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티 테크놀러지스의 데이빗 헬가슨 대표이사가 방한했다. 그가 개발한 유니티 엔진은 PC는 물론 iOS와 안드로이드 등 다양한 플랫폼을 지원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PC와 모바일의 경계가 급격히 허물어지는 가운데, 그가 내다보는 PC와 모바일, 그리고 유니티 엔진의 미래는 어떨까? 25일 ‘글로벌 게임잼 2013 서울’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데이빗 헬가슨 대표를 만나 봤다. /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 “개발자 친화적인 환경 자체가 유니티의 전략”
Q. 어떻게 이번 게임잼 행사에서 기조연설을 하게 됐나?
데이빗 헬가슨: 타이밍이 딱 맞았다. 한국시장과 한국지사의 성장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는데, 마침 한국에 방문한 지도 오래돼서 방한을 결심하게 되었다. 그런 와중에 게임잼 행사가 있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뒤는 여러분이 아는 것과 같다.
유니티는 많은 대규모 개발사, 하드웨어 업체와 협조를 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열정 있는 인디 개발자와 함께할 때가 가장 즐겁다. 이번 행사에서 어떤 창의적인 게임이 나올지 기대된다.
Q. 유니티의 모토 중 하나가 ‘게임 민주화’다. 유니티가 제공하는 에셋 스토어도 그러한 노력의 일환인데, 이에 대한 구체적인 규모와 전략을 듣고 싶다.
데이빗 헬가슨: 우리가 에셋 스토어(Asset Store)를 운영하는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는 에셋 스토어에서 판매되는 에셋에 대해 일정 비율의 수입을 거두는 것이다. 사실 가장 대수롭지 않은 이유다.
둘째는 유니티를 사용하는 개발자들이 사업을 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하는 것이다. 현재 에셋 스토어에서 한 달에 수 십만 달러를 버는 이는 많이 있고, 수 백만, 수 천만 달러를 버는 경우도 드물지만 찾아볼 수 있다.
마지막은 게임 민주화다. 게임을 개발하려면 많은 능력이 필요하다. 프로그래밍에도 여러 분야가 있고 유저 인터페이스(UI) 등에서는 미술적인 감각도 필요로 한다. 에셋 스토어에서는 필요한 분야의 에셋을 돈으로 구매할 수 있어 부족한 면을 보완하는 것이 가능하다. 소규모 개발사는 유니티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에셋 스토어를 통해 돈을 벌 기회를 갖게 된다.
많은 이들이 유니티가 어떻게 성장했는지 묻는다. 개인적으로는 유니티의 가격 경쟁력이나 기술력이 아니라, 에셋 스토어와 같은 개발자 친화적인 요소가 가장 큰 성장요인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것이 그렇듯 좋은 것을 한번 알면 누구도 이를 포기하지 못한다. 개인적으로는 앞으로 나오는 게임엔진에 에셋 스토어와 같은 장치가 마련돼 더 많은 이들이 보다 쉽게 게임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Q. 윈도우8 지원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작업 진척 상황과 유니티가 생각하는 윈도우8에 대한 평가를 듣고 싶다.
데이빗 헬가슨: 다들 알고 있듯이 유니티는 제대로 준비되지 않으면 프로그램을 출시하지 않는다.(웃음) 원도우8 지원을 위해 1년 이상 작업 중이긴 하지만 아직 우리가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이미 윈도우8 자체는 출시됐고 개발자들에게 여러 가지 반향을 일으켰다. 우리도 서둘러야 할 필요성을 느껴 베타 프로그램을 약 40개 개발사에 지원하고 있다. 빨리 개발을 끝마쳐서 더 많은 개발사들에게 정식버전을 선보일 수 있도록 하겠다.
윈도우8 자체에 대해 평하자면, 유니티는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의 시도 자체를 높이 평가한다. 개인적으로 윈도우8은 MS가 미래를 위해 기존의 기술을 뒤엎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바일 산업이 급성장한 지 몇 년이 됐지만 아직 그 분야에서 MS의 존재감은 옅다. MS는 이를 위해 이러한 결단을 내렸다. 물론 그로 인해 우리를 비롯한 많은 개발자들이 고달파졌지만, 이러한 어려움을 줄이는 것이 바로 유니티가 해야 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 “PC/콘솔/모바일의 게임경험, 분화될 것”
Q. 최근 많은 게임엔진이 모바일게임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맞서는 유니티 만의 전략이 있다면?
데이빗 헬가슨: 솔직히 아직 그런 전략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이제는 언리얼 등 다른 게임엔진으로도 훌륭한 모바일게임이 많이 개발됐지만, 그 수에 있어서는 유니티가 압도적이다. 개인적으로 잘 만든 게임을 봤을 때 다른 엔진에 비해 유니티 기반의 게임이 뒤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입장에서는 그러한 시장전략보다 어떻게 개발자들에게 더 훌륭한 도구를 제공하고, 어떻게 더 긍정적인 관계를 맺어 나갈지가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유니티가 내세우는 저렴한 가격정책과 많은 개발자 지원정책은 다른 엔진회사보다 더 개발자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사람들은 이런 유니티를 보며 ‘싸니까 성능이 좋지 않을 거야, 쉬우니까 기술적으로는 단순할 거야’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데드트리거>와 같은 게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유니티는 절대 기술적으로 뒤떨어지지 않는다. 한 번이라도 유니티를 사용해 보면 엔진의 진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많은 애용을 부탁한다.(웃음)
Q. 최근 게임업계의 화두 중 하나가 쉽게 소프트웨어 기술을 연마할 수 있는 교육용 프로그램이다. 앞으로 교육기관과 연계해 교육용 프로그램을 제공할 의사가 있는가?
데이빗 헬가슨: 이는 유니티의 근간과도 연결된다. 유니티는 강력한 성능, 쉬운 접근성, 싼 가격 등 누구나 게임을 만들 수 있는 도구를 위해 개발됐다. 때문에 우리는 교육용 프로그램에 관심이 많다.
하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우리의 구상을 공개하기에는 구체적인 계획이 부족하다는 것을 밝혀야겠다. 교육용 프로그램을 개발하려면 일단 그에 걸맞은 시장이 형성되고, 그에 맞춰 우리가 투입할 리소스를 갖춰야 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시장과 유니티 모두 아직 그러한 단계는 아니라 생각한다. 빨리 회사 역량을 키워 보다 많은 이들에게 유니티를 제공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
Q. 그동안 많은 개발자들을 만나왔던 것으로 알고 있다. 개발자들이 꼽는 올해의 장르 트렌드는 어떠한가?
데이빗 헬가슨: 개발자들의 성향이 워낙 다양해 간단히 대답하기 힘들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모바일게임은 기존의 가볍고 간단한 게임에서 벗어나 더 복잡하고 거대한 게임들의 성장이 두드러지고 있다. 물론 이는 상대적인 성장세를 말한 것이다. 가벼운 게임도 여전히 개발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코어게임의 개발이 많아졌다.
이는 대부분의 플랫폼이 밟아온 길이기도 하다. 어떤 플랫폼이든 처음에는 더 빨리, 더 쉽게 만들 수 있는 게임이 개발된다. 이후 개발역량이 축적되면 더 복잡하고 큰 규모의 게임이 개발되는 식이다. 그런 의미에서 유니티는 단순한 게임부터 하드코어 게임까지 모두 커버할 수 있어 좋다고 생각한다.
Q. 지난해 에픽게임즈의 팀 스위니가 KGC에서 향후 게임산업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앞으로 PC와 콘솔, 스마트폰의 경계가 사라질 거라고 예측했는데, 유니티의 최고경영자로서 이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데이빗 헬가슨: 팀 스위니가 당시 행사에서 어떤 말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지만 전체적인 시장의 방향을 예측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기기 하나하나를 봤을 때, 화면이나 컨트롤러 등 각 기기가 제공할 수 있는 게임경험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지금과는 다른 형태로 기기의 역할이 분산될 거라고 본다. 아마 팀 스위니도 세부적인 관점에선 나와 뜻을 같이할 것이라 생각한다.
■ “한국의 게임규제는 큰 실수”
Q. 최근 1~2년 사이 한국 모바일게임 시장이 급성장했다. 지난 1년을 돌아봤을 때 한국시장의 가장 큰 성과를 꼽자면 무엇인가?
데이빗 헬가슨: 자세한 것은 한국지사장이 더 잘 알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매출실적이 뛰어난 게임이 많이 등장한 것이 고무적이라 생각한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일매출이 많은 게임이 버는 돈이 백만 달러 단위인데, 한국 또한 그러한 수준에 도달했다. 이는 한국시장에 있어 큰 의미가 있다. 아마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마트폰 제조사가 한국에 있다 보니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양쪽에서 서로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 듯하다.
존 구데일 아시아지역 총책임자: 비디오게임 업체에서 17년 동안 종사하면서, 한국 PC게임 시장의 급성장은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성장세는 오늘날 모바일게임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PC게임 개발자가 모바일게임으로 몰리는 현상은 게임업계가 급변하는 트렌드를 어떻게 대처하는지 알아 가는 정말 소중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다양한 플랫폼을 제공하는 유니티 엔진은 다른 엔진에 비해 강력한 비교 우위를 가졌다고 생각한다.
윌리엄 양 한국대표: 개인적으로는 지난 8월부터 <애니팡> 등을 통해 카카오톡이 강력한 게임유통 플랫폼으로 대두된 것이 인상적이었다. 이 덕분에 개발자들에게 PC뿐만 아니라 모바일 시장에서도 자신의 작품으로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인식이 널리 퍼진 것이 큰 성과다.
Q. 최근 한국 모바일게임이 급성장한 만큼, 유니티가 바라보는 한국시장의 비중도 커졌을 것으로 생각한다. 다른 국가와 비교해 한국시장의 규모는 어떤 편인가?
존 구데일: 유니티를 이용하는 개발자를 집계하면 서울은 최근 2년 동안 항상 1위 자리를 놓지 않았다. 지난 30일 동안의 유니티 이용자를 보면 서울에는 약 25만 명이 있다. 참고로 그 뒤로는 베이징, 상하이, 도쿄가 자리하고 있다.
국가별로 보자면 서울은 미국과 중국에 이어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인구 대비 개발자 비율을 계산하면 한국은 최상위권이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은 이렇게 뛰어난 성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Q. 한국에서는 셧다운제 등 게임규제가 강화되고 있고, 이는 앞으로 모바일게임도 피하기 힘들 전망이다. 이러한 한국의 개발환경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데이빗 헬가슨: 회사의 공식적인 입장은 없다. 개인적인 의견을 말하자면 게임을 개발하는 사람이라면 기본적으로 현지 시장만이 아니라 전 세계를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게임을 개발함에 있어서도 코어게임만이 아니라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게임도 만들어 사람들이 부정적인 영향 없이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생각한다. 정부의 입장도 이해한다. 정부로서는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두고 볼 수만은 없을 것이다. 게임은 그런 측면에서 꼽기 쉬운 목표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규제를 도입하는 것은 큰 실수라고 생각한다. 정부의 규제는 게임 할 시간을 줄이고, 그 시간에 다른 행동을 하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그렇다면 게이머들은 그 시간에 어떤 행동을 할까? TV 시청 등 어떤 것을 꼽아도 게임보다 더 오염이 심하고, 영향력 자체도 떨어지지 않는 다른 행동을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방식의 규제는 큰 실수라고 생각한다.
※ 한국의 게임규제에 대한 데이빗 헬가슨의 보다 자세한 의견은 기조연설(☞ 관련기사) 기사에 나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