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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TIG 퍼스트룩] 어느 뱀파이어의 소소하고 고단한 생존기, V 라이징

방승언(톤톤) 2022-06-27 09:51:13

세상은 넓고 게임은 많습니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 15년 역사의 게임 전문지 디스이즈게임에서

어떤 게임이 맛있는지, 맛없는지 대신 찍어먹어드립니다. 밥먹고 게임만 하는 TIG 기자들이 짧고 굵고 쉽게 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 TIG 퍼스트룩! 


‘백작’은 평소보다 무거운 몸을 석관 밖으로 힘겹게 꺼냈습니다. 벌써 달이 중천입니다.

늦잠을 잤으니 영 귀찮게 됐습니다. 조금만 일찍 나섰으면 벌써 개울 건너 산적 캠프를 한껏 털고, 내키면 그 옆의 구리 광산까지 지분거리고 나왔을 터입니다. 아아, 탓할 것은 게으름뿐입니다.

생각해보니 이게 전부 고작 숫돌 하나를 만들 줄 몰라 생긴 일입니다. 숫돌이 있어야 파쇄기를 만들고, 파쇄기가 있어야 벽돌을 만들고, 벽돌이 있어야 성벽을 쌓고, 성벽을 둘러야 성채에 지붕을 얹는데, 주변에 숫돌 가진 것이라고는 놈들 뿐이니 가서 빼앗아 올 밖에요.

명색이 뱀파이어인데도 하늘 덮고 잠드는 신세 면하기가 이렇게 어렵습니다. 인간들 등쌀에 밀려 수백 년 잠만 잔 것도 억울하거늘 곱씹을수록 서럽기가 이를 데 없습니다. 그래도 억울해할 때가 아닙니다. 서두르지 않았다간 오는 길에는 햇빛에 보기 좋게 구워지기 딱 알맞습니다. 어느새 늑대 형상으로 변한 백작은 두 배가 된 다리들을 바삐 놀립니다. 사냥할 시간입니다.


# 뱀파이어에 뭘 섞어?

<V 라이징> 은 익숙한 ‘생존 제작 협동’ 장르에 뱀파이어 테마를 접목해 만든 독특한 인디 타이틀입니다. 5월 17일 출시한 이후 1주일 만에 100만 장 판매를 돌파하는 등 큰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스팀 유저 평가도 ‘88% 긍정적’으로 매우 준수합니다.

그런데 뱀파이어와 생존이라니 조금 어색한 조합 같기도 합니다. 뱀파이어는 보통 ‘귀족’으로 비유되는 우아하고 고고한 몬스터이다 보니, 다소 투박한 느낌의 생존 장르하고는 어울리지 않아 보입니다. 이 두 가지 콘셉트를 제작진은 어떻게 조화시켰을까요?

재기를 노리는 ‘몰락 귀족’을 상상하면 쉽습니다. 이 세계에서 뱀파이어들은 인간에게 패권을 완전히 빼앗겼습니다. 그래서 주인공 역시 어느 으슥한 장소에 은둔해 수백 년간 잠들어 있어야만 했습니다. 모든 걸 처음부터 다시 쌓아나가야 할 상황이고, 자기 손으로 거친 일들에 직접 나서는 모습이 그리 어색하지만은 않습니다.

마당 벌목 정도는 직접 해야

 

 

# '품위 회복'의 여정

이렇듯 ‘귀족 몬스터’로서의 위신은 온데간데없지만, 그래도 게임 곳곳에는 ‘뱀파이어다운’ 요소가 가득합니다. 주인공은 관에서 잠을 자고, 햇볕을 쬐면 불타오르며, 은을 지니면 고통받고, 흡혈을 오래 못하면 체력을 잃습니다.

흔히 미디어에서 뱀파이어는 변신, 순간이동 같은 온갖 재주를 부리는 것으로 묘사됩니다. <V 라이징>에서도 마찬가지여서 주인공은 다양한 스킬과 마법을 쓸 수 있습니다. 다만 오랜 수면으로 기억을 잃기라도 했는지 'V 블러드'라고 불리는 강력한 보스들을 물리쳐 피를 흡수해야만 능력을 하나씩 일깨울 수 있습니다.

보스는 더 나아가 필수적인 건축·제작 레시피까지 제공하기 때문에 게임 진행을 위해서는 반드시 쓰러뜨려야 하는 상대입니다. 사실상 게임의 메인 콘텐츠로 볼 수 있습니다. 하나의 보스를 물리쳐 새로운 장비와 생산시설을 얻고, 이를 기반으로 다시 다음 단계의 보스를 상대하는 계단식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V 라이징>의 콘텐츠는 뱀파이어로의 '품위'를 되찾아가는 방향으로 결이 잘 맞춰져 있어 몰입감이 높습니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주인공은 거대한 뱀파이어 성을 만들고, ‘서번트’(servant)라 불리는 종을 여럿 거느리는 등 잘 알려진 뱀파이어의 이미지를 조금씩 회복해 나갑니다.


서번트 만드는 중

 

 

# 그 외 장단점은?

<V 라이징>의 전투는 오픈월드 ARPG 방식입니다. 지역마다 분포하는 몬스터의 레벨에 차등을 두어서, 맵 곳곳에 분포한 콘텐츠를 의도한 순서에 따라 소비하도록 자연스럽게 유도하고 있습니다.

높은 레벨의 적은 기본 스탯도 높고, 이전에 못 본 새 스킬을 보유하고 있을 때도 많습니다. 여기에 더해 보스 몬스터(V 블러드)들 역시 저마다 독특한 패턴과 기믹을 지니고 있어, 전투 콘텐츠 전반적으로 '공략하는 재미'가 탄탄합니다.

이때 주인공의 전투 스타일도 다양하게 커스텀할 수 있습니다. 마법은 독, 얼음, 카오스 등 여러 계열로 나뉘고 계열마다 각자 콘셉트가 확실합니다. 무기 역시 칼, 도끼, 창, 둔기, 석궁 등 타입별로 모두 공격 방식과 고유 스킬이 분명히 나뉘어 있어서 이들을 가지고 다양한 조합을 시도해볼 수 있습니다.

ARPG식 전투

다만 스킬 슬롯 숫자가 많지 않기 때문에, 한 가지 스킬 조합만 고수한다면 전투가 금방 질리는 문제가 있습니다. 또한, 스킬 조합 프리셋 설정이 없어 상황에 따른 스킬셋 교환이 힘든 점도 아쉽습니다.

아직 얼리액세스 상태지만 콘텐츠가 풍부한 점은 호평받습니다. 넓은 맵 위에 다양한 지역, 자원, 레시피, 적이 존재하고, 성 꾸미기 콘텐츠까지 있어 오랜시간 즐길 수 있습니다. 약 2만원 가격이 아깝지는 않다는 평가입니다.

반면 벌써 많은 유저가 공감하는 단점도 몇 개 있습니다. 우선 게임이 PVE와 PVP 서버로 나뉘는데, PVP 서버의 경우 성채 방어 수단이 제한돼 플레이 스트레스가 심하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또한 그래픽 퀄리티에 비해 사양을 많이 타고, 때로 게임이 강제 종료 되는 등 퍼포먼스 안정화도 아직 개선이 필요한 영역입니다.



▶ 추천 포인트
1. 끊임없는 콘텐츠
2. 흔한 콘셉트, 흔하지 않은 조합
3. 탄탄한 전투의 재미

▶ 비추 포인트
1. 다소 부족한 최적화
2. 심한 PVP 스트레스
3. 한국어 언제?
▶ 정보
장르: 제작, 협동, 생존 
개발: Stunlock Studios
가격: 20,500
한국어 지원: X
플랫폼: PC(스팀)
▶ 한 줄 평 
뱀파이어와 함께하는 또 하나의 '시간순삭'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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