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가 코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그 속에서 콘텐츠 창작자는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
이와 관련된 포럼이 5월 24일부터 26일까지 마련되어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하는 '2023 콘텐츠 산업 포럼'이 그것이다. 올해에는 'AI 시대 콘텐츠 산업'을 대주제로 삼아 정책, 게임, 이야기, 음악, 방송을 다루는 5개이 포럼이 이어지며, 각 분야별로 AI를 통한 변화와 전망 그리고 그 의미와 쟁점을 살핀다.
포럼의 둘째 날인 25일에는 <게임 포럼>이 진행되었다. ‘AI 기술의 집약체, 게임이 만들고 있는 길’을 주제로 크래프톤 버츄얼 프렌즈 팀 손윤선 팀장과 픽셀플레이 개발부의 박성필 부장이 현재 게임 산업에 적용되고 있는 기술 사례에 대해 소개했다.
이후에는 숭실대학교 글래벌미래교육원 미래전략추진위원장인 최삼하 교수를 좌장으로 종합토론 및 질의응답이 진행되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미래정책팀의 금현수 책임 연구원, 그램퍼스의 김지인 대표, 디스이즈게임닷컴의 임상훈 대표가 패널로 참석했다. /디스이즈게임 신동하 기자
크래프톤의 버추얼 프렌드팀의 손윤선 팀장은 '비욘드 게임'을 주제로 크래프톤이 게임에 인공지능을 어떻게 도입하고 있는지에 대해 발표했다.
그에 따르면, 과거 크래프톤은 AI 기술을 본격적으로 도입하지 않았다. 게임 개발 과정에 자동화 도구를 활용해서 프로세스를 간소화시키거나 게임 속 NPC가 인간처럼 행동할 수 있도록 이동 경로를 설정하거나 간단한 행동 반응을 설정하는 데에 쓰였다. 그러나 현재는 여러 AI 기술들을 도입하고 있다.
특히 손 팀장이 이끄는 버추얼프렌드팀에서는 어떻게 하면 AI와 함께 협동 게임을 할 수 있을지 혹은 어떻게 하면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기억을 통합하여 게임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한다. 그는 버추얼 프렌드를 '게임을 같이 플레이할 수 있는 인공지능 친구'라고 소개했다.
이 인공지능이 도입된다면 단기적으로는 게임에 대한 몰입도가 향상될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나를 기억하면서 관계를 쌓아갈 수 있는 친구가 생긴다. 현재 팀에서 개발되고 있는 데모 게임은 두 가지. 게임 속 가상의 연인과 함께 전략을 짜고 게임을 플레이하는 <딥데이트나잇>과 인공지능에 음성인식과 TTS 기술을 더해 플레이어와 NPC가 직접 대화하며 게임을 진행하는 <파인드 뮤>가 그것이다.
픽셀플레이의 박성필 개발부장은 '강화학습의 콘텐츠화'를 주제로 현재 픽셀플레이에 적용하고 있는 AI 기술 사례를 소개했다.
강연에서 그는 인공지능을 강화시키는 과정이 강아지를 훈련하는 방법과 매우 비슷하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강아지가 주인이 원하는 행동을 하면 보상으로 간식을 주고, 그렇지 않은 행동을 하면 벌을 준다. 그에 따르면, 인공지능에게도 이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인공지능은 보상을 많이 얻는 쪽을 선택하게 된다고.
이후 그는 '절차형 인공지능'과 '강화형 인공지능'을 구분했다. 전자는 일반적인 게임에 들어있는 AI를 말한다. 후자의 경우는 인공지능에게 여러 상황에 대비하는 법을 앞서 말한 방법대로 강화 학습시킨 것을 말한다. 그에 따르면, 절차형 인공지능은 사람이 수작업으로 코딩을 하여 만들어 낸 것이기 때문에 파훼법을 찾기가 쉽지만, 강화형 인공지능은 몇 백만 개의 앞뒤 상황을 학습한 상태이기에 대부분의 변화를 예측할 수 있다.
그는 대기업이 만든 MMORPG에서는 이미 강화형 인공지능이 상용화되었다고 전했다. 특히 밸런스를 맞출 때 많이 쓰인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정식 출시 전 개발자들은 '베타테스트'에 대한 딜레마에 빠진다. 안 할 경우에는 밸런스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고, 할 경우에는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이때 강화 학습을 통해 만들어낸 인공지능을 투입하면 손쉽게 밸런스를 잡을 수 있다고 한다.
좌장: 최삼하 숭실대학교 글로벌미래교육원 교수
발제: 손윤선 크래프톤 Virtual Friend팀 팀장
발제: 박성필 픽셀플레이 개발부장
패널: 금현수 한국콘텐츠진흥원 미래정책팀 책임연구원
패널: 임상훈 (주)디스이즈게임닷컴 대표
패널: 김지인 그램퍼스 대표
Q. 인공지능 기술이 어떻게 발달해서 나아갈지가 궁금하다. 긍정적인 시각 부정적인 시각을 두루 말씀해주면 좋을 것 같다.
박성필 부장 : 개발자의 입장에서 지금까지 나왔던 기술들의 활용은 조금 더 긍정적으로 평가되지 않을까 싶다. 테스터들이 많은 테스트를 거쳐야 하는 QA나 밸런스 같은 경우 AI가 대체할 수 있게 될 거다. 이렇게 되면 개발자의 업무가 확실히 줄어든다.
소규모 개발 업체에서는 조금 부담스러울 수는 있다. 이미 게임을 완성하는 데만 많은 스케줄을 빼곡하게 잡아놨을 텐데 거기서 AI 학습을 전담하는 사람을 뽑을 여력이 안될 거다. 그런 경우에는 아마 솔루션을 대행하는 업체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Q. 생산성이 극단적으로 좋아져서 개발자들이 줄어들 때를 많이 가정한다. 한 번에 사라지진 않을 것 같다. 지금 신종 직업으로 나오고 있는 프롬프트 엔지니어처럼 중간에 새로운 직군이 생기지 않을까 싶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박성필 부장: 강화 AI를 도입해서 개발을 편하게 한 것은 맞지만 개발하는 기간이 줄어들진 않았다. 아마 직접 개발을 했어도 비슷한 시간이 걸렸을 것 같다. 그래서 갑작스러운 인력 대체가 일어날 것 같진 않다. 예전에는 개발자와 디자이너를 이어주는 테크니컬 아티스트라는 직군이 있었다. 그와 비슷하게 개발자들이 더욱 편하게 작업할 수 있도록 AI를 학습시키는 직업이 생겨나지 않을까?
Q. 인공지능 기술 이슈에는 윤리와 관련된 것도 있다. MS에서 내부적으로 문제가 있었다고 논문을 쓴 사람을 해고하고 윤리팀을 해체하는 사건이 있었다. 상업적인 논리에 의해서 윤리를 등한시하는 게 아닌가 싶다. 국내 기업에서 이런 사례가 있나?
손윤선 팀장: MS의 윤리팀 해체는 이례적인 케이스다. 많은 회사에서는 오히려 윤리 기준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까 고민하며 윤리위원회를 조직하고 있다. 크래프톤의 경우도 4월부터 윤리 위원회가 만들어졌다. 그곳에서 어떻게 해야 게임성을 해치지 않고 윤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내부 점검은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할지 등에 대해 고민한다. 윤리에는 사실 정답이 없기 때문에 문제에 대해 계속해서 토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Q. 업계에서 기술적 이슈가 나올 때마다 가장 먼저 고민하는 것이 정책 수립과 관련된 것이다. 정부의 지원이나 규제를 포함한 여러 가지 정책 수립 방향에 대해서 간단한 의견 부탁드린다.
금현수 연구원: 게임과 정책 AI가 내부에서도 가장 큰 화두다. AI 정책은 제작 지원과 인력 양성, 정책 연구가 대표적이다. 콘텐츠 진흥원 내에서도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신성장 부문과 신기술 부문을 나누어 관리하고 있는데, 신 기술 부문에는 클라우드, 증강현실, 인공지능이 포함된다. 제작지원도 이에 맞추어 세분화해야 할 것 같다. 앞선 발제에서 확인한 것처럼 제작사의 규모나 장르, 서비스 등에 따라 활용 방안이 정말 다르다. 이들을 카테고리화해서 지원하는 방향도 생각하고 있다.
게임 인재원을 운영하고 있다. 5기 교육과정에서는 인공지능도 배웠다. 배우는 학생들도 수요가 있었고, 가르치는 사람들도 지금이 적기라고 말한다. 이를 보면 민간 교육도 시장이 형성되되 않을까?
정책연구는 공공부분 활용에 집중되어 있다. 특히 작년과 올해 들어서 기존의 콘텐츠와 연계해서 산업에 활용해야 한다는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쟁점은 과기부와 정보통신 분야에서 적절한 방안을 찾아 주리라고 생각한다.
Q. AI에 대해 중소 게임 개발사만이 느끼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하면 빠르고 효율적으로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솔직한 견해를 듣고 싶다.
김지인 대표: 캐주얼 게임을 개발하는 입장에서는 개발 방식의 효율화가 가장 크게 다가온다. 현재 요리 게임을 개발하고 있는데 평소 같으면 콘셉트 비주얼을 뽑는 데에 2-3주가 걸렸는데, 이제는 1분이면 프로토 타입을 만들 수 있다. 이를 통해 효율적인 비즈니스 플로우를 잡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특히 QA를 운영하는 과정 속에서도 많은 부분에서 AI를 사용하고 있다.
작은 회사일수록 버틸 수 있는 체력이 한정적이라 버티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소규모의 스타트업일수록 신기술들을 많이 활용해서 효율적인 프로세스로 개발하는 움직임이 필요한 것 같다.
Q. 인공지능 기술로 게임 속 유저들의 행동을 분석하는 것은 이미 여러 분야에서 시도된 것이다. 그러나 실제 게임 콘텐츠에서 어떻게 적용하는지에 따라서 사용자 경험을 망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개발자의 원래 의도와는 조금씩 달라질 테니 말이다.
김지인 대표: 사용자가 게임을 할 때 어려운 스테이지가 나오면 AI로 그 패턴을 분석해서 조금 더 쉽게 풀어주고 있다. 그 뿐만 아니라 현재 메타 디비전에서 이마트 24 앱을 공동 개발 후 퍼블리싱하고 있는데, 상품 큐레이션에 인공지능 모델을 활용하고 있다. 성별, 연령별 그리고 지역별 타깃에 맞추어서 상품을 노출시키는 모델이며 높은 적중률을 보여주고 있다.
Q. 인공지능 기술이 점프하듯이 발전하면서 개발의 방법론도 변화하기 시작되었다. 인공지능 기술이 개발사들의 단순한 도구로 활용될 것인지 혹은 어떤 개발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 놓는 계기가 될지 궁금하다.
임상훈 대표: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뀔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에도 VR, 메타버스, NFT가 나왔을 때 모두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 당시와 인공지능은 다른 지점이 있다. 우선, MS나 구글 같은 메이저 회사들이 이쪽에 완전히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앞으로도 계속 발전해 나가는 상황이 벌어질 것 같다.
이에 두 가지 측면이 추가된다. 하나는 기회를 놓치면 앞으로도 계속 견디지 못할 것이라는 관점이고, 또 하나는 코로나로 인해 매출이 떨어진 상황에서 개발 비용을 줄여야 한다는 급박한 상황이다.
다시 보면, 모바일 게임이 나왔을 때와 비슷한 것 같다. 개발이 편해지고 유통이 자유로워졌다. 당시에는 '개발 민주화'라는 단어가 유행할 정도로 엄청나게 많은 게임이 쏟아졌다. 이에 <리그 오브 레전드>가 전 세계적으로 붐을 일으켜 많은 회사들이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때 빠져나간 사람들이 또 많은 스타트업을 만들었다.
그때처럼 게임은 굉장히 많이 쏟아지지만 게임 회사들이 경쟁 상황을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같다. 여러 회사들이 자체 인공지능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MS의 경우에는 13조 원을 썼다. 그리고 한 번 이용할 때마다 10센트씩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이에 대한 솔루션이 만들어질 것이다. 이 과정이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 적응하는 데에도 시간이 걸리겠지만, 적응을 쉽게 만드는 솔루션 또한 나올 것이다.
Q. 이어서 질문한다. VR과 메타버스가 나왔을 때도 사실 많은 개발사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그런데 그 기술들이 연속성을 가지고 발전하지 못하고 다시 새로운 기술이 나오며 하루아침에 담론 자체가 사라지는 현상들이 있었다. 이들과 인공지능은 근본적으로 무엇이 다른가.
임상훈 대표: 유저와의 접점이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VR과 메타버스는 모두 오프라인 세상과는 관련이 많이 없었다. 그러나 AI의 경우는 큰 회사, 작은 회사, 개인을 가릴 것 없이 모두 함께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미래가 그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된다.
Q. 인공지능을 잘 활용할 수 있는 회사들과 그렇지 못한 회사들의 격차가 계속 벌어질 것 같다. 이는 학자들도 지적하는 부분이다. 그런 측면에서 작은 회사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박성필 부장: 아내와 둘이 개발을 하고 있는데 재미있는 기술을 보면 하고 싶다. 생각보다 많은 개발사들이 돈은 제쳐 두고 자신의 드림 게임을 만들고 있다. 결국 자기가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는 것 같다. 다 공부를 한다고 모두 성공할 수는 없다. 그래도 스타처럼 떠오르는 회사가 있다면 재미있어서 하고 있는 곳일 것 같다.
김지인 대표: 플랫폼이 고도화되며 양극화는 계속 심화될 것이다. 큰 회사와 작은 회사는 전략적인 방향이 다르다. 회사가 작으면 작을수록 핵심 가치가 중요하다. 게임 고유의 디엔에이를 생각해야 한다. 디렉터의 역할이 중요한 것 같다. 아이피와 브랜딩을 확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