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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넷이즈의 '뒤끝', 녹차 메뉴로 블리자드를 저격하다

아름답고 순순해 보이지만 전혀 다른 꿍꿍이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임상훈(시몬) 2023-01-18 18:31:14

14년 간의 퍼블리싱 계약을 끝내기로 한 넷이즈와 블리자드의 뒤끝 대결이 사내 카페까지 번졌어요. 1월 18일 넷이즈 사내 카페에 신메뉴 '暴雪绿茶​'(폭설 녹차, blizzard green tea)가 등장한 거죠.

 

일단 사내에 붙은 포스터를 보시죠.

 


메뉴 아래 적힌 글을 번역하면 이렇습니다.

 

'오랜동안 수고 많으시고 한잔 드시고 헤어집시다. 바람이 당신이 나갈 길을 인도하고 별들이 당신이 떠나갈 길을 빛추길 바랍니다.'

최근 중국 문화를 모르고 이 내용만 본다면 덕담처럼 읽힙니다. 하지만 중국 유저들 생각은 정반대예요. 관련 이미지를 공유하며 넷이즈의 센스에 크게 웃고 있거든요. '블리자드 녹차'가 단순한 녹차가 아니라 요즘 중국에서 유행하는 특정 멸칭을 자동 연상시키기 때문입니다.

 

과거 우리나라에 '김치녀', '된장녀' 같은 안 좋은 멸칭이 있었던 것처럼 최근 중국에는 '绿茶婊'(녹차표)라는 표현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는 매춘부 등을 뜻하는 한자예요. 영어로 번역하면 'green tea bitch' 정도로 해석됩니다.

 

중국 게임매체 17173 한국 특파원 장천 기자는 '绿茶婊'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모순적인 합성어로 최근 중국에서 널리 유행하는 멸칭이다. 겉으로는 아름답고 순수해 보이지만 전혀 다른 꿍꿍이가 있는 나쁜 여자를 뜻한다."

'폭설 녹차'를 통해 넷이즈는 블리자드가 '겉으로는 게이머를 위하는 척하지만 속으로는 잇속만 챙기는 회사'라고 꼬집는 거죠.

 

그럼 이제 넷이즈 카페의 메뉴판을 한 번 보시죠.

 


아, 포스터와 녹차 가격이 다르네요. 넷이즈 직원은 13위엔이고, 일반인은 25위엔이어서 그렇습니다.

 

그보다 '暴雪绿茶(폭설 녹차) 위에 녹차 라떼처럼 보이는 28위엔짜리 메뉴를 보세요. '暴雪没有心'(폭설몰유심)이라는 음료가 있습니다. 폭설 다음에 '메이요우신'으로 읽는 저 표현은 '양심이 없다'는 뜻이죠. '녹차'보다 더 노골적으로 블리자드를 저격하는 메뉴명입니다.

 

넷이즈가 왜 이렇게까지 블리자드를 저격하는 걸까요?

 

그건 바로 전날 상황을 보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17일 양사는 14년 동안 이어온 퍼블리싱 계약을 더 이상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올해 1월 23일이 중국 내 <WOW>, <오버위치>, <하스스톤> 등의 서비스 마지막 날이죠. 많은 중국 유저들이 우려하고 있죠. 

 

[관련기사: 블리자드, 중국서 철수... "넷이즈 계약중단, 대안 찾을 것]

 

그런데 블리자드 차이나는 1월 17일 오전 갑자기 웨이보에 이런 성명서를 발표했어요.

 

"넷이즈가 기존 게임 서비스 계약을 (6개월) 연장하자는 우리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넷이즈 서비스 중단 공지에 따라 1월 23일 전국 서버 게임 서비스를 중단하게 됐다." 

 

[관련기사: 블리자드 "넷이즈가 계약 연장 제안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비스 중단의 책임을 일방적으로 넷이즈에게 돌리는 행위였죠. 넷이즈는 열받았어요. 계약 연장을 해지하기로 결정한 뒤 이미 블리자드 타이틀을 운영하던 상하이팀을 해체했죠. 최소 인원만 남긴 상황에서 6개월 연장을 요청해와 불가능하다고 했는데, 이렇게 '네 탓'이라고 발표해 버렸으니까요.

 

넷이즈는 17일 저녁 "(블리자드의 제안이) 자의적이고 부적절하며 사업 논리에 부합하지 않다"며 "6개월 연장 제안은 당사가 블리자드 게임 운영팀을 해체한 후에 이뤄진 만큼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발표했고, 다음 날 바로 사내 카페에 이 메뉴를 내놓은 겁니다.

 


전표들 보이시죠. '블리자드 녹차'는 현재 넷이즈 사내카페에서 가장 인기있는 메뉴가 됐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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