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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저성과자 5%에 불이익’ 제도 반발 블리자드 디렉터, 마찰 끝 퇴사

“신뢰 무너뜨리고 창의력 저해하는 제도”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방승언(톤톤) 2023-01-25 16:04:36

액티비전 블리자드 킹(ABK)의 인사평가 제도에 반발한 블리자드의 브라이언 버밍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클래식 공동 디렉터가 회사와의 마찰 끝에 기업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ABK는 직원 성과에 따라 등급을 매기는 스택 랭킹(stack-ranking)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스택 랭킹 시스템은 MS 등 글로벌 테크 대기업 상당수가 차용하고 있는 인사평가 체계로서 전사적 성과 제고를 목표로 한다. 하지만 그 의도와는 정반대로 직원 사기를 꺾고 생산성을 저해한다는 비판도 함께 따르고 있다.

 

ABK의 스택 랭킹 시스템은 중간 관리자 직급으로 하여금 부하 직원의 5%에 달하는 인원에게 최저 등급인 ‘발전 중’(developing) 등급을 매기도록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발전 중’ 등급을 받은 직원은 인센티브 지급, 연봉협상, 승진 기회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버밍햄 전 디렉터는 특정 직원의 등급을 ‘발전 중’으로 하향하라는 지시를 어긴 끝에 결국 해고당했다. 이 사실은 블룸버그의 1월 24일 보도에 의해 처음 드러났으며, 버밍햄은 트위터를 통해 직접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브라이언 버밍햄 전 블리자드 디렉터 (출처: 트위터 @BrianBirming)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버밍햄은 퇴사 전 직원들에게 보낸 내부 서신에서 스택 랭킹 제도에 대한 좌절을 드러냈다. 버밍햄은 최근 몇 년 동안 부하 직원에 대한 ‘발전 중’ 등급 부여를 재량껏 회피해왔다. 하지만 2023년에는 결국 특정 직원의 등급을 ‘성공적’(successful)에서 ‘발전 중’으로 낮출 수밖에 없었다고 서신에서 토로했다.

 

이에 버밍햄의 팀 리드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디렉터들에게 왜 이러한 결정이 불가피한지 물었다. 이에 디렉터들은 “우리 역시 동의하지 않지만, 회사 임원들은 ‘말단 직원을 쥐어짜서 사원 전체가 계속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유를 댔다”고 설명했다.

 

버밍햄은 스택 랭킹 제도를 목소리 높여 비난했다. 서신에서 버밍햄은 “이런 정책은 직원 간 경쟁과 상호 훼방을 부추긴다. 또한, 직원들이 스스로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다른 저성과 팀을 찾아내게끔 만든다. 궁극적으로는 신뢰를 무너뜨리고 창의력을 저해한다”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회사의 결정이 취소되지 않을 경우 퇴사를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서신 내용을 상세히 전한 블룸버그 보도 이후 버밍햄은 보도가 사실이며, 현재 실제로 퇴사한 상태라고 밝혔다. 버밍햄은 “공식적으로 발표할 생각은 없었지만, 뉴스 보도가 이미 이뤄졌으니 분명히 말해야 할 것 같다. 나는 더 이상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직원이 아니며, 가능하다면 회사에 복귀해 내부에서부터 스택 랭킹 시스템에 맞서고 싶다”며 말문을 열었다.

 

버밍햄에 따르면 스택 랭킹 시스템 적용은 블리자드 대표 마이크 이바라의 ‘윗선’인 ABK 임원 차원에서 결정된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대다수 임직원은 이 제도에 실망감을 느끼고 있다.

 

‘발전 중’ 등급에 5%의 직원을 반드시 할당하는 쿼터제가 도입된 것은 2021년 겨울 인사 평가가 이뤄지던 시점이다. 이 시기는 ABK의 3개 자회사 액티비전 퍼블리싱,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그리고 킹의 인사평가 제도가 통합되던 시기이기도 하다.

 

보도 내용이 사실임을 밝힌 버밍햄의 트윗 (출처: 트위터 @BrianBirming)

 

다만 ABK가 일방적으로 스택 랭킹 제도 통합을 강요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버밍햄은 “당시에 세 개 자회사 모두 비슷한 평가 제도를 도입하고 있기는 했다. 아마도 ABK는 이것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5% 할당제를 도입할 동기를 찾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에 블리자드는 할당제 도입에 극구 반대했고, 그 결과 정책 물리기에 성공했다고 여겼다. 더 나아가 같은 해 벌어진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성 추문 이후 회사 내부에 더 많은 변화가 생길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물러선 줄 알았던 ABK는 다시 ‘발전 중’ 등급 5% 할당을 강요했고, 그 결과 현재 상황에 도달했다는 것.

 

한편 버밍햄은 이런 폭로에 나서면서도 자신이 몸담았던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에는 악감정이 없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그는 “내가 알던 블리자드는 ABK에 의해 산산조각이 났고, 이것이 나를 슬프게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ABK는 문제가 많은 모회사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클래식의 <리치왕> 확장팩과 <용군단> 확장팩도 계획보다 빨리 내놓으라고 강요했다. 그래 놓고 거기에 힘쓴 직원들에게 수익 배분(인센티브) 불이익을 준다는 것은 매우 불공정한 일이다. ABK는 스스로를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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