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개진하며 활동하는 정치인이 있습니다. 정부의 부적절한 게임규제 정책에 대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민주통합당 전병헌 의원입니다. 전 의원은 최근 한국 스포츠협회장 취임과 강제적 셧다운제 전면 개선안 발의로 게임에 대한 행보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과연 그가 생각하고 있는 게임정책의 현재, 그리고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요? 전 의원의 이야기를 들어 봤습니다. /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 “여가위 위원으로서 강제적 셧다운제 개선하겠다”
민주통합당 전병헌 의원
TIG> 그동안 게임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나타내며 게이머들의 공감을 얻어 왔습니다. 다른 의원은 물론 비슷한 나이대의 다른 사람들과도 상당히 다른 인식인데 어떻게 이런 의견을 갖게 되었나요?
전병헌: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서 오래 활동하다 보니 IT 기기 등 제조업 수출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고 판단되더군요. 실제로 애플 등 글로벌 IT 기업들도 콘텐츠 확보를 위해 기업의 사활을 걸고 있죠. 이젠 스마트폰 한 대를 팔려고 해도 스마트폰으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확보해야 하는 시대가 찾아왔습니다.
현재 게임이 한국 콘텐츠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입니다. 2012년 콘텐츠 수출 중 게임의 비중은 55%로, 한류로 유명한 K-POP의 13배에 달합니다. 게임은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처럼 향후 우리 미래를 책임질 산업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게임정책에 대해서는 ‘오픈마켓 게임법’을 통해 관심을 가지게 됐고, 1년 8개월 만에 한국에서만 닫혔던 구글과 애플의 게임 카테고리를 열었던 바 있습니다. 앞으로도 제도권에서 게임산업에 대해 올바로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올바른 정책이 펼쳐질 수 있도록 앞장서 노력해 나갈 계획입니다.
TIG> 손인춘 의원이 발의한 셧다운제 확대와 매출 1% 이하 강제징수 법안은 게임업계의 반발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법안에 어떤 문제가 있다고 보시나요?
박근혜 당선자가 “게임을 5대 글로벌 킬러 콘텐츠로 육성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는데, 여당의 이번 법안을 보면 게임을 도박보다 더 유해한 사업으로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뿐만 아니라 법안에는 기존 법체계와 시장경제 논리와도 맞지 않는 내용이 많습니다.
일례로 복권이나 경마 등 6대 사행사업은 도박중독치유를 위해 순매출액(당첨금, 환급금을 돌려주고 난 매출액)의 0.35%를 징수하는데, 게임업계에게 부과하겠다는 전체 매출액의 1%는 어불성설이죠. 이외에도 내용 중 본인확인제는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이라 판명됐고, 금지하기로 한 아이템거래는 대법원에서 합법이라 판결했습니다. 과학적 근거 없는 ‘게임중독유발지수’라는 심의기준은 사실상 콘텐츠에 대한 국가검열을 강화하겠다는 말과 같고요.
말과 정책이 다른 것은 정책의 예측가능성을 고려할 때 잘못된 것입니다. 게임을 미래콘텐츠 산업으로 본다면 적합한 지원정책이 마련되고 입안돼야 하는데, 여당의 행보는 그에 반해 안타깝습니다.
TIG> 지금까지 전례로 보면 논란이 많았던 법안도 수정 이후 통과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관련 상임위원으로서, 이번에도 수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지난 4일 제가 발의한 ‘강제적 셧다운제 전면 개선을 위한 입법’과 내용상 상충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따라서 법안소위를 통해서 병합심사가 진행되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TIG> 지난 4일 강제 셧다운제 전면 개선 등의 내용이 담긴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법안을 발의하신 목적은 무엇입니까?
‘청소년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손인춘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 대응해서 제출하는 것은 아닙니다.
국제 e스포츠 대회에서 우리 선수가 강제적 셧다운제 때문에 게임을 포기하는 망신을 당한 바 있고, 2012년 여성가족부(이하 여성부) 국정감사에서는 실효성 없이 부작용만 양산하는 법이라고 지적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부작용을 개선하기 위해서, 부모의 선택권은 강화하고 모바일 기기는 셧다운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강제적 셧다운제를 전면 개선하기 위한 입법을 발의한 것이죠.
TIG> ‘청소년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소개해 주시죠.
제가 대표 발의한 ‘청소년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여성부의 자체연구 등 많은 곳을 통해 지적되었던 강제적 셧다운제의 실효성 논란과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한 법률입니다.
주요 내용으로는 ▲ 부모 등 친권자가 인터넷 게임의 제공자에게 게임 제공시간 제한에 대한 해제를 요구하는 경우 해당 청소년 아이디를 셧다운제 대상에서 제외함 ▲ 이동통신단말기기, 휴대용 정보 단말기기 등 모바일 기기를 셧다운제 대상에서 제외 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관련기사). 여성부도 지난 4일 행정예고를 통해 모바일게임 강제 셧다운제 적용은 2년간 유예한다 고시한 바 있죠.
TIG> 게임에 대한 비상식적인 규제를 고치겠다고 천명했는데요, 민주통합당은 여당인 새누리당에 비해 의석이나 영향력이 부족한 편입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어떻게 법안을 통과시킬 계획인가요?
해당 법률안을 소관하는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법안심사소위 위원으로서 법안을 토론하는 과정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강제적 셧다운제의 부작용을 합리적인 시각에서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한다면 법안 통과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봅니다. 이번 법률안은 제도를 개선하는 차원이기 때문이죠.
■ “게임업계, 스스로 자기 목소리를 내야 한다”
TIG> 대다수의 기성세대들에겐 게임이 학업의 방해물 정도로만 여겨져 많은 게이머들이 이를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만든 원인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아이들이 과하게 게임에 집중하면 부모 입장에서 안타까울 때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가장 안타까운 것은 아이들이 게임이 아니면 향유할 수 있는 문화 및 여가활동의 기회가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청소년 정책과 교육·문화·여가·생활 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재점검과 시스템 변화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또한 게임업계나 게이머 스스로 정책에 대해 자기 목소리를 내고, 여론을 응집·표출하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정치권이나 제도권에서 관심이 없더라도 먼저 찾아가서 게임의 가치를 설명하는 노력을 보다 적극적으로 해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TIG> 정부의 게임규제에 대해 많은 이들이 게임에 대한 이해부족을 지적합니다. 한편으로는 정책 주도권을 갖기 위한 부처간 다툼에 게임산업이 무너지고 있다는 시각도 있는데, 동의하십니까?
갑갑하고 안타깝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습니다. 규제와 진흥의 균형이 깨져 버렸고, 언제는 ‘명텐도’라고 하더니 오히려 정부가 나서서 게임산업을 ‘악의 축’으로 몰아세우고 있는 양상은 산업적으로 돌이키기 힘든 타격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가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서 게임산업에 대한 규제와 진흥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TIG> 계속되는 정부의 게임규제는 게임에 대한 잘못된 혹은 부정적인 인식의 영향도 있습니다. 이러한 인식을 전환하기 위해 게임업계와 게이머들은 어떤 행동을 해야 할까요?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목소리를 높이는 노력을 다해야 합니다. 지금까지처럼 ‘국회가 정하는 대로 하겠다’는 관망적인 자세로는 더 발전하기 어렸습니다. 명분과 이유가 분명하다면 게임계 스스로 하나의 목소리를 만들어야 합니다. 콘텐츠 산업의 55%를 책임지고 있는 산업인 만큼 할 말은 당당하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사회적 질타를 받을 수 있는 부분은 명확하게 개선해야 합니다. 가령 웹보드게임과 관련해서는 매출 대부분이 순익으로 이어지는 데 반해 도박중독 등 사회적 부작용이 심각한 것도 사실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게임사가 분명히 대처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콘텐츠진흥원 산하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 결정마저도 외면하려는 게임사의 태도는 시정돼야 합니다.
자신의 책임과 의무는 다하면서 할 소리는 하는 당당함이 지금 게임업계나 게이머 모두에게 가장 필요한 시기인 것 같습니다.
TIG> 게임업계가 처음으로 지스타 보이콧을 주제로 한 목소리를 냈습니다. 지금까지의 관망적인 자세에서 벗어났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만, 한 목소리였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넥슨, NHN 한게임, 네오위즈게임즈, CJ E&M 넷마블 등 선도기업이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정책적인 부분에서만큼은 단결되고 하나가 된 모습과 의견을 모아줄 것을 부탁합니다.
위메이드 남궁훈 대표는 지난 1월 초 공개적으로 지스타 참가 거부를 선언했다.
TIG> 곧 새 정권이 들어섭니다. 개인적으로 예측·기대하는 새 정부의 게임정책은 어떤가요?
무엇보다 말과 정책이 일치하는 정책을 기대해 봅니다. 미래 콘텐츠 산업으로 게임을 바라본다면 진흥정책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말로는 미래 콘텐츠 산업이라고 하면서 비이성적이고 과도한 규제정책으로 일관하는 것은 게임업계나 게임유저들을 기만하고 말살하는 정책과 같다고 봅니다.
■ “등급분류 전면 민간이양, 게임산업 발전 위해 필수”
TIG> 현재 계류 중인 게임물등급위원회(이하 게임위) 관련 법안은 게임계에서 뜨거운 감자입니다. 두 가지 개정안을 둘러싼 찬반이 뜨거운데 이에 대한 입장을 듣고 싶습니다.
게임위 문제는 몇 년째 같은 문제가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심의 잣대는 들쑥날쑥, 소통은 나 몰라라, 녹취록으로 드러난 업자들과의 유착관계, 민간으로 심의를 이양하겠다는 5번째 거짓말까지…. 2006년 처음 게임위가 한시적 기구로 만들어지고, 국회에서 국고지원이 3차례 연장됐을 때마다 게임위는 국회와 국민들에게 거짓말을 반복해 왔습니다.
한국 게임산업이 올바르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심의는 민간으로 이양하고 사후관리는 국가가 강력하게 해야 할 것입니다. 아케이드게임에 대한 사행성 우려는 다른 도박산업처럼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에서 총괄 감독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콘텐츠는 상상을 기반으로 자유롭게 서비스하고, 불법적인 유통과 서비스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처벌함으로써 게임산업 전반에 건강한 체질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 개선이 이뤄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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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개정안 |
전병헌 의원 개정안 |
게임물등급위원회 |
게임물위원회로 이름 바꾸며 존속 |
폐지 |
등급분류 국고지원 |
기한 없이 유지 |
중지 |
등급분류 민간이양 |
청소년 이용불가 제외 |
청소년 이용불가 포함 |
사후관리 |
게임물위원회가 담당 |
문화부에 게임물 관리센터 신설 |
단속 |
경찰과 게임위 공조 |
관리센터 인력에 사법경찰권 부여 |
심의기준 |
유지 |
문화부에서 매년 새롭게 고시 |
국회에 계류 중인 정부와 전병헌 의원의 게임위 관련 개정안.
TIG> 게임위 민간이양과 관련해, 문화부가 요구하는 재정규모를 민간이 확보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있습니다.
게임위 전체가 민간으로 이양되는 것이 아닙니다. 게임위의 역할 중 사전등급분류 기능만 민간으로 이양되는 것입니다. 민간심의기구가 만들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은 심의를 민간으로 이양하고 싶지 않은 정부부처와 정책기관에 대한 신뢰를 잃은 업계 사이의 소통에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봅니다.
TIG> 등급심사를 민간으로 이양하면 문화부가 게임산업에 대한 주도권을 넘겨줄 수밖에 없어서 민간이양을 원하지 않는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양 주체 사이의 불협화음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봅니다. 다만, 업계에서도 기회가 왔을 때 적극적으로 민간이 자율적인 책임을 지고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민간이양의 주체자들이 모두 적극적으로 임해주기를 바랍니다.
TIG> 서로 의견은 다를지라도 모두 심의공백은 바라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혹시 2월 임시국회 중 중단위기에 처한 심의문제를 어떻게 대처하실 계획인가요?
업계나 종사자들의 우려를 막기 위해서 1월 말 문화부, 게임위, 콘텐츠진흥원, 학계, 업계가 참여한 간담회를 통해서 합리적인 의사합의를 봤습니다.
올해 5월까지의 최소한의 운영비는 콘텐츠진흥원의 기금으로 해결해야 할 것 같습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서 게임위 시스템 전반을 개선하는 법 논의가 빠른 시일 안에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 입니다.
■ “모든 e스포츠 구성원들과 발전해 나갈 구조 만들겠다”
TIG> 얼마 전 한국e스포츠협회장으로 취임하셨는데요, 협회장으로서 지향점은 무엇인가요?
다양한 정책 마련을 통해 협회가 단순히 <스타크래프트 2> 프로리그를 운영하는 주체가 아니라, e스포츠 전반에 걸친 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으로 거듭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TIG> 현재 한국 e스포츠는 한국e스포츠협회와 이스포츠연맹이라는 두 개의 단체로 나눠져 있습니다. 협회장으로서 앞으로 연맹과의 관계는 어떻게 하실 계획인가요?
현재 협회와 연맹의 구조가 왜 만들어졌는지에 대해서 먼저 잘 살펴보고, e스포츠 전체 구성원들이 함께 발전해 나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협회가 할 일이라고 봅니다.
TIG> 본인이 생각하는 게임산업 정책은 어떤 것인가요? 더불어 최근 모바일 콘텐츠 성인인증 도입안 발의와 관련해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문화 콘텐츠는 자유로운 상상력, 즉 창작의 자유를 기반으로 존재하는 겁니다. 문화부가 책임지고 진흥정책과 규제정책의 균형이 맞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더불어 비현실적이고 과도한 규제들에 대해서 정부나 국회 모두 깊이 고민해야 하는 문제라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e스포츠 얘기를 안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작년에 중국은 98번째였던 e스포츠 종목순위를 58위로 상향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미국 역시 70만 달러 규모의 MLG를 개최하는 등 e스포츠 진흥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 역시 이제 e스포츠에 대해서 e스포츠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가가 체계적인 지원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종주국으로서 위치를 확고히 하고 국가적 지원으로 따라오는 미국, 중국에 따라 잡히지 않을 수 있습니다.
TIG> 많은 게이머들이 전병헌 의원의 다음 행보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혹시 게임산업 발전을 위해 준비하고 있는 것이 있으신가요?
궁금해하시던 강제적 셧다운제 전면개선 개정안은 지난 4일 발의하였습니다. 올해 3월 중으로는 e스포츠 발전 진흥을 위한 정책 토론회를 개최할 계획입니다.
TIG> 마지막으로 게임업계, 혹은 게이머들에게 한 말씀 부탁 드립니다.
업계 스스로 게임산업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하고, 자사의 이득만큼이나 게임산업 전체의 발전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또한 우리 사회가 더 건강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에도 큰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게이머 분들에겐 e스포츠에 더 많은 사랑을 부탁 드립니다. 앞으로 한국e스포츠협회장으로서 더욱 즐겁고 재미있는 e스포츠가 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나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