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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세나와 레볼이 만났다..."이제는 좀 많이 익숙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뷰] 세븐나이츠 레볼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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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석(우티) 2022-08-05 09:59:26

<세븐나이츠>는 오늘날 모바일게임 시장의 문을 연 게임 중 하나다. 턴 방식 전투를 기반으로 수백 종의 카드를 전장에 배치하는 게임으로, 그 전략성과 자체 엔진으로 만든 아기자기한 디자인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수집형 RPG라는 장르는 세세한 컨트롤이 어려운 스마트폰에서 아주 잘 맞았다. 게임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

 

넷마블에게 '레볼루션'이라는 이름은 대단히 상징적인 무게를 가지고 있다. 2017년 출시한 <리니지2 레볼루션>은 문자 그대로 대박이었다. 넷마블은 <리니지2 레볼루션> 단일 게임으로 매출 1조를 기록하며 '1조 클럽'의 신호탄을 쏘았다. 넷마블의 '레볼루션'은 <블레이드&소울 레볼루션>(2018), <마블 퓨처 레볼루션>(2021)으로 이어졌다.

 

<세븐나이츠>와 레볼루션, 이 두 가지가 만나 <세븐나이츠 레볼루션>이 탄생했다. 지금까지의 설명으로도 <세븐나이츠 레볼루션>이 얼마나 '힘을 준' 타이틀인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세븐나이츠 레볼루션>(이하 세나 레볼)은 넷마블넥서스에서 무려 4년의 개발을 거쳐 탄생한 게임으로 지난 7월 정식 출시됐다.

 

 

# 훨씬 화사해진 <세븐나이츠>, 독창적인 카툰 랜더링

PC 버전 기준, <세나 레볼>의 그래픽은 상당히 뛰어난 수준이다. 플레이어는 하이 퀄리티 카툰 랜더링으로 되살아난 <세븐나이츠> 영웅들과 그들이 선보이는 액션을 볼 수 있다.​ 비교적 최신 모바일 기기에서도 발열과 끊김이 종종 플레이를 방해하곤 했지만, 동 세대 타 MMORPG와 비교했을 때는 문제가 극심하다고 여겨지는 수준은 아니었다.

 

게임은 그간 넷마블 MMORPG가 보여준 것처럼, 스토리텔링에 대단한 공을 들였는데 성우 풀 더빙으로 만나는 <세나 레볼>의 줄거리는 이야기 보기 좋아하는 게이머들의 시선을 끌 만하다. <세나> TVA까지 찾아볼 정도의 팬이라면 분명 흥미를 느낄 것이다. 플레이어는 <세나 레볼>에서 훨씬 화사하고 깊어진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넷마블넥서스는 오랜 역사를 흘러 축적된 <세나> 영웅들과 세계관을 재정립했다. 

 

<세나 레볼>에는 컷씬이 굉장히 많다
이야기를 감상하면서 천천히 즐긴다면 꽤 오래도록 플레이 가능.

 

<세나 레볼>의 스토리는 전작과는 또다른 이야기로 플레이어가 계승자로서 여신 셀라스의 부름을 받고 균열이 발생한 새 '세븐나이츠' 세계에 진입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플레이어는 그랑시드, 달빛의 섬, 창천도, 디트리아 네 지역을 동료(NPC)들과 탐험하며 각종 퀘스트를 해결, '또 다른 차원'으로 뛰어들기까지의 과정을 만나게 된다.

 

<제2의 나라>와 <마블 퓨처 레볼루션>에서 느꼈던 부캐 키우기의 번거로움은 게임이 추구하는 변신 시스템으로 일정 부분 상쇄된다. <세나 레볼>에서 플레이어는 자기뿐 아니라 최대 3종류의 영웅을 자신의 덱에 넣고 원하는 때에 따라 꺼내어 사용할 수 있다. 4개의 플레이어블 캐릭터를 조종하는 셈. 그러니 전투 중 캐릭터를 계속 바꾸면서 다양한 액션을 맛볼 수 있다.

 

3명의 영웅을 한 덱에 넣어서 덱 빌딩을 할 수 있다. 사진은 바람 던전에서 쓸 만한 땅 덱.

여기에는 속성 시스템이 적용되어 덱 빌딩의 묘를 더해졌다. 게임에는 총 6종의 속성(물, 불, 바람, 땅, 빛, 어둠)이 있다. 이는 시너지와 디버프를 매기는 데 사용되는데, 물 속성은 불 속성에 강하다는 식으로 '상성' 플레이에 익숙한 게이머라면 큰 어려움 없이 적응할 수 있다. 덱에 어둠과 빛이 있다면 기절 스킬이 발동되고 불과 땅이 만나면 석화 스킬이 발동된다.

 

플레이어는 바람덱, 어둠덱처럼 특정 상황에서 유리한 덱을 짤 수 있다. 물론 그만한 덱을 갖추기 위해서는 소환, 즉 뽑기 과정이 필요하다. <세나 레볼>에서는 모바일게임의 고질적인 뽑기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120회 소환 시 4성 확정'과 같은 천장이 들어갔으며, 인게임 던전 사냥이나 스토리 진행으로도 영웅 카드를 획득할 수 있다.

 

정리하자면 <세나 레볼>에는 상성에 따라서 영웅을 바삐 바꿔가며 다양한 액션을 체험하는 묘미가 있다. PC 버전 기준, 룬 모험 같은 상위 콘텐츠에서는 맵에 펼쳐지는 장판과 탄막을 피해 숨가쁜 키보드+마우스 컨트롤을 경험할 수도 있다. 일부 판정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지만, 플레이가 불가능하다고 느껴지는 수준까지는 아니었다.

 


 

# 오픈월드 MMORPG? 다시 생각해봐요

넷마블은 <세나 레볼>을 오픈월드 MMORPG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그렇다기엔 개인적으로 모자른 점이 적지 않았기에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게임 속 4곳의 지역은 모두 포탈을 통해 연결됐으므로, 개념적으로는 세미 오픈월드에 해당한다. 월드와의 상호작용도 대단히 부족했다. <세나 레볼>의 인터랙션이라고 부를 만한 것은 스토리진행 중 터치(혹은 클릭)를 통해 몇몇 오브젝트를 '확인'하는 정도였다. 오픈월드라고 소개됐지만, 장막이 켜져 이동할 수 없는 구간이 많았다.

 

당연히 <세나 레볼>에서 놀랄 만한 상호작용을 기대했던 것은 아니나, 오픈월드라고 호명되기에는 텅 빈 공터 같은 느낌이 강했다. 물약마저 NPC를 통해서 구하지 않고 상점이나 조합을 통해서 구매하는 수준이다. 장비를 강화시켜주는 것처럼 생긴 NPC가 있지만, 이 NPC는 장비를 강화시켜주지 않고, 퀘스트 보상으로 장비를 지급한다.

 

<세나 레볼>의 월드맵. 오픈월드라고 부르기엔 부족한 점이 많았다.

 

<세나 레볼>의 물약은 만들거나 NPC 없이 상점에서 사면 된다

 

<세나 레볼>의 퀘스트 알고리즘은 '어디로 가서 적들 n마리를 잡고 중간보스, 또는 보스를 잡고 완료한다'를 벗어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하는 QTE(퀵 타임 이벤트)는 도리어 플레이어의 맥을 끊었다. <세나 레볼>의 엔딩 크레딧을 보기까지 '이거 특별하네' 싶었던 것은 <환세취호전>의 오마주인 듯한, 호랑이 NPC와 곶감 먹기 대결을 하는 것뿐이었다. 

 

귀여운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보는 재미는 충분했지만, 구성 측면에서는 대단히 반복적이었다. '아무래도 반복플레이야말로 이런 게임의 특성 아니냐'라고 반문할 수도 있다. 일정 부분 그렇지만, 지금 <세나 레볼>에는 필드 파밍 비중이 매우 적다. 룬 모험과 같은 콘텐츠를 완료함에 따른 완료 보상만 주어지는데 입장에는 룬스톤이라는 재화가 필요하고, 이 재화를 벌기 위해 하위 던전을 계속 돌아야 하는 구조다. <세나 레볼>에서 대부분의 전투는 입장형 던전이나 개인 전용 필드에서 이루어진다.

 

현재까지의 엔드콘텐츠는 입장 던전 '룬 모험'이다. 이후 PvP 전장, 길드 콘텐츠 등이 추가될 예정.

<세나 레볼>에는 쉬움, 보통, 어려움 3가지 난이도가 존재한다. 4개 지역을 돌며 악의 세력을 전부 소탕하면 플레이어는 여신으로부터 중간 난이도로의 입장을 제안받는다. 그렇게 쉬움에서 보통으로 올라가는 구간, 플레이어 레벨 기준 48~50에서 난이도가 엄청나게 올라간다. 강력한 덱을 마련하지 않으면 사실상 정상적인 스토리 진행이 불가능하다. 결국 스펙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선택'이 필요하다. ― 과금을 하거나 룬 모험을 돌면서 스펙을 올리거나.

 

MMORPG에 시스템적인 난이도가 있다니, 인지부조화가 발생하는 독자들이 있을 것이다. <세나 레볼>의 '쉬움' 난이도는 솔로잉 패키지 게임에 가깝다. MMORPG라기엔 대부분의 기능을 솔로잉으로 해결 가능하다. 여러 명이 함께하는 레이드를 입장할 때만, 내 넥서스에 다른 유저를 초대할 때만 MMO가 발생한다. 이마저도 지금까지는 십중팔구 입장 방식이니 MMO라기 보다는 MO라고 부르는 편이 적합할지도 모른다.

 

다소 씁쓸한 단언이지만, <세나 레볼>에는 결제 트리거가 부족하다. (지금까지는) 성을 먹어서 던전을 통제하는 것도 아니다. 키우는 맛이 엄청난 SSR 등급의 중장거리 도주마도 없다. 빠른 돌파를 위해 스토리를 무한히 스킵했다면 플레이어와 캐릭터 사이에 애착 관계도 형성되지 않는다. 높은 티어의 덱을 맞춰서 볼 수 있는 콘텐츠는 이미 한 번 엔딩 크레딧을 본 게임이다. (게임에 엔딩 크레딧이 있다.)

 

난이도가 존재하는 <세나 레볼>

'2회차'부터는 굉장히 어려워진다

  

오픈월드보다는 입장형 던전들이 현재 메인 콘텐츠

 

 

# 이제는 좀 많이 익숙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발사는 다르지만, <세나 레볼>은 앞서 출시된 넷마블의 두 MMORPG(제2의나라, 마블 퓨처 레볼루션)의 전철을 반복하는 듯하다.

 

이 '전철'은 빨리 갈 수 있는 사람은 빨리 갈 수 있게 열어놓고, 천천히 갈 사람은 그 나름대로 길을 열어놓은 모바일 MMORPG의 전형 속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공들인 룩앤필은 플레이어를 매료시키기 충분하다.

 

무과금 유저라고 하더라도 계속할 길은 열려있다. 며칠 게임을 즐기다 보면 대부분의 콘텐츠가 스토리텔링과 자동사냥을 지원하는 솔로잉에 집중되어있다. 그러니 플레이어는 MMORPG를 플레이하는 감각을 별로 얻지 못한다. 다른 플레이어와 만나서 뭔가 함께하는 일은 거의 없다.

 

지금까지 다른 사람을 만나서 뭔가 같이 하는 일은 던전에서밖에 없다.

게임이 멀티플레이 게임이라고 느껴지는 시점은 몇 주 뒤다. 무대는 상위 파밍을 위한 PK 사냥터나 PvP 전장이다. (그러니까, <세나 레볼>도 그럴 것으로 보인다.) 성장을 위한 충분한 에너지가 축적된 뒤에 과금력이 충분한 이들, 게임에 많은 시간을 쏟은 이들이 모여서 경쟁을 펼치게 된다.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부캐를 키우는 이들도 생긴다.

 

'넷마블 MMORPG의 전형'이라고 부를 만한 모델에는 흥미로운 지점이 있다. 지브리 감성으로 가득한 <제2의나라>와, 마블 히어로들로 가득한 <마블 퓨처 레볼루션>의 성적이 해외에서 제법 괜찮았다는 것이다. 이 글은 <세나 레볼> 리뷰이므로 각 게임의 구체적인 성적을 싣지는 않겠지만, 지난 1분기 넷마블의 해외 매출은 84%에 달하며 언급한 두 게임이 상당한 매출을 이끌었다.

 

<세나 레볼>의 타겟도 노련한 한국의 모바일 MMO 유저보다는 <제2의나라>와 <마블 퓨처 레볼루션>을 플레이했던 해외 유저 쪽에 있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이 게임에 등장하는 '난이도' 개념도 이해할 수 있다. 만약 게임의 매출을 유심히 지켜보는 사람이라면 <세나 레볼>에 상위 콘텐츠가 등장하고, 해외에 출시되는 시점까지 좀 더 지켜보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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