서겠죠.

WHO의 질병 코드보단 APA의 연구 기준을 밀어주기 위해 선택한 전략으로 보입니다. 의료 일선의 정신의학 연구자 입장에서는 국가별 권고 사항인 데다 실행 전으로 아직은 실효성이 없는 ICD-11보다 DSM-5의 IGD가 더 익숙할 수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게임문화재단의 심포지엄이 WHO의 GD를 패싱하고 논의의 무게를 APA의 IGD로 가져가려는 듯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여기에는 WHO의 ICD-11 자체가 비판을 받고 있다는 점, 국제 공동 연구진이 게임 과몰입과 ADHD(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 사이의 연결고리를 설명하고 있다는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Q. ​WHO의 ICD-11이 무슨 비판을 받고 있나요?

A. ICD-11을 둘러싼 과잉 의료화 논란이 있습니다.

1990년 ICD-10이 나온 지 30년 만에 개정된 ICD-11은 194개 WHO 회원국을 대상으로 2022년부터 발효됩니다. 그리고 이는 국가별 권고 사항으로 반드시 적용할 필요 없죠.

지난 5월 세계 보건 총회에서 WHO는 사망, 건강 위협의 주요 원인이 되는 새로운 현상들이 질병 분류 기준에 빠져있는 점을 고려해 2000년부터 ICD-10 개정 논의를 시작했고 지난해 ICD-11 최종안을 만들었습니다. ICD-10에는 14,400여 항목의 코드가 등재됐지만 이번에는 55,000개의 항목에 코드가 부여됐습니다.

WHO의 세계 보건 총회

 

ICD-11에는 게임 이용 장애뿐 아니라 ▲ 번개에 의한 부상 및 사망 ▲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수집욕 ▲ 꾀병 ▲ 가난 ▲ 강박적 성행위 장애 (Compulsive Sexual Behaviour Disorder) 등이 질병코드를 부여받았습니다. 


정말 다양한 증상과 기타 문제요소('other specified' residual category)가 코드를 부여받았죠. 이마저도 의학적인 문제가 아닌 것을 의학적 문제로 만드는 의료화(Medicalization) 비판에 직면해있습니다. 한편으로는 ICD가 인간에게 위해를 미칠 수 있는 모든 케이스를 백과전서식으로 정리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게임 이용 장애는 강박적 성행위 장애와 함께 '장애'(Disorder)로 분류되어있습니다. 이 장애란, 인간이 겪을 수 있는 증상(Symptom)이나 증상의 요인이 아니라 Disorder, 인체가 정상적인 기능을 할 수 없는 상태를 뜻합니다.

서울대학교 인지과학연구소의 이경민 교수는 과거 한 토론회에서 "아이가 부모와의 갈등, 학업의 압박 등 사회적으로 원인이 있는 것을 '게임중독 때문'이라고 진단해버리면 부모는 가정에서의 책임이 회피되고 의사는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어 서로 편해질 수 있다"며 "과잉 의료화를 경계해야 한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 없이 의료가 장사의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죠.


Q. ​APA의 IGD는 문제가 없는 건가요?

A. 그렇게 보기도 어렵습니다. APA의 DSM-5에 실린 IGD마저 예전 진단 기준이기 때문입니다. APA조차도게임 과몰입에 대해 "추가 연구가 필요한 양태로 질병으로 분류하기에는 아직 연구가 더 필요하다"​는 주장을 폈다고 말씀드렸죠. "게임하지 않을 때 게임 생각을 하나요?", "게임에 많은 시간과 돈을 쓰나요?" 등의 설문은 지나치게 예전 것입니다. 

DMS-5에 공개된 ‘인터넷 게임 중독’(Internet Gaming Disorder)


Q. ​국제 공동연구진은 게임 과몰입을 어떻게 보고 있나요?

A. 게임문화재단이 초청한 공동연구진의 프로젝트가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에 이들 모두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며 신중론을 펼쳤습니다. 언제나 다른 경우의 수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진리의 영역이 아닌 곳에선 신중함을 유지하는 것이 연구자로서의 바람직한 태도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연단에 선 4명의 발표자가 하나같이 강조한 것이 있었으니, 바로 게임 과몰입과 ADHD 사이의 유의미한 상관관계입니다. ADHD와 게임 과몰입, 이것이 지난 심포지엄을 관통하는 키워드입니다.

왼쪽부터 페리 랜쇼 교수, 드보라 유겔룬-토드 교수, 김경일 게임문화재단 이사장, 블리단 스타서빅 교수

- ADHD를 겪는 사람들이 대체로 게임에 깊이 빠진다.
- ADHD와 IGD를 같이 겪는 사람들은 회복도 잘 안 된다.

- ADHD와 IGD를 같이 겪는 사람들에게 ADHD 약물치료를 하면 효과를 볼 '수'도 있다.


페리 교수: 우울증 등 심리 장애를 겪거나 ADHD를 겪는 사람들이 대체로 게임에 더 과몰입하는 경향이 있었다.


드보라 교수: 어린이들의 IT 미디어 사용은 불안 또는 우울 수준과 상관성이 있으며, 인지기능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스타서빅 교수: 현재 학계에서는 '문제적 게임 이용'을 어떻게 개념화해야 할지 논쟁 중이다. 사용자의 다양한 게임 이용 양태가 있는데, ADHD, 우울증, 사회 불안 장애와 함께 살펴 게임이용'장애'와 경계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이정 교수: ADHD와 IGD가 동시에 있는 그룹이 인터넷 게임 장애만 있는 그룹에 비해서 더 낮은 회복가능성을 보였으며 완화도 더뎠다. 3년간의 추적 기간을 통틀어서 확인한 결과, ADHD와 인터넷 게임 장애가 있는 군은 증상이 완화됐어도 게임에 다시금 과몰입할 확률이 5배가량 높았다.

ADHD +IGD는 회복률이 낮고 재발률도 높았으며, 증상 개선도 적어 인터넷 게임 장애가 만성화될 수 있다. ADHD 아동이 약물치료를 하면 인터넷 사용률이 줄어들었다. 

ADHD + IGD 진단군을 모아두고 8주간 약물치료를 병행했다. 그리고 8주 후에 증상이 호전됐나 확인했으며, 호전되지 않을 경우 치료를 연장했다. 연구 결과, ADHD 증상이 심할수록 8주 안에 치료가 끝나는 경우가 적었다.

기자는 현장에서 GD나 IGD가 아니라 ADHD 이야기를 하는 곳이 아니었나 생각이 들 정도로 ADHD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게임문화재단 공동연구진은 앞으로 ADHD와 게임 과몰입 사이의 연결고리를 구체화하는 작업을 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심포지엄에서 공개된 내용이 대체로 '중간' 발표고, 기자의 의학적 소양도 얕기 때문에 연구진의 발표에 대해 얹을 말이 그리 많진 않습니다. 그저 약으로 게임 이용을 줄이는 게 어떤 효용이 있을지 의문이 들 뿐입니다.


사족입니다만 기자는 개인적으로 ADHD가 문제가 되지 않는 사회가 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디지털 네이티브가 주류가 될수록 '이리저리 건너뛰며 관심 있는 정보만 훑는', '한 가지 일에 몇 분 이상 집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기고 이들이 뉴 노멀(New Normal)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합니다. 이 이야기에 더 관심이 있는 분들은 니콜라스 카의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을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Q. ​그래서 게임문화재단은 앞으로 어떤 일을 한대요?

A. 게임문화재단 김경일 이사장 발언에 따르면, 먼저 국제 공동 연구 성과를 학계에 보고하는 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연구 내용을 쉬운 언어로 만들어 많은 계층에게 전달할 생각도 있다네요. 무엇보다 진행 중이던 연구를 잘 마무리하는 게 제일 중요하겠죠. 게임문화재단이 ICD-11의 GD가 질병으로 분류된 것에 대해 특정한 권한이 있는 곳은 아니지만, 장외에서 GD의 문제를 알리는 일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Q. ​근데 한 번 등록됐던 WHO 질병코드가 삭제된 적이 있나요?

A. 네, 있습니다. 

WHO는 1948년 출범했는데요. 이듬해 편찬된 ICD-6에 동성애(homosexuality)​가 인격장애의 일종으로 규정된 바 있습니다. 동성애는 이후 40년 가까이 의학적 질병으로 인정되다가 1990년 세계보건총회에서 질병 목록에서 빠졌습니다. 올해 열린 세계보건총회에서도 트렌스젠더리즘(Transgenderism)이 코드에서 제외된 바 있습니다.

한국게임산업협회 최승우 정책국장도 WHO 총회 결정이 그대로 ICD-11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합니다. 최 국장은 "총회에서 의결된 사안은 매년 10월 열리는 FIC(보건의료분야 표준화 협력센터)라는 협의체를 거치게 된다. 여기서는 총회에서 의결된 사항이더라도 과학적 근거를 이유로 개정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카테고리를 삭제하거나 수정할 수 있다"라며 WHO 총회 결정이 뒤바뀔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죠.


Q. ​외국에선 WHO의 결정에 대해 그렇게 심각하게 보지 않는다던데 사실인가요?

A. 외국 상황을 손바닥 보듯 하지는 못합니다만, 확실히 한국보단 덜한 느낌입니다. 

이건 제가 LA에 출장 갔을 때 이야기인데요. 프레스센터에서 같이 점심 먹으면서 시간 보내던 외국인 기자한테 "WHO가 게임 많이 하는 걸 질병으로 올렸대"라고 하니까 돌아온 대답은 "Whatever"였습니다. 그 기자가 심드렁한 캐릭터였을 수도 있겠지만 당시 제가 예상하던 답변은 아니었습니다.

물론 한국게임산업협회가 미국게임산업협회(ESA)를 비롯해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남아프리카, 브라질​의 게임협회와 WHO의 결정을 반대하는 성명서를 내긴 했습니다만, 확실히 외국은 한국보다 이 문제에 대한 위기의식이 덜한 느낌입니다. 마치 카페인 중독이 질병코드로 등록됐다고 해서 커피업계에서 "산업이 존폐의 기로에 놓였다"고 생각하지 않는 느낌이랄까요?
당시 성명에 동참한 전 세계 게임협회

해외에서 이 문제와 관련해 대책위원회를 꾸리고 활동한단 소식도 아직 듣지 못했습니다. 게임 이용 장애에 대해 해외 게임업계의 주요 인사들의 주장도 한국과는 온도차가 사뭇 다릅니다.

소니의 CEO 요시다 켄이치로(吉田憲一郎) 대표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소니는 게임 과몰입을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 관련 현상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박스 운용 책임자 데이브 매카시(Dave McCarthy)도 한 인터뷰에서 WHO의 결정에 관해 "게임 중독과 관련해 전세계가 논의를 시작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더 건강한 세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죠.


Q. ​왜 특별히 한국만 '게임중독' 문제로 큰 논란이 일고 있을까요?



A. 역사가 있기 때문입니다.

2012년, 정신과 의사 출신 신의진 의원이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합니다. 그 시기 일부 정신의학계는 '중독포럼'을 발했는데요. 이 포럼은 한국을 중독 국가로 규정하고 도박, 알콜, 마약과 더불어 인터넷(게임)을 4대 중독이라고 하며 경제적 손실이 막대하다는 어젠다를 내세웠습니다. 이어 2013년 4월 신의진 의원이 '4대 중독법'을 발의했고, 황우여 당시 원내대표는 게임을 4대악으로 규정했습니다.

중독포럼 핵심 멤버들이 있는 '한국중독정신의학회'는 4대 중독법안을 숙원사업이라고 칭하며 학회 회원들에게 메일을 보냈죠. 4대 중독 입법의 핵심은 국무총리실 산하에 국가중독관리위원회 설치였습니다. 예방, 치료 연구인력 양성을 하면 정신의학계에 이익이 되고 지지부진했던 지방의 중독 관련 센터사업에도 힘이 붙게 됐겠죠.

‘4대 중독법’은 전병헌, 남경필 의원 등 여야 정치인들과 문화체육관광부의 반발로 제동이 걸렸습니다. 그렇게 논의가 끝난 줄 알았는데, 2014년 보건복지부가 정신의학계를 지원하며 게임 질병 관련 연구를 지원해왔죠. '중독포럼'은 정부와 국회가 막히니 다른 방법이 필요했고, 세계적인 권위를 가진 WHO가 돌파구가 됐을 겁니다. 

실제 한국과 중국에서 게임 중독 연구가 가장 활발했고, 한국과 중국 연구진이 WHO에 적극 의견을 개진했다는 게 여러 전문가들의 주장입니다.  제로 지난 5년 동안 게임 중독과 관련해 가장 많은 논문을 발표한 국가는 한국(91편)입니다. 뒤를 이은 것은 중국(85편)과 미국(83편)이었으며, 나라의 크기를 생각했을 때 당연히 인구당 논문 수 역시 한국이 1위였습니다.


최신목록 31 | 32 | 33 | 34 | 35 | 36 | 37 | 38 | 39 | 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