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갑작스럽게 2차 클로즈 베타테스트(CBT)를 연기했던 <레드블러드>가 오는 4월 4일부터 다시 2차 CBT를 진행한다. 평일과 주말, 2회에 걸쳐 25시간씩 이어지는 집중 테스트다.
<레드블러드>의 개발사인 고릴라바나나는 테스트를 미룬 10개월 동안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퍼블리셔의 이슈로 테스트가 미뤄지면서 예정과 달리 대만에서 먼저 서비스를 시작하게 됐고, 테스트 연기 이후 소식이 없었던 탓에 국내에서는 게임이 사라졌냐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대신 그만큼 충분한 시간을 벌 수 있었고, 오픈 베타테스트(OBT)는 물론 상용화 이후의 업데이트까지 준비했다. 대만 정식 서비스를 거치며 상용화 이후 생기는 문제에 대한 점검도 끝냈다. 고진감래. 치밀한 준비를 통해 오랫동안 밀린 일정을 오히려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고 싶다는 고릴라바나나의 김찬준 대표를 만났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 첫 CBT의 좋은 반응, 8개월의 연기
고릴라바나나는 지난해 4월 <레드블러드>의 1차 CBT에서 멀티타겟팅 전투를 비롯한 기본 시스템과 서버 안정성을 실험했다. 반응은 좋았다. 멀티타겟팅과 몰이사냥이 섞인 전투는 호평을 받았고, 빠른 성장에 대한 테스터들의 만족도도 높았다. 콘텐츠가 레벨 20까지만 공개됐음에도 불구하고 직업을 바꾸며 다양한 캐릭터를 키우는 유저들이 나왔을 정도였다.
2012년 7월 중 2차 CBT, 가을 OBT를 목표로 개발하던 도중 문제가 생겼다. 퍼블리셔에 관련된 이슈로 일정을 미뤄야만 했다. 결국 <레드블러드>의 2차 CBT는 시작 며칠 앞두고 갑작스럽게 연기됐고, 그대로 8개월 동안 별도의 테스트를 진행하지 못했다.
개발은 계속됐지만 일정은 계속 연기됐고, 국내에서 먼저 진행될 예정이었던 OBT도 대만에서 먼저 이뤄졌다. 1차 CBT의 상승세를 이어 가려던 고릴라바나나로서는 아쉬운 상황이었다.
김찬준: 국내 유저 반응은 좋았다. 5,000 명을 모집했는데 다음 날 워낙 많이 재접속해준 덕분에 놀랐을 만큼 좋았다. 1차 CBT에서는 기술적인 문제나 콘텐츠의 방향성을 확인하고, 유저들이 우리가 예상했던대로 게임을 즐겨줄지를 확인하고 싶었다. 유저들은 우리가 예상한대로 콘텐츠를 소비했고 기술적인 문제도 발생하지 않아서 안정성에 대한 믿음을 주는 데도 성공했다.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그런데 왜 2차 CBT가 늦어졌나?
퍼블리셔의 상황이 안 좋았다. 개발에는 이상이 없었는데 정작 퍼블리셔가 이래서는 제대로 홍보나 지원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이렇게 된 이상 더 준비해 보자는 생각을 했고, 일정을 연기했다. 그때는 설마 이 정도로 미뤄질 줄은 몰랐지만.
원래 목표했던 일정은?
2012년 가을 서비스 정도가 목표였다. 7월에 2차 CBT를 하고 3개월 정도 후인 가을 시즌에 OBT를 진행할까 했는데 많이 늦어졌다.
좋은 반응을 이어 가고 싶었을 텐데 아쉬웠겠다.
당연하다. 결국 서비스도 한국이 아닌 대만에서 먼저 시작해버렸다. 한국이 늦춰진다고 그쪽까지 한국 일정에 맞출 수는 없었으니까. 1차 CBT에서 좋았던 반응들도 그렇지만 요즘처럼 게임이 많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다시 게임을 알려야 한다는 게 제일 부담이다. 많이 기억해 주셔야 할 텐데.(웃음)
이야기가 나온 김에, 대만 쪽 상황은 어떤가?
굉장히 열심히 한다. 한국 사람보다 게임을 더 열심히 하는 것 같다. 접속률과 플레이타임이 정말 높다. 우리나라에 밤새고 플레이하며 예상을 웃도는 콘텐츠 소비속도를 보이는 유저들이 있다면, 대만은 그런 유저가 그냥 많다.
낮에는 자녀가 하다가 밤에는 아빠가 게임을 이어서 하는 가정도 많다. 그러다 보니 콘텐츠 소비속도가 정말 굉장하다. 우리가 준비한 콘텐츠를 쉬지 않고 끝까지 달리는 게 보통이다.
예를 들어 콘텐츠를 100까지 준비했으면 20이나 40에서 잠깐 멈추는 게 아니라, 일단 100까지 가고 나서 이야기해 보자는 식이다. 특히 <레드블러드>는 자유도를 내세운 게 아니라 그냥 쭉 레벨업만 따라가는 게임이다 보니까 더 무리 없이 진행하는 듯하다.
결국 반응은 좋다는 뜻인가?
대만 유저들이 빨리 타오르고 빨리 식는 편이긴 하지만 일단 초반 반응은 매우 좋다. 상용화 이후의 콘텐츠도 준비 중이고 곧 환생이 도입되는 만큼 당분간 인기몰이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듯하다. 다행히 상용화 이후 기술적인 문제도 없었다.
■ 미뤄진 일정, 그만큼 알차게 채운 콘텐츠들
일정 연기로 마냥 손해만 본 건 아니다. 국내에서 먼저 서비스를 못한 건 아쉽지만 장기간의 테스트 연기와 대만 서비스는 고릴라바나나에게도 준비기간이자 기회가 됐다.
8개월 동안 OBT는 물론 2번의 대규모 업데이트를 거칠 수 있는 콘텐츠 양을 쌓았다. 국내와 비슷한 하드코어 유저층이 있는 대만에서 OBT를 진행하면서 론칭 이후의 대처도 더 완벽해졌다.
일정이 미뤄진 만큼 콘텐츠는 많이 준비했을 것 같다.
사실 모든 온라인게임이 그렇듯 게임이 나온 후 업데이트될 부분까지 준비하는 게 이상적인데, 지금의 <레드블러드>는 그 이상까지 작업이 진행됐다. 한국에서는 2차 CBT라고 해도 상용화 업데이트와 그 후의 업데이트 분량까지 준비 중이다.
대규모 업데이트로 따지면 2번, 서비스 일정으로 따지면 론칭 이후 6개월은 무리 없이 업데이트할 분량이다. 대만 서비스를 진행 중인 만큼 한국에서 서비스할 때쯤이면 지금보다 더 많은 콘텐츠가 쌓여 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OBT도 벌써 해본 셈이고?
좋은 경험이다. 솔직히 100% 장담할 수는 없겠지만 아무래도 처음 OBT를 하는 곳보다는 좀 더 낫지 않을까?(웃음) OBT 이후 치명적인 문제는 아무래도 더 적을 거다. 그런데 100%라고는 못하겠다. 언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는 게 게임이니까.
2차 CBT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어떤 콘텐츠를 갖고 나오나?
1차 CBT가 전투의 재미를 검증하는 역할이었다면 2차 CBT에서는 본격적인 맛을 보여주게 될 것이다. 사실 1차 CBT에서는 채널 분리나 시스템처럼 기술적인 점검이 우선이었고 콘텐츠는 전투나 하면서 키워 보라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이미 게임이 만들어져 있고 저 멀리 바다 건너에서는 서비스까지 진행 중인 게임이니까. ‘어디까지 보여줄지’를 고민하게 된다.
<레드블러드>는 최고 레벨이 200이고, 레벨 120부터 환생이 가능해 환생을 반복하며 자신의 가문을 키워 나가는 구조다. 일단 2차 CBT에서 환생은 적용되지 않고 대신 레벨 90까지 성장하며 가문을 키우는 과정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OBT를 시작한 대만과의 버전 차이도 고민일 것 같다.
그 전에 <레드블러드>의 업데이트 방식부터 설명해야 할 것 같다. <레드블러드>는 게임 내에 미리 준비된 업데이트를 시기에 맞춰서 ‘해제’해주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대규모 업데이트에서 A라는 지역이 있고, 거기에 B라는 보스 몬스터의 던전 있다면 유저들이 일정 레벨에 도달했을 때 A지역이 자동으로 공개된다.
여기에 조건을 만족시키면 다시 B던전이 열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현재 <레드블러드>에서는 ‘막’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OBT가 1막이면 다음 업데이트는 2막이 되는 식이다. 결국 유저들의 성장에 따라 자동으로 업데이트가 열리는 방식이기 때문에 지역별 버전 차이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사양이나 최적화 부분은 어떤가?
<레드블러드> 클라이언트 자체가 3GB를 넘지 않는다. 논타겟팅, 그것도 몰이사냥 위주의 게임에서 바람이 불고, 풀이 흩어지고, 머리카락이 날리고 그러면 유저의 PC가 먼저 못 견딜 거다. 최적화에 대해서도 많이 고민했는데 5~6년 전 게임 수준인 듀얼코어 CPU에 지포스 7600 이상의 그래픽카드면 권장사양으로 구동이 가능하다. 국내 게임의 예를 들자면 <아이온> 정도라고 보면 될 것 같다.
■ 오랜만에 돌아온 ‘올드스쿨’ 게임을 꿈꾼다
<레드블러드>는 소위 말하는 ‘올드스쿨 MMORPG’다. 필드 여기저기에서 자유롭게 PK가 가능하고, 길드 단위의 힘자랑이 가능한 시스템도 준비돼 있다. 물약을 물처럼 마시는 건 물론, 장비의 레벨 제한도, 심지어 환생의 제한도 없다. 그냥 무한한 성장 속에서 무한히 대립하고 경쟁하는 시스템이다.
김찬준 대표는 이를 단점이 아닌 특징으로 보고 있다. 올드스쿨 MMORPG가 지나치게 하드코어하다는 지적을 받았다면 <레드블러드>는 캐릭터의 성장에 관한 제약을 아예 없애고 몰이사냥 등의 시스템을 추가해서 스트레스를 줄였다.
2차 CBT는 오는 4월 4일 시작돼 4일 동안 진행된다. 공식 홈페이지(//www.redblood.co.kr)에 회원으로 가입하면 테스트에 참여할 수 있다.
1차 CBT에서 캐릭터 성장이 굉장히 빨랐다.
사람마다 느끼는 게 다를 거다. 캐릭터 성장의 스트레스를 재미로 보는 사람도, 짜증으로 보는 사람도 있는데 우리는 일단 캐릭터의 성장과정에서 얻는 스트레스는 적을수록 좋다고 봤다. 최고 레벨이 없고 계속 달려나가야 하는 게임의 구조에서 성장 자체가 스트레스가 된다면 그 다음을 이어 가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러니 성장에서만은 스트레스가 없도록 쉽게 키울 수 있는 게임을 개발하자는 게 목표였다.
그렇다면 최종 콘텐츠는 무한한 레벨업인가?
최종 콘텐츠라기보다는 일종의 순환 콘텐츠다. 궁극적인 목표는 따로 있고.(웃음) 캐릭터를 키우고, 그 과정에서 얻은 아이템으로 장비를 맞추고, 다시 그 장비로 전쟁을 해서 더 좋은 아이템을 얻고, 그 아이템으로 다시 캐릭터를 키우는 과정이 반복될 것이다.
환생이 있고 아이템에 장착제한이 없기 때문에 원한다면 레벨 1부터 최강의 아이템을 들고 순식간에 몬스터를 사냥하며 레벨을 올릴 수도 있다. 워낙 성장이 빠른 게임이니까 그런 식으로 레벨을 올리면 아마 하루 만에 수십 레벨을 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환생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무언가 계속 커 간다는 느낌을 주고, 이 같은 빠른 캐릭터 성장을 보조하기 위해 가문 시스템을 채택했다. 용병(캐릭터)을 고용해서 키우고, 자신이 얻은 강력한 아이템으로 용병을 빠르게 키운 후 비싼 가격에 팔 수도 있다. 그 과정에서 가문 자체가 성장하는 보람을 느낄 수 있다.
돈이든 아이템이든 레벨이든, 무엇이든 캐릭터를 키우는 과정에서 남기는 것들이 <레드블러드>에서는 힘이자 자산이 된다.
그럼 유저는 무엇을 목적으로 게임을 해야 하나?
내 가문의 영광을 위해 플레이하게 될 것이다. 여기서 가문은 플레이어의 계정이다. 전체 가문 중에서 가장 힘센 가문이 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서는 좋은 용병이 있어야 하고, 좋은 아이템이 필요하고, 많은 돈이 있으면 더 좋다. 위에 나온 순환 콘텐츠를 따라 즐기게 될 것이다. 그래서 부제도 <레드블러드: 용병의 시대>다.
사실 RPG의 가장 큰 재미가 성장인데 <레드블러드>에서는 캐릭터의 성장이 아닌 가문이 사회에서 이름을 날리는 것을 성장으로 여기고 있다.
예를 들어 서버에서 강하기로 유명한 ‘디스이즈게임’ 가문의 마법사가 길드전에 참가하면 유저들이 두 손 들고 반길 것이다. 가문 스킬도 강력하고 레벨이 비슷해도 훨씬 강한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가격이라면 경매장에서도 디스이즈게임 가문의 용병들이 훨씬 잘 팔린다. 좋은 가문 스킬을 갖고 있어서 능력치가 더 좋으니까.
<레드블러드>에서 유저는 다른 진영에 용병을 팔거나 가입시킬 수 있다. 유명한 가문이 지금 전쟁 중인 양쪽 길드에 모두 가입한 상태라면 어떤 길드의 편을 드는가에 따라서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결국 유저들 사이의 분쟁에서 내 가문의 이름을 휘날리는 방식인가?
맞다. 심지어 다른 유저에게 죽으면 아이템도 떨군다. 약탈이 가능한 셈인데, 이처럼 사회적인 강자의 법칙이 많이 적용될 거다. 성장에서만큼은 스트레스를 받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 이유이기도 하다.
옛날 방식의 커뮤니티와 요즘의 논타겟팅 전투 시스템을 합친 것 같다.
비슷하다. <레드블러드>는 일종의 올드스쿨 MMORPG라고 보면 된다. <리니지> 시리즈처럼 부와 권력이 있고, 경쟁에서 이긴 강한 사람은 보다 많은 것을 누리는 게 당연하고. 그 경쟁에 누구나 뛰어들 수 있는 그런 게임을 만들고 싶다.
그래서 <레드블러드>의 이후 일정은 어떻게 되나?
대만에서 OBT를 하고 있는 만큼 길게 끌지는 않을 생각이다. 이번 테스트에서 큰 문제가 없으면 잠깐 쉰 다음 곧바로 OBT를 시작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