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7시, 서울시 동대문구 홍릉로에 위치한 영화진흥위원회 시사회실에서 이제동 주연의 e스포츠 다큐 영화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 시사회가 열렸다.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는 벨기에 출신 다큐멘터리 감독인 스티븐 두트가 메가폰을 잡고, 프로게이머 이제동(EG)이 주연을 맡았으며, 지난 2009년부터 촬영에만 총 3년 6개월이 걸렸다. e스포츠를 주제로 다룬 영화는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가 세계 최초이며 한국 게이머 이제동(EG)이 주연을 맡아 의미가 깊다.
시사회에 앞서 연출을 맡은 스티븐 두트 감독과 주연 이제동과의 매체 인터뷰 자리가 마련됐다. 스티븐 두트 감독과 이제동은 “e스포츠 최초 다큐 영화를 제작하게 돼 영광”이라고 밝힌 뒤 “이번 작품이 대중에게 e스포츠를 알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소감을 전했다.
시사회를 진행하게 된 소감은 어떤가?
스티븐 두트 : 이미 벨기에에서 시사회를 진행했는데 전석 매진되는 등 반응이 좋았다. 오랜 기간 준비했는데 한국에서 성공하지 못한다면 다른 지역에서도 성공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영화에 출연한 선수들이 모두 시사회에 참석해 매우 기쁘다.
e스포츠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스티븐 두트 : 나 역시 전부터 게임을 즐기던 게이머다. 작품을 시작하던 시기에 유럽에서는 e스포츠 열풍이 거세지 않았다. 그래서 e스포츠 역시 스포츠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영화 제작을 결심하게 됐다. 다음으로 준비하고 있는 작품은 정종현 선수를 주인공으로 하는 50여분 분량의 영화다. 정종현의 성장 스토리가 주가 될 것이다. 원래 이번 작품에서 같이 녹여낼 생각으로 촬영했는데 따로 편집하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으로 정종현 선수 부분을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에서는 모두 뺐다.
원래 지난 해 개봉하기로 예정돼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개봉 일정이 미루어진 이유는 뭔가?
스티븐 두트 : 보통 다큐멘터리 영화는 제작기간이 오래 걸리고 작업 역시 쉽지 않다. 예정대로 작년에 끝내려고 했는데 결과물이 만족스럽지 않아 올해 초 보충 촬영을 통해 영화를 완성하게 됐다.
영화 제작 중 힘들었던 점은 없나?
스티븐 두트 :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촬영을 시작한 처음 1년 2개월이었다. 출연자 섭외를 위한 작업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e스포츠 관련 영화 제작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내 일을 설명하고 출연을 설득하는 작업이 쉽지 않았다.
구상 단계부터 이제동을 주연으로 염두하고 있었나?
스티븐 두트 : 이제동 선수를 염두하고 제작을 결심한 건 아니다. e스포츠 관련 영화를 만들자는 결심을 한 뒤 캐스팅 과정을 거쳐 이제동 선수를 주연으로 섭외하게 됐다. 여러 선수들과 오디션을 봤는데 그 중에 이제동 선수가 가장 솔직하고 적극적이었다. 그래서 캐스팅을 하게 됐다. 나는 다큐멘터리 감독인 내 육감을 믿는 편인데 이제동 선수와 대화하면서 이 선수면 될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영화 출연을 결심했을 때 어떤 마음이었나?
이제동 : 다큐멘터리 영화에 내가 주인공 역할을 하게 된다고 했을 때 처음이라는 생각에 부담이 많이 됐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영광이라는 생각도 들고 내 프로게이머 생활 이면을 팬들에게 보여 준다는 생각에 의미 깊은 일이라는 생각을 했다. 후에 이 작품을 보게 되면 좋은 추억이 될 것 같아 기쁘다.
제작기간이 굉장히 길었는데 힘들지는 않았나?
이제동 : 정확히 영화 완성까지 얼마나 걸릴지 생각하지 않고 촬영에 임했다. 제작 과정이 길었던 만큼 영화 속에 내 모든 것이 담겼다고 생각한다. 편집된 부분도 있겠지만 오랫동안 많은 장면을 담은 만큼 87분이라는 영상 안에 내 모습이 어떻게 나올지 기대가 크다.
영화 출연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이제동 : 영화에 출연해서 내가 손해 보는 건 없었다. 그래서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나를 알리는데도 좋고 일반 대중이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에 대해 조금 더 알 수 있게 됐으면 하는 생각에 흔쾌히 출연을 수락했다.
영화관 상영 계획은 어떻게 되나?
스티븐 두트 : 다큐멘터리 영화는 상영관을 찾는 일이 쉽지 않다. 유럽에서는 독립 영화 극장에서 개봉하려고 준비 중이고, 한국은 공동 제작자인 민치앤필름이 힘을 써주고 있다. 오늘 시사회 결과가 영화 배급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싶다.
향후 귀국한 뒤 어떤 일을 하게 되나? e스포츠 관련 일을 계속할 생각인가?
스티븐 두트 : 본 직업이 영화 감독이기 때문에 게임에 관련된 일을 한다고 장담할 수 없다. 이 일이 끝난 뒤 한국에서 다른 분야의 촬영 작업이 예정되어 있기도 하다. 이후 맡은 일이 모두 끝난 뒤에는 게임 개발에 뛰어들어 볼 생각이다.
영화 제작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궁금하다.
스티븐 두트 : 2010년도에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는데 그 일 때문에 많이 힘들었다. 섭외도 힘들었고, 협조를 받기도 어려워서 당시에는 촬영보다는 환경에 익숙해지기 위해 노력했다. 특별한 전략을 갖고 접근했다기 보다는 시간을 갖고 익숙해지기 위해 노력했다. 많은 관계자들과 만남을 통해 영화 제작 의도를 설명하는데 최선을 다했다.
다큐멘터리 감독으로서 바라본 e스포츠는?
스티븐 두트 : 가장 중요한 건 일반 대중이 e스포츠에 대해 뭐라고 하든 e스포츠는 일반 스포츠와 다름이 없다는 것이다. 다른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e스포츠 역시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지금도 프로게이머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젊은이들이 많은데 이 자리를 빌어 다른 스포츠와 비교해 절대 쉬운 일이 아니라는 조언을 해주고 싶다.
e스포츠 팬들에게 인사 말을 전한다면
스티븐 두트 : 내가 하고 싶은 모든 이야기와 생각은 영화에 모두 담겨있다. 지금까지 보여진 e스포츠와 프로게이머 겉모습이 아닌 프로게이머의 실생활에 대해 아는 이들은 극소수인데 이 작품을 통해 그 부분을 보여주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