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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스포츠에 왜 데이터가 중요해요? 샌드박스가 말하는 '데이터 롤'

이영남 전력분석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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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주(사랑해요4) 2023-04-28 15:53:46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롤)에도 세이브매트릭스 같은 지표가 나올 수 있을까?

스포츠 데이터 분석에 대한 관심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한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스포츠인 '야구'부터 각종 지표를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모든 팬들이 데이터에 능통한 것은 아닐지라도 적어도 선수가 팀 승리에 얼마나 기여했는가를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WAR나, 타율보다 조금 더 정확한 지표라고 여겨지는 OPS(출루율 + 장타력) 정도는 아는 사람이 많다.

<롤>도 비슷하다. 게이머들은 <롤>을 더 잘하기 위해 여러 데이터 분석 사이트를 들여다본다. 현재 가장 픽률 대비 승률이 좋은 챔피언은 무엇인지, 만난 아군이 잘 다루는 챔피언은 무엇인지, 카운터 챔피언은 무엇인지 전적 사이트를 통해 확인한다. 높아진 수요만큼 전적 사이트의 가짓수도 많아졌으며, 각 사이트가 서로 다른 데이터 분석을 보여주는 경우도 많다.

<롤>에서만 데이터의 인기가 이 정도니, <롤> e스포츠는 어떨까? 적어도 데이터에 대한 시청자의 관심이 이전보다 많아진 것은 확실하다. 단순히 LCK 선수의 슈퍼 플레이나 KDA를 이야기하는 것을 넘어 15분 지표는 어떤지, 골드 대비 딜량 지표 등은 어떤지 커뮤니티에서 토론하는 모습이 부쩍 늘어났다.

그렇다면 프로 구단에서는 어느 수준까지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을까? 야구처럼 <롤>에도 다양한 지표가 나올 수 있을까? 이에 '데이터 롤'을 천명하고, 2023년 스프링 시즌 초반 돌풍을 일으키며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했던 리브 샌드박스의 이영남 전력분석관을 만나 봤다. /디스이즈게임 김승주 기자


이영남 전력분석관

본 콘텐츠는 디스이즈게임과 오피지지의 협업으로 제작됐습니다.

 

 

# 분석관은 어떤 일을 하나요?

 

Q. 디스이즈게임: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A. 이영남 전력분석관: 리브 샌드박스에서 전력분석관(데이터 분석 디렉터)을 맡고 있다. 대학원에서 AI에 대해 공부했고, AI 사이언티스트로 8년 이상 근무해 왔다. 데이터 사이트에서 2년 동안 개발 업무를 맡기도 했다. 당시에 LCK랑 협업도 했었는데, 사람들이 많이 보는 플레이오프 확률 데이터, LCK 전체 리그 데이터 같은 것들을 분석하고 개발하는 일을 해 왔다.


Q. 샌드박스에는 어떻게 합류하게 됐는가?

A. 원래는 2년쯤 전부터 e스포츠에 오길 희망했다. 이력서를 만들어 몇몇 팀을 돌아다녔다. 문전 박대를 당한 적도 있었고, 긍정적으로 이야기한 곳도 있었지만 제가 기여할 수 있는 바가 그렇게 크지 않다고 느끼기도 했다.

그러다가 데이터 관련 회사에서 나오게 됐고, 쉬려고 하던 차에 리브 샌드박스 대표님이 같이 해 보면 어떠냐는 제안을 주셨다. 

이전에 같은 직장에서 근무한 것도 있다. 그렇게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는데, 같은 e스포츠 업계에 있다 보니 생각을 공유할 때 잘 맞는다고 느꼈다. 언제 이런 경험을 해 볼 수 있을까? 라는 생각도 있었고, 일반 직장인과는 완전히 다른 일을 해야 하다 보니 조금이라도 빨리 도전해 보자 마음먹고 샌드박스에 합류하게 됐다.

 

 

 

Q. 롤 e스포츠에서 분석관이 맡은 일은 정확히 무엇인가?

A. 여러 가지가 있다. 이 부분은 팀마다 많이 상이할 것이라 생각한다. 

먼저, 리브 샌드박스 같은 경우는 선수 선발에 있어 객관적인 자료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 선수 추적이라 보시면 된다. 선수가 어떤 상태인지 체크하는 것, 메타 분석, 챔피언 분석, 인게임 내 오브젝트의 가치 측정 같은 것들이 있다.

팀이 효율적이고 발전된 방향으로 가기 위한 것들을 만드는 역할도 한다. 예를 들어 감독, 코치님들과 경기가 끝나고 어떻게 회고해야 할 지에 대한 방식을 정리하고, 스크림이나 훈련 같은 것들을 어떻게 기록할지, 선수들과는 어떻게 자료를 주고받을지에 대해 연구한다. 비단 데이터뿐만 아니라 <롤> 팀 전반적으로 훈련이나 체계를 잡고 있는 일도 맡고 있다.


Q. 경기장에도 같이 가나?

A. ​맞다. 올해 경부터 노트북을 다시 들고 갈 수 있게 돼서, 1세트 이후 감독이나 코치님들이 현장에서 요청하신 자료들을 바로바로 뽑아 드린다. 


Q. 이야기를 들어 보니, 아직 e스포츠에 데이터가 확실히 자리 잡은 것은 아니다 보니, 처음 시도하는 것이 많을 듯 하다.

A. 그렇다. 하지만 저는 이런 생각을 했다. AI를 다뤄 오면서 기술이 어느 정도까지 발전하고 있는지를 체감하고 있었는데, 여기서 사용되는 것들 중 기초적인 요소만 e스포츠에 도입할 수 있더라도 도움이 엄청나게 많이 될 수 있다고 느꼈다.

정확도를 높이기보단 일단 도입을 하고 보자는 것이다. 지금은 정확도를 95%에서 97%로 올릴 수 있느냐의 상황이라기보단, 일단 '데이터를 보거나 활용할 수 있는가?'가 관건인 것 같다. 0과 1의 차이라 보시면 된다. 똑같은 데이터를 보더라도 더욱 쉽고 임팩트있게 볼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제 역할이다.

(출처: LCK)

Q. 데이터는 어디서 받고, 어떻게 가공하는가? 라이엇에서 세세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A. 일단 기본적으로 크게 두 가지 데이터가 있다. 스크림이나 리그 데이터는 라이엇에서 따로 모아 보여주는 곳이 있다. 솔로 랭크 데이터 같은 경우 직접 API를 받아 구단에서 활용하기 위해 전적 검색 사이트에 준하는 정도로 혼자 개발해 놓았다. 

예를 들자면, 한 프로 선수가 계정을 세 개 가지고 있다고 해 보자. 어떤 계정은 공개하고, 어떤 계정은 숨길 수 있는데 저희는 그런 것들을 추적하는 시스템이 있다. 

챔피언별 데이터도 가지고 있다. 가령 저희가 하이머딩거를 시즌 초에 많이 쓰지 않았나? 그러면 이런 질문이 올 수 있다. "딩거가 카르마 같은 서포터 상대로 와드가 조금 더 빠르게 나오는 것 같은데, 숫자로 확인할 수 있나요?" 그러면 솔로 랭크 데이터를 통해 특정 챔피언을 상대로 와드 아이템이 나오는 속도를 측정해 드리는 식이다. 

이런 것들은 일반 유저에겐 큰 필요가 없기에 전적 검색 사이트에서 볼 수 없지만, 프로 팀에겐 중요한 데이터다. 이런 것들을 직접 가공해서 사용한다고 보시면 된다.

스크림이나 리그 데이터 같은 경우는 선수 개개인을 측정할 때 본다. 여기에도 사례가 하나 있는데, 본래 스크림 데이터가 있으면 별도의 버튼을 눌러 리플레이를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버튼이 사라졌더라. 그래서 제가 따로 시스템을 개발해서 리플레이를 볼 수 있도록 해 놓았다. 

감독, 코치님들이 특정 날짜의 스크림 리플레이가 필요하다 하시면 따로 받아서 드린다. 개발자 입장에서는 시간을 들이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겐 어려운 일이다. 이런 것도 제 역할이라 보시면 된다.

다른 팀에서는 그렇게까지 적극적이진 않은 걸로 안다. 왜냐하면 스크림을 할 때 특정한 조건을 달아야 API에 데이터가 수집된다. 다른 팀에서는 조건을 잘 안 붙여서, 이런 것들을 많이 사용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


(출처: 픽사베이)

 

Q. 다른 인터뷰에서 '데이터 롤'을 강조했다. 샌드박스가 추구하는 데이터 롤 시스템이란 정확히 무엇인가?

A. "데이터를 사용하는가? 사용하지 않는가?"를 본질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저희 시스템의 본질은 "오늘보다 내일, 내일보다 모레 더 나아지는 것"이다. 더 나아지기 위해서는 각종 기록을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수단이 중요하고, 수단 중 하나가 데이터인 것이다.

프로 팀들은 당연히 경기가 있을 때마다 상대의 밴픽 등에 따라 어떻게 대처할지 등을 꼼꼼히 체크하는데, 놓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여기서 데이터를 잘 기록하고 쉽게 볼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면 놓칠 수 있는 부분을 쉽게 상기해 낼 수 있다. 

무언가를 측정하고 바라볼 수 있는 수단으로써도 도움이 된다. 가령 선수를 기용할 때 A 지표를 보고 평가했는데 실제 결과는 달랐다고 치자. 그러면 B 데이터로 평가해 보는 방식으로 경험을 쌓아 성공할 확률을 높일 수도 있다.

스토브리그에서는 활용처가 많다. 저희가 몇몇 여건이 좋지 못하다 보니,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해외까지 전부 포함해 선수들을 살펴 봤다. 하지만 시간 상 스토브리그에 있는 모든 선수의 플레이를 관전하고 평가할 순 없지 않는가? 그래서 여러 데이터나 지표를 통해 필터링을 거치고, 선별한 선수들에 대해서 비디오 분석을 진행하는 식으로 효율적인 시간 활용을 했다.

 

 

Q. 선수의 능력을 평가할 때 네 가지 척도를 사용한다고 들었다.

A. 라인마다 가중치와 세부적으로 추가되는 것들이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이 네 가지다.

인터랙션(전술적 이해도) - 팀 게임에 대한 이해도, 커뮤니케이션 능력 등이 포함된다

디시전(판단력, 결정하기) - 아무리 전략을 정해 놓고 <롤>을 한다 해도, 게임 안에선 너무나 변수가 많기에 선수의 순간적인 판단이 중요하다. 이걸 평가하는 능력이라고 보시면 된다.

익스큐션(실행) - 메카닉, 피지컬의 개념에 가깝다. 판단을 하더라도, 스킬을 사용하면 상대에게 맞춰야 결과가 나온다. 스킬은 빗나갈 수도 있고, 당하는 입장에서 피할 수도 있기에 이를 평가하는 능력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다.

컨센트레이션(집중력) - 얼마나 오래 집중력을 가지고 경기에 임하는지를 평가하는 대목이다. 체력의 개념에 가깝다.

이런 것들을 구분하는 이유는, 피지컬(혹은 메카닉)의 정의부터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가령 "상대방의 스킬을 예상해 피하는 것"을 피지컬이라고 설명하는 사람이 있다. 뇌지컬의 개념과 피지컬의 요소가 섞여 있는 것이다. 이런 것들을 구분해서 보고자 했다. 결정하기가 뇌지컬에 가깝고, 실행하기가 피지컬에 가까운 개념이다. 그리고 각 라인별로 추가적인 지표가 있고, 가중치도 조금씩 다르다. 이 부분은 계속해서 정답을 찾아나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Q. 판단력 지표 같은 경우는 측정하기 어려워 보인다.

A. 확실히 쉽지 않다. 필터링이 어렵다. 그래도 피지컬은 어느 정도 필터링이 가능하다. 피지컬이 좋으면 드러나는 몇몇 지표가 있다. 실제로, 여기에 가장 잘 부합했던 선수가 '윌러' 김정현이다. 다른 선수와 윌러 선수를 두고 고민하는 과정에서, 결정을 쉽게 내릴 수 있었던 이유가 윌러 선수가 피지컬 부문에서 우위에 있다고 내부적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모든 지표를 정확하게 정량화할 순 없겠지만 최대한 이런 것들을 개발해 필터링을 하고자 한다. 선수를 평가할 때 수백, 수천 명의 선수의 플레이를 일일이 보며 판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현재 수준에선 데이터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오브젝트 스틸만 3번을 성공하는 진기명기를 보여주는 등 윌러는 이번 시즌 쏠쏠한 활약을 선보였다.
이영남 분석관은 '피지컬'이 윌러 선수를 영입한 가장 큰 이유였다고 밝혔다. (출처: LCK)

Q. 지난 시즌을 거쳐 오며 쌓인 데이터 롤의 성과, 그리고 피드백이 궁금하다.

A. 아직은 시작 단계에 가깝다. 시작 단계인 것 치고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가령, 선수를 선발하고 시즌을 운영함에 있어, 아무리 좋은 지표나 데이터를 만든다 치더라도 100%의 확률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롤> e스포츠 구조 자체가 시즌 중 선수 교체가 거의 불가능하다. 다섯 명의 엔트리가 정해지면, 모두가 반드시 잘해야 하는 그런 구조다.

야구나 축구는 선수를 교체해 같은 확률이라도 조금 더 높일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반대로 <롤>은 모 아니면 도의 느낌이다. 그래도 스카우팅에 관해선 운이 많이 좋았던 것 같다. 이런 요소를 어떻게 통제해야 하느냐에 대한 감이 조금 생긴 것 같다. 조금 더 시간이 흐르면서 이 지표를 잘 봐야 (성공할) 확률이 높아질 수 있겠구나를 체감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절대적인 것은 없다. 그래도 동등한 상황에서 60%보단 80%가 당연히 좋고, 이걸 조금이라도 예측할 수 있는 지표를 개발할 기반을 약간이나마 만든 것 같다. 그리고 감독, 코치님들과 시즌을 운영함에 있어서 어떤 것들을 원하시는지 더 잘 이해했고, 다음 시즌에는 이것을 자동화해서 조금 더 빠르고, 쉽게 볼 수 있는 구조로 만들려고 한다. 밴픽 툴 같은 것이 예시가 될 수도 있다.
 

Q. 민감할 질문일 수 있지만 지난 시즌 확실히 샌드박스는 1라운드에서 '모래폭풍'을 일으켰다. 하지만 2라운드에서는 다소 주춤했는데, 구단에서는 원인을 무엇으로 보고 있는가?

A. 우선, 내부적으로는 외부에서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도란 방패 너프'는 저희 입장에선 심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도란 방패 너프 이후로 사일러스를 했을 때 성적이 그렇게까지 나쁜 것도 아니었다. 자신 있게 뽑는 것이 어려워지긴 했지만 그렇게까지 크리티컬하진 않았다고 생각한다.

제일 크게 느낀 부분은 챔피언 티어 정리를 이전보다 깔끔하게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메타를 못 따라갔다고 볼 수 있지만, 메타 분석은 잘 됐음에도 그걸 어떻게 소화할 것이냐, 우리 스타일로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까에 대한 의견 차이가 조금 있었다. 그 안에서 정리가 깔끔하지 못하다 보니 아쉬운 부분이 나오지 않았나 싶다.

제가 정리를 잘 못 한 부분도 컸던 것 같다. 선수들의 기량 면에서는 두드러진 문제가 없었다고 생각한다. 충분히 인지하고 있고, 잘 보완하려 한다.

 

 

Q. 분석가도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가 상당할 것 같다.

A. 플레이오프 이후로 2~3일 동안 집에서 나가질 못했다. 마이클 조던의 '더 라스트 댄스'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버텼다. 선수들도 힘들어해 안타까웠다.
 

Q. 다른 이야기를 해 보자. 지난 프레스데이 행사에서 "검증된 선수 영입"을 강조한 바 있다. 이번 '테디' 박진성 영입은 어느 부분에서 강점을 본 것인지 궁금하다.

A. 어떤 선수와 함께 했느냐에 대한 보정을 감안해도 혹은 모든 것들을 독립적으로 판단하더라도 테디 선수가 뛰어나다고 생각했다. 

조금 자세히 말씀드리면, 생존에 신경쓰면 당연히 딜이 낮아진다. 딜에 집중하면 당연히 데스가 늘어난다. 이런 것들을 고려했을 때 테디 선수가 5년 간 이 부분에서 1, 2등 정도의 선수라고 판단했다. 테디 선수의 생존 능력과 딜 기대치는 최상위권이다.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달라질 순 있다. 그래도 저는 테디 선수가 2등 이내라고 생각한다. 

테디를 선택한 이유는 DPS 기대치가 최상위권이었기 때문이다. (출처: 리브 샌드박스)

Q. 데이터 분석도 중요하지만, 코치진과 선수진이 쌓거나 분석한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느냐, 어떻게 납득시키느냐도 중요하다. 이 부분은 어떻게 되고 있는가?

A.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데이터를 잘 활용하는 것이 리브 샌드박스의 장점이지 않나 생각한다. 감독 코치진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구단이 '데이터를 기반한 사고'에 같은 것에 대해 많이 신경 쓴 것으로 안다. 경력이나 외부 평가가 더 좋으신 분도 있었지만, 류상욱 감독님을 선택한 이유는 이 부분도 컸다.

코치님을 선발하는 과정에서도 비슷했다. 2라운드 등록된 김우섭 코치님도 1라운드부터 같이 해 왔는데, 원래 분석관이 될 예정이었다가 감독님이 코치로 쓰고 싶으시다 해서 현재 보직을 맡게 됐다. 그분도 이런 점에서 강점이 있다. 데이터를 읽고 활용하는 능력이 좋으시다.

그럼에도 소통 과정에서 어려움은 있을 수밖에 없다. 특정 픽이 데이터 상으로는 픽하기 어렵지만, 감독 코치님 입장에서는 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다. 이런 것들이 시즌을 거치며 많이 나아진 것 같다.

감독 코치님들에게 필요한 데이터를 적시에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위에서 언급했던 스토르리그가 좋은 예시가 아닌가 싶다.

 

 

# 2차, 3차 지표는 당연히 필요하다.

 

Q. 야구는 시간이 흐르며 각종 데이터를 구단 운영에까지 적극 도입했다. 롤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보이고 있는지 궁금하다.

A. 조금 분리해서 봐야 할 것 같다. 밴픽은 데이터로 볼 수 있는 것들이 정말 많다고 생각하고, 저도 밴픽 툴을 계속해서 개발하고 있다. 

인 게임은 아직 미지의 영역에 가깝지 않나 생각한다. 그래도 오브젝트의 가치, 라인전 지표, 특정 상황에서의 데스 등은 유효하다고 보고 있다. 4~5가지 정도의 데이터는 매번 패치마다 트래킹(Tracking, 추적)하고 있다. 더욱 좋은 지표를 찾고 있기도 하고.


Q. 라이엇에서 제공하는 데이터는 일반인에게 공개 가능한가? 세이버메트릭스 창시자인 빌 제임스는 공유되고 개방된 환경이 최선의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A. 팀들에게만 제공되긴 하는데, 이 부분은 정확히 모르겠다. 그래도 몇몇 e스포츠 데이터 사이트를 보면 라이엇에 있는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저도 개방된 환경이 지표 발전에 있어서 무조건 좋다고 생각한다. 제가 몸담았던 곳이 AI다 보니 그런 것 같다. AI가 빠르게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서로 간의 연구가 잘 공유되기 때문이다. 아카이브(arXiv) 같은 사이트에서 블로그 글 쓰듯 서로 간의 논문이나 연구를 공유하다 보니 발전이 빨랐다.

구글에서 학술 검색을 할 때도 아이작 뉴턴의 유명한 명언이 나오지 않나? "거인의 어깨에 올라서서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보라"

 

(출처: 구글)

 

 

Q. 야구에서 '머니볼'이 관심을 받았던 이유 중 하나는 '남들이 주목하지 않는 것들 중에서 가치 있는 것을 찾아내라'라는 메시지에 있다. 샌드박스도 "저평가된 선수 발견 및 활용"을 강조했다.

그렇다면, 롤에서 저평가된 선수나 선수의 능력을 발굴하고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란 무엇이라 생각하나?

A. 일단 평가하는 방식에 있어서는, 특정 선수가 어떤 챔피언을 했는지, 어떤 상황에 처해 있었는지 보는 것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탑을 평가한다고 치면 해당 팀의 정글 동선이 어땠는지가 중요하다. CS차이, 데스, 경험치 차이 이런 것들도 분명 중요하지만, 지표가 낮다고 해서 그 선수가 무조건 못하냐고 하면 저의 대답은 물음표다. 이런 높은 선수가 당연히 잘하는 것은 맞지만, 지표가 낮은 이유가 설명이 된다면 신경을 덜 써도 된다. 이런 상황들을 구분하려고 노력한다.

활용 면에서는 시너지가 나는 선수들로 구성하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 지난 스토브리그 당시에는 클로저 선수의 장점을 조금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하며 로스터를 짰었다. 

테디 선수 영입도 여기에 관련이 있는데, 클로저 선수가 다음 시즌에서 테디 선수로 인해 훨씬 더 잘 해질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저희 선수기에 이런 말을 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저는 아직도 클로저가 저평가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출처: LCK)

Q. 쉽지 않겠지만, 선수 간의 시너지 효과도 정량화할 수 있을까?

A. 시도는 계속 하고 있다. 여러 지표를 보면서, 특정 지표가 좋은 선수들끼리 만났을 때 팀 성적이 어땠는지 연구하고 있다. 그래도 다른 지표만큼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수준까지는 아닌 것 같다. 시너지 효과가 있다 정도까진 발견했다고 할 수 있다.


Q. 롤은 계속해서 패치가 진행되고, 이에 맞추어 메타가 변하기에 정확한 통계 분석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조금 극단적인 예를 들어 보자면, 엄청난 패치가 진행돼서 챔피언 티어가 크게 바뀌었다. 그러면 이전에 쌓은 데이터가 쓸모 없어질 수 있다. 이런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A. 그런 문제 제기는 당연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르게 보면 그렇기 때문에 데이터 분석이 필요하다. 먼저 <롤> e스포츠는 데이터를 수집함에 있어 다른 스포츠보다 유리한 면이 있다. 솔로 랭크나 대회의 데이터들이 API를 통해 바로바로 나오고, 이를 통해 빠르게 수정할 수 있다.

챔피언이 너프돼도 그 챔피언의 스킬 메커니즘이 바뀐 것은 아니다. 각 챔피언의 스킬이 어우러져야 시너지를 잘 내는 조합도 있지 않나? 

그리고 서폿 애니를 사용했을 때, 서폿 애니가 등장했던 것이 과거다 보니 과거 데이터도 발굴해 활용하고자 했다.
 

Q. 15분 골드 차이, 10분 골드 차이, 분당 골드 등 기존 지표 말고 선수를 평가하거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새로운 지표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커뮤니티나 각종 사이트 등지에서 새로운 이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A. 무조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야구를 예시로 들어보자. 타율이 있고, OPS가 있다. 타율보다 OPS가 조금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데, 그렇다면 타율이 쓸모없나? 그건 아니다. 타율이 높으면 무조건 좋다. 하지만 타율보다 OPS가 선수를 평가할 때는 더 중요하게 여겨진다.

<롤>에서도 같다. 15분 지표 같은 것들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높으면 무조건 좋다. 하지만 조금 더 정확한 지표를 개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더 정확한 2차 지표는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지표가 여러 종류가 있는 이유는 각 지표가 바라보는 다른 관점이 있기 때문이고, 당연히 놓치는 것이 있다. 놓치는 것을 최대한 커버해야 정확도가 올라가는데, 이를 커버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2차, 3차 지표들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Q. 최근 생성형 AI 관련해 게임 업계에서 많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e스포츠에도 영향을 줄 수 있으리라 보는가?

A. 이 부분은 아직 잘 모르겠다. AI 기술 자체는 엄청 유용하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밴픽 예측 같은 경우는 AI를 활용하면 기존에 비해 더욱 성능이 좋아진 사례가 있다. 직접 연구하면서도 체감했다. 실시간 승부 예측 같은 여러 가지 형태로 AI가 쓰일 여지가 있다고 본다. 그러면 더 많은 지표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

참고로 축구에 기대 득점(Expected Goals, xG)이라는 지표가 있다. 제가 이걸 좋아한다. 골대와 골키퍼가 있다. 수비수 사이로 슛을 하는 상황과, 수비수를 제치고 앞에서 차는 상황. 어떤 상황이 골을 넣을 확률이 높다고 생각하나?

 

 

- 아무래도 제치고 찰 때가 높을 것 같다.

A. 그러면 제치고 찰 때를 0.7이라고 하고, 사이로 찰 때를 0.4라고 가정해볼 수 있다. 여기서 0.7을 놓치는 선수가 있을 수 있고, 0.4인데도 넣을 수 있다. 이런 것들을 통해 골 결정력을 볼 수 있다. 그렇다고 xG지표가 낮은 상황에서 골을 많이 넣었다면 무조건 좋은가? 그건 아니다. 운이 좋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해석하기 나름이다. 

그리고 AI는 이런 것들을 추상화하는 데 탁월하다. 예를 들어서 선수가 라인전에서 CS를 4개 리드하고 있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원래 8개를 리드해야 하는데 4개밖에 못한 것일 수도 있다. 반대로, CS를 3~4개 밀리고 있는데 추상화 과정을 거쳐 보니 10개 이상을 밀려야 함에도 자신의 능력으로 3~4개밖에 밀리지 않도록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런 것들을 고려함에 있어서 AI가 도움이 될 수 있다. 물론, 조건과 변수가 많기 때문에 방금 생각한 한 예시일 뿐이다.

 

 

Q. 현재 롤 e스포츠에서 데이터학이 어느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고,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A. 데이터나 각종 신기술을 엄청 도입하는 느낌은 아니라, 아직은 시작 단계인 것 같다. 

저는 이 씬에서 아직 낯선 사람이다. 제가 더 이상 낯설지 않으면, e스포츠에서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이 보편화됐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보다는 좋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많은 의사결정이 데이터를 통해 진행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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