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판 <동물의 숲>.
호주 1인 개발자 제임스 벤던의 생활 시뮬레이션 게임 <딩컴>에 붙은 별명이다. 호주 대륙의 대자연을 배경으로, 농장 경영, 야생 탐사, 마을 꾸미기, 멀티플레이를 즐길 수 있는 <딩컴>은 비교적 최근인 2022년 출시해 인기를 얻고 있다.
다소 어색한 캐릭터 외형 등 몇 가지 ‘호불호’ 요소로 인해 처음에는 평가가 갈렸으나, 약 2년여의 성실한 개발을 통해 팬덤은 계속 커졌고, 현재는 스팀 플랫폼에서 추천 비율 95%를 넘나드는 인기작으로 자리 잡았다.
올해 초 크래프톤은 실적발표에서 그런 <딩컴> IP를 모바일 버전으로 개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훌륭한 IP를 발굴해 확장하는 이른바 ‘스케일 업 더 크리에이티브’ 전략을 전개 중인 것을 생각할 때 수긍할 만한 결정이다.
하지만 동시에 여러 궁금증도 함께 고개를 든다. 단순 모바일 이식을 IP의 ‘확장’으로 볼 수 있을까? 비슷한 포지션의 여러 게임 중 <딩컴>을 선택한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 <딩컴>의 개발은 어떤 이들이 맡게 될까?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을 얻을 기회가 최근 주어졌다. 지난 13일 크래프톤 5민랩 스튜디오는 매체 공동 인터뷰를 통해 모바일판 <딩컴>의 개발의 그간 진행 상황과 향후 방향성, 그리고 <딩컴 모바일>(가제) 개발팀이 희망하는 인재상에 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윤재 AD(왼쪽), 박문형 CEO
이날 인터뷰에는 5민랩의 박문형 CEO, 이윤재 AD가 자리했다. 본격적 질의에 앞서, 직접 PD로서 이번 팀을 이끌 예정인 박문형 CEO가 프로젝트의 기본 성격에 관해 먼저 설명했다.
개발팀은 <딩컴 모바일>을 ‘볼거리, 놀거리, 만들 거리가 가득한 개척 생활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설명하고 있다. 많은 유저가 생활 시뮬레이션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있는 것에 반해, 모바일 플랫폼에는 이 장르의 게임이 많지 않은 편이다. 이러한 ‘로망’을 채울 게임을 만드는 것이 개발팀의 목표다.
<딩컴>은 제임스 벤던이 5년간의 개발 끝에 출시한 게임으로, 흥미롭게도 <스타듀밸리>의 개발자 ‘에릭 바론’과 비슷한 배경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바론과 유사하게 벤던 역시 여자 친구의 적극적 지지에 힘입어 대학 졸업 후 오랜 기간 <딩컴> 개발에 몰두할 수 있었다.
<딩컴>을 먼저 발견한 것은 크래프톤이다. 2023년 초 <딩컴>의 잠재력을 확인한 크래프톤은 5민랩에 원작자 벤던과의 협업을 제안했다. 이후로 5민랩과 벤던은 가까이 교류하면서 오랜 아이디에이션을 거친 끝에 같은 해 10월 모바일 버전 제작 계약을 맺고 작업에 들어섰다.
<딩컴>
5민랩은 벤던과의 소통을 통해, 그 스스로가 <딩컴>에 가지고 있는 아쉬움과 포부를 <딩컴 모바일>을 통해 풀어내기로 했다. 그러나 원작과는 분리된 독자적인 스핀오프 성격의 게임으로 만드는 방향으로 합의했다. 본인의 IP는 본인의 손으로 결론을 내고 싶다는 벤던의 강한 의지를 반영한 결정이다.
그 결과 <딩컴 모바일>은 원작으로부터 다소의 시간이 흐른 시점을 배경으로 한다. 또한 ‘개척’을 주요 테마로 하고 있으며, 호주의 광물, 동물, 생물 등 요소의 특징을 반영한 캐릭터가 여럿 출연할 예정이다.
또한 원작에 비해 커스터마이징 요소가 강화되고 전투 역시 더욱 본격화해 코옵 시스템을 살릴 예정이다. 서비스형 게임이 아닌 관계로 멀티플레이에 다소 어려움이 있었던 원작에 비해 멀티플레이의 다양성과 편의성도 증진할 계획이다.
개발은 지난해 10월부터 진행 중이며, 올해 5월까지 프리프로덕션, 6월부터 프로덕션 진입 후 내년 2분기 CBT와 4분기 정식 출시로 목표를 잡고 있다.
<딩컴 모바일> (가제)
Q. 디스이즈게임: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개발자의 관점으로 확인한 <딩컴> 원작의 매력은?
A. 박문형 CEO: 캐주얼해보이는 비주얼을 가지고 있지만, 굉장히 디테일한 게임이다. 온도에 따른 작물 생장의 변화, 날씨에 따라 운이 달라지는 시스템, 실제로 구현된 해의 움직임과 그 방향에 따른 빛의 변화 등 요소가 있다.
더 단순한 구조일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생활 시뮬레이션에서 이런 디테일한 요소가 중요하다는 것을 새로 알게 됐다. 만약 5민랩이 맨바닥에서부터 그런 디자인을 시작해야 했다면 지금보다 개발이 훨씬 더 어려웠을 것이다. 훌륭한 원작자와 협업으로 이미 만들어진 기반 위에 응용해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아주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Q. 원작자와 긴밀하게 협업하고 있다고 강조하시는데, 원작자가 꼭 지켜주길 요구한 부분도 있을 것 같다. 어떻게 조율하고 있나?
A. 박문형 CEO:제가 제임스(벤던)를 대변할 수는 없지만, 제임스와 오래전부터 대화 채널을 만들어 일주일 단위로 계속 소통하고 있다. 그런 소통을 통해 모바일 버전은 ‘스핀오프’로 만들어 PC 버전과 분리하기로 협의했다.
제임스 자신도 이를 원했던 면이 있다. 제임스는 <딩컴>을 7년째 개발 중이다 보니, 다른 사람이 만든 전혀 새로운 <딩컴>을 자신도 플레이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하더라. 그런 의미에서 모바일 버전은 개발팀의 생각을 온전히 다 담아서 만들어도 좋다고 했다.
물론 개발 방향성에 대해서는 활발히 공유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우리 개발 방향에 대해서 가부를 이야기하지 않고 대신 재미있다거나, 기대된다거나, 자신이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알게 됐다는 식의 피드백을 많이 줬다. 이렇듯 서로 열린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으나 결정은 각자 내리는 방식으로 작업 중이다.
Q. 알 사람은 아는 원작이다. 원작 팬이라면 모바일 버전에 반감이 들 수도 있을 것 같다. 원작의 재미를 살리면서 동시에 모바일 플랫폼의 특성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는 지점이 있을 듯한데.
A. 박문형 CEO: 좋은 질문 주셨다. 기본적으로 우리의 목표는 글로벌 IP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어떻게 여러 유저들과 교류할 것인지, 어떻게 해야 그들의 기억에 남는 게임이 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다만 여기서는 제임스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제임스는 (원작과 분리된) 모바일 스핀오프 작품으로 만들자는 결론을 내렸다. 따라서 모바일 유저들의 생활 시뮬레이션 로망을 만족시키는 것이 저희의 첫 번째 목표다.
하지만 동시에 원작의 ‘헤리티지’(유산)를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접근하고 있다. 원작의 좋은 점, 원작의 느낌, 원작의 추구 방향 중 우리 게임에 녹일 수 있는 것을 최대한 녹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제임스는 원작의 아트 스타일이 썩 맘에 들지 않는다며 바꿔보고 싶다는 얘기를 한 적 있다. 하지만 저희 생각에는 원작 아트가 소박한 편이지만 캐릭터성이 있다고 생각해 얼굴 형태를 최대한 살려서 아바타를 만들었다. 이렇게 원작과 뿌리를 공유하는 측면이 있다.
또 한 가지로는 원작의 배경이 호주라는 점을 최대한 존중하고 있다. 예를 들어 NPC는 비록 인간이지만 호주의 동물, 광물, 생물의 특성을 은유해서 만들었다. 예를 들어 화식조, 코알라, 캥거루 등에서 콘셉트를 빌려 NPC를 만들었다.
Q. 원작자가 모바일 버전의 바뀐 아트를 마음에 들어 하고 있나? 스핀오프 과정에서 어떤 측면에 중점을 두고 아트에 변화를 줬는지 궁금하다.
A. 이윤재 AD: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제임스는 모바일 버전의 요소를 스핀오프 개념으로써 존중해준다. ‘네 꿈을 펼쳐봐’라는 식이다. 바뀐 아트 스타일 역시 마음에 든다고 했다.
특히 변화를 준 지점은 주로 제임스가 개선을 요청했던 의류의 다양성 등 커스터마이제이션 요소들이다. 유저가 자신을 표현하고 자기 감정을 최대한 이입할 수 있게끔 하는 게 최대 과제였다. 하우징이나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에서는 꾸미는 대상을 ‘내 것’으로 느끼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요소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번 게임을 직접 해보시면 알겠지만 캐릭터 이목구비가 좀 특이하게 생겼다. 이렇듯 커스터마이즈를 독특하고 폭넓게 구현해 유저가 자기표현에 있어 최대 만족을 느낄 수 있도록 신경 썼다.
Q. 5민랩 역시 생활 시뮬레이션 게임은 처음이다. 또한 모바일에 구현하기 쉽지 않은 장르이기도 하다. 관련하여 고민은 없었는지?
A. 박문형 CEO: 5민랩은 나쁘게 말하면 ‘줏대 없이’ 모든 장르 게임을 다 만드는 편이다(웃음). 하지만 철학이나 방향성은 뚜렷하다. 특정 코어 메카닉에 기반한 독특한 게임 경험을 바탕으로 IP를 만드는 것이 우리 방향성이다. 이때 장르는 따지지 않아 왔다.
말씀대로 생활 시뮬레이션 제작 시도가 국내에 많지는 않다. 그래서 관련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은 있어도 개발 경험까지 있는 사람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도전적 측면이 있다. 하지만 5민랩은 확실한 코어 메카닉 중심으로 게임을 만들 기회라면 쉽게 도전에 나서는 편이다.
그런 면에서 <딩컴> 원작은 기본적으로 게임플레이가 잘 만들어져 있고 재미있다. 이 점을 바라보고 시작한 일이기 때문에, 잘할 수 있다고 여기고 있다.
Q. 생활 시뮬레이션에서 이른바 ‘노가다’는 숙명적인 요소다. 하지만 모바일 환경이라면 그런 반복 플레이가 어려워질 수 있다. 이를 조절한 부분이 있는지?
A. 박문형 CEO: 역시 고민이 많은 지점이다. 우선 이 장르에서는 반복 노동을 빼면 재미가 다 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괴롭더라도 그 결과에서 가치가 생기는 장르다. 중요한 요소인 만큼 남겨 두되, 조금 편하게 만드는 방향에 집중하고 있다. 이를테면 필요한 조작 횟수를 줄이는 식이다.
다만 <딩컴>의 큰 가치 중 하나가 세상을 마음대로 누비면서 개척하는 감각이다. 이걸 즐기려면 게임이 분절되지 않은 채 이어져 있어야 하고, 유저가 그 위를 직접 돌아다녀야 한다. 이것이 누군가에겐 너무나 불편한 시스템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정도는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Q. 원작의 장점이 캐주얼한 외형에 숨어 있는 디테일이라고 했었다. 사실 잘 만든 생활 시뮬레이션 게임은 다 그런 요소가 있다. 문제는 이렇게 구현하면 요구 성능이 오르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모바일에서 원하는 만큼 구현할 수 있을까?
A. 박문형 CEO: 사실 직접 해봐야 알 수 있는 영역이기는 하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프로그래밍을 하던 사람으로서, 최적화는 ‘필요할 때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일단은 게임을 재미있게 만드는 것이 먼저다. 최적화 때문에 미리 콘텐츠나 시스템을 잘라내기보다는, 원작에서 잘 작동하고 재미있던 부분을 최대한 살려서 일단 만들자는 주의다.
다만 인지적 측면에서 난도가 높은 디테일은 고치겠다는 생각이 있다. 예를 들어 기온에 따른 작물의 작황 변화 등 요소 중, 유저에게 인지가 잘 안되는 부분을 고쳐보려 한다. 개인적 생각으로 모바일 유저분들은 그런 부분이 명확히 인지되는 디자인을 더 선호하시는 것 같다.
Q. 본질적으로 생활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보니, 전투를 아주 다이내믹하게 만들기는 힘들 것 같다. 전투의 재미는 어느 수준으로 구현할 생각인지?
A. 박문형 CEO: 기본적으로 캐주얼의 영역을 벗어나진 않을 것 같다.
다만 <딩컴> 원작에도 전투가 액션게임처럼 구성되어 있다. 회피 후 타격이라거나, 선 딜레이, 후 딜레이, 패턴 등 개념이 모두 들어가 있다. 또 ‘지하 광산’이라는 일종의 던전 개념이 있는데 그 안에는 굉장히 레이드 같은 경험이 구현되어 있고, 이걸 멀티플레이로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멀티플레이 게임처럼 즐기기엔 그러한 깊이가 들어가 있지는 않다. 그래서 모바일 버전에서는 이런 깊이를 넣어서 포지션 분배 등의 체계화도 생각해 보고 있다. 하지만 이것을 캐주얼의 영역 안에 한정하는 방법을 알아내기 위해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중이다.
Q. 이런 게임에서 ‘탱, 딜, 힐’을 구현하는 것이 쉽게 상상되지는 않는데.
A. 박문형 CEO: 맞다. 하지만 나쁘게 생각하지는 않고 있다. 왜냐하면 전투에서 유저의 인지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유저가 자신이 무얼 해야 할지 알아내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추가해볼 수 있는 개념으로 여기고 실험하려고 한다. 다만 캐주얼의 영역을 지키도록 주의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전 세계에서 유저가 1억 명씩 접속해 게임을 즐기는 상황을 상상하고 있다. 게임을 항상 글로벌하게 만드는 편이고, 이번 게임도 한국과 서양 양쪽 시장에 어필할 예정이다. 실제로 이전에 만든 <킬 더 크로우즈>같은 게임이나 <스매시 레전드>도 북미, 한국, 남미 등에서도 비슷한 수준으로 반응이 나왔다.
이렇듯 5민랩이 여러 지역에서 인지도를 쌓고 있던 편이기에 이번 게임도 비슷한 구조로 생각을 하고 있다. 굉장히 폭넓게 즐겨주셨으면 하는 마음에 진입 장벽이 낮고 캐주얼하게 만드는 게 목표다.
Q. 멀티플레이 방식, 전체적인 과금 구조가 궁금하다.
A. 박문형 CEO: 원작처럼 자신의 섬에서 게임을 플레이하는 구조는 유지한다. 싱글플레이 게임과 같은 감각은 그대로 남을 예정이다. '내 섬'에 대한 애착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탐험을 떠나거나 자원을 얻으려면 타 유저와 만날 수 있는 공간을 방문해야 하는 구조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다른 유저를 만나게 되며, 레이드의 경우 파티를 만들어 같이 들어갈 수 있다.
자기 섬에 다른 유저를 초대하는 요소도 있다. 이걸 PC에서 즐길 때는 따로 서버를 띄우고 다른 유저가 IP를 입력해야 들어올 수 있다던가 등등의 제약이 있었는데, 모바일에선 섬 초대 버튼만 누르면 자연스럽게 와서 같이 활동할 수 있게 만들 계획이다.
과금 구조는 이제 개발 초기 단계인 만큼 크게 고민하진 않았다. 다만 콘텐츠를 과금으로 완전히 분리하진 않을 것 같다. 유료 구매하는 옷은 나올 수 있겠지만, 콘텐츠 적으로 상위 티어 시스템을 과금으로 묶거나 하진 않을 것이다. 대신 노동 시간을 줄여주는 등의 모델은 생각 중이다.
Q. 비슷한 시도를 했던 몇몇 모바일 게임을 참고했을 듯하다. 어떻게 차별화할 계획인가?
A. 박문형 CEO: 당연히 참고해야 할 게임이 많다. 그중 잘 안됐던 특정 케이스들의 문제를 살펴보면, 지나치게 MMORPG 형태로 풀었던 것 같다. 그러나 <동물의 숲> 같은 샌드박스형 게임은 태생이 다르다. 단순하게 말해서 노동을 하면 자원이 쌓이고, 이 자원을 써서 자아실현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딩컴 모바일>은 싱글플레이 게임을 하는 감각이 들도록 할 생각이다. 이것이 기존에 비슷한 시도를 했던 게임들과 가장 달라져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멀티플레이 시스템 자체는 게임을 오래 하게 하는 요소기에 중요하다. 그래서 멀티플레이를 게임에 자연스럽게 도입하는 방안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유지비용 문제도 생각하고 있다. 어떻게 해야 서버 비용을 줄이면서 사람들이 계속 머물 수 있게 할지 고민이다. 유지비는 결국 서비스와 연결된다. 서버 비용 등 유지비가 비싸게 들면 결국 과금에 손을 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딩컴 모바일>은 유저들이 원할 때 원하는 만큼만 쓰는 게임이 됐으면 좋겠다.
Q. <동물의 숲>, <스타듀밸리> 등 선례를 보면, 유저 로망을 채워주는 감각적 측면으로 성공을 거뒀는데 두 게임의 방향이 조금 다르다. <동물의 숲>은 이벤트, <스타듀 밸리>는 연애에 초점을 맞추고 이것으로 유저를 끌어들였다. <딩컴 모바일>의 경우 모험 등의 로망을 얘기했는데, 구체적으로 부연해 준다면?
A. 박문형 CEO: 공감을 많이 하는 부분이다. <딩컴 모바일>에서도 마찬가지로 NPC, 동물과의 교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교감 방식은 <스타듀밸리>의 연애보다는 <동물의 숲>에 더 가깝게 풀 예정이다. 제임스도 그 방향을 좋아한다.
소소한 이야기나 관계 발전,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등의 요소 말이다. 이걸 동물들과 주고받을 수 있게 만들고 싶다. 또한 <딩컴 모바일>에는 동물을 길들여서 데리고 다니거나 서로 교감하는 매력적 요소가 있다.
A. 이윤재 AD: 아트 입장에서 보면, 섬을 개척하는 콘텐츠 성격상 다양한 풍경이 나올 수 있다. 아침, 저녁, 새벽의 풍경이 각자 모두 다를 것이고, 이를 배경으로 다른 유저와 캠프파이어 같은 콘텐츠를 즐길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듯 오지를 개척하는 활동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각적 측면들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이걸 게임에 살릴 수 있다고 본다.
Q. 개척을 자주 이야기하고 계시는데, 개척 콘텐츠의 볼륨 혹은 사이클이 궁금하다. 계속해서 넓은 대륙을 모험하는 느낌을 줄 수 있어야 할 텐데.
A. 박문형 CEO: 아직 개발 초기이다 보니 미정인 부분이 꽤 있기는 하다. 일단 기본적으로 초기에는 방문 난도가 높거나 혹은 거리가 너무 멀어서 가지 못하는 지역이 있을 것이다. 그 이후로는 (더 멀리) 여행이나 모험을 떠나는 감각으로 바꾸려 한다.
인게임에 ‘라이센스’라고 부르는 개념이 있는데, 라이센스 레벨이 올라갈수록 더 많은 곳을 갈 수 있게 된다. 그렇게 새로운 섬에 가면, 그곳에 어떤 자원, 생태계, 동물, 위험 요소가 있을지 모르는 상태다. 이렇게 돌아다니면서 발견 지역을 넓히고, 새 동물을 찾아 도감에 기록하는 등의 활동을 주요 사이클로 생각하고 있다.
이걸 혼자가 아닌 멀티플레이로 함께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기본 계획이다. 런칭 스펙에도 섬이 여러 개 있겠지만, 서비스를 하면서 새로운 섬을 계속 늘려갈 것이다.
Q. 건물 제작 시스템이 궁금하다. PC에서 모바일로 넘어가면서 어쩔 수 없이 간소화되는 부분 있을 듯하다. 모바일 버전만의 건물 제작 방향성은 무엇이며, 아트 측면에선 어떻게 신경 쓰셨는지 궁금하다.
A. 박문형 CEO: 원작의 건축 시스템 자체가 복잡하지 않고, 완성형 건물을 하나씩 짓는 방식이다. 모바일도 거기서 벗어나지 않는다. 나중에 건물 커스터마이즈 요소를 넣어볼지 생각 중이기는 하다. 제임스도 집 외형을 바꾸고 싶다는 피드백이 있어 고민 중이라고 들었다.
A. 이윤재 AD: 아트 측면을 말씀드리면, 저는 게임의 건물들이 자연 속에 두고 봤을 때 유기적 풍경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레퍼런스로 삼은 것이 50년대~70년대 정도의 실제 호주 모습이다.
구체적으로 설명드리자면, 중후하지는 않지만 미국의 레트로 팝보다는 조금 튀는 게 덜한, 적당히 비비드한 컬러의 따뜻한 느낌의 마을을 떠올리고 있다. 게임의 주요 무대가 될 호주의 자연과 어우러지는 따뜻한 풍경을 생각 중이다.
Q. 야생동물을 길들일 수도 있고, 야생동물과 싸울 수도 있다. 친구가 될 수 있는 동물과 그렇지 않은 동물은 어떻게 구분했으며, 각각의 아트 디자인에서는 무엇을 신경 썼나?
A. 이윤재 AD: 야생동물 중 길들일 수 있는 친구들이 있고, 아닌 친구들이 있다.
그리고 길들일 수 있는 동물들도 다시 전투에 도움을 주는 동물과 그저 따라다니면서 다른 기능을 하는 동물이 나뉠 수 있다. 상세히 정하지는 않았지만 일단 그런 계획이다. 따라서 길들일 수 있는 동물이라 하더라도, 전투에 참여하는 동물이라면 굳이 온순한 느낌의 외형으로 만들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게임에 가장 많이 나오는 동물 중 하나가 ‘딩고’라는 들개다. 딩고는 길들이면 옆에 와서 잠들거나 수영을 하는 등 귀여운 모습을 많이 보여준다. 이렇게 캐주얼한 인터랙션을 많이 하는 친구들은 온순한 외형으로 만들 예정이다.
또, 길든 동물은 별도의 표식이 생기기도 한다. 예를 들어 목줄이 생긴다거나, 눈 모양이 달라질 수 있고 딩고 같은 경우 꼬리 모양이나 이빨도 미세하게 다르다. 이렇게 길든 경우 외형상으로도 인지할 수 있도록 것이다.
A. 박문형 CEO: 길들이기는 원작에서 가장 많이 발전할 요소 중 하나이기도 하다. 제임스도 어려워서 구현은 못했지만 가장 하고 싶어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테면 악어를 길들여서 타고 다녔으면 좋겠다던가 그런 얘기를 많이 했다.
Q. 유저가 직접 만드는 UGC는 허용할 것인가?
A. 박문형 CEO: 언젠가 넣고는 싶은데, 출시 시점까지 넣을 자신은 없다. 큰 그림에서는 들어가야 할 요소라고 생각한다. 유저가 만드는 아이템 설계도, 유저 아이템을 거래하는 마켓플레이스 등이 들어갈 수 있을 텐데, 굉장히 잘 어울리고 필요한 유형의 콘텐츠라고 생각한다.
또 섬에 있는 지하 던전을 유저가 직접 디자인해서 개방할 수 있다거나 하는 요소가 있을 수 있다. 이건 중국의 <에기 파티> 등 게임에 다 들어가는 요소다. 이런 것들을 모두 넣고 싶지만 쉬운 주제는 아니다. 넣고는 싶어도 런칭 시점에서 우선순위가 높은 콘텐츠는 아니다.
Q. 전투 이외에 유저가 함께 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 상호작용을 설명한다면?
A. 박문형 CEO: 이 또한 아직 초기 단계로 많이 개발되지 않았지만 생각하고 있는 부분을 말씀드려 보겠다.
먼저 디테일한 상호작용을 만들고 싶다. 예를 들어 음식을 나눠 먹는 기능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과거 <마비노기>에도 같은 로망이 있었다. 모닥불 앞에서 음식을 나눠 먹고, 케이크를 접시 위에 두면 유저들이 가져갈 때마다 실제로 한 조각씩 사라지는 모습을 구현하고 싶다.
<딩컴>이 이런 면에서 잘 만들어진 부분이 있다. 예를 들어 유저가 지도를 열면 다른 유저 눈에서도 지도를 보고 있는 것으로 표현된다. 이런 디테일 하나하나가 다 소셜 기능이고, 서로 뭘 하는지 알 수 있는 재미있는 요소라고 생각해 잘 살리고 싶다.
이렇게 느끼는 재미도 중요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서로 자연스럽게 자주 만나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커뮤니티 자체도 재밌지만 이것이 실제로 만들어지는 과정까지 이끄는 과정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 그래서 마을 섬 등을 만들어 방문하게끔 만들고자 한다.
그리고 전투 등 협업 과정에서 중간에 의도적으로 함께 쉬는 타이밍을 만들고자 한다. 아직 구체화해야 하지만 예를 들어 야간에는 적이 더 위험해져서, 캠프파이어를 하며 시간을 보내야 할 수 있다. 이때 둘러앉아 음식을 나눠 먹고 이야기를 나고, 각자 가져온 의자, 침낭, 냄비 같은 물품을 설치해서 채비하고 넘어가는, 그런 구간을 만들고 싶다. <마비노기>와 비슷한 합주 시스템도 고려 중이다.
Q. 생활 시뮬레이션 계열의 게임 경험을 지닌 인재를 구하기가 어렵다고 하셨다. 그렇다면 가장 인접한 경험으로 여겨지는 분야가 있다면?
A. 박문형 CEO: 모바일 환경에서 농장 시뮬레이션을 만들어보신 분들이 제일 방향성에 맞을 것 같다. PC 환경에서라면 MMORPG에서 퀘스트나 콘텐츠를 만들어 본 분들, 레벨 디자인을 해보신 분들이 맞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전투 시스템도 많이 발전시켜야 되는 요소여서 그런 분도 필요하다. 이렇듯 부분별로 따진다면 관련 경험이 있는 분들이 계시기는 하다. 다만, 이 모든 것을 포괄해서 만들어 보신 분을 찾는 게 제일 어려운 부분이다.
Q. 인디 쪽에서 비슷한 경험을 하신 분들이 적합할 수도 있겠다.
A. 박문형 CEO: 그렇다. 그런 분들과 같이하면 정말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5민랩이 인디 게임 개발 경험 있는 분들을 선호한다. 원래 독창적 게임 제작을 선호하기도 하고, 또한 우리 회사가 게임을 주도적으로 만드는 환경이다.
탑다운으로 디렉션이 내려가지 않고, 이를 세부적으로 쪼개서 각 부분에서 각자 주도적으로 본인 디렉션에 맞춰 만드는 식이다. 이런 개발 문화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인디 경험을 가진 분들이 오면 꽤 잘 어울린다.
Q. 현재의 개발팀 규모와 채용 규모에 관해서 이야기해달라.
A. 박문형 CEO: 현재 약 15명 규모로 개발 중이다. 프로덕션 인원은 40명 혹은 그 이상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내부 채용도 하겠지만, 외부의 좋은 분들을 모시고 싶은 상황이다.
직군으로 따지면 모든 직군을 다 원하고 있고, 그중에서도 특히 채용이 어렵고 시급한 쪽은 기획자라고 생각한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이런 류 게임을 만들어봤거나, 관련된 종합적 감각이 있는 기획자를 찾기가 굉장히 어렵다. 아까 인디 개발자들을 저희가 정말 좋아한다고 말씀드렸는데, 인디 경력자분들께서 같이할 분이 계시면 좋을 것 같다.
A. 이윤재 AD: 아트에서는 식생을 많이 마주하게 되는 게임이다 보니, 원화도 그렇고 모델링도 그렇지만 배경 쪽이 좀 시급한 상황이다.
A. 박문형 CEO: 오늘 인터뷰에서도 보셨겠지만 저희가 굉장히 투명하게 커뮤니케이션하는 편이고, 또 오픈 피드백이 굉장히 활발한 회사다. 실제로 개발하는 공간에 가 보면 되게 시끌시끌한데, 이렇게 시끄럽게 개발하는 편이다.
이런 소통을 잘할 수 있고, 자기 주도적으로 개발을 해봤거나 하고 싶은 분들에게 잘 어울리는 회사다. 실제로 그런 분들이 회사에 잘 적응해서 게임을 만들 수 있었다. 예를 들어 특정 요소를 만들 때, 직군 사이에서 굉장히 활발하게 커뮤니케이션한다. 엔지니어가 기획 얘기를 할 때도 있고, 기획자가 엔지니어링이나 아트 얘기를 할 때도 있다.
어떻게 보면 이게 당연한 건데, 많은 게임사에서 부서를 ‘사일로’(정보 사일로·부서의 정보가 외부로 소통되지 못하고 부서 안에 고립되는 현상)로 만들어서 직군별 팀장을 통해서만 서로 커뮤니케이션 하게끔 하는 경우가 많다.
5민랩은 그렇지는 않다. 예를 들어 전투를 만든다고 할 때, 기획자 아티스트 프로그래머가 직접 만나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오픈 피드백을 나눈다. 각 부서 모두 게임 이해도가 높은 편이다. 그런 분들이 5민랩에 어울린다.
A. 이윤재 AD: AD로서 한마디 하자면, 아티스트가 그렇게 직군 사이에서 활발히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다른 회사에서는) 쉽지 않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편이다. 만약 5민랩 팀에 합류하시게 된다면 전 직군과 다양하게 소통하면서 관련 지식을 굉장히 많이 넓히실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
A. 박문형 CEO: 희소한 장르를 도전적 플랫폼에서 글로벌하게 시도하는 좋은 기회이니, 도전을 좋아하는 분들도 굉장히 좋을 것 같다. 이런 비전에 공감할 수 있는 분들이 같이 만들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Q. 개발 일정이 촉박한 편인데, 전부 경력직으로 채용할 예정인지.
A. 박문형 CEO: 기본적으로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신입 분들이라 하더라도, 인디 경험이 있다던가 혹은 동아리에서 관련된 경험이 있는 분들이라면 채용을 적극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실제로 저희 팀에서 주요 기획자로 활동하는 한 분도 신입인데, 그러한 경험이 있어서 굉장히 잘해주고 계신다. 주도적으로 개입해 개발하실 수 있는 분이라면 경력에 상관없이 고려하겠다.
Q. 마지막으로 <딩컴 모바일>을 기대하고 계실 기존 딩컴 팬들과 개발 소식을 듣고 기다리시는 이용자분들께 한 마디 부탁드린다.
A. 박문형 CEO: 유저가 게임에서 얼마나 로망을 가지고 재미있는 플레이를 할 수 있느냐를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게임을 만들고 있다. 생활 시뮬레이션에 로망을 갖고 있지만 아직 못해본 분들, 혹은 그러한 게임을 모바일 환경에서 하고 싶은 분들께 꼭 좋은 경험을 선사시켜 드리고 싶다.
또한 같은 장르 게임들 사이에서 대표 IP로 자리 잡는 것이 목표다. 그런 이름에 걸맞은 경험을 새 유저들께 전달드리고 싶다. 또 비록 저희가 스핀오프 개념으로 제작 중이지만, 기존 <딩컴> 유저분들이 게임에서 어떤 부분을 좋아하셨는지도 연구 중이다. 원작의 헤리티지를 찾아보시는 것도 재미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