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31일 스마일게이트의 모바일게임 관계사 팜플이 라인업을 공개했다. 엔크루 엔터테인먼트가 개발 중인 <데빌메이커: 도쿄>(이하 데빌메이커)도 그 자리를 통해 최초로 소개됐다. 3월 초 국내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인 이 게임은 장르(카드배틀)와 부제(도쿄)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일본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동시에 ‘한국형 TCG’라는 점도 강조했다.
디스이즈게임이 만나 이야기를 나눈 엔크루 김택승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데빌메이커>는 TCG에 한국적인 MMORPG의 시스템을 더한 결과물이다. 한국 유저가 좋아하는 재미 포인트와 플레이 성향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그는 개발 초기부터 일본시장 진출을 목표로 삼았기 때문에 일본의 느낌을 강조하고 부제를 ‘도쿄’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디스이즈게임 남혁우 기자
엔크루 엔터테인먼트 김택승 대표
■ “자신의 취향에 맞춰 카드를 만들어 나간다”
TIG> TCG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김택승: 최근 국내에서 많은 업체가 카카오에서 서비스하기 위한 게임을 만들고 있다. 국내에서 카카오가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만큼 당연한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카카오 게임이 해외에서 먹히지 않는 이상 거기에 갇히게 될 수 있다.
일본시장을 보면서 TCG는 한국에서 성공한다는 확신이 있었다. 물론 새로운 시장에 도전하는 것이 험난한 길이 될 수 있지만 팜플이 함께 해보자고 했고 지원을 잘 해줬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TCG가 잘될 수 있을까 걱정했었는데 그 가능성을 <밀리언아서>가 증명해줘서 한숨 돌렸다.
TIG> 게임의 배경이 도쿄로 되어 있고, 그래픽 등 기본적인 느낌도 일본에 가깝다. 그럼에도 한국형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한국형이라고 말한 이유는 다른 TCG에 비해 RPG의 느낌이 훨씬 강하다는 것이 차별화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유저가 재미를 느끼는 포인트와 게임의 성향은 아무래도 한국과 일본이 차이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데빌메이커>는 카드 하나하나에 대한 집중도가 높고 스킬이나 옵션, 강화 커스터마이징 시스템이 들어가 있다. 모두 한국 온라인게임 시스템에서 차용한 것이다. 그래서 <데빌메이커>를 ‘트레이딩 카드 RPG’라고 부른다.
또한 이 게임은 선택을 강조하고 있다. 어떤 카드에 어떤 스킬을 넣을지 유저가 선택할 수 있고, 게임의 진행도 3개의 길이 주어지면 그중 하나를 선택하며 한 걸음씩 전진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체력이 떨어지면 물약을 먹으며 안정적으로 갈 수 있다. 아니면 물약을 아끼고 회복 샘을 찾기 위해 적과 싸울 확률을 감당하며 더 전진할 수도 있다.
일부에서 <데빌메이커>를 <밀리언아서>의 카피라고 말하는 유저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밀리언아서>를 즐기던 유저가 <데빌메이커>에 적응하기 어렵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두 게임은 다르다.
※ 일러스트를 클릭하면 크게 보입니다.
츠쿠요미
TIG> 카드는 어떠한 방식으로 성장하게 되나?
카드에는 옵션과 스킬, 두 가지 능력이 있다. 스킬은 카드가 사용하는 기술로 다른 카드의 스킬을 옮겨오는 것이 가능하다. 옵션은 치명타 증가 등 카드 고유의 능력으로 정해진 풀 안에서 무작위로 정해진다.
스킬을 옮길 때 어떤 스킬인가에 따라 시간과 노력이 오래 걸리기도 한다. 예를 들어 보스 전용 스킬의 경우 보스 몬스터 사냥해 카드를 얻고 그 카드를 최고 레벨까지 키워서 스킬을 얻은 후 원하는 카드로 옮겨야 한다.
즉, 유저가 들인 노력에 따라 같은 카드라도 차이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카드가 등급이 좀 낮더라도 노력을 통해 충분히 강한 카드로 만들 수도 있다.
<디아블로> 시리즈도 일정 수준의 아이템이 나오면 그것만으로도 게임을 플레이하는 데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더 좋은 아이템을 찾기 위해 던전을 계속 돈다. 우리도 <데빌메이커>를 통해 좋은 카드를 만들고 발전시켜 나가는 재미를 주고 싶었다.
개인적으로 ‘조이드’를 모으는 것이 취미인데 단순히 모으는 것 외에도 그들의 배경 스토리를 알아 가는 것 자체가 재미있다. 누가 어떻게 조이드를 개조하는지 보는 것도 흥미롭다.
카드를 구경하거나 자랑하는 재미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가진 것과 같은 카드라도 그 카드에 나에겐 없는 희귀한 스킬이 있다면 부러워하거나 그 스킬을 얻고 싶어지는 동기가 될 수 있다. 아니면 반대로 다른 유저에게 내 카드를 자랑하며 부러움을 살 수도 있을 것이다.
자신의 수집품인 조이드를 설명하는 김택승 대표.
TIG> 그렇다면 전투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나?
자동 전투다. 유저는 코스트에 맞춰서 덱을 짜기만 하면 된다. 카드에 있는 스킬은 확률에 따라 발동된다. 모든 스킬은 확률이 있는데 이는 절대치다. 만약 모든 스킬의 확률을 더한 결과가 100%면 그 카드는 일반공격은 없어지고 모든 공격이 확률에 따라 스킬만 나가게 된다.
TIG> 어떤 콘텐츠를 준비 중인가?
기록 경쟁을 예로 들면 누가 더 많이 진행했는가로 승부할 수 있는 던전이나 무한의 탑처럼 보스만 나오는 층도 있다. 다만, 처음부터 모든 콘텐츠를 공개하면 처음 하는 유저들이 혼란스러워할 수 있으므로 단계별로 하나씩 콘텐츠를 오픈하며 추가로 그때마다 튜토리얼을 제공할 예정이다.
하드코어하게 즐기는 유저로부터 ‘왜 콘텐츠가 안 나오지?’라는 말이 안 나오는 동시에 라이트하게 플레이하는 유저가 따라가기 어렵지 않도록 만들려고 한다.
유저끼리 맞붙는 PvP인 아레나도 몇 번 참가했는가에 따라 보상을 주는 한편 1등부터 순차적으로 아이템을 주기도 한다. 라이트 유저도 ‘적어도 여기까지는 해볼 수 있겠다’고 할 만한 과제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마라 파피야스
■ “처음부터 일본 진출을 목표로 개발했다”
TIG> <데빌메이커: 도쿄>는 부제부터 일본의 느낌이 많이 녹아 있다.
일본을 꼭 찍어서 만든 이유는 처음부터 일본시장을 목표로 삼아 성과를 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2012년 초 모바일 TCG가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면서 일본게임을 많이 플레이했다. <밀리언아서>도 나오기 전이기 때문에 <마지몬> 등의 게임을 플레이했었다.
당시 개발에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 일본에 가서 업체도 만났었는데 그들은 스스로 콘솔의 명가인 일본업계가 부활하고 있다고 평가하며 자신감에 넘치고 있었다. 스퀘어에닉스나 캡콤이 다시 모바일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을 보면서 어느 정도 납득은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한국 개발사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만드라고라
TIG> 일본 TCG의 퀄리티가 너무 높은데 무리한 도전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어떤 분은 경험도 없는 회사가 무슨 TCG를 만드냐고 말하기도 한다. 그렇게 따지면 한국에서 만든 모바일 TCG 중 제대로 성공한 것이 무엇이 있나 싶다. 그 말은 결국 한국은 TCG를 만들지 말라는 것 아닌가. 그저 멍하니 일본이 게임을 개발하는 것만 바라보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스퀘어에닉스 정도로 잘 만들 수 있냐고 물어보면 확신은 못한다. 그래도 한국 개발사에서 TCG를 만들었을 때 상대적으로 잘 만들 수 있는 자신은 있다.
TIG> 게임 곳곳에 영상을 넣고 서유리 등 성우를 기용한 이유도 퀄리티를 높이기 위함인가?
그렇다. 유저에게 보다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고 싶었다. 일본에서 서비스하는 게임들을 살펴봐도 퀄리티가 굉장하다. 거기에 뒤지지 않는 퀄리티를 제공하고 싶었다. 그래서 일본에서 서비스할 때는 일본 성우를 기용하는 것도 고려 중이다.
TIG> 전작인 <카르테>를 통해 얻은 노하우가 있다면?
게임은 많은 사람이 즐겨야 재미있고 그러기 위해서는 배우기 쉬워야 한다는 것이다. 게임이 마니악하면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배움의 장벽은 낮되 깊이 플레이할 수 있는 전략성을 강조하고자 했다.
꼭 체스를 두는 것처럼 한 게임에서 한 수 한 수 길게 플레이하는 것이 아니라 물약을 마실지 아니면 한 걸음 더 전진할지 정하도록, 카드에 스킬도 어떤 것을 넣을지 결정하도록 선택의 폭을 넓혔다.
TIG> 일러스트 작업은 어떻게 진행했나?
일러스트는 약 50 명이 작업했다. 최근에 TCG의 인기가 급성장하면서 일러스트레이터를 구하기가 어려워졌다고 한다. 다행히 우리는 그보다 먼저 시작해서 인력을 구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초기 작업은 외주로 시작했지만 실력이 뛰어난 사람은 아예 직원으로 채용하며 인력 풀을 마련했다.
일러스트 작업은 예를 들어 100장을 그리면 최하위 20장을 추려 다시 작업을 맡긴다. 이후 100장이 채워지면 다시 하위 20장을 재작업하는 식으로 퀄리티를 높여 나갔다.
브린힐트
TIG> 스토리를 강조하고 있는데 어떤 내용이며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나?
기본적인 스토리는 현대의 어느 날 갑자기 해가 안 뜨고 악마와 이들에게 대항하기 위한 계약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완전히 달라진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데빌메이커>는 해가 뜨지 않기 시작한 지 몇 년 후가 배경이다. 탐정인 주인공에게 악마가 찾아와 사건을 의뢰하며 해가 뜨지 않은 이유에 대해 파헤치기 시작하게 된다.
플레이어는 1인칭 주인공 시점에서 스토리를 따라 던전을 하나씩 클리어하는 방식으로 게임을 진행하게 된다. 스토리 모드는 돈을 내지 않은 유저도 큰 어려움 없이 진행할 수 있을 정도의 난이도로 준비하고 있다.
<데빌메이커>의 스토리 완결은 애니메이션에서 시즌1이 완료되는 식이라고 보면 된다. 전체 스토리로 보면 끝나지 않은 것이고 또 다른 고리가 이어져 새로운 시리즈를 준비할 계획이다. 어쩌면 <데빌메이커>의 뉴욕 편이 나올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데빌메이커>가 서울에서 끝나면 좋겠다.
스토리 플레이 타임은 오픈할 때까지 한 달 이상 즐길 수 있는 양을 준비할 계획이다. 그 외에 추가로 더 즐길 수 있는 콘텐츠도 준비할 것이다.
사라스바티
■ “과금 유저와 비과금 유저의 선순환 고리 만들겠다”
TIG> 유저간 카드 거래도 가능한가?
가능하다. 이 게임은 구조상 하드코어한 유저들은 게임을 할수록 게임머니가 부족하고 라이트한 유저들은 상대적으로 자금이 여유롭게 된다. 물론 카드 덱의 퀄리티는 차이가 날 것이다.
그래서 더 많은 콘텐츠를 즐기길 원하는 하드코어 유저는 자신의 카드 중 일부를 판매하고 라이트 유저는 구하기 어려운 카드를 남는 게임머니로 구입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하드코어 유저와 라이트 유저가 함께 플레이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싶었다.
TIG> 그렇다면 경매장도 제공할 예정인가?
경매장은 만들 생각이 없다. 대신 일종의 장터처럼 유저가 원하는 카드를 판매하거나 구입하고자 하는 글을 올릴 수 있는 페이지를 만들 생각이다.
경매장에서 검색 기준을 정해서 자신이 딱 원하는 아이템을 찾은 후 구입하게 되면 장터에서 예상치 못한 보물을 찾는 재미를 맛볼 수 없다고 생각한다. 편한 것도 좋지만 너무 편하기만 한 것은 게임의 재미를 해칠 수 있고, 유저의 노력을 들일 여지 자체를 뺏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별이 몇 개인지 어떤 카드를 찾는지는 검색으로 정렬할 수 있다. 그 외의 스킬이나 옵션 등 카드의 다양한 베리에이션은 유저가 직접 찾아야 한다.
TIG> 현금과 게임머니 사이의 밸런스가 무척 중요할 것 같다.
적어도 돈을 쓴 사람은 쓴 사람대로 안 쓴 사람은 안 쓴 사람대로 즐길 수 있는 목표와 카드를 모아 가는 재미가 있고, 트레이드하는 재미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자칫 잘못하다간 한순간에 게임 내 경제가 무너질 수도 있다. 그래서 카드를 성장시키거나 던전에 들어갈 때마다 은화를 소비하는 등 경제를 안정화시키기 위한 장치가 곳곳에 마련돼 있다. 개인적으로 게임을 플레이하면 처음에는 무척 가난하게 하고 다음에는 정말 돈을 많이 써보기도 하면서 두 가지 상황의 기분을 전부 느껴 본다.
돈으로 모든 것을 다 살 수 있는 게임도 있다. 그러고 나면 더 이상 돈 쓸 곳이 없어지고 할 것도 없어지고 결국 남는 건 허무함이었다. 그런 느낌을 준다는 건 결제한 유저에게 나쁜 짓을 하는 것 같다.
어떤 게임은 그런 허무함과 지루함을 막기 위해 돈을 더 쓸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보다 돈으로 모든 것을 구매한 그 사람들에게도 지속적으로 즐길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한 콘텐츠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돈으로 구입할 수 없고 노력으로만 얻을 수 있는 콘텐츠도 제공할 예정이다.
이슈타르
TIG> 올해 <데빌메이커>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처음부터 일본시장을 바라보고 만든 만큼 국내만이 아니라 일본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고 싶다.
최근 모바일게임의 추세를 보면 게임보다 사람이 좋아서 게임을 하는 유저가 많은 것 같다. 그래서 새로운 게임이 나올 때마다 유저가 이동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제는 사람들에게 게임이 줄 수 있는 또 다른 재미를 제공하며 ‘게임이 좋아서 게임을 하는 유저’를 늘려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데빌메이커>가 그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스토리와 모으고 성장시키는 등 다양한 재미를 제공하려 노력했으니 많은 관심을 부탁 드린다.
1월 31일 팜플 라인업 발표회에서 공개된 <데빌메이커> 트레일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