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을 돌아봤을 때 가장 뜨거웠던 게임은 무엇일까? 많은 화제작이 있었지만 2,5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국민게임’이 된 <애니팡 for Kakao>(이하 애니팡)를 빼놓을 수 없다.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의 규모와 흐름을 둘로 구분해 본다면, <애니팡> 출시 전과 후로 나눌 수 있을 정도다.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2013년의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애니팡>을 만든 선데이토즈는 어떤 계획을 갖고 있을까? 최근 <애니팡 사천성 for Kakao>(이하 애니팡 사천성)을 출시하며 바쁘게 뛰고 있는 선데이토즈 이정웅 대표를 만났다. /디스이즈게임 김진수 기자
선데이토즈 이정웅 대표
■ “소셜 그래프의 가능성을 보고 모바일을 선택했다”
<애니팡> 출시 전에는 싸이월드에서 <아쿠아 스토리>로 인기를 끌었었다. 그때 왜 모바일로 진출하겠다는 생각을 했었나?
이정웅: 시대가 바뀌고 있다는 걸 느꼈기 때문이다. 싸이월드 개인정보 유출 이후 트래픽이 쭉 감소했던 시점에 그런 생각을 하게 됐다. 개인정보 유출 이후 트래픽이 급감한 건 맞지만, 한 발 물러서서 보니 개인정보 유출은 어떤 계기였을 뿐이고, PC에서 모바일로 판도가 변하고 있었다. 이미 그 전부터 트래픽이 감소하고 있었으니까.
개인적으로, 당시 싸이월드 트래픽 감소의 원인은 개인정보 유출보다 갤럭시S2 출시의 영향이 더 컸다고 생각한다. 소셜게임을 즐길 만한 유저들이 PC를 켜지 않게 된 게 결정적이었다고 본다. 그걸 보고 세상이 바뀌고 있다고 생각했다.
기존 소셜게임 플랫폼에서 나름의 성과를 거뒀는데, 유무선 연동 대신 새로운 플랫폼을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소셜 그래프(Social Graph, 사람들이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연결되는 모습) 때문이다. 2년 전의 상황에서는 소셜게임 플랫폼의 유저를 모바일로 이끄는 것이 자연스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는 PC 기반 소셜 그래프의 단절 때문이다.
나는 소셜게임의 핵심은 소셜 그래프라고 본다. 소셜 그래프를 바탕에 두고 즐기는 게임이 소셜게임이니까.
모바일 세상이 열리기 시작했을 때 싸이월드 일촌은 모바일로 옮겨가지 않았다. 싸이월드 일촌은 직접 추가해야 해서 번거로웠기 때문이다. 반면 카카오톡은 전화번호부 기반이라 아는 사람들이 자동으로 추가되지 않나? 그렇게 카카오라는 플랫폼이 강력한 소셜 그래프를 구축하는 모습을 보고 강한 확신을 얻었다. 그래서 모바일에 진출할 때 카카오 게임을 택했다.
싸이월드 앱스토어의 <아쿠아 스토리>.
모바일로 옮겨갈 때 PC 기반의 소셜게임을 개발하고 서비스했던 경험이 도움이 되었나?
물론 도움이 된 부분도 많았지만, 모바일게임으로 진출할 때는 모든 것을 비우고 시작했다. PC 소셜게임 플랫폼과 모바일은 소셜 그래프가 다르기 때문이다. 소셜게임에 대한 철학은 유지하면서, 개발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카카오에 진출할 때 다른 라인업도 있었는데 굳이 <애니팡>을 선택했던 이유는?
카카오를 통해 게임을 접하는 사람들 중에서는 이미 게임을 해본 사람들보다 게임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쿠아 스토리> 대신 누구나 할 수 있는 <애니팡>을 선택했다. 애초에 게임을 접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게임을 만들고 싶어서 창업하기도 했고.
결국 <애니팡>은 게임을 안 해본 사람들도 할 수 있는 게임이었다는 점 덕분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 “소셜게임은 친구와 나누는 게임”
<애니팡>이 이렇게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를 꼽는다면?
친구들과 나눌 수 있는 ‘하트’다. 나는 소셜게임을 ‘친구와 나누는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콘솔이나 피처폰에서는 혼자 하는 게임이었다면, 온라인게임은 불특정 다수와 하는 게임이다. 소셜게임은 이런 특징을 다 갖고 있지만, 아는 사람들과 나누면서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한 단계 진화했다고 본다.
그래서 <애니팡>에 하트를 넣고, 지인들과 서로 주고받으며 즐기도록 했다. <애니팡>에 하트가 없었다면 이렇게까지 인기를 끌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하트를 나눌 수 있게 해준 카카오라는 강력한 플랫폼의 덕을 많이 봤다.
게임을 안 하던 사람들은 하트를 받으면 스팸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기뻐하더라.
그걸 보고 예전부터 생각했던 게 맞아떨어졌다고 생각했다. 카카오톡을 보면, 메시지를 보낸 뒤 답장이 올 때까지 기다리지 않나? 소셜게임도 똑같다. 서로의 상호작용이자 의사소통이다.
<애니팡>의 하트를 나누는 건 상대방의 반응을 기다리는 기다림이자 의사소통이다. 그리고, 연락한 지 오래 된 사람에게 카카오톡으로 말을 거는 것보다는 하트 하나를 보내는 게 쉽다. 그래서 10대부터 70대까지 하트를 주고받으며 교감을 느끼는 게임이 된 것 같다.
<애니팡>은 지금도 무료게임 인기순위 상위권에 있다. 꾸준한 인기의 원동력은?
꾸준한 업데이트, 그리고 사람들의 습관으로 자리 잡았다는 점이다. <애니팡>은 업데이트 계획을 짤 때 유저 의견을 많이 수렴하려고 노력했다. 더불어 게임에 들어왔을 때 매일 신선한 느낌이 들도록 신경 썼다.
사람들이 작년에는 <애니팡>을 불타오르는 느낌으로 플레이했다면, 지금은 습관이 된 것 같다. 다른 게임을 하다가도 다시 <애니팡>을 한 판씩 하더라. 특히 다른 게임과 차이 나는 부분이 연령층이다. <애니팡>은 중년 유저층이 두텁다.
그렇다면 <애니팡>의 연령별 유저 비율은 어떻게 되나?
정확한 연령 데이터는 없지만, 표본조사를 해보면 10대부터 50대까지 고르게 분포돼 있다. 카카오가 우리에게 연령 정보를 주지 않는 만큼 표본조사에 의존해야 한다. 조사해 보니 연령대별로 10% 정도의 비율이더라. 싸이월드에서는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비중이 급격하게 낮아졌었다.
이런 연령 비율 덕에 유저들이 쉽게 빠져나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10대나 20대는 다른 게임을 찾고 빠르게 옮겨 가지만, 30대 이상의 유저는 그렇지 않을 것 같다.
구글 플레이 스토어의 <애니팡> 순위 그래프.
지금까지도 10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 “<애니팡> 브랜드, 앞으로 계속 가져 가겠다”
지난 2월 19일 <애니팡 사천성>을 출시했다. 싸이월드에서는 <애니 사천성>이었는데, 이름을 이렇게 지은 이유는?
<애니팡>이라는 브랜드를 굳히기 위해서다. <애니팡> 대회나 맥도날드와의 제휴, 캐릭터 상품 출시도 애니팡 브랜드를 위한 전략 중 하나다.
<애니팡> 브랜드화의 바탕에는 고민이 있었다. 요즘 카카오 게임의 수명에 대한 이야기가 자꾸 나오는데, 우리도 장기적인 면에서 브랜드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앞으로 미니게임 라인업은 애니팡 브랜드로 밀고 나갈 생각이다.
<애니팡> 다음으로 <애니팡 사천성>을 출시한 이유는 무엇인가?
<애니팡>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어서다. <애니팡>이라는 브랜드를 오래 지속시키기 위한 생각이기도 한데, ‘어? 이거 또 다른 애니팡이네?’라는 느낌을 주고 싶어서 가장 게임 방식이 비슷한 사천성을 택하고, <애니팡>의 동물 캐릭터들을 강조했다.
게임을 하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사천성의 규칙은 조금 어려울 수 있을 듯하다.
규칙에 대한 학습 같은 부분은 도전해 봤다. <애니팡 사천성>은 <애니팡>을 하던 사람들에게는 ‘짝 맞추기’라서 배우기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애니팡 사천성>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인가?
규칙을 전통 사천성에 맞추고 크게 변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짝을 5번 맞추면 자동으로 패를 맞춰주는 ‘포크’와 폭탄을 제외하고는 패와 맵에 충실한 사천성을 만들고자 했다.
이렇게 한 이유는 사천성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패와 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양한 맵과 패를 강조했다. 다른 사천성 게임을 살펴봤더니 패가 바뀌는 경우는 드물더라. <애니팡 사천성>은 새로운 패를 추가해 자주 플레이하는 유저들에게 새로운 느낌을 줄 생각이다.
패가 자주 바뀌면 헷갈리지 않을까?
그래서 새로운 패는 점진적으로 추가할 계획이다. 그리고 지금 <애니팡 사천성>에 <애니팡> 캐릭터 패가 나오는데, 이걸 맞추면 <애니팡>과 똑같은 소리가 난다. <애니팡>의 익숙함을 느낄 수 있다는 반응이 나와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지금 <애니팡 사천성>은 2월 25일에 100만 다운로드를 넘긴 상태다. 요즘은 다운로드 100만으로는 보도자료도 잘 안 내지만, 좋은 출발이라고 판단했다. 이어서 <애니팡>과 <애니팡 사천성>에 큰 업데이트가 있는데,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애니팡 사천성>의 ‘만든 사람들’을 보면 프로듀서로 이름이 올라가 있더라.
실제로 <애니팡 사천성>의 개발을 총괄했기 때문에 이름을 넣었다. 내가 참여했다는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그저 개발자들을 위해 ‘만든 사람들’이라는 항목을 넣고 싶었을 뿐이다. 외국에서는 제작자의 이름을 넣는 게 일반적인데, 우리나라에서는 대작이 아니면 잘 안 하더라. 개발자들의 노고에 대한 보상이기도 하고, 개발자로서의 주인의식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바쁜 와중에도 개발자들의 이름을 넣었다.
다음에 나올 게임에도 <애니팡> 브랜드를 쓸 계획인가?
그렇다. 애니팡 브랜드는 앞으로 계속 가져갈 계획이다. <애니팡>은 토끼인 ‘애니’가 주인공이었고, <애니팡 사천성>은 돼지인 ‘핑키’가 주인공이다. 다음 게임은 <애니팡>에 등장했던 캐릭터를 다양하게 만날 수 있는 게임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유저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애니팡>을 꾸준히 사랑해 주셔서 감사하고, 앞으로 <사천성>도 잘 부탁 드린다. 선데이토즈는 계속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게임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