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장 많이 듣는 소리 중 하나가 <다크에덴 2>가 나오면 <다크에덴>의 서비스는 끝나는 거 아니냐는 말이에요.” 소프톤 엔터테인먼트 박상진 본부장이 인터뷰 시작과 동시에 밝힌 하소연이다.
2년 전 내부 개발팀을 개편한 후 <다크에덴>은 제 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적극적인 업데이트와 유저 의견 청취를 통해 하향곡선을 그리던 매출을 상승세로 돌려놨고, 지난해 연말부터 박은지를 내세운 홍보도 진행 중이다. 인기에 힘입어 중단됐던 <다크에덴 2>의 개발도 다시 시작했다.
소프톤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상황이지만 박 본부장의 표정은 마냥 밝지만은 않다. 10년이 지난 게임의 서비스를 이어 나가야 하는 만큼 많은 수정이 필요하고, 신작을 만들면서 생겨난 <다크에덴>의 서비스 중단 루머까지 해명해야 한다. 행복하지만 너무나 바쁜 일정이다.
10년을 살아남은 MMORPG는 ‘하나의 사회’다. 조금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개발사에서 서비스를 끝내고 싶어도 끝낼 수 없다. 그만큼 게임이 아닌, 유저들이 살아가는 환경을 가꿔주는 방식으로 <다크에덴>에 접근하고 있다는 게 그의 이야기다. 10년을 살아남은 MMORPG <다크에덴>의 새로운 10년을 준비하는 소프톤 박상진 본부장을 만났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소프톤 엔터테인먼트 박상진 본부장
TIG> 오랜만에 소식을 접하는 유저도 많다. 현재 <다크에덴> 상황은 어떤가?
박상진: 지난해 대규모 리뉴얼을 진행했다. 확장팩의 개념으로 보면 편할 것 같은데. 지난해가 <다크에덴>을 서비스한 지 10년째 되는 해였다. 기회도 기회인 만큼 대규모로 한번 뜯어고쳤다. 게임이 오래되다 보니 초반과 중반부가 답답했고, 신규 유저들이 적응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이 부분을 완전히 고쳤고, 겨울에는 인터페이스와 튜토리얼 등 <다크에덴>의 약점이라고 생각한 부분들을 개편했다. 그 와중에 스킬도 60종 이상 추가했다. 앞으로는 3개월에 한 번씩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를 할 생각이다. 생각대로 된다면 말이다.(웃음)
TIG> 지난해 말부터 박은지를 홍보모델로 내세우고 있다.
인지도는 확실히 올랐다. 지표로 보면 동시접속자 수가 연말부터 멈추지 않고 꾸준하게 상승하는 중이다. 이전과 비교하면 2배 이상 올랐으니까 성공적이라고 본다. 박은지 씨가 열심히 활동해 주는 덕도 크다. 요즘 예능 프로그램에도 나오고, 실시간 검색어에도 자주 오르고, 그러다 보니 <다크에덴>도 덩달아 순위가 오르더라.(웃음) 더 적극적인 홍보도 해보자고 판단해서 커피전문점 등과의 프로모션도 고민하고 있다.
TIG> 사실 그게 거의 5년 만의 홍보다.(웃음)
맞다. 정말 오랜만에 홍보에 나서는 중이다. <다크에덴>이 오래된 게임이고 콘셉트도 어둡다 보니 접근성이 많이 떨어진다. 그런 부분이 아쉽다. 분명 재미있는 게임이고, 10년 동안 검증도 받은 게임인데. 이름은 다들 알지만 굳이 해 볼 생각은 없는 유저도 많다.
지난해의 점핑 캐릭터도 효과는 많이 봤다. 그런데 요즘 게임들이 워낙 마케팅이 쟁쟁하다 보니까 상대적으로 약해 보이는 감도 있더라. 실제로 접속한 유저들이 적응을 못하는 경우도 있었고. 그런 면들을 개선해 나가는 중이다.
TIG> 오래된 게임들의 특징이 복귀 유저 비율이 높다는 거다. <다크에덴>은 어떤가?
마찬가지다. 100레벨 이상 캐릭터를 가진 유저들의 재방문이 80% 이상이다. 신규로 들어오는 유저 중에서 복귀 유저가 거의 70%에 달한다. 사실 우리 회원만 해도 벌써 500만 명이다. 다만 그렇게 1년 내내 흩어져서 접속하는 유저들이 정말 딱 하루만 몰아서 좀 들어왔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너무 욕심인가?(웃음)
■ “오래된 게임의 한계, 의견 청취로 고쳐 나간다”
TIG> 지난해부터 리뉴얼 작업을 진행 중이다. 어떤 과제가 남아 있나?
두 가지다. 전투 밸런스와 경제 시스템. 일단 뱀파이어, 슬레이어, 아우스터즈 3종족이 직업 구분부터 전투 방식, 스킬 디자인이 전부 다르다 보니 밸런스를 맞추기가 쉽지 않다. 성장 방식까지 다르니까… 뱀파이어는 흡혈을 해야 경험치를 얻고, 슬레이어는 아예 레벨이 아닌 숙련도 시스템이고.
경제 시스템은 게임이 오래되며 생기는 문제 같은데 새로운 아이템이 나오면 기존 아이템 가격이 급격히 떨어지는 상황이 문제였다. 그래서 요즘은 단순히 더 강한 아이템보다는 보다 다양하고 부가적인 능력을 갖는 아이템 등을 추가해서 기존 아이템과 같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TIG> 유태호 대표는 오히려 ‘유저들이 밸런스를 풀어 나간다’는 이야기도 했다.
매번 밸런스가 문제가 되고, 그때마다 유저들이 다양한 돌파구를 만들어내긴 하는데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고 본다. 솔직히 문제도 많았고. 그래서 밸런스에 대한 유저 테스트를 굉장히 많이 진행하고 있다. 게임을 하드코어하게 즐기고 있는 100명 정도의 유저를 선발해서 업데이트되는 항목을 일일이 점검해 보는 식이다.
TIG> 100명? 적지도 않고 많지도 않은 애매한 숫자 같다.
사실 밸런스라는 게 숫자로 보기에 어려운 부분이 많다. 상황에 따라 다르고 사람에 따라 다르다. 그래서 큰 그림은 전체적인 통계를 내며 잡아 가되, 직접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을 이용한 확인 작업을 따로 거친다. 종족마다 몇 명의 인원을 선출하고, 그들이 대표로 다음 업데이트에 대한 밸런스를 점검하고 있다.
테스트 서버도 따로 마련돼 있지만 <다크에덴>이 유저풀이 큰 대규모 게임은 아니다 보니 피드백이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이렇게 직접 유저들을 모아서 업데이트 내용을 점검하다 보면 전혀 몰랐던 내용도 알게 되고 집중적인 의견도 얻을 수 있어서 좋더라. 지난 대규모 업데이트 때도 2주 정도의 시간을 두고 유저 점검을 마쳤다.
TIG> 그렇게 들은 의견 중 재미난 부분을 예로 든다면?
건의 내용보다는 상황 자체가 재미있다. 테스터로 선정된 사람이 다른 유저들에게 공개적인 부탁(?)을 받는다거나, 각 종족 대표로 테스트에 참가하다 보니 다음 업데이트에서 자기 종족의 운명을 쥐고 있다는 생각에 굉장히 진지한 각오로 참가하는 유저도 있다. 의견 청취도 좋지만 하나의 이벤트로도 생각 중이다.
게임이 오래되다 보니 이제 유저들이 개발자의 마음을 읽는다는 점도 특징인데, 테스트에 참가한 유저가 게시판에 적은 의견이 며칠 만에 바로 적용되는 바람에 본부장이 직접 그 글을 올렸다는 오해를 산 적도 있을 정도다.
TIG> 10년 전 개발한 게임인 만큼 구조적인 한계도 있을 듯하다.
맞다. 일단 <다크에덴>은 오래된 게임이고 중간에 업데이트 공백도 좀 있었다. 그러다 보니 확장성이 많이 떨어진다. 어떤 아이템 하나를 추가하기 위해 근본적인 부분부터 게임을 건드려야 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2년 전부터는 아예 낡은 시스템을 한 부분씩 집중적으로 튜닝하는 중이다.
고칠 부분이 많지만 하나하나 잡아 가다 보면 업데이트 속도도 점점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에서 꾸준히 고치고 있다. 이거 다 되고 나면 완전히 새로운 게임으로 보이지 않을까?(웃음)
■ “<다크에덴>은 이미 하나의 사회, 커뮤니티 집중 개선”
TIG> 앞으로의 이야기를 해보자. 올해 어떤 부분에 집중할 생각인가?
콘텐츠적인 확장이 목표다. 리뉴얼 과정을 통해 초·중반 콘텐츠와 밸런스 등 MMORPG의 틀을 다시 만드는 데 주력했다면 이제부터는 커뮤니티성을 갖춘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확장해 나갈 생각이다.
길드 관련 콘텐츠를 집중적으로 업데이트할 생각인데, 우선 새로운 공성전이 등장한다. 그리고 길드 시스템도 요즘 추세에 맞춰 개편된다. 신규 레어마스터 던전과 고레벨 사냥터도 여름과 겨울에 각각 업데이트될 예정이다.
레벨 관련 부분은 이미 많이 개편됐는데, 지난해 레벨 200의 2차 승직이 도입되면서 그 구간까지는 정말 빠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올해에는 여기에 복귀자들을 위한 지원도 고민하고 있다.
TIG> 상용화 10주년인데 자랑 좀 해보자. <다크에덴>의 생존 비결이라면?
딱 꼬집어서 말하기가 애매하다. 그냥 사회가 형성됐다고 생각한다, 싸워야 할 이유도 분명히 있고, 같이 싸울 동료도, 맞서 싸울 적도 있다. MMORPG라는 게 유저들이 즐기고 만들어 가는 하나의 사회인 만큼 우리가 굳이 개발 방향을 정하기보다는 이미 유저들이 쌓아 올린 시스템, 규칙 등을 열심히 지원하는 게 우리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왜, 현실에서도 자신이 쌓아 올린 재원이 사라지고, 집값이 떨어지고 그러면 이사나 이민을 꿈꾸지 않나? 게임도 같다고 본다. 그러려면 유저가 쌓아 올린 것들을 존중해주고, 더 가치 있게 만들어주고, 새로운 재원이 마르지 않게 공급해줘야지.
TIG> 앞서 유태호 대표도 ‘전쟁’을 특징으로 꼽더라.
진짜 많이들 한다. 유저 수가 많지 않은 게임에서 일부 전쟁은 1,000 명 이상이 동시에 참가할 때도 있으니까. 대립구도도 너무 확실하다. 심지어 전쟁 결과에 따라 중간레벨 유저들의 성장속도가 달라지다 보니 고레벨 유저들이 자기 종족의 세를 불리기 위해 참가하는 경우도 많다. <다크에덴>이 사회로 자리매김할 수 있던 결정적인 요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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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G> 덕분에 후속작도 개발하고?
물론이다. <다크에덴 2>에서도 당연히 전쟁을 강조해 나갈 거다.
TIG> 그럼 올해도 <다크에덴>이 집중하는 건 전쟁인가?
다른 게임보다 우리가 잘했다고 생각하는 부분이니까 확실히 강조해 나갈 거다. 다른 게임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대규모의, 치열하고 동기부여도 확실한 전쟁이다. 제 2의 전성기라도 해도 될 시기를 맞았으니 앞으로도 한층 장수하는 게임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 나갈 거다. 그러니까 어렵게 시스템 튜닝도 하고 있는 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