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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디아블로 2: 레저렉션' 콜라보 맥주 시음기

그럼 자네가 업무 시간에 맥주 마신 건 말이 되고?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김재석(우티) 2021-10-05 16:18:53

10월 1일, 블리자드 코리아와 맥파이 브루잉 컴퍼니가 <디아블로 2: 레저렉션> 출시를 기념하며 한정판 맥주 세트를 내놨습니다. 판매가 9만 원에 5병의 수제맥주가 들어간 콜렉션으로 '호라드림의 함'에 담겨있는 다섯 악마를 다섯 악마를 테마로 했습니다. <디아블로 2>의 보스를 맥주로 형상화한 것이죠.

 

편의점 냉장고에서도 어렵지 않게 곰표맥주를 볼 수 있듯, 콜라보레이션 주류는 시장의 트렌드가 된 지 오래입니다. 2년 전 디아지오는 HBO와 손잡고 <왕좌의 게임> 한정판 싱글몰트 위스키를 냈는데, 스타크 가문은 달위니, 타르가르옌 가문은 카듀와 매칭됐죠.

 

미국의 블리자드 본사에서도 2016년 블리즈컨을 기념해 에너하임 소재 양조장과 <디아블로> 20주년 기념 맥주를 내놓았습니다.

 

왼쪽의 스타크 문양이 새겨진 병이 <왕좌의 게임> 콜라보 달위니입니다.

 

# <디아블로>와 맥주? "잠시 내 이야기 좀 들어보게나"

<디아블로>와 맥주는 제법 말이 되는 조합입니다. 중세 유럽의 수도사들은 여러 이유로 수도원에서 술을 만들어왔는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맥주' 타이틀을 지니고 있는 바이엔슈테판도 1040년 베네딕토회의 수도원에서 출발했습니다.

 

<디아블로>의 줄거리를 거칠게 요약하자면, 천사와 악마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입니다. 호라드림은 성기사와 사제들이 모인 일종의 결사대로 등장하며, 선지자 아카라트의 자카룸 교단은 게임 스토리의 키워드입니다.

 

바알, 디아블로, 메피스토 등 지옥의 대악마를 콘셉트로 한 맥주를 라자루스 대주교, 마녀단 등 시리즈 내 악마 숭배자들의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마시면 또 다른 재미를 느끼실 수도 있을 겁니다. 

 

제주도에서 맥주를 양조하는 맥파이에게 악마 숭배의 의도는 당연 없었겠습니다만, 다섯 액트의 보스를 맥주로 만든 것은 시리즈 팬에게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호라드림의 상자' 한정판 수제맥주


 

# 그럼 한 번 마셔보자!

구매를 고민 중이거나, 수중에 박스를 넣었어도 선뜻 개봉을 꺼리는 분들을 위해 기자가 다섯 병의 맥주를 골고루 시음해봤습니다. 옛말에 낮술에 취하면 '양친 인지 불능 지경'에 이른다는데, 정신을 바짝 붙잡고 시음기를 남깁니다.

  

병은 소장 가치가 있어 보인다.

 

먼저 다섯 병의 맥주와 표기된 노트는 아래와 같습니다. 

 

(좌측부터)


안다리엘 : 고뇌의 여제 - 8.5% ABV

Green Stout with Mint Chocolate

 

두리엘 : 고통의 왕자 - 6% ABV

Blue Lager with Eucalyptus

 

메피스토 : 증오의 군주 - 7% ABV

Sour Ale with Raspberry & Coconut

 

디아블로 : 공포의 군주 - 10% ABV

Imperial Stout with Cacao, Vanilla, Cinnamon & Spicy Pepper

 

바알 : 파괴의 군주 - 10% ABV

Belgian Golden Strong


안다리엘은 쓰여있는대로 '민초' 맛을 구현한 스타우트로 "안다리엘의 고통스러운 공격을 암시하기 위해, 독을 상징하는 초록빛 맥주와 더불어 복잡한 맛으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라고 합니다. 

 

시음 결과, 설명대로 고뇌할 수밖에 없는 맛과 빛깔을 자랑하는데, '민초'보다는 '합성풍' 커피껌 맛 피니시가 강하게 남습니다. 민초에 반감이 없는 기자마저 실망시킨 맛입니다. 8.5%라는 도수와 쓴맛을 감추기 위해서 유당이 들어간 탓에 텍스쳐도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좋은데이에서 나온 민트초코 소주는 희석식 소주의 알콜 부즈를 조금이라도 지워보겠다는 의도가 감지되는데, 수제맥주를 표방하는 안다리엘은 잘 모르겠습니다.

 

두리엘은 "냉동 공격을 푸른빛의 색과 맛으로 재현한 맥주"라는데요. 오히려 이쪽이 안다리엘보다 맨솔의 강력함이 두드러집니다. 입안이 시원해지는 맨솔의 화한 맛과 씁쓸한 홉의 맛과 어우러지는데, 안다리엘처럼 단맛이 팔레트부터 치고 들어오는 것은 상대적으로 덜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잘 만든 맥주냐고 묻는다면 '마니악한 맥주 취향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글쎄...' 라고 대답하겠습니다. 설명서의 "유칼립투스를 사용한 라거"는 그다지 느껴지지 않습니다. 라거 특유의 탄산감이 빼어나지도 않고, 맨솔의 향과 맛이 지배적이라 리스테린을 처음 사용했을 때의 고통을 연상케 합니다. 베이스는 쌀 라거라는데 (한맥도 그렇고) 쌀로는 굳이 맥주를 만들지 않아도 좋겠습니다. 

 

메피스토는 사워 에일(Sour Ale) 계열의 맥주로 "라즈베리와 코코넛을 사용하여 증오의 사원의 붉은 강물을 연출"했다고 합니다. 다섯 병의 맥주 중 증오를 쌓는 데 가장 효과적인 맛이었는데요. 라즈베리의 신맛이 모든 것을 덮는 가운데, 코코넛 맛이 혀에 깔리면서 요상한 비율의 말리부 칵테일을 먹는 듯했습니다. 

 

도수는 7도였는데, 속이 쓰릴 정도로 신맛이 강했기 때문에 같은 박스의 맥주와도 어울리지 않았고, 개별 맥주로도 극한의 취향을 탈 수밖에 없는 맛이라고 보여집니다. 베리의 상큼함을 코코넛이 가로막고 있었기 때문에 사워 에일로도 불합격입니다. 음, 맥주가 아니라 츄하이나 하드 셀처라고 생각하면 매력적일지도 모릅니다.

 

시계 방향으로 메피스토, 안다리엘, 두리엘


# 그나마 먹을 만한 '디아블로'와 '바알'

 

임페리얼 스타우트인 디아블로부터는 점점 먹을 만해지는데, "묵직한 단맛과 고추, 카카오닙스, 계피 그리고 바닐라의 밸런스로 완성"됐다고 합니다. 카카오닙스의 단맛과 스파이시의 향미가 (앞의 세 병에 비해서) 마실 만한 수준으로 배치됐습니다.

 

가볍고 마시기 편한 느낌이라기보다는 고도수의 진한 맛이 인상적인 맥주입니다. 이 장르에서 가장 유명한 올드 라스푸틴과 비교했을 때 단맛과 매운맛은 강하고 거품이 주는 크리미함과 과육 노트는 적습니다. 저라면 올드 라스푸틴을 사 먹겠습니다.

 

최종 보스 바알은 듀벨(Duvel)과 비슷한 장르의 벨지언 골든 스트롱입니다. 과거 맥파이가 '시너'라는 이름으로 출시한 적 있는 맥주로 드라이하게 입에 들어와서 제법 달콤한 여운을 남기고 사라집니다. 앞서 세 종류의 강력한 가향 맥주를 마신 탓에 맛이 제대로 느껴지지 않았습니다만, 분명 가장 마실 만했습니다.

 

또 상자 안에는 냉장 보관 후 신선하게 마셔야 훌륭한 맛을 즐길 수 있다고 적혔는데, 경험상 이런 맥주는 상온보다 살짝 낮은 온도에서 마셔야 복합적인 맛을 두루 즐길 수 있습니다. 패키지 안에 각각의 맥주를 즐기는 법을 조금 더 자세히 설명을 해주었다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습니다.

 

1병에 18,000원 하는 맥주라면 보다 자세한 음용법을 소개해야지 않을까?

 

 

# 먹을 수 있는 제품보다는 수집품에 가까운 '맥주'

 

결론적으로 맥파이와 블리자드 코리아의 수제맥주 콜렉션은 음용성이 떨어집니다. 기자가 전설적인 주류 평론가 마이클 잭슨 같은 혀를 가지고 있진 않지만, 커피껌 맛이 나는 초록색 스타우트나 가글 같은 블루 라거는 '보스 몬스터의 콘셉트에 너무 심취한 거 아닌가' 싶었습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사견에 불과하며, 누군가에겐 행복한 맥주 콜렉션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나름 애호가를 자칭하는 기자에게는 기대에 못 미치는 맛이었습니다. 맥주를 나눠 마신 동료들도 대체로 기자와 같은 평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제품의 맛을 크게 고려하지 않고 이벤트성 콜라보에 집중한 결과로 보입니다. 솔직히 맥주를 즐기는 일반인의 입장에서 맛을 고려한다면 매우 하드코어한 맛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맥주는 대중성을 고려한 맛이 아니라, 게임의 스토리텔링을 통해 메인 소재인 <디아블로 2>의 악마를 '과감하게' 연출하는 것이 목적이었으니까요. 

 

어지간한 하드코어한 맥주 마니아가 아니라면, <디아블로> 수집품 느낌으로 구입하는 것을 권합니다. 만약 <디아블로 2>의 악마들이 이 맥주를 시음할 수 있다면 자랑스러워할 듯합니다. 자기 자신을 이렇게 제대로 표현했다는 점에서 말이죠.

 


맥주를 마시는 것으로 지옥 여행을 하는 것보다 직접 지옥으로 뛰어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맥주도 19세 이상 음용이 가능한 주류이고, 게임도 19세 이용가인 만큼 이 기사 원문에 댓글을 남겨주신 19세 이상 독자 10명을 대상으로 <디아블로 2: 레저렉션> 디지털 코드를 제공합니다. 

 

당첨자는 오는 10월 8일 오후 6시에 (TIG 유저는 쪽지로, 페이스북 유저는 메시지로, 네이버 댓글 제외) 개별 발표 및 전달할 예정입니다. 당첨자 확인 시 19세 이상 본인임을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 등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업데이트: 2021. 10. 08 PM 9:40]

이벤트 종료와 함께 당첨자를 선별해 모두 개별 통보해드렸습니다.

당첨자 실명 및 나이 인증 절차로 인해 늦게 발표가 나간 점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당첨된 10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일부 블라인드 처리를 했습니다. 

 

박인*, 이*선, 방기*, 박*용, 이*민

홍성*, 박찬*, 이수*, 한동*, 황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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