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담'이라는 IP에 하이퍼 FPS 장르를 배합한 <건담 에볼루션>이 9월 22일 출시됐습니다. <건담 에볼루션>은 첫 트레일러가 나오자마자 '건버워치'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오버워치>의 많은 시스템을 참고한 게임이죠. 물론, <오버워치> 라는 타이틀이 확실한 재미는 보장했던 만큼 <건담 에볼루션>에 기대를 보내는 팬들도 많았습니다.
덕분에 <건담 에볼루션>은 익숙하면서도 독특한 게임이 됐습니다. FPS 게이머에게는 기존 팀 기반 하이퍼 FPS의 틀을 충실히 따른 게임이지만, 건담 팬들에게는 기존의 건담 게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나왔기 때문이죠. 긍정적으로 말하면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지만, 반대로 말하면 두 집단 모두에게 매력적이지 않은 게임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디스이즈게임 김승주 기자
# FPS의 틀 충실히 따른 기본 시스템
<건담 에볼루션>은 '모빌 슈트'가 등장하지만, 기존 하이퍼 FPS의 큰 틀을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역할 구분을 명시해 놓지는 않았지만 돌격-딜러-서포터 형식으로 서로의 역할이 나뉘며, 주무기와 두세 가지의 특수 능력 그리고 게이지를 모아 사용하는 궁극기 'G-메뉴버'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FPS라는 장르의 특성에 집중한 만큼 모빌 슈트의 육중한 조작감은 일부 구현되어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가벼운 편이며, 약점은 일반 FPS 게임과 같은 머리입니다. 원작 모빌 슈트의 성능이나 사용하는 무기도 게임에 맞춰 최대한 간소화했죠.
모빌 슈트가 등장하지만, 기본적으로 FPS에 초점을 맞춘 편입니다
가령 건담은 빔 라이플과 건담 실드, 하이퍼 해머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빔 샤벨은 못 씁니다. 이에 '고증'에 대한 건담 팬들의 반발을 의식했는지 별도의 탭을 통해 "게임에서는 원작 설정과 다른 장비를 장착하기도 합니다"라고 명시되어 있죠.
특기할 만한 시스템이 있다면 '부스터'입니다. 부스터는 모든 모빌 슈트가 가지고 있으며, 별도의 게이지를 통해 빠르게 대시하거나 뛸 수 있습니다. 보통 모빌 슈트당 두 개의 부스터 게이지를 가지고 있으며, 몸은 약하지만 기동성을 중시한 모빌 슈트의 경우에는 세 개를 가지고 있습니다.
외에는 앞서 발매된 게임들의 사례를 꽤 열심히 참고했다고 느껴집니다. 버튼 하나로 적의 위치를 밝히거나, 아군에게 협력을 요청할 수 있는 '스마트 핑 시스템'은 충실하게 갖춰 놨으며, 계속해서 점령 위치가 바뀌는 '점령전', 공격 팀이 목표 지점에 폭탄을 설치하고 지켜야 하는 '디스트럭션' 모드 등을 통해 점령지 주변에서 계속해서 스피디한 난전이 벌어지도록 함으로써 하이퍼 FPS의 재미를 잘 살려낸 편입니다.
워낙 강력한 IP 때문인지 "게임에서는 원작 설정과 다른 장비를 착용하기도 합니다"라고 명시해 놨습니다.
하이퍼 FPS 특유의 난전이 가져다주는 재미를 잘 살렸습니다.
# 접근성을 위한 고민
이런 FPS의 틀을 따르면서도<건담 레볼루션>은 FPS에 익숙하지 않은 플레이어를 배려한 느낌입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각 역할군의 구분을 흐리고 힐러의 역할을 축소시켰다는 점입니다. 모든 모빌 슈트는 일정 시간 공격을 받지 않으면 자동으로 체력이 회복되며, 체력 회복기도 아닌 각자의 역할에 따라 나눠 가지고 있죠. 따라서 기본 전투 능력이 약한 '메티스'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모빌 슈트가 다재다능한 역할을 맡을 수 있습니다.
굳이 따지면 역할을 구분할 순 있지만, 게임 내에서 명시되어 있진 않습니다.
또한, 아군을 소생시키는 역할도 무조건 서포터에 가까운 모빌 슈트가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플레이어 기체의 체력이 전부 소모되면 움직일 수 없는 '중파' 상태에 빠지며, 이 때 대미지를 추가로 받지 않는다면 주위에 있는 아군이 소생시켜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팀 배틀 요소를 가지고 있는 만큼 각자의 특성에 따른 협동이나 상성 관계도 구현되어 있습니다. 가령 '사자비'는 체력이 높고, 빔 샷건과 단단한 방패를 가지고 있어 맨 앞에서 적의 공격을 받아내면서 싸우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페일라이더와 퍼스트 건담 같은 모빌 슈트는 이들 뒤에서 힘싸움을 돕도록 근-중거리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무기와 스킬셋이 구성되어 있죠.
중파 상태에서는 아군이 소생시켜 줄 수 있습니다.
사자비는 단단한 만큼 덩치가 타 모빌 슈트보다 큽니다.
그리고 퍼스트 건담의 특수 능력은 '하이퍼 해머'인데, 긴 선딜레이를 가진 대신 적군에게 맞추면 경직과 함께 가드를 파괴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기동성을 희생한 대신 단단한 실드를 가진 사자비의 카운터로 활약할 수 있죠. 이를 통해 게임에서는 각 모빌 슈트가 각자의 특성에 맞춰 자연스레 교전을 진행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각 팀의 사자비가 쉴드를 들고 앞선에서 전투를 진행하며, 그 뒤에 건담이 위치해 하이퍼 해머를 맞출 타이밍을 노리죠. 몸이 약한 대신 부스터 게이지를 3개 가지고 있어 기동성이 빠른 자쿠II는 후방으로 난입해 상대를 교란합니다. 이렇게 <건담 에볼루션>은 각자가 활약할 수 있게 하면서도, 팀 기반 하이퍼 FPS의 재미를 잘 살려낸 편입니다.
# 롱런 위해서는 차후의 서비스가 과제
하지만 다소 아쉬운 지점도 있습니다.
가장 많이 지적 받는 부분은 '탈주자'에 대한 대책이 전무하단 부분입니다. 혼자 캐주얼 게임을 플레이하면 아군이 탈주하는 모습을 상당히 자주 볼 수 있는데, 재접속 기능이 불완전하며 다른 플레이어가 게임에 들어와 자리를 대신하는 '난입'이 없어 상당히 허무하게 게임이 자주 끝나는 편입니다.
<오버워치>나 <콜 오브 듀티> 시리즈에 있었던 '하이라이트' 기능도 다소 아쉽습니다. 게임이 마무리되면 가장 활약을 한 유저를 보여주긴 하나, 별다른 리플레이가 나오지 않아 해당 인원이 어떻게 활약했는지 알기 어렵죠. 외에도 세부적인 감도 설정이나 타격감, 적이 궁극기를 사용해도 단순히 "적이 G-메뉴버를 사용했다"라고만 알려주는 등 아쉬운 부분이 게임 곳곳에 존재합니다.
적이 G-메뉴버를 사용해도 정확히 뭘 사용했는지 빠르게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오버워치>가 "이것도 너프해 보시지!"와 같은 대사로 경고를 줬던 것과는 대조적이죠.
게임이 끝나면 에이스 플레이어를 소개해 주지만, 별도의 하이라이트는 재생되지 않습니다.
사실, 이런 부분은 추후의 업데이트를 통해 개선될 수 있는 부분이긴 합니다. 그러나 이런 아쉬움을 구태여 지적하는 이유는 <건담 에볼루션>이 팀 기반 하이퍼 FPS의 황혼기에 발매됐기 때문입니다. 이미 <팀 포트리스 2>, <오버워치> 등을 통해 FPS 유저의 눈은 높아져 있고, 기본적으로 응당 있어야 한다고 여겨지는 시스템에서 약간씩 아쉬운 부분이 보인다면 이들은 주저 없이 게임이 "미흡하다"라고 여깁니다.
기체 밸런스 역시 걱정되는 부분입니다. 해당 모빌 슈트가 있다고 반드시 게임에서 승리하는 것은 아니지만, 강력한 기동성을 가진 엑시아나 광역 힐 능력을 보유한 유니콘 건담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죠. <건담 에볼루션>은 건담 IP에 기반한 게임인 만큼 향후 많은 모빌 슈트가 추가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밸런스를 어떻게 잡아나가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3개의 부스터와 수많은 대시기가 있어, 잘 하는 사람이 선택하면 치를 떨게 만드는 엑시아.
<건담 에볼루션>의 주요 BM은 유료 기체 업데이트와 스킨 판매로 보입니다.
<건담 에볼루션>의 현재 유저 평가도 이와 맞닿아 있습니다. <오버워치> 등을 통해 잘 짜인 팀 기반 하이퍼 FPS틀을 충실히 따르고 있기에 기본적인 재미는 보장한다는 평이 많고, 이 중 몇몇은 근시일 내 출시된 건담 게임 중 가장 만족스럽다고 표현하기도 했죠. 그러나 "게임 완성도가 좋은가? 오래 즐길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선뜻 답을 내리기 어려워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랜 건담 팬들에게는 고증에 대한 문제가 있죠. FPS이기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단순히 메인 카메라가 위치한 것이 전부인 머리가 게임에서는 약점이 된다던가, 모빌 슈트가 원작에서 가진 기능이나 무기가 다수 생략된 점이 있습니다. 사실, 다른 게임이었다면 '게임적 허용'으로 치부하고 넘어갈 문제지만, 건담은 오랜 기간 많은 팬들에게 사랑받아 온 IP다 보니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으로 보입니다.
힐러로 디자인된 유니콘 건담
건담의 오랜 팬이라면 몇몇 스킬 구성을 보고 "나의 OO은 그렇지 않아~"라고 외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건담 에볼루션>은 FPS와 건담 게임이라는 틀 사이에서 다소 애매한 포지션을 잡고 있는 게임입니다. 긍정적으로 본다면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겠지만, 부정적으로 본다면 FPS 게이머에게도, 건담 팬들에게도 매력적이지 않은 작품이 될 수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건담 에볼루션>은 하이퍼 FPS의 나름의 재미를 잘 살려냈기 때문에 나름의 매력을 가진 게임입니다. 초기 흥행세도 나쁘다고는 할 수 없죠. 하지만, 단순히 반짝하는 타이틀이 되지 않기 위해선 향후의 업데이트가 무엇보다 중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팬들에게는 다양한 기체와 스킨을 추가해 건담 게임으로써의 매력을, FPS 게이머에겐 앞서 출시된 게임들의 사례를 참고해 <건담 에볼루션>이 보다 탄탄한 시스템을 가진 게임임을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원론적이면서도 가장 중요한 말입니다. 우리는 이미 부족한 업데이트로 인해 빠르게 사라진 수많은 게임들의 선례를 봐 왔으니까요. 기자 또한 '건담'의 오랜 팬이며, 개발사인 반다이 남코 또한 이번 작품을 통해 e스포츠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만큼 <건담 에볼루션>이 오래 즐길 수 있는 타이틀이 될 수 있길 소망해 봅니다.
그래도 FPS를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한 번쯤 관심을 가져 볼 만한 작품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