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브 더 다이버>가 뜨겁다. 스팀에서 '민트로켓'의 이름으로 얼리 억세스를 시작한 게임은 오픈 나흘 만에 700여 건의 리뷰가 올라왔고 전체 리뷰 중 95%의 '압도적으로 긍정' 평가를 받고 있다. 도트 아트 스타일과 입체적인 스토리, 어드벤처와 타이쿤을 적절히 조화한 <데이브 더 다이버>는 넥슨 게임이다. '민트로켓'은 넥슨이 독특한 게임을 만들기 위해 만든 서브 브랜드다.
<워헤이븐>도 만만치 않다. 상당한 팬층을 보유한 백병전 PvP 장르로 6명의 캐릭터가 전장에서 진격, 점령, 호송을 위해 맞붙는다. <듀랑고>를 만들었던 이은석 디렉터는 넥슨 신규개발본부에서 <워헤이븐>을 만들었다. 지금 이 게임도 스팀에서 절찬리에 오픈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게임을 해보면 어려운 장르를 대중적으로 풀어낸 것을 알 수 있다.
넥슨의 라이브본부가 '메던피 디렉터 합동 방송' 같은 이벤트 등으로 이미 나온 게임의 안정적인 서비스를 꾀하는 곳이라면, 신규개발본부는 전에 없던 게임을 만드는 곳이다. 이곳을 이끄는 김대훤 부사장은 2022년 3월 창간 기념 인터뷰에서 넥슨의 당시 상황을 "절체절명의 시간"이라고 정의하며 엄중한 상황 진단을 내놓았다.
그로부터 약 7개월이 지난 뒤, 판교 넥슨 사옥에서 김 부사장을 다시 만났다. <데이브 더 다이버>와 <워헤이븐>으로 신규개발본부의 '원투펀치'는 확인된 듯했다. 그래서인지 그는 조금 더 편해 보였고, 그런 분위기 속에서 내년 상반기 내 출시될 신작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과거 김대훤 부사장은 '빅앤리틀'을 강조했는데, 이날 인터뷰에서 그는 여기에 한 가지 개념이 더 추가됐다고 말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넥슨'이다. /디스이즈게임 정우철 편집장, 김재석 기자
Q. 디스이즈게임: 7개월 만의 인터뷰다. 그간 어떻게 지내셨는지?
A. 넥슨 신규개발본부 김대훤 부사장: 아시다시피 한창 선보이는 게임들이 있다. 지금까지 보인 타이틀 이외에 곧 여러분에게 찾아 보일 타이틀이 많다. 우리의 만족감과 유저들의 기대감 수준을 맞추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물론 그러면서 넥슨의 개발 사이클이 크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에 다음 사이클에선 어떤 과감한 시도를 할 수 있을지 전략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현재와 미래를 고민하는 바쁜 시기 같다.
Q. 과거 인터뷰에서 넥슨이 '절체절명의 시간'에 있다고 정의한 뒤 '결과로 증명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이제 '증명'을 할 때가 된 듯한데, 소감이 어떤가?
A. 말로만 그치는, 또는 수치로 보여 드리는 게 아니라 작품으로 보여 드리고 싶었다. 알다시피 넥슨이 정말 좋은 IP를 가지고 잘 가꾸어 나가며 발전시키는 데엔 능하지만, 신규 개발에는 여러 부침을 겪어왔던지라 기대가 많이 낮아진 상태였다. 우리(넥슨)만 그런 게 아니라 유저분들의 기대도 낮다고 느꼈다.
그런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뭔가를 보여 드리려고 했던 시간이었다. 정량적인 수치가 아니라 좋은 작품으로 반응을 얻고 싶었다. '이걸 했다고?', '넥슨이 이런 걸 만들었다고?' 같은 정성적인 반응을 얻기 위해 노력했다. 인정을 받고 싶었다. 그렇게 <워헤이븐>의 스팀 글로벌 베타를 진행 중이고, <데이브 더 다이버>(이하 데이브)라는 순수 스토리 기반 패키지 게임이 출시됐다.
그 외에도 실제로 여러 타이틀이 출격을 앞두고 있다. 기다려 주신 유저분들에게 감사를 드리고 싶고, 개발진에게도 감사를 전하고 싶다. 특히 우리 개발진은 여러 환경에서도 의지를 잃지 않았다. 또 유저분들은 '그래도 넥슨은 뭐라도 하고 있지 않으냐?'라는 관심을 보내주고 계셨다. 앞으로도 그런 기대에 부응하는 작품을 내놓을 생각이다.
Q. 과거 인터뷰에서는 신규개발본부에 600명 정도가 있다고 말했다. 지금도 그 정도 규모를 유지하고 있나?
A. 지금은 1.5배 정도 늘어나 약 900명이 일하고 있다. 그동안 개발 기조로 '빅앤리틀'을 말씀드렸는데, 빅은 '빅'답게 키우고 리틀은 프로젝트의 개수를 늘렸다. 또 전에는 넥슨에서 각 프로젝트의 개발을 돕는 중앙 서포트 조직이 없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그런 일을 해주는 조직을 세팅해서 그쪽으로 채용이 많이 이루어졌다.
Q. <워헤이븐>의 스팀 오픈 테스트가 막바지를 향해가고 있다. 유저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고 있나?
A. 조금 갈리는 부분은 있다. <시벌리> 같은 백병전 '떼쟁' 게임이 니치(Niche)한 시장이지 않나? 과거 배틀로얄이 니치했던 것처럼. 이런 니치함을 '어떻게 대중화해볼까'라는 생각으로 여러 변화를 추구했는데 이런 게임을 접하지 않았던 분들을 흥미를 느끼신다. 그런데 이런 백병전 장르를 좋아하는 분들은 '불닭볶음면은 불닭볶음면이어야 하는데 너무 순하지 않아?''라는 반응도 있다.
게임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서 전체적인 만듦새나 퀄리티에 대해서는 기대를 받고 있다. 타이틀 자체가 많지 않은 백병전 액션에 도전하다 보니 국내외를 통틀어서 관심은 많다. 백병전 액션의 '정통'에 대한 인식이 있는데, 그것(백병전 액션 장르)이 추구하는 게임성에 대한 부분도 미래에는 다듬어지지 않을까 한다. 'Easy To Start, Hard To Learn'의 학습곡선을 생각하면서 게임을 만들고 있는데, 어떤 지점에서는 절충이 필요하지도 않을까 생각한다.
<워헤이븐>의 마케팅은 일부러 많이 하지 않았다. 니치한 장르에 처음 시도하는 거니까. 그래도 조용히 한 것치고는 정량적인 수치가 꽤 괜찮게 나오고 있다. 여러 의견을 수집하고 있는데, 넥슨의 여러 타이틀과 비교해도 좋은 정성평가가 나오고 있어서 고무적이다. 많이 배우고 느끼고 있다.
Q. <워헤이븐>은 스팀에서 서비스된다. 넥슨이 게임이나 그 게임을 선보일 시장을 선택하는 방식이 달라진 것 같은데.
A. 예전에도 넥슨이 글로벌에 진출하지 않은 건 아니다. 다만 과거에는 '우리의 서비스 능력을 가지고 온라인게임이 없던 곳에 진출하자' 이런 쪽이었다면, 이제는 정말 글로벌에 통할 게임을 만들어서 내보자는 생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결국은 시도를 해야 하는 거고, 역량을 쌓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몇 년 전부터 전략을 세우고 그쪽으로 꾸준히 투자하고 있는 거다.
내가 인수를 결정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넥슨의 개발사 인수 전략도 글로벌에서 통할 게임을 만드는 플레이어들과 함께하는 곳들을 찾는 형태로 가고 있다. 엠바크스튜디오도 서로의 생각과 경험을 공유할 곳을 찾다가 연결된 것이다. 현재 엠바크와도 많은 협력을 하고 있다. 그분들의 통찰과 기술적 노하우를 배우려고 하고 있고, 넥슨은 넥슨대로 아시아 시장에 대한 이해와 장기간 서비스에 대한 제언을 주면서 협력 중이다.
글로벌에서 통하는 게임, 그런 게임을 오래 서비스하는 것이 지금 넥슨의 기조이고, 앞으로도 계속 이어져갈 것으로 보고 있다. 실은 '글로벌'이라는 게 엄청 새롭거나 대단한 개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냥 재밌으면 되지 않나? 좋은 물건을 만들어서 세상에 내놓으면 되지 않나? '한국 시장에서 이 정도만 하면 어느 정도의 매출을 뽑겠지?'라는 생각으로 게임을 만들지 않고, K-음악이나 K-웹툰처럼 재밌는 것, 수준이 있는 것을 만들면 그게 곧 글로벌에 먹히는 콘텐츠라고 생각한다.
넥슨도 예전에는 너무 한국 시장에만 매몰된 점이 있던 거 같다. 물론 여전히 넥슨에게는 한국 유저들이 중요하지만, 보편타당한 재미를 찾기 위해서는 세계적으로 먹히는 게임을 생각해야 할 것 같다. 글로벌에 통하는 뭔가를 만들려면 그 접근성은 스팀과 콘솔에 있으니 인정을 해야지 않나? 그래서 넥슨은 앞으로 스팀에서 글로벌 메인 장르에 같은 것에 과감하게 도전을 해야 하지 않나 싶다.
Q. 기존에 넥슨은 잘 되던 IP에 집중하는 모양새였다. 그러면서 국내 시장에 조금 더 신경 쓸 수밖에 없었고. 그런데 이제는 다른 쪽에 집중하겠다는 느낌이 드는데.
A. 옛날부터 <던전앤파이터>는 한국 아니면 중국이었는데, 우리는 이걸 글로벌에 알리고 싶었다. '던파라는 우리 빅 IP를 세계에 알리고 싶다', '그러면 어떤 게임성이 맞을까?', '역시 아무래도 대전격투게임 아닐까?' 이런 쪽으로 <DNF 듀얼>이 나오게 됐다. 앞으로 새롭게 나오는 게임은 더더욱 글로벌을 생각하면서 만들려 한다. 물론 무조건 글로벌이 아니라 만국 공통으로 재밌는 것. 그걸 만들고 싶다.
Q. 다양한 장르에서 노하우를 쌓아가는 과정으로 봐도 될까? 그런데 솔직히 그간 넥슨에서 다양한 시도가 아예 없었던 건 아닌 것 같은데.
A. 그렇다. 시도는 했는데 쌓이는 건 없었다. 잘하는 사람한테 미션을 주는 게 아니라 하고 싶은 사람에게 미션을 주어 왔다. 하고 싶은 사람이 하는 게 넥슨의 좋은 문화이기도 하지만, 거기에 회사의 역량을 제대로 모아주지도 않았다. 그러면 각 프로젝트가 각개전투로 허들을 넘고 시장을 뚫어야 하는 상황이 빚어졌던 거다. 20년 전에는 통했지만, 지금은 그런 방식으로는 어렵다.
보다 전략적으로 움직이려고 한다. '누구랑 해야 하고, 어떻게 해야 하나. 잘하는 사람이 하는 게 맞다면 그쪽으로 힘을 실어주자. 한 번 시도하고 끝내는 게 아니라 계속 해 보자. 넥슨이라는 큰 기업답게 거시적인 전략과 세부적인 지원 아래서 움직여보자.' 이런 느낌이다.
평가는 이르지만 처음 하는 것치고는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Q. 그래서 이은석 디렉터의 <듀랑고>가 넥슨게임즈 박용현 대표에게로 간 측면이 있는 건가? <듀랑고>라는 IP가 MMORPG로 재탄생하게 되는데, 잘하는 걸 잘하는 사람에게 맡긴 쪽인가?
A. <듀랑고> IP의 가능성은 어느 정도 정립이 됐다. 이걸로 또 샌드박스형 생존게임을 만드는 거라면 모르겠지만, MMORPG로 개발한다면 <V4>와 <히트2>로 검증이 된 분(박용현 대표)에게 드리는 게 맞지 않나 싶었다. 그분들은 그분들 장점을 살리면서도 좋은 IP를 아예 묻어버리지 않으면, 괜찮은 결과물이 나올 수도 있을 거라 판단했다. 그리고 우리(신규개발본부)는 과감한 도전을 이어간다.
Q. 과감한 도전?
A. 본진은 좀 더 과감하게 최대한 신규 IP로 가볼 생각이다. 각 회사나 스튜디오는 축적된 경험치와 IP를 기반으로 잘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다면, 신규개발본부는 과감하게 특색 있는 게임을 만들어 볼 수 있다.
Q. 이미 세상엔 너무 많은 게임이 있다. 특색 있는 게임을 만들어보자는 요구가 가혹한 미션이 될 수도 있다.
A. 그렇다. 이미 생각했던 건 다 세상에 있다. (웃음)
그래서 특이한 것, '리틀'일수록 최대한 바텀-업으로 만들려 하고 있다. 그렇게 나온 게 황재호 디렉터의 <데이브>다. 그런 게임이 더 많이 나올 수 있도록 개발 체계나 절차도 정비하고 있다. 오히려 경영진일수록 '특이한 게임'에 대해서 잘 모른다.
우리(경영진)도 게임을 하긴 하지만, 대세 게임을 해보는 것이 한계다. 숨어있던 개발자들이 자신이 파왔던, 그래서 완벽한 이해가 있는 기획이라면, 게임으로 마무리될 수 있게끔 도와드리는 것이 과제가 될 것이다. 그런 분들이 넥슨에 계시면, 또 외부에 있다면 모셔서 기회를 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분명 옛날에도 넥슨에 바텀-업 문화가 있었다. <데이브>를 필두로 계속 '특이한 게임'을 보여 드리고 싶다. 넥슨의 '리틀'에 대한 생각은 지금도 계속 잡혀가고 있다. 물론 넥슨이 예술만 하는 집단은 아니다. 혁신과 도전을 통해서 특이한 게임이 계속 나오다 보면 좋은 성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
Q. 예전에도 그렇게 '하고 싶은 걸 해보자' 했지만, 허들에 넘어져 사라지는 게임들이 있지 않았나. 넥슨 개발자들에게는 그 '허들'에 대한 두려움이 남아있을 수 있다.
A.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보완할 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할지 계속 논의 중이다. 회사에서 '좋은 아이디어 있으면 손드세요, 회사는 이렇게 해드릴게요'라고 말하고 싶다. 그런데 그냥 하면 안 믿을 것 같지 않은가? 바로 그래서 <데이브>를 끝까지 만들도록 지원했다. 손을 들까 말까 하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려고. 언젠가는 그 시스템에 대해서 내부적으로 공표할 생각이다.
사실 '리틀'을 위한 정교한 절차와 프로세스를 처음부터 제시하려고 했는데, 어차피 개발자들이 안 믿을 것 같았다. 진짜 중요한 거는 게임이 나와서 서비스되는 것 아닌가? 지금 생각해봐도 넥슨에게 엔딩이 있는 게임이 정말 없지 않은가? 근데 그게 끝까지 나오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우리 개발자들이 믿을 것으로 생각했다.
Q. <데이브>는 왜 '민트로켓'이라는 이름으로 스팀에 출시됐나?
A. 나는 민트로켓이라는 넥슨의 서브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상징성이 어마어마하다고 생각한다. 이미 아실 만한 분들은 민트로켓 뒤에 넥슨이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 넥슨은 개발자들에게 '진짜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할 수 있다'라는 말을 걸고 있는 거다.
민트랑 로켓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것들의 조합 아닌가? (웃음) 이런 브랜드를 만들어서 그 이름으로 게임 한두 개가 나가는 게 중요하다. '여러분 보셨죠? 진짜 의지가 있고 생각이 있으면 출시됩니다. 그러니 이제는 손을 들어보세요' 할 수 있을 것이다. 예전에는 회사도 작고 게임 산업도 엄청나게 크니까 그런 특이한 시도를 할 수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방금까지 한 말을 아무도 안 믿고 있다.
Q. 바로 그 시절 데브캣스튜디오가 나오지 않았나? 앞으로 재밌는 일이 많이 일어날지도 모르겠다.
A. 혁신과 대성공은 리틀에서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주 옛날 넥슨에서는 위에서 '이런 거 왜 만드냐' 그래도 개발자들이 뒤에서 몰래 게임을 계속 만들기도 했다. 예전에는 중간에서 프로젝트를 살리려는 노력 없이 드랍이 되었다면, 이제는 그게(리틀이) 가능한 환경이 됐다.
Q. <데이브> 다음의 '리틀'은 무엇인가?
A. 되게 희한한 대전게임을 준비 중이다. <프로젝트 TB>라고 불린다. 어마어마한 속도전을 하는 극강의 피지컬 게임이다. MOBA라고 한다면 템포에 따라서 캐릭터를 잘 성장시키고 합을 모아서 한타를 잘 치는 그런 게임인데, <프로젝트 TB>는 정신없이 빠르게 움직이면서 싸우는 MOBA이다. 그중에서도 슈팅 요소가 조화되어 있다. 스팀 출시를 생각하고 있다.
Q. 플랫폼 다변화하려는 노력이 보인다. 예전에는 PC MMO만 했고 또 그 이후에는 모바일만 했다는 느낌이었는데.
A. 넥슨 정도의 사이즈라면 2마리 토끼, 3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고, 또 어떨 때는 여러 마리 토끼를 잡도록 노력해야 하는데 플랫폼 진출 쪽은 다변화로 가려고 하고 있다. 이제 넥슨은 이것저것 다 잘해야 하는 시기이다. 그렇게 경쟁자들과 격차를 벌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모바일로 나와서 누구나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게임도 있다. 옛날에는 모바일이면 모바일, PC면 PC 이런 식으로 한정해서 했지만, 이제는 지금 만드는 게임의 게임성이 어디에 더 적합한지를 따지고 있다. 그러면서도 플랫폼 확장에 크게 무리가 없다면 최대한 확장하려고 하고 있다. 모바일로 나가는 게 좋겠다 싶은 타이틀은 모바일로 나갈 거다.
Q.' 빅앤리틀' 개발 기조를 천명한 지도 어느덧 시간이 상당히 지난 듯하다. 내년 상반기까지 모든 게임의 출격을 완료시킬 것이라 공언한 바 있다. '리틀'은 업데이트가 많이 됐는데 '빅'은 소식이 뜸하다. 업데이트할 만한 이야기가 있을까?
A. '빅'은 아무래도 RPG이다 보니, 볼륨도 크고 퀄리티도 중요하다. 그러면서도 RPG가 워낙 뻔한 문법 속에서 돌아가지 않느냐는 비판을 마주하고 있다. 게임마다 어느 정도는 진보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고민을 하다 보니 길어진 측면이 있다. '우리 MMORPG는 다릅니다'라는 것을 보여주려는 게 <프라시아 전기>인데 곧 언제 어떻게 나갈 거라고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다. 내부 테스트 결과는 만족스럽다.
<테일즈위버: 세컨드런>은 일본 시장에서 통할 만한 퀄리티를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지금 그 팀에서만 110명 가까이 일하고 있다. 20~30명 규모로 '포팅 하겠습니다' 하는 것이 아니라 <테일즈위버>라는 좋은 IP를 가지고 일본에서 통할 만한 전략적 전투 방식을 구사하려 하고 있다. 칼질하면서 무한 사냥하고 전투력만 올리는 게임으로 만들지 않고 있다.
<테일즈위버: 세컨드런>으로는 PvP를 시키기도 어렵고, 단순 성장으로만 가기도 어렵다. 20년 전 <테일즈위버>가 아니라 요즘 시대에서도 통할 만한 게임을 만들려 하고 있다. 스킬과 덱의 조합으로 몬스터를 깨는 재미를 구현하는 게 목표다. 일본 시장에 11월 론칭을 목표로 하고 있고, 이미 현지에서 사전 등록을 시작했다. 한국 출시에 대해서는 상의 중이다.
<아르젠트 트와일라잇>(옛 프로젝트 SF2)은 수집형 RPG로 개발 중이다. 캐나다와 말레이시아에 소프트론칭을 했고 반응을 보면서 다듬고 있다. 글로벌 지향의 전략 게임이다. 11월에 싱가폴 이런 쪽으로 권역을 확대하면서 수많은 캐릭터의 무한한 조합 싸움이 중요한 게임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한국 시장 출시에 대해서는 논의 중이다.
<테일즈위버: 세컨드런>이나 <아르젠트 트와일라잇>이나 작년 초 기획을 완전히 갈아엎은 것치고는 빨리 나왔다. 인원을 확대하면서 개발 방향을 바꾸었고, 완전히 새롭게 만들었다.
Q. 시장에는 <프라시아 전기>를 '차세대' 공성전 MMORPG라고 소개했지만, 트레일러만 봐서는 크게 '차세대'라고 느껴지지 않았다. 왜 차세대를 강조하고 있나?
A. 보통 공성전이라고 하는 게 룰이 있다. 하는 순간 가닥이 나오지 않나? 그러다 보니 '도대체 어떻게 만들겠다는 거야?'라는 생각이 있을 수 있다. 방금 말한 MMORPG 공성전의 '룰'이란, 특정 인스턴스 던전으로 빠져나와서 스포츠처럼 '언제 만나자'라고 약속을 정하고 싸우는 거다. 마치 '학교 운동장으로 나와!' 하는 것처럼. (웃음)
<프라시아 전기>는 리얼 월드 위에서 공성전을 한다. 심리스 월드에 여러 성이 있고 그곳에 쳐들어가면 공성전이 이루어지는 거다. 각자의 성이 있고, 인스턴스 던전이 아닌 실제 월드맵 위에서 싸운다. 그러면 플레이어들은 자신들이 게임을 하는 월드 위에서 땅을 정하고 발전시켜서 성을 쌓고, 생산하고, 방어와 공격을 준비해야만 할 것이다. <커맨드 앤 컨커>를 멀티로 하는 느낌이다. 유저가 없다면, NPC 집단이 공성을 하러 올 수도 있다.
개발 중 기술적인 난이도 문제가 있었는데, 실제 게임에 전부 실시간 공성전이 구현되어 있다. 말을 타고 월드를 다니다가 만나는 성은 실제로 유저들이 쌓은 성이다. 그 성들은 월드 위에서 실시간으로 발전한다. 토요일 7시에 인스턴스 던전에서 만나는 형태가 아니다.
Q. 플레이어가 변두리에서 싱글게임 하듯이 성을 쌓아도 되나?
A. 물론이다. MMO에 보면 친목 길드, 자유 길드가 있지 않나? 그런 분들도 자신의 성을 쌓고 자신의 게임을 할 수 있다. 강력한 길드가 노리지 않을 곳에서 서로 협력하면서 재밌게 세력을 키워나갈 수도 있다. 100% 무자비한 월드를 구현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공격과 방어에 있어 실제로 자신의 성을 만들어가고 전투에서 사용하는 것에 방점이 있다. 그것이 게임 월드에서 실시간으로 적용되고.
Q. 피로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SLG에서 새벽 3시에 쟁(전쟁)이 벌어지면 자다가 일어나서 명령에 따라야 하는데, 아저씨들은 바쁘지 않은가? 운동장에서 만나는 형식의 공성전이 선호되어온 이유가 있지 않을까?
A. 당연히 피로도를 생각해야 한다. 결국 유저에게 휴식과 일상을 보장해야 할 것이다. SLG처럼 보호막을 씌우는 것도 생각해봤는데, 어떻게 보장할지는 계속 토론 중이며, 방법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것보다 더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개개인의 피로도 부분이다.
요즘 MMORPG에서 방치 모드가 많이 나오지 않았나? <프라시아 전기>에서는 완전한 방치가 아니라 별도 앱처럼 꼭 게임을 켜지 않아도 푸시 알림이 왔을 때 그에 따라서 명령을 내리는 기능을 개발하고 있다. 예를 들어서 개인 사냥 중에 자기 캐릭터가 어떻게 됐으면 알림이 오고, 그에 따라서 어떤 동작을 취하라고 게임을 켜지 않고도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것이다.
게임을 못 켜도 별도의 인터랙티브 앱을 통해서 권한을 위임하고 공성전 같은 이벤트에서 어떻게 할 지 큰 틀의 명령을 내릴 수 있게 된다. 단순히 캐릭터를 세워놓고 자동사냥을 돌리는 방치모드가 아니라 이벤트 때 명령을 내리고 대응할 수 있는 기술을 만들었다. 출시 이후 <프라시아 전기>를 해보신다면 이 인터랙티브 앱이 정말 재미있으실 거다. 자세히 소개할 날이 있을 것이다.
Q. <프라시아 전기>에 쓰일 인터랙티브 앱에 대한 연구는 어느 정도로 이루어졌나?
A. 연구 단계는 다 지났고 테스트 단계에서 쓰고 있다. 가칭 '어시스트 모드'라고 하는데, 푸시가 날라오는 게 단순한 알림이 아니라 커맨드를 묻는 식으로 알림이 온다. 서버에서 시뮬레이션을 돌리면서 다른 유저에게 동작이 안 보이는 게 아니라, 실제 그 게임 월드 속에서 명령에 따라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다. 굉장히 공들이는 분야다.
24시간 무한 전쟁을 할 수는 없을 것이지만, 실시간 공성전이라는 부분은 변화가 없다. 실시간이 주는 몰입감은 인스턴스 던전 형식과는 훨씬 다르다. 모두가 성을 가질 순 없지만, 각자의 땅과 거점을 가지고 있고, 그 집단이 하나의 큰 팀이 되는 구조를 바라고 있다.
Q. 봉건제처럼?
그렇다고 볼 수 있다. 공성전이 최상 길드의 전유물로 여겨지고 있는데, 열심히 한다면 누구나 자기 영지를 발전시키고 공성전을 경험할 수 있는 게임으로 만들려 한다.
Q. <메이플스토리 월드>(옛 MOD)에는 얼마나 많은 이용자가 있나? 과거 목표했던 '메타버스 생태계'에 걸맞은 구조를 지니고 있나? 일각에서는 <메이플스토리 월드>가 기업 콜라보 광고용 소프트웨어로 그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내고 있다.
A. 목적 없는 가상세계 경험을 생각했던 건 전혀 아니다. 넥슨 판 '로블록스'를 만들고 싶었다. 이제는 결국 200명의 <메이플스토리>(이하 메이플) 개발자가 아니라 100,000명의 유저를 창작자로 끌어들여야 할 시간이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가 알던 <메이플>이 얼마나 더 풍부해질 수 있을까? 나도 예전에 <메이플>개발실에 있었지만, <메이플>에서 미니게임을 만들면 정말 딱 달라붙는다.
묘하게 <메이플>로 '시련의 숲'을 만들면 이상하지 않고 묘하게 게임에 녹아 들어간다. 또 <로블록스>와는 다르게 <메이플>은 MMORPG로 시작했기 때문에 유저 창작자들에게 RPG를 만드는 데 최적화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여러 제약이 걸리지 않는 자유도 강한 IP야말로 <메이플>이라고 생각한다.
넥슨 정도 되는 회사라면 UGC(User-Generated Contents) 시스템이 필요한 시점이고, 그냥 따라갔다간 <로블록스> 10년 뒤 버전이 될 수밖에 없다. 우리는 <메이플>을 만들어온 게임사였으니까 이 쪽으로 할 수 있는 노하우가 많다. 곧 행사를 열고 <메이플스토리 월드>와 크리에이터 협업 체계와 같은 콘텐츠들을 선보이려 한다.
지금 <메이플스토리 월드>는 한국 한정이지만, 당연히 글로벌 진출을 보고 있다. 글로벌 서비스는 글로벌 서비스대로 여러가지 해외 조직들과 협업하면서 차분히 준비하고 있다. 글로벌 유저들에게 '한 번 와보세요.' 하고 말 것이 아니라 계속 가상세계에 남을 수 있도록 콘텐츠들을 쌓고 있다.
Q. <로블록스>도 그렇고 <마인크래프트>도 그렇고 단단한 창작자 커뮤니티가 있다. <메이플스토리 월드>는 원작의 인기를 가지고 있으니 그런 커뮤니티가 더 잘 만들어질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A. 정말 예전부터 <메이플>로 기상천외한 시도를 했던 분들이 많다. 게임 리소스를 따다가 만화를 만든다든지, 자체적으로 미니 게임을 만드시던 분도 있다. 메타버스, UGC라는 말이 뜨기 전부터 <메이플>은 창의성을 자극할 만한 소재로 가득 찬 게임이었다는 말이다. <메이플>에는 다른 IP와는 구별되는 묘한 확장성이 있다. 그래서 <메이플스토리 월드>도 길게 보고 있다.
Q. '인싸들의 놀이터'를 표방하는 <페이스플레이>는 어느 정도 만들어졌나?
A. 필터 기술을 상당히 개발했다. 다른 스마트폰 카메라 필터 업체에도 훌륭하고 다양한 소스가 있고, 다양한 IP와도 콜라보 중인 것으로 안다. 우리는 유저들이 자체적으로 필터를 꾸미기 할 수 있다.
여러 레이어를 만들어서 안경을 벗길 수도 있고, 나를 닮았지만 나라고 알아보기 어려운 다양한 형태의 조합이 가능하게끔 구현하려고 한다. 헤어만 바꾸거나, 화장만 바꾸는 필터 기술을 개발했다. 아바타와 아바타끼리 교류하는 시스템도 정리하고 있다. 다른 사람을 특정 공간으로 불러서 놀 수 있거나, 나를 만드는 데 끝나는 게 아니라 나만의 공간도 있는 것이다.
과거 인플루언서 테스트 때 마피아게임을 보여 드렸는데, 이후로 다양한 포맷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11월에 인플루언서와 함께 시범 서비스를 해보려고 하고 있다.
Q. <메이플> 같은 묘한 매력이 없다면, 꼭 <페이스플레이>에서 놀아야 할 필요가 없을까?
A. 가상 공간에서 놀고 그치는 게 아니다. 관찰 예능이 재밌는 이유가, 친구들끼리 노는 것을 누군가가 보는 데 있지 않나? 친구들끼리 게임 한 판 놀았는데 그게 편집된 영상으로 나타나고 여러 명이 돌려보면서 낄낄거리는 구조를 만들고 싶다. 과정도 재밌지만, 결과물도 재밌고, 그걸 공유하면서 마치 틱톡의 '챌린지' 같은 것들을 할 수도 있게 될 것이다.
<페이스플레이>의 캐치프레이즈가 '모두가 하는 예능'이다. 놀다 보면 예능 프로그램이 되는 서비스를 만들고 있다. <페이스플레이>가 각본이 되는 것이다.
Q. 그러다가 팬데믹이 끝났다. 이제 코로나19가 끝났는데 화상으로 놀 필요가 있을까?
A. 타이밍이 지났다는 건 인정하지만, 사람들이 기회가 될 때 가상세계에서 노는 경험의 문턱을 낮춘 것은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옛날에는 화상회의도 귀찮고 힘들어서 안 했다. 한 15년 전부터 화상회의가 있었지만 어색함이 컸다. 그런데 코로나19를 지나오면서 화상으로 누군가를 만나는 게 어색한 행위가 아니게 됐다.
가상 공간의 문턱이 낮아졌고 익숙해졌다. 물론 이제는 밖에 돌아다니는 상황도 많아졌지만, 필터를 끼고 화상으로 노는 게 아주 어색한 일이 아니게 됐다. 지금도 줌으로 회의하는 사람이 많다. 그리고 <페이스플레이>는 시스템 차원에서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는 가이드가 많은 편이라서 적응하기 좋다.
연구할 게 상당히 많았다. 우리는 게임만 해왔던 사람들이라 비디오 스트리밍 기술의 안정적 기반을 닦기 위해서 노력을 많이 했다. '알아서 놀아보세요'가 아니라 판을 깔아주는 게 우리 일이었다. <페이스플레이>에는 실시간 방송 연계와 클립 저장까지 들어있다.
Q. '넥슨이 예술만 하는 집단은 아니다'라고 그랬다. 지금까지 묻고 답한 빅앤리틀에 거는 상업적 기대는 어느 정도인가?
A. 사실 내부에는 빅앤리틀이 아니라 3가지를 이야기했다. 빅, 리틀, 그리고 'NEXON'이다. 'NEXON'은 'NEXt generation ONline service'의 약자이다. 빅과 리틀이 게임에 국한된 이야기라면 'NEXON'은 가상세계에서의 만남과 즐거움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교육이나, 학습, 단순한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라 재미가 중심에 있는 그런 서비스가 'NEXON'이다. 그리고 그 시작을 <페이스플레이>로 정의하고 있다.
내부적인 상업적 기대 성과는 분명히 있다. 그런데 앞서 말하다시피 도전을 하겠다고 하면서 숫자에 지나치게 연연할 수는 없다. 분명 '빅' 쪽은 크게 잘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리틀'은 특이하게 만드는 게 집중하고 있다. 넥슨이 잘하는 것. 사람들을 온라인 공간에 모아 놓을 수 있다면 매출은 따라오는 것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
넥슨에게 있었던 발명과 도전의 정신을 살리는 데 집중하고 싶다. 특히나 넥슨이 강력한 IP와 서비스 경험, 탄탄한 체계가 있는 만큼 새로운 것들이 계속 잘 나와준다면 상업적 성과도 많이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발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과감하게 움직여야 할 시기다.
Q. 여담이지만 넥슨 게임 네이밍 센스가 달라진 것 같다. <메이플>이면 '아, 단풍과 관련된 이야기구나', <던파>면 '아, 던전에서 파이터가 싸우는구나' 이렇게 되는데 요즘 넥슨 신작 이름이 너무 어렵다. 해외를 겨냥해서 그런 건가?
A. 글로벌을 의식하는 네이밍을 하는 중간 단계 같다. 적합한 이름을 찾다 보니 한국 유저들에게는 불명확하게 전달될 수도 있다. 한국 유저들은 <메이플>, <던파> 처럼 짧고 강렬한 이름을 선호하는데, 웨스턴 쪽 유저들은 아무래도 단어의 의미나 내러티브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솔직히 말해서 아직은 이름 짓는 내공이 덜 쌓인 것이다. (웃음) 직관적이면서도 글로벌 유저들을 이해시킬 수 있는 이름을 고민해보겠다.
Q. 취임 당시부터 넥슨의 체질 개선을 강조하고 있다. 지금 넥슨의 체질은 바뀌었나?
A. 누군가 나에게 '당신의 개발철학이 뭐냐?' 물어본다면 늘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답한다. 프로젝트는 없어져도 결국 사람은 남는 거다. 게임 산업에서 리소스는 오직 사람이다. 그걸 인정하는 데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그래서 체질 개선에서도 '사람'에 집중해왔다. 넥슨에는 능력 있는 사람들이 모여야 하고, 이 사람들이 계속 발전해야 한다.
과거 넥슨에는 따로 노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게 강점이기도 했지만, 회사 전체로 보면 좋은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내세운 게 개방, 교류, 협력의 기조였다. 옆 팀이 뭘 하는지 간접경험을 하면서 자극을 받고 효율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다. 특정 팀이 혼자서 따로 놀면 세상이 원하는 게임의 수준에 대응하기 어려울 수 있다. 넥슨 안에서의 자극과 건전한 경쟁 통해서 발전을 이루는 데 신경을 썼다.
많이 좋아졌다. 각자의 생각과 결과물을 보여주는 데 거리낌이 없다. 그래서 신규개발본부 내부적으로는 모든 게 열려있다. 신규개발본부에 있다면 누구나 <워헤이븐> 기획서를 열어볼 수 있고, 어떤 콘셉트 아트를 그렸는지 볼 수 있다. 그러면 다른 직원들은 '왜 이렇게 기획했지?', '이 쉐이드는 어떻게 짠 거지?' 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넥슨의 내부적인 작업물들이 밖으로 나가지 않을 것이라는 대전제가 있어야 한다. 개방, 교류, 협력이 많은 것을 바꿔 놨다고 생각한다.
또 넥슨이 너무 팀별로 놀면 그 팀에서 변화가 생겼을 때 사람이 모이고 흩어지는 게 어려웠던 부분이 있다. 사람이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누구랑 일하는가'가 중요한데, 그것은 조직의 철학이나 분위기나 업무 방식이나 모든 걸 포함한다. 큰 틀에서 모든 조직원이 공유하는 대원칙이 있어야 여러 상황에서 힘을 모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다음에 표준화, 공통화, 일원화를 강조했다. A팀에서 B팀을 가도 일할 수 있고, 프로젝트 끝내고 다시 새 프로젝트 하면서도 뭔가 이어지는 듯한 업무 환경을 만들려고 했다. 두 달에 한 번 신규개발본부 전 직원을 대상으로 내부 유튜브 방송을 하고 있다. 물론 바쁘니까 모두가 볼 수는 없겠지만, 내부에서 모두가 볼 수 있게 열어 두고 있다. 이제 그런 생각의 공유가 자연스러워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