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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과 인간애, 이야기의 힘을 느껴라”

‘라스트 오브 어스’ 에릭 판길리난 아트 디렉터

김승현(다미롱) 2013-06-05 2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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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은 스러진 지 오래지만 햇살 아래 드러난 도시의 폐허는 자연의 녹음과 뒤섞여 독특한 풍경을 선사한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시체 주변에는 인간을 변이시키는 독성 포자 가 안개처럼 자욱하고, 빛이 들지 않는 지하철이나 건물 안에는 기괴하게 뒤틀린 감염자들이 희생자를 찾아 헤맨다.

 

지난 4일 서울 용산 플레이스테이션존에서 체험한 <라스트 오브 어스>의 세계는 그동안 공개되었던 이미지 그대로였다. 세기말이라는 배경 가운데도 주인공 조엘과 엘리의 유대가 빛났던 E3 2012, 그리고 어두운 지하에서 감염자에 맞서 생존을 위한 투쟁을 했던 2013 타이베이 게임쇼. 따뜻한 인간애와 처절한 생존이라는 상반된 소재는 게임의 배경이 숨기고 있는 두 개의 상반된 환경과 꼭 닮았다.

 

너티독은 왜 두 테마가 괴리될 수 있는 위험까지 감수하며 게임을 이렇게 디자인했을까? 그리고 상반된 두 분위기의 대비를 통해 유저들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싶었을까? <라스트 오브 어스>의 아트 디렉터에릭 판길리난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에릭 판길리난 아트 디렉터

 

 

■ 강렬한 대비가 만드는 휴먼 드라마

 

Q. 게이머들의 기대감이 크다. <라스트 오브 어스>의 어떤 면이 게이머들의 기대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게이머 분들의 기대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아무래도 유쾌한 모험물이었던 <언차티드> 시리즈와는 달리 더 깊이 있고 강렬한 스토리를 추구한 덕이 아닐까?

 

스토리의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서 게임의 등장인물을 설정할 때도 자신만의 소망과 욕구가 있는 실제 인물처럼 느껴지게 신경 썼다. 우리는 <라스트 오브 어스>가 단순히 게임이나 영화가 아니라, 그 둘이 결합된 무언가로 게이머들에게 다가가길 바란다.

 

아마 이런 우리의 의도를 게이머들이 좋게 평가한 모양이다.

 

 

 

Q. 사실 종말 이후를 다룬 작품이나 좀비를 다룬 작품은 이전에도 많이 있어 왔다. <라스트 오브 어스>만의 강점이 있다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역시 놀라울 정도로 잘 짜인 스토리가 아닐까? 흔해 빠진 광고 멘트라고 야유할지도 모르겠지만, 개발진 내부에서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특징이다.(웃음) NPC가 아니라 동료처럼 느껴지는 향상된 인공지능(AI)과 게임과 컷신의 자연스러운 교차는 스토리텔링을 위한 궁리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생존물 성향이 강한 게임 디자인(기획)도 마찬가지다. <라스트 오브 어스>의 물자는 결코 풍족하지 않다. 플레이어는 폐허 곳곳을 뒤지며 자원을 수집해야 하고, 이렇게 한정된 자원을 이용해 생존자와 감염체와 싸워야 한다. 게임의 장면 하나하나에도 많은 고민과 해답이 숨겨져 있기 때문에 게임을 즐기다 보면 자신이 주인공이 된 것처럼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될 것이다.

 

 

 

 

Q. 이제까지 공개된 영상을 보면 게임의 분위기가 굉장히 상반돼 있다. 어떤 영상은 사람과 사람의 휴먼 드라마를 강조하고, 어떤 영상은 감염체와의 처절한 사투를 강조한다.

 

대비는 <라스트 오브 어스>의 주된 연출기법 중 하나다. 게임 속 폐허는 한때 찬란한 신축 빌딩이었을 것이며, 플레이어를 위협하는 부랑자도 한때는 듬직한 남편이자 멋진 아버지였을 것이다. 하지만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모든 것을 바꿔버렸다. 이는 주인공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는 재앙 이전의 아름다움과 재앙 이후의 처절함을 대비시켜 이에 맞서는 인간들의 태도를 부각시키고 싶었다.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사람들이 다시 관계를 맺고 앞으로 나아가는 이야기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게임 속에서 체험하게 되는 상반된 분위기는 이런 인간애를 더욱 강조시켜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 오브젝트 하나에도 역사와 추억을 넣었다

 

Q. 생존물 콘셉트의 게임치고는 그래픽이 굉장히 아름답다. 총천연색의 생존물은 오랜만이다.

 

<언차티드> 시리즈를 해 본 유저라면 잘 알겠지만, 너티독은 풍부한 색감을 선호하는 개발사다. <라스트 오브 어스> 또한 예외는 아니다. 우리는 생존물이라고 반드시 흑백사진처럼 어두운 이미지를 보여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라스트 오브 어스>의 주된 테마는 절망과 인간애의 대비다. 대비가 되려면 그 이전에 둘이 달라야 한다. 한정된 색조보다 오히려 다양하고 상반된 색조가 유리하다. 이런 특징은 게임의 그래픽뿐만 아니라 오브젝트 배치나 이야기 전개에서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Q. 적으로 등장하는감염체’의 생김새가 독특하다. 어디서 영감을 얻었나?

 

가장 애먹었던 콘셉트 중 하나였다.(웃음) 사실 감염체의 디자인은 감염체 그 자체만이 아니라 <라스트 오브 어스>의 세계를 어떻게 묘사하느냐도 걸린 문제였다. 게임 속의 재앙은 감염체를 만드는 포자가 나타나면서부터 시작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라스트 오브 어스>의 세계를 만들 때, 포자가 어떻게 생겼고 어떻게 번식할지에 대한 시뮬레이션부터 시작했다.

 

감염체를 디자인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포자나 균에게 감염된 곤충들의 사진을 일일이 찾아본 다음, 이러한 사례가 인간에게 어떻게 일어날지 상상해 봤다. 감염체 간의 등급(?)도 사실 포자가 몸에 퍼진 정도를 상상한 모습이다. 감염체를 디자인하면서 실제로 존재할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본능적인 두려움을 줄 수 있는 존재가 되길 바랐는데, 성공적으로 디자인된 것 같아 기쁘다.

 

 

 

 

 

Q. <라스트 오브 어스>의 세계를 디자인할 때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환경을 통한 이야기 전달과 ‘환경 속에서 엿볼 수 있는 인간적인 요소’다. <라스트 오브 어스>의 배경 중 이유가 없는 것은 없다. 허물어진 건물이나 파괴된 도시는 자연이 특별한 목적과 이유를 갖고 파괴로 이끈 결과물이다. 우리는 게임의 스테이지를 디자인하면서 각 환경이 일관된 목적과 흐름을 전해줄 수 있도록 신경 썼다.

 

환경에서 엿볼 수 있는 인간적 요소도 이러한 이야기 전달의 연장이다. 한 건물이 있다면 그곳에서 누가 살았고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암시하는 오브젝트가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아마 플레이어는 집 안에서 볼 수 있는 사진과 액자 등을 통해 그곳이 단순히 스테이지의 일부가 아니라, 재앙 이전에 한 가족이 머물고 추억을 만들었던 공간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 재앙 이전의 아련함과 재앙 이후의 처절함은 유저들의 몰입도를 높이는 좋은 장치가 될 것이다.

 

 

<라스트 오브 어스> 개발자 다이어리 - 아트 편

  

[새 창에서 영상보기]

 

 

Q. <라스트 오브 어스>를 즐길 때 이것만은 꼭 봐줬으면 하는 것이 있다면?

 

스토리에 많이 신경 쓴 만큼 <라스트 오브 어스>의 이야기를 잘 체험해 주길 바란다. 단순히 스토리를 감상한다는 개념을 넘어서 플레이어가 캐릭터 자체에 동질감을 느끼고 감정을 이입할 수 있도록 많이 고민했다. 이를 위해 캐릭터의 AI와 행동양식도 신경 써서 설정했고, 컷신도 게임과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배치해 몰입감을 높이려고 했다.

 

 

 

 

다음은 디테일이다. <라스트 오브 어스>의 세계를 구성하는 오브젝트 하나하나 무의미한 것이 없다. 각 건물에는 그에 어울리는 역사가 반영돼 있고, 현실감을 높이기 위해 실제처럼 게임 곳곳에 다양한 (가짜) 광고도 넣었다.(웃음) 스토리와 디테일을 결합해 플레이어가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같이 겪은 것처럼 느끼게 만드는 게 우리의 목표다.

 

 

Q. 마지막으로 한국 게이머들에게 인사말을 부탁한다.

 

<라스트 오브 어스>는 너티독이 이제까지 만든 게임 중 가장 규모가 크고 퀄리티 높은 작품이다. 특히 이야기 전달에 많이 신경 써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수시로 웃음과 울음이 교차할 것이다. 과장을 조금 보태서 새로운 이야기를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웃음)

 

값 주고 산 것이 결코 아깝지 않은 게임이니 많은 사랑을 부탁드린다. 감사합니다.”(한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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