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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box 게임 패스는 '인디 게임'에 도움이 될까?

매직큐브 하상석 대표 인터뷰

김승주(4랑해요) 2023-04-19 10:36:21
Xbox 게임 패스는 인디 개발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MS의 구독형 게임 서비스 '게임 패스'가 등장한 이후 해외 게임 업계에서는 게임 패스의 지원이 인디 게임 개발에 많은 이점을 가져다준다는 개발자 인터뷰가 종종 들려오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지금까지 사례가 많지 않아 조금 먼 이야기처럼 들렸다.

최근 판타지 배경의 퍼즐 게임 <머지 앤 블레이드>를 게임 패스에 데이원 출시한 매직큐브의 하상석 대표는 자신의 사례를 소개하며 게임 패스가 인디 개발자에게 많은 메리트를 줄 수 있다고 커뮤니티를 통해 밝혔다. 하상석 대표는 게임 패스 데이원으로 출시된 <머지 앤 블레이드>가 모든 플랫폼에서 출시 한 달 만에 수십 만 명의 이용자를 달성했다며, 소규모 인디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유명 게임들과 비견되는 이용자 수를 기록해 너무나 기쁘다고 덧붙였다.

왜 하상석 대표는 게임 패스가 인디 게임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을까?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디스이즈게임 김승주 기자


매직큐브 하상석 대표


# 게임 패스가 인디 개발사에 메리트가 있는 이유?

 

<머지 앤 블레이드>는 어떤 게임?

 

- 국내 개발사 '매직큐브'에서 출시한 판타지 배경의 퍼즐 게임으로 준비 단계에서 2명씩 떨어지는 캐릭터를 모아 적들을 격파하는 게임이다. 동일한 캐릭터가 3명 모이면 상위 단계의 캐릭터로 변신하지만, 캐릭터의 위치 이동은 제한되어 있기에 전략적인 배치가 중요하다.

 

2021년 2월 9일 스팀에서 얼리 액세스를 시작한 후, 2023년 2월 28일 정식 출시됐다. 

 

Q. 디스이즈게임: 게임 패스 합류는 어떻게 결정된 건가? <머지 앤 블레이드>를 처음 개발할 때부터 게임 패스 입점을 준비했나?

A. 하상석 대표: 이전에 모바일 게임을 주로 개발해 올 때부터 구독 모델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영화나 게임 같은 미지털 미디어 콘텐츠의 종착지는 구독 모델로 향하고 있는 것 같다. 영화는 넷플릭스로, 음악은 멜론이나 유튜브로 듣는 경우가 흔해졌으니까. 게임도 비슷한 방향으로 흐르지 않을까 했다.

당시 다양한 구독 모델이 나오는 것을 봤고, 게임 패스는 이용자 친화적으로 가는 것 같아 충분히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느꼈다. 라이트한 소비자층에게는 구매보단 구독이 더욱 매력적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PC와 콘솔을 중심으로 개발된 <머지 앤 블레이드>는 개발 초기부터 게임 패스 입점에 관심이 있었다.



Q. 게임 패스에 입점한 지 한 달 정도 된 것으로 알고 있다. 공식적인 언급은 어렵겠지만, 이용자 수 추이가 어떤가?

A. ​정식 출시와 함께 게임 패스 데이원으로 합류했기에 전과 후의 비교는 어렵지만, 스팀을 포함한 모든 플랫폼을 합산하면 현재 50만 명 정도의 이용자들이 <머지 앤 블레이드>를 플레이했다. 자세한 언급은 어렵지만 도전 과제 달성률을 보여 주는 '트루 어치브먼트'같은 사이트를 보면 어느 정도 추측이 가능하다. 2023년 게임 패스로 출시된 게임 중 어느 정도의 위치를 가지고 있는지 해당 사이트에서 가늠해 볼 수 있다.

2023년 출시된 게임 패스 타이틀 중 이용자 순위 9위까지 올라갔었고, 지금은 11위 정도에 위치해 있다. 2023년에 유명한 게임들이 많이 출시됐는데 그 사이에 이름을 올릴 수 있어 상당히 만족했다.


Q. 커뮤니티에서 게임 패스 입점이 "홍보가 전혀 안 된 인디 게임도 유명 게임과 어느 정도 비견할 정도의 유입을 보장"한다고 언급했다. 그만큼 입점 하나로 유입 면에서 확실한 효과가 있었던 건가?

A. 위에서 언급한 사이트로 비교해 보면, 유명 개발자의 게임이나 AAA급 게임과 비슷한 순위에 있어 상당한 성과라고 생각한다. <머지 앤 블레이드>는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한 적이 없고, 해외 유명 스트리머가 플레이 한 것이 아님에도 이런 결과가 있었기에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단순히 게임 패스의 영향이라기보단, Xbox 플랫폼의 영향도 있지 않나 생각한다. 

출시 후 2023년 출시작 중 이용자 수 10위권까지 뛰어오른 <머지 앤 블레이드>
'트루 어치브먼트'는 도전 과제 클리어률로 이용자 수를 측정하는 사이트기에 추정치다.
(출처: 트루 어치브먼트)


Q. 플랫폼의 영향?

A. 콘솔로 게임을 해 주신 분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게임을 많이 추천해 주시더라. 

입점하자마자 이용자가 크게 늘어난 것은 아니다. SNS에서 날마다 출시한 게임을 검색하는데, Xbox로 게임을 하신 분들이 "게임 패스로 할만한 게임 있느냐"라는 글에 저희 게임을 추천해 주시는 모습을 많이 봤다.

그러면서 이용자 유입이 견실하게 늘어났는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Xbox 플랫폼에 들어간 것 말고는 원인이 없었다. 이런 식으로 입소문이 퍼지다 보니까 이용자가 늘어난 것 같다. Xbox 게임 패스 덕분에 본래 게임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사람들이 '찍먹'을 해보게 되고 재미를 확인하면서 여기저기 추천해 주신 것 같다. 신규 게임 패스 입점 타이틀은 별도로 표시되는데 여기에 노출된 것도 크지 않나 싶다.


Q. 게임에 대한 반응을 많이 체크하는 것 같은데, 입점 후 해외 커뮤니티에서 <머지 앤 블레이드>에 대한 반응이 유의미하게 늘어난 건가?

A. 주요 일과 중 하나다. 좋은 의견이건 나쁜 의견이건 최대한 수집해 업데이트에 반영하려고 한다. 

아시다시피 2월에 여러 유명 게임들이 나와서 출시 당시에는 별 이슈가 안 됐다. <머지 앤 블레이드>는 출시 직전에야 게임에 대한 정보와 입점 사실이 공개되기도 했다. 그런데 별 이슈가 없었던 것에 비해 유입되는 이용자 수가 나쁘지 않았고, 2~3일 지나자 커뮤니티 반응이 확실히 늘어났다.

(출처: 매직큐브)


Q. 게임 유튜버나 스트리머가 게임을 소개해 줘 게임 판매가 늘어난 경우도 있다고 언급했는데.

A. 스팀에서 얼리 액세스를 했을 때는 국내 유튜버들이 플레이해 주신 것이 많은 도움이 됐다. 인디 게임에 있어 스트리머의 영향력은 크다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일본 유튜버가 게임을 소개해 주셨는데, 곧바로 일본 판매량이 몇 배 뛰었다.

아쉽게도 출시 때는 여러 대작들과 겹쳐 스트리머 분들이 소개해 주신 경우는 많이 없었다. 그런데, 오히려 이런 상황에서도 Xbox 플랫폼을 통해 이용자분들이 플레이 할 수 있어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


Q. 커뮤니티에서 "(게임 패스는 유입을 보장해 주니) 유입은 걱정 말고 콘텐츠 추가에 공들이는 것을 추천드린다"라고 언급했다. 재미있게도 GDC 2023에서 인디 게임사 '노 모어 로보츠'의 CEO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 것으로 안다.

그만큼 인디 게임에겐 이용자 유입이 중요한데, 게임 패스가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는 걸까?

A. 아시다시피 인디 게임은 큰 마케팅을 하기 어렵다. 그렇다 보니 '제발 유명 스트리머의 방송을 탔으면 좋겠다' 혹은 '갑자기 좋은 이슈가 생겼으면 좋겠다' 등 외적인 요소에 기대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것들은 운이기에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그렇다 보니 게임 개발 과정에서 어려움이 생기기도 한다. 결과가 어떨지 모르는데, 계속해서 개발에 집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변에서 흥행에 대한 확신이 없어 확실하게 게임 개발에 시간을 투자하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봤다. 팀을 구성했다면 자신은 아니더라도, 다른 구성원이 흔들리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게임 패스에 입점하면 일정 수준의 유입이 보장되니, 게임 콘텐츠만 확실히 준비하면 흥행할 수 있는 셈이라 개발하는 입장에서도 프로젝트에 올인하고 집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클라우드 펀딩을 통해 큰 팬덤을 형성한 게임이나 비주얼적으로 정말 뛰어난 게임들의 경우에는 자체적으로 많은 유입을 기대해 볼 수 있겠지만, 그래픽이 화려하지 않고 게임의 재미로 승부를 보기에 유입이 어려웠던 <머지 앤 블레이드> 같은 경우 엄청난 도움을 받았다. 게임에 대한 자신이 있지만 비주얼의 화려함으로 승부하는 게임이 아니라면 구독 모델이 이용자 유입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Q. 인디 게임은 피드백이 중요하다. 이용자가 늘어난 만큼 피드백도 그만큼 늘어났는지 궁금하다.

A. 아무래도 이용자 수가 많아지니 피드백도 늘어났다. 그렇다고 온라인 게임 서비스만큼 많은 피드백이 오는 것은 아니라 여기저기 반응을 찾아보고 있다. 개인적으론 실시간 방송이 제일 도움이 된다. 시청자가 적은 게임 방송이 솔직한 반응을 알기 좋다.


Q. 게임 패스 입점 후 판매량도 증가했나? 해외에서는 <옥센프리> 개발자가 입점 후 자신의 걱정과 달리 게임 판매량이 늘어 놀랐다고 언급한 바 있다.

A. ​세세한 내용을 말하기는 계약 상 어렵지만 확실히 있다. 사실, <머지 앤 블레이드>는 정식 출시 때 데이원으로 입점해 게임 패스의 효과인지는 확실히 알 수 없다. 그래도 PC로만 출시했던 다른 게임에 비해 SNS 반응이나 유튜버의 플레이 동영상, 스트리머의 플레이 횟수가 확실하게 늘어났다. 이런 것들이 판매량에 영향이 없을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DLC 판매량도 괜찮고, 게임 패스 입점이 끝난 후의 판매량도 염두에 두고 있다. 저희 목표는 이용자들이 지속적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업데이트와 DLC를 제공하고, 입점 기간이 끝나더라도 이용자들이 게임을 재밌다고 느껴 본편을 구매하고 싶어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Q. 입점을 위해서는 심사를 받아야 하나? 심사가 있다면, 심사 단계에서 어려움은 없었나? 게임 패스 입점에 어떤 노력이 가장 주요했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A. 입점 심사 과정이 있었지만 어려운 점은 없었다. 게임패스 입점을 위한 노력보다는 게임 자체에 대한 평가가 심도 있게 이뤄진 것 같다.



Q. Xbox 버전도 만든 것으로 아는데, 포팅에 어려움은 없었나.

A. 걱정이 있었지만 생각보다 수월했다. 굳이 어려움을 이야기하자면 포팅 자체의 기술적인 어려움보단, 처음 보는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찾는 것에 대한 문제가 있었다. 그래도 MS에서 관련한 문의에 대해 직접 답변해 주는 창구가 있고,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기보단 기존에 경험이 없어 발생한 일이 대다수라 몇 번 더 포팅을 해 보면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


Q. 앞으로도 신작 게임을 게임 패스에 입점시킬 계획인가?

A. 당연히 Xbox에서 받아주기만 한다면 계속 게임 패스에 입점하고 싶다. 입점 여부와 상관없이 Xbox로도 게임을 꾸준히 출시할 생각이다.


Q. 2022 BIC에서 구독형 플랫폼이 인디 게임에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언급했었다. 여전히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A. 전체를 완전히 바꾸기보다, 새로운 기류를 만들 수 있지 않나 싶다. 실험적인 게임이나, 소재가 특이하거나, 퀄리티는 멋지지만 플레이 타임이 짧아 게임 개발을 시작할 엄두조차 못 내는 사례들이 있다. 이런 게임들이 구독 서비스 입점을 통해 확실한 수익과 이용자를 확보할 수 있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펜티먼트>의 개발자(조쉬 소여)가 해외에서 게임 패스가 없었다면 게임이 출시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해외 인터뷰에서 언급한 것으로 안다. 예전에는 "이거 만들어 봤자 성공할 수 있을까?"라며 포기했을 프로젝트들이 시도될 수 있어 인디 게임계를 더욱 풍성하게 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더 다양하고 멋진 게임이 나올 수 있는 기회 같다.

 

옵시디언 엔터테인먼트에서 극소수의 인원으로 제작된 <펜티먼트>
독특한 게임성 덕분에 디렉터 조쉬 소여는 게임 패스가 아니었다면 출시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해외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참고로 <펜티먼트>는 2023 GDC에서 '최고의 내러티브' 상을 수상했다. (출처: 스팀)

 

 

# <머지 앤 블레이드>, 보답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개발하겠다.


Q. 어떻게 <머지 앤 블레이드> 개발을 시작하게 됐나? 게임을 해 보면 <뿌요뿌요> 생각이 난다.


A. 제가 <뿌요뿌요>나 <테트리스>, <2048> 같은 퍼즐 게임을 좋아한다. 2015년경에 모바일로 퍼즐 게임을 만든 적이 있었는데, 사람들이 생각 이상으로 좋아해 주셨다. 몇 년이 지나도 계속해서 플레이하는 분도 계시길래 다시 한번 비슷한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액션이나 판타지 요소를 좋아하는 것도 있어 여러 장르를 결합하기로 결정했다. 여기에 <오토 체스>를 살짝 섞어 <머지 앤 블레이드>를 개발했다.



Q. 2성급 캐릭터는 '대머리’로 디자인됐는데, 혹시 "이거 뿌요뿌요였으면 벌써 터졌어요"라는 농담을 노린 걸까?


A. 본래 그런 의도는 없었다. 디자이너 분에게 대장장이 스프라이트를 요청했고, 디자이너분도 일반적인 대장장이의 이미지를 생각해 제작해 주셨다. 그런데 대장장이가 게임 초반 캐릭터인 것도 있고, 이용자가 스트레스를 받게 하는 요소도 있다 보니까 SNS에서 자연스레 그런 농담이 언급되더라. 전혀 생각하지 못했기에 이거다 싶어 농담을 적극 사용하다 보니 지금은 마스코트 캐릭터가 됐다.

 


 

Q. 본래 2021년 2월 스팀에 얼리 액세스로 출시됐는데, 개발진의 건강 문제로 2023년 2월에야 정식 출시될 수 있었다는 이야기가 스팀 커뮤니티에 언급되어 있다. 혹시 자세한 이야기를 해 줄 수 있나?

A. 얼리 액세스 이후 프로그래머 분의 건강이 나빠지셨다. 힘든 상황 속에서 정말로 열심히 해 주셨고, 본인도 이어나갈 의지가 있으셨지만 결국 상황이 어려워져 새로운 분이 작업하게 됐다. 이 과정이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정식 출시까지 인수인계 및 추가 콘텐츠 개발, Xbox 포팅에 6개월 정도를 생각했는데 1년 반 정도가 소모됐다. 이 부분은 정말로 죄송한 마음뿐이고, 계속해서 좋은 업데이트를 진행해서 게임에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겠다.

 


Q. 마지막으로 한 마디 부탁드린다.


A. 인디 게임은 해보지 않으면 그 매력을 알기가 어렵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재미있을 지, 재미없을 지 모르는 게임에 선뜻 돈을 쓰기 어렵다. 여기서 구독 모델이 인디 게임에 메리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구독 모델에 있으니 부담 없이 게임을 해 보고 "어 이외로 재밌네?"라고 느끼는 식이다. 실제로 이런 반응이 많았다. 평소에 잘 즐기지 않는 장르의 게임이라 게임을 구매하지 않았을 사람들도, 구독 모델을 통해 게임을 플레이해보니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내는 경우가 많았다.

<머지 앤 블레이드>의 업데이트도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로그라이크 모드 전용 캐릭터나, 퍼즐 요소가 강화된 신규 모드 등을 준비하고 있다. 반복 플레이에 대한 목적성을 강화시키려 한다. 많은 기대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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