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 개발사 핀콘의 유충길 대표는 그동안 MMORPG <아크로드>와 MORPG <C9> 등 굵직한 온라인게임을 만들어 왔다.
하지만 그가 이번에 선보인 신작 <헬로히어로 for Kakao>(이하 헬로히어로)는 모바일 MMORPG다. 그가 모바일게임으로 방향을 돌린 이유는 본인 스스로 PC온라인에서 모바일로 생활 패턴의 중심이 바뀌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지난 2주 동안 <헬로히어로>를 서비스한 그는 예상하지 결제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 예상보다 높은 결제율에 놀라기도 했다. 새로운 시장에 뛰어든 유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디스이즈게임 남혁우 기자
핀콘 유충길 대표
■ 시대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모바일로
TIG> 그동안 <C9> 등 온라인게임을 주로 만들었다. 모바일게임을 만들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유충길: 온라인게임을 비롯해 PC게임을 1995년부터 약 18년 동안 만들어 왔다. 그사이에는 확실히 PC가 생활의 중심, 적어도 게임 플레이의 중심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집에서도 PC가 하던 일을 스마트 기기로 대체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시대가 변하고 있다는 것을 몸으로 느낀 것이다. 동시에 우리가 갖고 있는 기술을 스마트 기기에서 충분히 활용해 유저에게 새로운 재미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모바일 기반의 소셜 RPG를 만들게 됐다.
TIG> 게임을 오픈한 지 10일이 조금 넘었다. 반응은 어떤가?
오픈 전에는 유저의 반응이 어떻게 나올지 걱정이 많았는데 예상보다 반응은 괜찮은 것 같다. 사실 카카오에서 서비스하는 게임 중에서는 다운로드 수가 많지는 않은 편이다. 그래도 게임을 받아서 즐기는 유저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지금도 서버에서 소화하기 힘들 정도로 유저가 게임을 하고 있어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우리는 이 게임을 만들 때 유저들이 캐주얼게임처럼 가볍게 즐기기를 바랐다. 그런데 유저들은 마치 MMORPG를 하듯이 하드코어하게 오래 플레이하고 있다. 이 부분이 가장 걱정된다. 게임을 오래 플레이하면 배터리가 빨리 단다는 등 장시간 플레이를 지양하도록 유도하는 문구도 넣어놨는데 큰 의미는 없었던 것 같다.
핀콘이 만든 소셜 RPG <헬로히어로 for Kakao>.
TIG> 몰입해서 게임을 오래 즐기면 좋은 것 아닌가?
유저들이 쉬엄쉬엄 플레이하기를 바랐기 때문에 그에 맞춰 서서히 콘텐츠를 추가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실제로 오픈하니 며칠이 지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던전을 전부 클리어했다는 유저들이 나왔다.
그리고 예상보다 결제율과 금액이 너무 높았다. 우리는 게임이 유저의 생활에 영향을 끼칠 정도로 몰입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게임을 재미있게 즐겨주셔서 너무 감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이런 부분은 우리가 바라는 방향으로 완전히 가고 있지는 않지만, 유저의 플레이를 바탕으로 이를 개선해 나갈 것이다. 지금도 고객 서비스를 위한 인원을 확충하고 있다. 콘텐츠도 유저들의 소비 속도에 맞춰 최대한 빨리 업데이트하려고 한다.
TIG> <헬로히어로>에서 내세우고 있는 포인트가 있다면?
가장 주요한 목표는 영웅을 수집하는 것이다. 던전에서 마주치는 모든 몬스터를 쓰러트리면 일정한 확률에 따라 자신의 동료로 만들 수 있다.
게임의 제목이 <헬로히어로>인 이유도 매번 새로운 영웅을 만난다는 의미다. 지금은 약 150 종의 영웅이 준비돼 있다.
앞으로 어떤 보스에게는 어떤 영웅이 강하거나 특정 조합이 전투의 효율이 높아지는 식으로 영웅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TIG> 전체적인 게임 플레이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나?
실질적인 게임 플레이는 MORPG에 더 가깝다. 유저는 최대 5명까지 자신의 영웅으로 파티를 만들어서 던전에 들어가게 되고, 던전의 마지막에는 강력한 보스가 있는 방식이다.
전투는 별도의 조작을 하지 않아도 캐릭터가 자동으로 싸운다. 유저가 전투에 직접 개입하면 버스에서 내리거나 전화나 문자가 오는 등 다양한 상황이 벌어지는 스마트 기기의 특성상 불편할 거라고 생각했다. 자동전투를 보고 있는 것도 유저에게 지루한 느낌을 줄 수 있어서 6레벨이 되면 더 빠른 전투를 할 수 있는 2배속 모드를 지원한다.
의도한 건 아닌데 플레이 방식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TCG와 비슷한 느낌이 생겼다. 스마트 기기에서 RPG를 만들기 위해 유저 편의성과 RPG의 게임성 등을 생각하고 기획했더니 결과적으로 비슷한 방향으로 가게 된 듯하다.
TIG> 자동전투라서 캐릭터가 체력이 적은 적을 공격하지 않는 등 유저가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싸우기도 한다.
이 부분은 처음부터 게임 기획적으로 구현한 것이다. 캐릭터의 능력 중에 집중력이 있는데 이것이 체력이 적은 상대를 공격할 확률을 높여준다. 보다 전략적인 플레이를 위한 요소인데, 처음 하는 유저에게는 혼란과 스트레스를 준 부분인 것 같다. 대신 아군의 힐은 무조건 체력이 가장 낮은 동료에게 주도록 설정돼 있다.
■ 예상하지 못한 걸림돌, 결제 시스템
TIG> 같은 RPG라도 모바일 환경으로 넘어오면서 달라진 점이 있을 것 같다.
기기가 달라지고 유저가 달라진 만큼 그에 맞춰 플레이 방식도 많이 바꿨다. 라이트한 유저들이 많이 늘어난 만큼 복잡한 조작이 필요했던 전투는 자동으로 이뤄진다. 유저는 상황에 따라 스킬만 눌러주면 되는 간단한 방식이다.
그리고 스마트 기기의 게임은 주로 실제 친구와 친목을 다지는 방식이 많은 만큼 그런 형태의 RPG를 만들려고 노력했다. 전체적으로 하드코어한 MMORPG를 만든다기보다 캐주얼게임에 RPG의 재미를 추가한다는 생각으로 개발했다.
TIG>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어떤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는가?
이제 서비스를 시작한 지 열흘이 넘었는데 그동안 별별 일이 다 있었다. 버그나 서버 이슈도 있었지만 특히 결제했는데 아이템이 안 들어오는 등의 결제 관련 문제가 많았다.
어떤 분은 자신이 서버 1등인데 결제가 안 돼서 순위에서 밀린다고 메시지를 보내기도 하고, 어떤 분은 자신의 신용카드에 문제가 있는 줄 알고 아예 카드를 새로 신청한 경우도 있다. 이런 문제를 우리만 겪는 것인가 생각했었는데 알고 보니 다른 개발사들도 겪고 있는 문제라고 들었다.
우리도 게임 내부에서 문제가 있는지 테스트해 봤는데 아무런 문제를 찾을 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마켓에서 유저와 게임의 결제를 연동하는 사이에 어떤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정확한 이유를 안 알려줘서 답답할 뿐이다.
지금 유일한 해결방법은 유저가 우리 홈페이지에 결제가 안 되는 ID와 주민등록번호 앞자리를 알려주면 우리가 그걸 다시 구글에 전달해서 결제가 안 된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갑갑해서 전화로 문의하는 분들이 많은데, 오히려 홈페이지에서 접수하시는 편이 빠르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이동통신사나 구글 마켓을 거치지 않고 계좌이체 등으로 유저가 회사와 직접 거래하는 건 안 되냐고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그런 방식은 문제의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해서 고려하고 있진 않다.
TIG> 외부 변수가 아닌 개발에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개발에 있어서 크게 어려운 부분은 없었다. 다만 하드웨어의 스펙이 PC보다는 낮은 만큼 최적화에 신경을 많이 썼다. 최적화를 통해 안 돌아가던 기종에서 되거나 조금이라도 용량을 줄이는 것도 신선한 경험이자 새로운 재미였다.
사실 그보다는 유저의 성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 가장 컸다. 예상보다 더 유저들이 게임을 하드코어하게 즐기고 영웅에 대한 소유욕이 강했다. 랜덤박스를 예로 들면,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캐릭터 중 2성과 3성 캐릭터의 성능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2, 3성의 캐릭터를 써도 미션을 클리어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
<헬로히어로>는 라이트한 게임으로 기획한 만큼 랜덤박스는 가끔 한 번씩 사용하는 재미요소 정도로 즐기도록 기획했다. 그런데 4성 몬스터를 얻기 위해 끊임없이 결제하는 유저를 볼 수 있었다. 심지어 한 번에 결제 한도인 20만 원을 전부 쓰는 유저도 있었다. 완전히 우리가 예상을 잘못한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 확률을 낮추는 것은 이미 결제한 유저에게 불만을 주는 결과가 될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보다는 조합 시스템을 통해 랜덤박스에서 안 좋은 영웅이 나와도 2개의 영웅을 키워서 조합하면 무조건 상위 등급 영웅을 얻을 수 있도록 할 것이다.
TIG> 앞으로 어떤 요소를 추가할 계획인가?
우선 레벨에 맞춰 스태미나와 에너지 최대치가 상승하는 등 유저의 요구 사항을 최대한 반영하려고 한다. 던전이나 새로운 영웅도 조만간 추가할 것이다.
그리고 경쟁적인 요소를 약화해 여가 시간에 즐길 수 있는 방향성을 강조하려 한다. 예를 들어 서버의 모든 사람이 경쟁하면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일종의 월드 레이드인 ‘월드보스전’을 만들었다.
월드보스전은 일종의 이벤트 형식으로 만들었는데 누가 가장 많은 대미지를 입혔는가에 따라 차등적으로 아이템을 줘서 그런지 유저들이 경쟁에 몰입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래서 그런 경쟁적인 부분을 완화하고 즐겁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로 수정해 나갈 생각을 하는 중이다.
■ “게임을 게임으로 즐겨 주기를 바란다”
TIG> 게임의 과몰입에 매우 민감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 게임은 즐겁고 재미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게임이 게임 이상의 가치를 갖게 되는 것이 걱정이다.
게임을 서비스하다 보면 정말 엄청나게 돈을 쓰거나 몰입해서 즐기는 분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은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특히 사행적인 요소나 환금성이 들어가면 더 문제가 심각해진다. 영웅을 거래하지 못하도록 거래 시스템을 넣지 않은 이유도 개인의 만족으로 끝났으면 하는 바람이 있기 때문이다.
TIG>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은 마음은 처음 게임을 만들 때나 지금이나 같다. 음식을 만들어 놓고 먹는 사람의 반응을 보고 싶은 것처럼 우리가 만든 게임을 재미있게 즐겨 주길 바란다.
게임은 사람에게 즐거움과 행복을 주는 만큼 충분히 의미 있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물론 게임의 부작용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게임을 만들 때 재미를 강조하면서 부작용도 피하지 않고 고쳐 나갈 생각이다. 유저 분들은 게임을 게임으로서 즐겁게 즐겨주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