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업체 중에 중남미 게임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곳이라면 소프트닉스를 꼽을 수 있다. 지난 2004년 <건바운드>의 서비스를 시작으로 <라키온>과 <울프팀> 등을 성공적으로 현지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특히 페루에서는 자사의 게임으로 이뤄진 자체행사 ‘소프트닉스 게임스 투어’를 개최하며 현지 유저와의 관계를 쌓을 정도로 인지도가 높다. 페루를 비롯해 스페인어 문화권 게임시장을 사로잡은 소프트닉스는 포르투갈어 문화권인 브라질에도 1위를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미 10년 가까이 서비스해 온 <건바운드> 등이 브라질 시장에 자리를 잡았고, 새로운 한국게임을 지속적으로 서비스하고 있기 때문에 소프트닉스는 자신감이 있다. 그렇다면 현재 브라질 게임시장의 분위기와 소프트닉스의 마케팅 전략은 무엇일까? 소프트닉스 브라질 지사 김정무 대표와 이야기를 나눴다. /디스이즈게임 남혁우 기자
소프트닉스 브라질 지사 김정무 대표
■ PC방은 줄고 가정 내 PC 점유율 성장
TIG> 한국은 얼마 만에 돌아온 것인가? 돌아온 느낌은 어떤가?
김정무: 약 10년 만에 한국에 돌아왔다. 20시간 정도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들어온 이후 회의 등 일정이 꽉 채워져 있어서 정신이 없다. 좀 쉬고 싶다.(웃음)
TIG> 요즘 브라질 시장은 어떤 상황인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리듬액션이 유행한 것으로 안다.
지금은 리듬액션 게임을 많이 하지 않는다. 오락실 자체가 많이 사라지고 있는 상황이다. PC방도 큰 도시일수록 찾기 힘들다.
인터넷 보급률이 높아지고 PC방의 시스템 사양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PC방에서 게임을 할 이유가 사라지고 있다. PC방 사양이 낮은 이유는 브라질 치안이 좋지 못한 이유가 크다. 비싸게 고사양 컴퓨터를 맞춰도 강도가 총을 들고 와서 트럭에 모두 실어 가거나 도둑이 훔쳐갈 수 있기 때문이다.
2007년까지만 해도 브라질 내 PC방은 공식적으로 2만 개라고 했었는데, 관련 종사자들은 5,000개 정도라고 비공식적으로 이야기한다. 대부분의 PC방도 주로 인터넷만 가볍게 쓸 수 있는 인터넷 카페처럼 바뀐 곳이 대부분이다.
한국은 1990년대 말 <스타크래프트>가 시장을 키웠다면 브라질은 <카운터스트라이크>로 성장했다. 이후 2006~2007년쯤에 <컴뱃암즈>와 <포인트블랭크> 등 한국게임으로 FPS 장르가 성장했다. 최근에는 <리그 오브 레전드>도 집에서 많이 플레이하면서 브라질 전용 서버도 열린 상태다. RPG로는 <라그나로크> 등이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페루 등 다양한 국가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소프트닉스의 FPS게임 <울프팀>.
TIG> PC방이나 오락실이 줄면 게임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나?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사실은 오히려 게임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가정 내 PC 보급률과 PC 사양이 높아지면서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들이 늘고 있다. 아직 규모는 작지만 온라인게임 시장이 성장하고 있고, 인구가 2억 명이 넘는다는 점에서 브라질은 잠재력이 매우 큰 나라다.
그리고 PC 사양도 낮은 편이 아니다. <아이온> 정도는 대부분 플레이할 수 있는 사양의 PC를 갖고 있다. 또한 다른 남미 국가와 비교했을 때도 유저 한 명당 한 달에 3만 원 정도로 결제율과 금액이 가장 높다. 어느 시장에서나 그렇듯 처음 구매만 잘 이뤄지면 그 다음부터는 제법 수월하게 이끌어 나갈 수 있다.
TIG> 브라질 유저들의 취향은 어떤가?
사람이 많은 만큼 브라질 유저의 취향이 다양하다. 퍼즐 등 간단한 게임을 하는 유저층도 형성돼 있고, 아직 한국에 서비스하지도 않는 최신 게임을 플레이하려는 유저도 있다. 이미 한국 서버를 통해 <블레이드 & 소울>을 플레이하는 유저들도 있다. 이들은 어떻게 해야 한국에서 서비스 중인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유튜브를 통해 알리기도 한다.
최근 시장의 흐름을 보면 역시 MMORPG 등이 새로 서비스하기에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브라질에서 인기가 많았던 FPS 장르의 유저들은 최근 <리그 오브 레전드> 등 AOS 장르로 많이 빠져나갔다. 그렇다고 지금 AOS 장르의 게임을 만드는 건 리스크가 너무 높은 것 같다. 그보다는 안정적으로 서비스할 수 있는 RPG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브라질에서 10년 가까이 꾸준한 인기를 모으고 있는 <건바운드>.
■ 넓은 지역과 치안 문제로 온라인 마케팅 선호
TIG> 소프트닉스가 먼저 성공을 거둔 페루의 경우, 자체적으로 게임행사를 여는 등 유저와 커뮤니티를 강조했었다. 브라질도 방향성은 동일한가?
유저와 함께한다는 방향성은 동일하다. 하지만 브라질은 워낙 나라가 넓고 사람들이 퍼져 있어서 자체적으로 오프라인 행사를 한다고 해서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래서 주로 페이스북 등을 통해 유저와 교감하려고 한다.
한국은 네이버 카페, 중국은 바이두와 큐큐 등을 쓴다면 브라질에서는 페이스북, 유튜브, 구글을 가장 많이 사용한다. 커뮤니티도 페이스북에서 만들기 때문에 우리도 페이스북을 통해 마케팅을 하기도 한다.
TIG> 자체적인 게임쇼를 안 한다면 따로 참여하는 오프라인 행사가 있는가?
브라질에도 ‘브라질 게임쇼’라는 행사가 있다. 하지만 규모도 작고 대부분 콘솔 위주다. 매년 열리는 것도 아니라서 홍보 효과가 떨어진다.
그보다 일본 애니메이션 팬들이 자체적으로 시작해서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행사 ‘애니미 프렌즈’의 영향력이 더 크다. 이 행사는 북미에서 열리는 PAX의 소규모 버전 같은 느낌으로 유저가 중심이다. 유저들이 자발적으로 나서기 때문에 인기도 많고 참여율도 높은 편이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행사인 만큼 일본 가수나 성우를 부르기도 한다. 우리도 K-POP이 인기를 모을 때 한국 노래를 따라하는 커버댄스 팀을 120명 정도 섭외해서 공연하기도 했었다.
K-POP을 따라 춤추는 브라질 커버 댄스팀.
TIG> 브라질에서 한국에 대한 인식은 어떤가?
브라질에서도 싸이와 ‘강남스타일’은 유명하다. 밤늦게 집 주변으로 시끄럽게 노래를 튼 차가 지나가기도 하는데 ‘강남스타일’이 들릴 때도 있다. 하지만 ‘강남스타일’을 제외한 K-POP은 마니아층에게나 알려져 있는 장르다. 브라질에서도 아직은 동양 사람이 지나가면 대부분 일본 사람으로 여긴다. 아르헨티나에서는 흔히 중국 사람으로 생각한다. 그만큼 한국에 대한 인식이 아직은 부족하다.
TIG> 카니발을 할 때는 운영을 어떻게 하는가. 일부에서는 아예 서버를 닫기도 한다던대.
아무래도 워낙 많은 사람들이 밖으로 나오니까 우리도 함께 오프라인 행사에 힘을 쓰긴 하지만 서버를 닫지는 않는다. 카니발 기간이라고 해도 충성도 높은 유저들은 게임을 플레이한다. 또한 카니발이 24시간 하는 건 아니니까 쉬는 시간에 게임을 하는 유저도 있다.
이 기간에 접속하는 유저들은 신규 유저라기보다 충성도가 높은 유저이므로 미션을 달성한 유저에게 그들이 좋아하는 화려한 의상을 제공하는 식의 보상을 마련하고 있다.
포르투갈어로 서비스를 준비 중인 <마이크로 볼츠>.
■ 사설 서버 방지와 보안이 최우선
TIG> 브라질에서 게임을 서비스할 때 어떤 부분이 가장 어려웠는가?
브라질만이 아니라 남미 지역은 대부분 게임은 무료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서 사설 서버나 불법복제가 불법이라는 인식이 약하다.
소프트닉스에 입사하기 전에 브라질 퍼블리셔인 ‘온게임’의 창업멤버로 일했었다. 그때 처음 론칭한 게임이 소프트닉스의 <건바운드>였다. 지금도 그렇지만 <건바운드>는 사설 서버가 너무 많았다. 아예 구글에서 우리의 공식 홈페이지보다 먼저 사설 서버 사이트가 뜨기도 했다.
그렇다고 해도 지역이 너무 넓고 기술적으로 찾기가 어려워서 사설 서버 운영자를 잡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래서 매일 사설 서버 운영자를 귀찮게 했다. 전화번호를 알아내서 고발하겠다고 하거나 사설 서버에서 결제 서비스를 시작하면 이를 대행하는 업체를 통해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막았다. 덕분에 완전히는 아니라도 제법 수를 줄일 수 있었다.
브라질은 해커가 극성이다. 잡을 방법이 거의 없고 해외게임은 대부분 브라질과 계약을 안 하기 때문에 법적으로도 막기가 어렵다. 그래서 아무런 이유 없이 디도스 공격이 들어오곤 한다. 너무 자주 일어나서 서비스를 대여해 주고 있는 데이터센터에서 나가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TIG> 그 외에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가?
<건바운드>는 10년 정도 서비스하다 보니 다양한 일이 많이 일어나곤 한다. 그중에 회사에 소송을 거는 유저들도 제법 있다. 주로 자신의 계정이 압류됐으니 풀어달라는 요청인데 알고 보니 자신의 계정을 팔았다가 다시 복구하거나 또는 반대로 자신이 계정을 구입한 경우다. 우리는 이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 그걸 복구해줄 수 없고 법적으로 처리해야 한다.
상파울루 근처면 상관없겠지만 멀 경우는 비행기를 타고 6시간은 가야 한다. 게다가 소송이라는 게 하루 만에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교통비, 체류비, 변호사 비용 등 돈이 만만치 않게 들어간다.
대략 5만 원 내외의 소송을 막기 위해 50만 원 이상의 비용이 지출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냥 복구해주거나 비용을 지불하면 관례가 생기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럴 수도 없는 상황이다.
TIG> 브라질의 모바일 시장 전망은 어떤가?
인구 1명당 휴대폰을 1대 이상 갖고 있는 정도다. 다만 아직까지는 피처폰이 대부분이다. 주로 게임보다는 문자를 보내거나 통화를 할 때가 많다. 스마트폰은 이제 막 보급이 시작된 수준이다.
이제 스마트폰 시장이 열리는 단계인 만큼 선점효과가 매우 크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언제 진입할지 그 시점을 파악하기가 어려운 상황이긴 하다.
TIG> 먼저 브라질 시장에 진출한 업체로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브라질은 오프라인 마케팅을 할 때 투입한 만큼 얼마나 효과가 나는지 추적이 힘들고 워낙 지역이 넓어서 커버할 수 있는 범위에 한계가 있다. 그래서 오프라인 행사를 하는 것보다 게임 관련 뉴스에 나오거나 유력 블로그에 이름이 오르는 게 더 중요하다.
간혹 처음 브라질 시장에 진입하는 업체를 보면 처음부터 게임쇼 등에 크게 참가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물론 자신들의 이름을 알리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만큼의 피드백을 받기는 어렵다.
애니미 프렌즈라는 유저 행사가 성장하기까지 10년이 걸린 것처럼 브라질은 짧은 시간에 반응이 오는 시장이 아니다. 브라질에서 서비스하기 위해서는 자리를 잡기 위한 시간을 길게 보고, 지출하는 비용과 반응의 효율을 정확하게 가늠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