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생각을 두려워하지 말고 행동으로 옮기셨으면 좋겠습니다."
게임계에 '소울라이크'(Soul-like)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 낸 <다크 소울> 시리즈는 아직도 다른 게임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런 업적을 세울 수 있었던 근간에는 '음악' 역시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는 평가다. 특히, 보스 몬스터의 서사와 전투의 분위기를 은유적으로 잘 표현하는 OST가 게이머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다크 소울> 시리즈에는 여러 작곡가가 참여했다. 그중 팬들에게 가장 친숙한 작곡가는 당시 프롬 소프트웨어 소속이었던 '키타무라 유카'라고 할 수 있다. 키타무라 유카는 <다크 소울 2>에서 '기사 아론' 등의 작곡을 맡았고, <다크 소울 3>에서는 메인 작곡가를 맡아 핵심 테마곡 및 '로스릭/로리안 형제', '왕들의 화신', '수도녀 프리데', '노예기사 게일' 등 유명한 보스의 전용 OST를 다수 작곡했다.
키타무라 유카는 2023년 8월 프롬 소프트웨어를 떠나 프리랜서 작곡가로 전향했다. 디스이즈게임은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서면으로나마 짧은 대화를 나눠 봤다. /디스이즈게임 김승주 기자
키타무라 유카 (출처: 공식 홈페이지)
키타무라 유카의 약력 (2012 ~ 2022)
<기동전사 건담 UC>(PS3) - 작곡가
<아머드 코어 버딕트 데이> - 작곡가
<블러드본> - 작곡가
<다크 소울 3> - 메인 작곡가
<데라시네> - 작곡 참여
<세키로: 쉐도우 다이 트와이스> - 메인 작곡가
<엘든 링> - 작곡가
# 닌텐도로 처음 접했던 게임 음악
Q. 디스이즈게임: 안녕하세요.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키타무라 유카: 안녕하세요. 게임 음악을 메인으로 프리랜서 작곡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Q. 작곡에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되셨나요? 특히 게임 음악을 작곡하게 된 특별한 동기가 있나요?
A. 어렸을 때부터 클래식 음악을 접하던 영향으로 음악에 관한 일을 하고 싶다고 막연하게 생각했습니다. 7살 무렵 '슈퍼 패미컴'과 만났고, 그 후 닌텐도64로 게임을 접하다 보니 게임 음악의 알기 쉬운 멜로디와 독특한 세계관에 매료되어 갔습니다. "직접 쳐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고, 그런 감동을 줄 수 있는 작곡가가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게임 음악을 목표로 하게 되었네요.
Q. 가장 좋아하는 게임 음악은 무엇인가요?
A. 좋아하는 게임 음악은 산더미처럼 있기 때문에 매우 어려운 질문입니다만, 가장 영향을 받은 게임 음악을 몇 가지 꼽자면 <젤다의 전설> 시리즈, <황금의 태양> 시리즈, <사가 프론티어 2>의 BGM 등입니다.
<황금의 태양>
Q. 키타무라 유카님이 생각하시는 게임 음악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A. 게임의 시나리오, 그래픽 등 눈에 보이는 정보로 전달할 수 없는 감정이나 근간, 테마를 음악 속에 표현하여 사용자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좋아하는 음악 장르나 음악 분위기가 있나요?
A. 클래식 음악이나 인스트루멘털(instrumental) 음악을 좋아해서 월드 뮤직(World music)이나 이지 리스닝(easy listening)을 즐겨 들었습니다.
Q. 프롬 소프트웨어에 입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A. <데몬즈 소울>이나<다크 소울>등 어두운 판타지의 분위기에 이끌려 동경을 가지고 있던 것이 계기입니다.
Q. 키타무라 유카님의 작곡 스타일을 보면 바이올린과 같은 현악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악기를 선호하는 편인가요?
A. 바이올린은 어려서부터 연주해 왔고, 피아노나 색소폰, 베이스 등 여러 악기를 접해보고 싶은 욕구도 있어 작곡에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Q. 작곡하신 곡을 보면 라틴어 가사로 된 성악이 들어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본인이 직접 부르신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A. 네. 사람의 목소리는 악기에는 없는 독특한 '감정'을 전달하는 도구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곡에 목소리를 넣는 것을 매우 좋아합니다.
<다크 소울 2>의 기사 아론, 멋진 서사와 더불어 OST가 큰 호평을 받았다.
Q. 게임 음악을 작곡할 때 어떤 순서로 진행하시는지 알고 싶습니다.
A. 주로 작곡 전에 디렉터로부터 악곡의 주제나 표현하고 싶은 내용을 공유받고, 그 정보를 제 안에서 이미지로 만들어 나간 후 제작에 착수합니다. 때로는 게임의 콘셉트 아트나 실제 게임 화면을 보면서 악곡의 이미지를 만들어 갑니다.
Q. 음악을 작곡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A. 게임 음악을 만들면서 제가 조심하는 부분은, 음악이 게임 연출을 도울 수 있도록 작곡하는 것입니다. 감정적으로 연출을 선점해 버리거나 그 장면에 일치하고 있는가와 같은 감각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음악을 작곡할 때 영감이나 아이디어는 주로 어디서 얻는 편인가요?
A. 주로 시각적인 정보에서 영감을 얻습니다. 예를 들어 콘셉트 아트나 발주문에서 이미지화할 수 있는 부분을 눈여겨보고, 경치·회화와 같은 부분에서 음악의 이미지를 만들어 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크 소울 3>의 '수도녀 프리데'
Q. 곡 하나를 작곡하실 때 보통 시간이 얼마나 걸리시나요?
A. 악곡의 구성이나 복잡함 등에 따라 다릅니다. 빠르면 몇 시간도 있지만, 몇 소절을 쓰는 데만 2, 3일 걸리는 경우가 있네요. 폭이 상당히 넓습니다.
Q. 작곡한 <다크 소울> OST의 유튜브 조회수가 상당히 높습니다. <다크 소울> 시리즈는 다른 게임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는데, 음악에서도 그런 것 같아요. 소감이 어떠신가요?
A.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음악을 만드는 작곡가가 되는 것은 어렸을 때부터의 꿈이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곡을 들어줄 수 있는 기회가 있어 정말 기쁩니다.
Q. 작곡하신 곡들이 게임의 서사와 분위기를 잘 전달해 준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음악을 통한 분위기와 서사 전달을 위한 본인의 노하우가 있나요?
A. 개인적으로 음악과 감정이라는 것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것처럼 느낍니다. 곡을 통해서 어떤 감정을 표현하고 싶은지 의식해 작곡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제가 표현하고 싶은 감정을 들어주시는 분들이 잘 받아들여 주시고 있어 그런 평가를 받는다고 생각합니다.
Q. <세키로>의 음악을 작곡할 때는 콘셉트에 맞추어 기존 스타일과 다른 느낌으로 곡을 작곡하셨습니다. 힘드시진 않으셨나요?
A. 오케스트라 등 서양 악기를 이용해 일본식 세계관을 표현해야 했기에, 그동안 서양 세계관을 표현해 내는 자신의 장점에서 일단 벗어나야 했습니다. 음악적으로는 사용하는 코드 진행이나 화음, 선율에 굉장히 신경을 썼습니다.
배경에 맞추어 일본풍 음악이 선보여진 <세키로>, 특히 '앵룡'의 OST가 호평받고 잇다.
Q. 키타무라 유카님이 생각하는 '좋은 게임 음악'은 무엇입니까? 게임에서 음악은 어떤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A. 곡이 순수하게 훌륭하더라도 게임의 내용이나 장면에 맞지 않다면 붕 떠버릴 수 있습니다. 때로는 작곡가의 주장을 억제하는 것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연출과 음악이 어우러져 균형을 이룬 상태가 '좋은 게임 음악'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트위터를 보니 '게임 음악 작곡'에 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들었습니다. 미래의 게임 음악 작곡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조언할 수 있는 내용이 있을까요?
A. 게임 음악은 매우 즐거운 세계입니다. 과거에 이 토대를 마련한 분들은 프로그래머 출신이거나 음악적 지식이 없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따라서 게임 음악은 기존의 음악 이론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를 바탕으로 발전해 온 측면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새롭고 자유로운 표현, "나였으면 어떻게 표현하고 싶은가?" 와 같은 생각을 두려워하지 말고 행동으로 옮기셨으면 좋겠습니다.
Q. 이제 프리랜서가 되셨습니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할 계획이신가요? 게임 음악도 계속 작곡하시나요?
A. 게임 음악은 가장 좋아하는 장르이기 때문에 계속 관여하고 싶습니다. 프리랜서라는 자유로운 입장을 최대한 활용하여 게임 이외의 음악에도 참여할 기회를 얻고 있으므로, 제가 어떤 음악을 만들 수 있는지를 계속해서 발견해 나가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