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든어택>이 요즘 뜨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국내에는 <스페셜포스>가 선점해서 더 이상 다른 FPS게임이 끼어들 여지가 없을 것이라 여겨지던 요즈음, 무서운 성장세로 유저층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오픈 초기 국내 시장에서는 비슷한 장르의 게임이 동시에 인기를 얻기가 상당히 어려울 것이다라는 정설을 정면으로 깨버린 것이다.
다른 게임에 비해서 획기적인 시스템을 채용했나? 혹은 파격적인 그래픽을 가지고 있나? <서든어택>의 인기 요인은 이렇게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게임 내부에 숨어있다.
사양을 낮춰 진입장벽을 낮췄다
<서든어택>의 첫 인상은 최신 게임에 눈이 높아진 이들이라면 불만을 토로할 만한 수준이다. 특히 일반적으로 FPS는 다른 장르보다 최신기술 도입이 빠르고 유저들의 현재 컴퓨터 사양에 한숨을 자아내게 할 만큼 고사양을 요구하기에 <서든어택>의 그래픽적인 부분은 모든 그래픽 효과 옵션을 켠다고 할지라도 신선하다거나 매력적인 요소를 찾기 어렵다.
게임 도중 총을 들고 이동하는 캐릭터의 모습이나 총에 맞았을 때 뒤로 튕겨져 나가는 애니메이션 등은 자연스러울지 몰라도 배경그래픽의 밋밋함과 단조로움을 커버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이런 ‘기대에 못 미치는 그래픽’을 바꿔 생각하면 ‘저사양에서도 돌아가는 게임’이라 해석할 수 있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다.
저사양에 최적화된 FPS게임. 스크린샷은 순식간에 시야를 가린 플래시뱅.
다른 캐릭터가 나를 쏘기 전에 내가 먼저 발견해고 쏘는 것이 목적인 FPS 게임에서 높은 프레임 수치는 자신의 실력과도 직결되는 부분이다. <서든어택>은 최신의 게임을 버겁게 돌리는 한물간 PC에서도 원활히 실행할 수 있는 진입장벽이 낮은 FPS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한물간 그래픽을 한물간 컴퓨터에서도 못 돌리도록 하는 한물간 최적화라면 욕먹어 마땅하다. 하지만 장르의 특성에 맞게 최적화를 잘한 것은 점수를 후하게 줄 수 있는 부분이다.
서버를 선택해 서버별 채널 선택화면에서부터 게임 실행 전 로비 화면까지의 과정은 주요 사용기능 버튼들을 직관적이고 통일성 있게 배치해 편의성을 높였지만 전반적으로 너무나도 무겁게 표현되어 있어 게임의 분위기마저 다소 어둡게 만드는 부분은 아쉬운 부분이다.
기본에 충실
밀리터리류 FPS가 나오면 가장 먼저 살펴보게 되는 것이 바로 ‘총을 쏘는 느낌을 얼마나 잘 살렸는가’라는 부분이다.
실제 존재하는 무기를 소재로 게임이 제작된 것인 만큼 과연 마우스 클릭을 통한 총알 발사가 실제 총을 사용하는 것만큼의 ‘손맛’을 느끼도록 해 주는 것에 따라 게임의 기본적인 완성도와 재미의 잣대가 결정되는 것을 피할 수는 없다.
이러한 타격함, 흔히들 ‘손맛’이라고 하는 느낌을 느끼도록 하는 요소는 단순히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대략적으로 정리해보더라도 내가 총을 쏠 때 얼만큼 총이 반동을 하면서 움직이는지, 총의 반동으로 인해 총알이 얼마나 잘 타깃에 박히는지, 총알이 나갈 때 총성은 어떤지, 총알이 상대방에게 명중했을 때 상대방은 또 어떤 애니메이션으로 반응하는지, 그에 따른 타격음은 어떻게 나는지 등 상당히 많은 요소가 이 ‘손맛’을 위해 사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면에서 <서든어택>은 그 동안 나왔던 국산 FPS게임들 중에 상위권으로 속한다. ‘손맛’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는, 타깃 캐릭터의 리액션(반응)과 혈흔(핏자국) 효과, 거기에 입혀진 타격음은 상당히 훌륭하다.
또한 짧은 시간 안에 두 명, 세 명을 죽였을 때 나오는 ‘더블킬!!’, ‘멀티킬!!’ 등의 사운드나 상대방의 머리를 맞춰 킬에 성공했을 때 나오는 ‘헤드샷!!’ 등의 양념 음성도 게임에 위화감 없이 잘 어울려져 흥을 돋군다.
도전의식을 자극하는 게임방식
<서든어택>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무기를 활용해 아군을 제외한 다른 이들을 제거한다’는 FPS의 기본룰을 잘 따른다.
유저는 ‘폭탄미션’과 ‘팀 데스매치’ 2가지 방식의 게임타입 중 자신이 원하는 방을 만들거나 이미 만들어져 있는 게임룸에 들어가 각 방의 목표 달성 수치를 채워서 경험치와 게임머니를 획득할 수 있다.
‘폭탄미션’ 방식의 경우 우리가 이전에 익히 알고 있는 <카운터 스트라이크>의 기본 게임방식과 동일하다. 폭탄을 맵의 특정 존에 설치해 폭탄이 터트리는 것이 목적인 레드팀과 폭탄을 설치하려는 이들을 저지하는 것이 목적인 블루팀으로 나뉘어 각 라운드별로 승패를 결정해 특정 라운드 이상을 이기면 승리하는 것이 목적인 것이다.
폭탄미션은 <카운터 스트라이크>와 유사하다.
둘 사이의 차이점이라면 <카운터 스트라이크>의 경우 라운드별로 설치하는 폭탄을 가지고 있는 팀원이 랜덤하게 설정된 한 명인데 반해, <서든어택>은 해당 팀원 모두 폭탄을 가지고 시작을 해 폭탄설치가 한결 용의하는 점 정도이다. 이 모드의 경우 개개인의 적군 킬보다는 팀워크가 더욱 중요시되기 때문에 팀원과 떨어져서 개인의 행동을 펼치다가는 손쉽게 죽을 수 있어 항상 팀과 함께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하나의 모드인 ‘팀 데스매치’는 레드팀과 블루팀으로 나뉜 팀원들끼리 상대방 팀원들을 없앤 킬수의 총합을 일정 시간 동안 달성하느냐에 따라서 승패가 결정되는 방식이다. 팀워크보다는 개개인의 실력에 따라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각 게임타입에 따라서 맵이 완전히 분리되어 있으며 서로 정반대의 성격을 띄고 있어 나름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이 중 <서든어택>의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는 부분은 바로 ‘팀 데스매치’다. ‘팀 데스매치’의 경우 경기에 들어서자마자 팀원 인원 밸런스에 따라서 자동으로 팀이 결정되어 게임이 진행되고 있는 도중에 난입이 가능해 언제든지 게임에 바로 바로 참가해 즐길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는 그간 동종의 장르에서 가장 큰 인기를 구사했던 <스페셜포스>에서의 팀전 진행방식인 ‘이미 게임 중인 방에는 난입이 불가능하며 대기중인 방에서 적당한 인원이 들어오기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것에 비해 상당히 쾌적한 게임 시작을 할 수 있도록 해준다.
또 ‘팀 데스매치’를 진행하고 있는 도중에 캐릭터가 사망할 경우 얼마간의 대기시간만 지나면 자신의 팀 리스폰 위치에서 다시 부활된다. 따라서 ‘폭탄미션’ 타입이나 여타 동일 장르의 타 게임들에서 자신이 사망한 후 리스폰 될때까지 그저 대기하면서 다른 이들의 플레이를 멍하니 지켜봐야만 하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점도 성질 급한 우리나라 사람의 취향을 적극 반영했다고 할 수 있다.
캐릭터가 죽더라도 계속 리스폰된다.
이러한 게임 진행 방식 덕분에 손쉽게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게임에 참가할 수 있고, 캐릭터가 사망하더라도 얼마 안 있어 다시 완전한 체력과 총으로 무장한 채 ‘다시 고고고’를 외치도록 하는 만용을 마음껏 부리도록 해 준다.
또 각 방의 목표가 달성되어 마지막으로 그간 개인의 성적에 따라 지급되는 경험치 & 게임머니 역시 팀의 승패 여부보다는 개개인의 킬 횟수 / 다이 횟수에 따라 환산되기 때문에 다소 불협화음의 팀원을 만났다고 하더라도 해당 게임을 끝까지 플레이하도록 하는 동기를 부여해준다. 라운드별로 팀의 성적에 따른 판가름을 하는 폭파 미션의 결과보다도 훨씬 직관적이고 억울함을 느끼지 않는 방식이다.
친절한 ‘서든’ 씨는 라이트 유저를 좋아해
하지만 게임방식에서 이렇게 쉬운 접근방법과 부담 없는 도전 기회를 준다고 하더라도 그간 우리나라에서 이 장르의 게임이 성인 남성 유저들의 주타깃일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다.
바로 게임 기본 조작이 키보드를 통한 캐릭터 움직임과 마우스를 통한 시점 변환을 동시에 해야 함으로써 흔히 말하는 ‘게임 초보자’가 익숙해지기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또 사실성을 바탕으로 둔 밀리터리류의 FPS 경우 사실성에 근접하기 위해 총을 연사할 때 총의 반동으로 인해 제대로 타깃을 맞추기조차 어려웠다.
정조준만 한다면 연사를 해도 총구가 심하게 흔들리지 않는다.
이러한 요소들 때문에 처음 FPS에 입문하더라도 제대로 쏴보지도 못하고 계속 뻗어버리는 자신을 답답해 하면서 쉽사리 입문하지 못한 ‘반 FPS 유저’들이 필자 주변에만 하더라도 상당히 많았다. 이런 점들을 제작사에서는 FPS의 대중화를 막는 걸림돌이라고 생각을 했는지 그들을 위해 <서든어택>에서는 그간의 여타 게임과는 다른 튜닝결과를 만들어냈다.
총기의 반동을 여타 게임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게 줄임으로써 ‘중앙의 크로스헤어에만 맞춰서 잘 쏘면 맞는다’라는 룰을 유저들에게 심어주었다. 따라서 기본 조작만 어느 정도 익힌 후 팀 데스매치에 들어온다면 어렵지 않게 자신의 킬수를 올리는 기쁨을 느낄 수 있다.
쉬운 조작을 통한 다른 유저킬의 재미는 총의 사용뿐만 아니라 폭탄의 능력치에서도 느낄 수 있다. <서든어택>의 폭탄은 리스폰 되었을 때 모든 플레이어들에게 한 개씩 주어지며 파워가 상당히 강력하다. 따라서 폭탄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만 익힌다면 적들이 모여있을 법한 위치에 적당히 던짐으로써 여러 명의 적들을 단 한 방에 제거하는 쾌감까지 종종 느낄 수 있다.
'정확히 쏘면 정확히 맞는다'가 이 게임의 모토
여기에 <서든어택>에는 캐릭터가 사망했을 때 그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무기를 바닥에 떨어지는 데 이 때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무기를 버리고 버려진 무기 위로 지나감으로써 무기를 주울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
저격총을 들고 진입했다고 하더라도 그 스타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돌격형 무기를 다시 바닥에서 주움으로써 손쉽게 스타일 전환이 가능한 것이다. 이미 다른 게임에도 존재하는 시스템이라서 신선하지는 않을 지 몰라도 다양한 총을 사용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은 물론 상황에 따른 전략적인 활용까지 가능토록 해 보다 쉬운 게임접근을 돕고 있다.
오죽하면 게임 내 음성까지 한글화버전/영문버전 선택할 수 있는 옵션까지 놔뒀겠는가! 정말 <서든어택>은 가히 ‘친절한 서든씨’라고 불리우기에 충분하다.
<서든어택>이 아무리 쉽게 만들어졌다고 해도 저격은 역시 어렵다.
수중에서 총 쏘는 맛
<서든어택>에서는 밀리터리 류를 표방하고 있지만 사실성보다는 게임성에 포커스를 둔 게임이다 보니 수중에서 적과 총구를 겨루는 수중전까지 가능하다.
수중전의 매력은 느린 움직임에 있다.
물 속에 들어가면 산소게이지가 작동해 일정 시간까지만 잠수를 할 수 있는 제한이 있다. 오랜 시간 잠수를 할 것이라면 늘 산소게이지에 신경을 쓰며 전투를 해야 하며 캐릭터 움직임이 지상에서보다 더 느리기 때문에 총알을 피하기가 더 어려워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거기에 물속에서는 총알 한 발 한 발 날아가는 궤적이 총알 뒤쪽의 기포로 보인다거나, 혈흔이 물에 퍼지거나 사망시 시체가 물 위에 둥둥 뜨는 등 그래픽 효과 역시 충실히 재현했으므로 근처에 물이 보인다면 꼭 한 번쯤은 빠져서 적을 기다려보라고 권하고 싶다.
수중에서 사망하면 시체가 물위에 둥둥 뜬다.
친절한 ‘서든’ 씨~ 근데요~
지금까지 초보자를 배려하는 여러 가지 ‘친절함’을 장점으로 내세웠지만 개인적으로 조금 더 고유의 색깔을 강화했으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FPS라는 게임 자체가 워낙 틀이 갖춰져 있는 장르인 만큼 게임의 룰이 한정적이라고 할지라도 <서든어택>을 플레이하다 보면 이 녀석만의 매력이 무엇인가라고 반문할 때가 종종 있다. 초보들을 지나치게 배려한 탓에 고수의 영역이 화려한 움직임을 통한 크로스헤어를 최소화한 움직임에 따른 조준의 명확함보다는 ‘원거리 저격의 신속함’처럼 극히 한정적일 수 밖에 없다는 부분도 상당히 아쉽다.
<서든어택>에서는 칼을 들고 뛴다고 해도 움직임이 빨라지지 않는다.
고수들이 초보자들에게도 쉽게 당할 수 있다는 점이 어찌 보면 고수로서의 실력 성장폭이 타 게임에 비해 낮다고 느끼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는 요소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맵이 보다 입체적이고 다양한 루트가 나올 수 있는 요소들을 강화해 밸런스를 맞춘다면 고수들만의 영역이 더 확장될 수 있지 않을까 예상한다.
또 수중전이라는 요소가 도입되었다면 맵 일부분만 할애되는 방식이 아니라 다소 극단적이지만 맵의 90%가 수중에 있으며 나머지 10% 구간이 군데군데 숨을 쉬는 공간으로 나눠 수중전만의 매력을 강화하는 등 <서든어택>만의 고유 매력을 더 살리는 맵이 존재한다면 고유의 게임성이 더 살아날 수 있는 요소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고유의 색깔 강화하기가 필요
필자는 이 글을 쓰면서 <서든어택>이 오픈한 초기, 정확히 말하면 요즘처럼 큰 인기를 끌기 전이 싱글플레이 관점에서 리뷰가 썼다면 분명 본문의 내용은 다소 바뀌었을 지 모를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독창적인 부분을 찾기 힘든 게임 시스템, 밋밋한 그래픽, 초보자를 지나치게 배려해 고수로서 능력을 보여주는 부분이 저격의 활용 등 극히 일부분일 수밖에 없는 점 등은 결코 같은 장르의 다른 게임들과 비교할 때 부족한 부분이 많은, 아쉬운 게임임에는 분명하다.
사망한 적에게 장난을 칠 수 있는 것은 <서든어택>만의 특징.
하지만 게임이라는 것은 예술작품이 아닌 놀이수단의 한 도구이다. 첨단의 그래픽과 참신한 기획은 새로운 놀이공간을 제공해줄지는 몰라도 재미있는 놀이공간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이런 면에서 <서든어택>은 상당히 괜찮은 게임이다.
기존의 국내 유저들이 FPS게임을 하면서 느꼈던 접근성의 어려움, 대기 시간이 길어 느끼는 따분함 등을 잘 잡아내 게임에 반영함으로써 우리 나라 정서에 잘 부합하는 FPS를 개발한 것이라 생각한다. 쉬운 접근방식을 내세워 많은 유저들을 끌어 모은 데 성공한 지금, 지속적으로 유지를 하기 위해 지속적인 맵 업데이트와 <서든어택>만의 고유 색깔을 더 발전시키는 것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현재까지의 버전으로도 지금까지 총 쏘는 장르의 게임을 어렵다고 여기고 있던 이쁜이 누님들이나, 처음 FPS에 입문해 남들에게 죽임을 당하고 다시 부활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제대로 손맛을 맛보지 못한 옆집 순돌이에게 <서든어택>은 한 번쯤 맛보게끔 권하고픈 게임임에는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