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우열 퍼블리싱 수석 본부장의 짧은 인사말로 시작된 행사는 곧 <다크앤다커 모바일> 개발 총괄 안준석 PD의 기획 의도 프레젠테이션으로 이어졌다.
본래 <다크앤다커 모바일>은 ‘프로젝트 AB(Adventurer’s Battleground)라는 제목으로 자체 개발 중이던 익스트랙션 장르 타이틀이었다.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확인한 프로젝트 AB의 전반적 ‘룩앤필’은 <다크앤다크 모바일>과는 다른 방향성을 가지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
프로젝트 AB는 ‘모험’과 ‘전장’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하이판타지 세계관에서 펼쳐지는 유저 간 협력과 경쟁을 그릴 예정이었다. 이에 따라 거인이나 용 등의 거대한 크리쳐나 엘프 등의 전형적 플레이어 종족 또한 고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환상적 요소를 절제한 로우판타지인 <다크앤다커 모바일>과는 사뭇 달랐던 방향성이다.
안준석 PD
크래프톤이 프로젝트 AB의 골격에 <다크앤다커> 라는 살점을 붙이기로 한 것은 ‘스케일 업 더 크리에이티브’라는 전사 방향성에 따른 것이다. 익스트랙션 장르의 대부로 떠오르던 <다크앤다커>의 상징성에 크래프톤의 사업역량을 더해 경쟁 작품들 사이에서 돋보이는 결과물을 내려는 시도였던 것으로 풀이된다.
‘프로젝트 AB’는 지형지물과의 상호작용을 활용한 깊이 있는 전투, 유저들 간의 창발적인 전투 상황 다양성 등을 핵심 기획으로 삼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물리적 전투를 기반으로 다양한 전투 시나리오가 펼쳐지는 <다크앤다커>와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판단한 배경으로 보인다.
안준석 PD는 “긴장되는 환경 속에서 보물을 찾고 다른 유저들에게 죽임 당하기도 하는 것이 원작의 가치라고 생각했다. 이를 핵심 게임성으로 삼아 잘 살려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유저, 몬스터, 보물 등이 있는 환경 속에서 전략적 전투를 펼치게 되며, <배틀그라운드>에서의 전략성을 여기에서도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다크앤다커 모바일>에서 유저는 다양한 지형지물, 고저 차 등을 고려해 물리적 전투를 펼치게 된다. 여기에 클래스 간 협업, <배틀그라운드>와 유사한 자기장 시스템, 지도 가운데 형성되는 탈출 포탈 등을 도입해 짧은 플레이타임 안에서 창의적인 RPG 전투를 느낄 수 있게 했다고 안 PD는 전했다.
'프로젝트 AB'는 <다크앤다커 모바일>과 마찬가지로 지형지물의 활용이 두드러지는 전략적 익스트랙션 PvEvP 타이틀이었다.
이어 직접 <다크앤다커 모바일>을 플레이하며 실제 게임의 플레이 감각을 알아볼 수 있었다.
게임의 기본 얼개는 원작과 비슷하다. 던전을 배회하며 아이템을 획득하고, 그 과정에서 몬스터 혹은 상대 플레이어를 상대로 살아남아서 탈출하면 된다. 자기장이 점점 좁혀오는 가운데, 맵 중앙의 포탈에 무사히 도달해 탈출에 성공하면 획득한 장비를 가지고 복귀할 수 있다.
귀중한 장비를 얻었을 때의 긴장감, 다음 원정에 착용할 장비를 고를 때의 치열한 고민 등 장르 고유의 재미도 여전하다.
아이템 획득과 탈출의 스릴이 재미의 핵심인 것은 마찬가지
한편 원작의 하드코어한 성격과 모바일 플랫폼의 캐주얼함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 고민한 흔적들이 보인다. 대표적인 것은 시점 변화다. 일인칭이었던 원작과 달리<다크앤다커 모바일>은 삼인칭 숄더뷰 시점으로 진행된다. 당연하게도 이에 따른 게임 경험상의 변화는 크다. 우선 지형지물을 활용한 전략적 플레이가 용이해진다.
이는 제작진이 설명한 창발적인 전투 상황을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 이를테면 몬스터 무리와 전투를 벌이는 다른 유저를 계속 훔쳐보다가, 양쪽의 체력이 바닥을 친 결정적인 순간에 난입하는 식의 지능적(?) 플레이를 노릴 수 있다.
더 나아가 게임 특징으로 강조된 ‘물리적 전투’를 즐기는 데도 도움이 된다. 우선 <다크앤다커 모바일>에서는 무기가 상대에게 닿는 위치에 따라 대미지 판정이 다르다. 머리를 맞추면 피해량이 많고 팔다리를 맞추면 적다.
기습 당하는 것도 묘미다
더 나아가 방어·회피에 있어서도 무기의 궤적이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상대의 동작을 읽어 공격이 빗나가도록 재빨리 피하거나, 착용한 방패를 정확히 위치시켜 가로막아야 한다.
모바일이기 때문에, 이 모든 조작을 수월히 해내려면 아무래도 일인칭보다는 삼인칭이 더 어울린다. 키보드·마우스 혹은 게임패드와 비교했을 때 정밀 조작은 힘들지만, 대신 삼인칭으로 적과 나의 동작을 모두 보면서 ‘치고받는’ 물리 기반 전투를 즐길 수 있는 셈이다.
전반적 조작성과 UI 또한 ‘캐주얼하고도 리얼한 전투’라는 방향성과 결이 맞는다. 우선 무기를 휘두르는 방향은 무기 유형에 따라 바뀌는데, 이를 매번 HUD에 표시해 줌으로써 유저가 따로 파악해야 하는 수고를 줄였다. 또한 터치패드 조작계의 입력 반응성 및 정확도 역시 높아 시연 내내 불편이 발생하지 않았다. 적을 일정 정도로 추적하는 오토 에임도 플레이에 도움을 줬다.
제한적인 모바일 환경에서 격투를 제대로 즐기기엔 아무래도 삼인칭이 어울린다. 하지만 이로 인해 희생된 재미도 있다.
다만 당장 코앞의 모퉁이에서도 무엇이 튀어나올지 모르는 일인칭 특유의 긴장감이 사라진 것은 아쉬움을 남긴다.
특히 그러한 긴장감은 던전크롤러·익스트랙션 장르의 재미를 배가시키는 역할을 하기에 더욱 그렇다. 대신 <다크앤다커 모바일>은 플랫폼적 특성을 고려, 긴장감을 다소 내려놓고 높은 접근성에 방점을 찍은 듯하다. 실제로 이를 뒷받침하는 다른 시스템적 변경점들도 있다.
특히 그러한 긴장감은 던전크롤러·익스트랙션 장르의 재미를 배가시키는 역할을 하기에 더욱 그렇다. 대신 <다크앤다커 모바일>은 플랫폼적 특성을 고려, 긴장감을 다소 내려놓고 높은 접근성에 방점을 찍은 듯하다. 실제로 이를 뒷받침하는 다른 시스템적 변경점들도 있다.
예를 들어 ‘발자국’ 시스템이 있다. 모바일 게임은 공공장소에서 자주 이용하게 되는 특성상 소리를 듣지 않고 플레이할 경우가 많으며, 설령 소리를 듣더라도 스마트폰 기종에 따라서는 입체적 음향 표현에 제약이 걸릴 수 있다.
발자국 시스템을 이용, 사운드를 이용 못하더라도 크게 불리하지 않도록 안배했다.
이를 고려해 <다크앤다커 모바일>은 원작에서 특정 클래스의 스킬로 구현됐던 ‘발자국’ 시스템을 도입했다. 다른 유저가 지나간 위치상에 짧은 시간 동안 발자국이 남는 시스템이다.
발소리가 들리지 않더라도, 발자국에 주의를 기울이면 기습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다크앤다커 모바일>의 음향이 빈약한 것은 아니다. 현장 비치된 헤드셋을 이용해 사운드를 들으며 플레이했을 때는 현장감 높은 음향 연출로 몰입감이 향상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게임 전반의 페이스 역시 모바일에 맞춰 더 빨라졌다. 예를 들어 몬스터 전반의 체력 수준이 1~3회 타격 만으로 처치할 수 있을 만큼 낮아 몬스터들로 인해 한 공간에서 오랜 시간 발목을 잡히는 상황이 펼쳐지지 않도록 했다.
전반적 농도는 줄었지만 여전히 어둠은 분위기 조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게임 전반에 걸쳐 어둠의 농도가 옅어진 것 또한 게임플레이 템포에 영향을 준다. 원작에서는 조명 없이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어둠 때문에 던전 탐사의 속도가 더뎠던 측면이 있다. 하지만 <다크앤다커 모바일>에서는 밝아진 맵디자인 때문에 암흑 속에 도사린 함정이나 몬스터에 대한 걱정 없이 더 과감하게 경로를 정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앞서 언급된 ‘삼인칭 차용’과 마찬가지로 장단이 함께 존재하는 변화다. 긴장감과 난이도를 희생하는 대신 보다 접근성 높고 스피디한 라운드를 즐길 수 있게 해주는 요소라는 점에서, 플랫폼 특성을 고려한 재설계로도 바라볼 만하다.
이처럼 <다크앤다커 모바일>은 원작의 코어 시스템과 룩앤필을 계승하면서도 모바일 환경에 맞는 몇 가지 핵심적 변화를 통해 다른 플레이 감각을 선사하고 있다. 게임의 만듦새를 직접 확인하고 싶은 유저라면, 지스타 2023 크래프톤 부스에서 동일 빌드를 체험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