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게임 신작 <발리언트>가 지난 1월 28일 ‘그랜드 오픈’을 시작했다. <발리언트>는 영화계에서 과감한 액션과 스턴트로 유명한 ‘정두홍’ 씨를 액션 디렉터로 영입하고 과격한 피니시 액션을 도입하는 등 ‘터프한 액션’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횡스크롤 액션 RPG다.
하지만 전체적인 그래픽 퀄리티가 너무 낮고, 동작도 매끄럽지 못한 탓에 정작 카피로 내세운 ‘정두홍식 액션’을 느끼기는 어려웠다. /디스이즈게임 필진 하치미츠
■ 뼈와 살을 분리하는 보스 피니시 액션
<발리언트>는 <던전앤파이터>와 같은 방식의 횡스크롤 액션 MORPG다. 마을에서 퀘스트를 받은 후 횡스크롤 스테이지로 구성된 인스턴스 던전을 깨고, 몬스터와 보스를 잡으며, 레벨을 올리고, 캐릭터를 육성한다. <던전앤파이터>를 기점으로 교과서가 된 우리나라 횡스크롤 액션 게임의 기본틀이다.
<발리언트> 역시 이런 기본 틀을 착실하게 따른다. 다만, 던전 마지막에 등장하는 ‘보스와의 전투’에 약간 차별점을 뒀다. 그중에서도 보스 ‘피니시 액션’이 눈에 띈다.
신나게 때리다 보면 발동되는 보스 피니시 액션.
유저가 보스의 체력을 일정량 이하로 떨어뜨리면 ‘피니시’ 표시가 뜨면서 화면에 랜덤하게 피니시 진행 키가 등장한다. 유저가 화면에 표시되는 버튼을 보고 키 입력에 성공하면 화끈한 액션과 함께 처참하게 죽는 보스를 감상할 수 있다.
피니시로 보스를 처리하면 추가점수를 받게 되며, 수월하게 전투를 끝낼 수 있다. 반대로 조작키 입력에 실패하면 보스의 체력이 일정량 회복되기 때문에 피니시 진행 키를 입력하는 순간만큼은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
콘솔 게임 <갓 오브 워>나 <데드 스페이스> 등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일종의 ‘버튼 액션 플레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발리언트>가 자랑하는 액션의 거의 전부라고 해도 될 정도로 연출도 화끈하고, 성공했을 때 쾌감도 높다.
처참하고 잔혹하게 최후를 맞이하는 보스.
■ 무기와 맵에 따른 전략적인 전투
<발리언트>가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우는 또 다른 특징이 무기 시스템이다. <발리언트>는 각각 레벨 10, 레벨 30에 소켓을 뚫어 새로운 무기를 장착할 수 있다. 즉 레벨 30이 되면 총 3개의 무기를 동시에 들고 다닌다는 뜻이다. 유저는 게임 도중 자유롭게 상황에 따라 무기를 바꿔가며 싸움을 펼칠 수 있다.
캐릭터 레벨과는 별도로 ‘무기 레벨’이 존재하며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성장한다. 무기의 레벨이 오르면 무기 고유의 스킬을 배울 수도 있고, 다른 무기와 함께 연계해서 사용할 수도 있기 때문에 어떤 무기를 어떻게 키웠느냐에 따라 플레이 스타일이 조금씩 달라진다.
각각 다른 무기의 스킬을 연속으로 사용할 수도 있어서 유저가 직접 자신만의 콤보를 연구할 수도 있다.
다른 무기를 다시 낄 수 없기 때문에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
전략적인 맵도 눈에 띈다. <발리언트>에 등장하는 던전은 다른 일반적인 2D 횡스크롤 게임과 다르게 상하좌우를 모두 활용해서 디자인돼 있다. 높낮이에 따라 뛰거나 떨어지는 곳이 있는가 하면 세로로 길게 이어진 맵도 있다.
맵의 구성도 알차다. 함정이나 낭떠러지 같은 각종 트랩들도 준비돼 있어서 어드벤처 게임 같은 느낌도 살짝 받는다.
또한 필드 곳곳에는 유저가 탈 수 있는 ‘라이딩 몬스터’가 배치돼 있어서 탑승하면 빠른 속도로 몬스터를 제압할 수 있다. 이는 활용하기에 따라서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된다. 트랩과 라이딩 몬스터, 그리고 이동방향을 바꾸는 각종 장애물이 있는 만큼 <발리언트>의 맵은 공략하는 재미가 ‘약간은’ 있다.
요리조리 진행하며 함정들을 간파하자.
라이딩 몬스터는 정말 강력하다.
■ 그런데… 이거 2011년 게임 맞나요?
여기까지가 <발리언트>의 장점이다. <발리언트>는 게임 콘텐츠를 하나하나 뜯어 보면 나름대로 특색도 있고, 제법 준비된 요소들도 많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뒤집는 몇 가지 커다란 단점으로 플레이 욕구를 왕창 떨어뜨리고 있다.
바로 그래픽이다. 전문용어(?)로는 ‘때깔’ 정도가 되겠다. <발리언트>는 비주얼 측면에서 ‘정말 2011년 게임 맞나요?’라는 질문이 저절로 나올 만큼 초저사양+초저렴한 그래픽을 보여준다.
좋게 말하면 저사양에서도 즐길 수 있는 그래픽이라고 우길 수는 있지만, 아무리 그래도 2011년 게임이라 생각하기엔 무리가 있는 수준이다. 다시 말하지만 <테라>가 상용 서비스를 시작하고 <블레이드앤소울>이 테스트를 준비 중인 바로 그 2011년이다.
도저히 2011년 게임이라고 볼 수 없는 저렴한 그래픽이라는 걸 개발진도 아는지 <발리언트>는 ‘쉐이더’ 효과를 과도하게 줘서 어떻게든 그래픽을 포장하려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쉐이더 효과를 너무 준 나머지 각종 오브젝트가 붕 뜬 느낌을 주고, 화면이 퍼져 보여 굉장히 눈에 거슬린다. 그렇다고 해서 쉐이더를 끄면 유저들은 2004년 정도로 가는 타임머신을 탄 착각을 하게 된다.
■ 부실한 액션, 정두홍표 액션은 어디로?
그렇다고 <발리언트>의 액션이 정말 박진감 넘치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보스 피니시 액션을 빼면 그렇게 눈에 띌 만한 액션은 찾아보기 어렵다. 개발사가 주장하는 ‘정두홍식 액션’ 이란 게 어떤 걸 나타내는지도 확실하지 않다.
캐릭터의 모션도 부자연스럽다. 점프나 공격, 이동할 때 움직임이 부드럽지 못하고, 특정 동작은 슬로우 모션을 보는 느낌이 든다. 플레이 내내 무언가 매끄럽지 못한 느낌이 계속 든다.
부족한 캐릭터 모션을 스킬 이펙트로 보완하려다 보니 이펙트가 너무 강한 나머지 공격 모션이 가려진다. 결국 유저는 화끈한 액션보다 화끈한 스킬 이펙트만 보게 된다. 그나마 클로즈 베타테스트 때에 비해 타격감이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좋다’고 말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콘텐츠 구성도 단조롭다. 보스 피니시 액션을 빼면 일반적인 사냥 콘텐츠는 너무 진부하다. 공격–스킬–공격–스킬의 반복이랄까? 유저의 집중도 역시 자연히 보스전에서 잠깐 불타올랐다가 확 꺼져 버린다.
액션에서 유일하게 내세울 점인 보스 피니시 액션도 보스마다 패턴이 비슷해 초반에만 감탄할 뿐, 몇 번씩 반복하다 보면 감흥이 없다.
액션은 스킬에 가려 제대로 보이질 않는다.
■ 숱한 버그와 부실한 콘텐츠 구성. 대대적 보완이 필요
버그도 상당히 많다. 다음 맵으로 진행이 불가능한 버그나 몬스터 라이딩을 하자마자 강제로 내리게 되거나 사라지는 오류 등 끊임없는 버그가 속출하고 있다. 개발사에서도 버그를 꾸준히 수정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꽤나 답답하다.
무기 체인지도 생각만큼 매력적이지는 않다. 눈에 보이는 공격 범위와 판정이 실제 판정과 미묘하게 어긋나 있고, 동작도 매끄럽지 않아서 생각하는 것만큼 연속기를 이어 나가기가 어렵다.
스킬이나 주요 시스템을 살펴봐도 빈틈이 너무 많다. 일례로 무기를 빠르게 바꿀 수 있다는 퀵 체인지 시스템은 거의 의미가 없다. 퀵체인지 키를 누르면 모션 없이 사용무기를 바꿀 수 있지만, 이를 이용하는 것보다 그냥 바꾸고자 하는 무기의 스킬을 쓰면 번거롭지 않게 교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퀵 체인지 스킬을 배우지 않더라도 불편함이 거의 없다.
결과적으로 <발리언트>는 초반부 몇 번의 보스전에만 재미가 치중된 모습이다. 유저의 몰입도도 마치 한여름 밤의 폭죽처럼 뜨겁게 불타오른 후 순식간에 끝나 버린다.
보스전 이외의 것들이 눈에 잘 들어오지도 않고, 심지어 나중에는 귀찮아진다는 느낌까지 받을 정도다. 보스전 말고 기본적인 사냥이나 다른 콘텐츠를 보강하고 액션 RPG다운 부드러운 움직임과 빠른 사냥 보강이 절실하다.
다만 그래픽은… 유저가 감내하자. 이건 진짜 어쩔 수 없다.
중요해보이지만 필요성을 그렇게 느낄 수 없는 스킬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발리언트>에는 이처럼 빈틈이 너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