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 스토어 무료게임 1위에 오르며 어드벤처 바람을 일으킨 <회색도시 for Kakao>(이하 회색도시). 이미 피처폰 시절부터 마니아층이 형성됐던 <검은방>의 제작진이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다는 이 게임이 나오기까지 어떤 고민이 있었고,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일까? ‘네시삼십삼분’의 소태환 대표를 만나 <회색도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디스이즈게임 남혁우, 심창훈 기자
네시삼십삼분 소태환 대표이사
출시 3일 만에 가입자 100만 명 돌파와 무료게임 1위를 기록했다. 이 정도로 잘될 줄 예상했나?
소태환: 많은 분이 좋아해 주셔서 정말 다행이다. 초기 반응을 보고 인기 1위까지 올라갈 수 있으리라 예상했다. 내심 매출도 10위권 안으로 들어갈 수 있기를 바랐다.(웃음)
인기가 좋다고 돈을 많이 버는 것은 아니지만, 원래 목표했던 수준의 수익만 넘긴다면 어드벤처 게임을 계속 만들 것이다. 당장 눈앞의 돈을 쫓는 회사가 되고 싶지 않다. <활>이나 <회색도시>처럼 수익보다는 콘텐츠의 질을 보여드리고 싶다.
요즘은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어드벤처 게임이다. 이 장르에 애정이 많은 것 같다.
어드벤처 장르만큼 콘텐츠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게임은 없는 것 같다. 이 장르가 더 대중화되길 바랄 뿐이다. 사실, 준비할 때도 요즘 인기를 끄는 런게임이나 TCG 속에서 잘 살아남을 수 있을지 걱정하긴 했다. 고비용 고퀄리티의 게임이라서 그만큼 리스크도 큰데, 출발이 좋아서 참 다행인 것 같다.
스토리, 일러스트, 배경, 성우 등 갖출 것은 모두 갖춘 <회색도시>.
<회색도시>를 개발하다가, 혹은 출시한 후에 생긴 에피소드가 있는가?
개발 기간이 계획보다 6개월이나 늦어져서 힘들었다. 대신 그만큼 퀄리티는 좋아져서 마음에 든다. 물론 그 과정에서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긴 했지만.(웃음)
성우 14명을 기용해 녹음했다. 대부분 경력이 20년 정도 되는 베테랑들이었는데, 애니메이션 무대에서는 주연급 캐릭터를 녹음하던 성우들이 이렇게 많이 모여서 일해본 적이 없다고 하더라.
그리고 <회색도시>를 즐기는 유저들의 성비를 체크해 봤는데, 거의 5:5의 비율이 나오더라. 아무래도 좋은 일러스트의 덕이 컸던 것 같다.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활>은 비율이 9:1이다. 물론, 남자가 9다.(웃음)
신경 쓴 일러스트 덕분에 여성 유저도 많다고.
인기작이었던 <검은방>의 제작진이 만든 게임이다. 무엇이 바뀌었는가?
<검은방>은 피처폰 시절의 게임이고, <회색도시>는 새로운 디바이스로 출시된 게임이다. 디바이스가 진화한 만큼, 콘텐츠가 얼마나 진화할 수 있는지 확인해보고 싶었고,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그래서 단순히 어드벤처게임이 아니라 ‘카카오 최초 미스터리 게임’, ‘스마트 드라마’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새로운 장르로 진화해 나가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고, <검은방>과는 그런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엔딩이 있다는 것은 매출 면에서는 아쉬울 수도 있을 듯하다. 게임이 끝나면 결제도 끝나니 말이다.
<회색도시>는 더 많은 돈을 쓰게 만드는 고민보다는 더 많은 사람이 플레이하게 하고 싶었다. 게임이 그리 어려운 편도 아니므로, 글을 읽을 줄 아는 분이라면 누구나 우리의 게임을 재밌게 즐길 수 있길 바란다. 앞서 말했다시피 이 게임이 요즘 분위기에서도 통하는지를 확인해보고 싶었다.
스토리나 그래픽에 공을 많이 들인 것 같다.
‘수일배’ PD가 이야기를 만들었다. 그가 서울을 배경으로 한 게임을 만들고 싶다고 해서, 서울 지역 곳곳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이 사진들을 3D로 만들고, 그걸 다시 2D로 다시 만드는 작업을 했다. 그래서 실사풍의 좋은 비주얼이 나왔다.
그러고 보니 스토리 쪽으로 PD에게 직접 문의를 넣어주는 유저들도 있었다. 스토리의 이 부분을 이렇게 만들었으면 더 좋았겠다고 말해주더라. 희한하게도 개발자들이 아니라 PD에게만 개인적으로 이메일이 가더라.(웃음)
사진을 찍어서 3D로 만들고, 다시 2D로 만드는 작업을 진행했다.
소셜 요소를 찾기 힘든 어드벤처 게임인데, 굳이 카카오로 냈어야 했나 싶다.
어드벤처 게임을 피처폰 시절부터 좋아했던 유저들은 그런 점에서 아쉬웠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앞서 말했다시피 단순한 어드벤처가 아니라 새로운 장르의 게임으로 만들고 싶었고, 그래서 카카오로 시도해봤다. 친구끼리 우정 포인트를 모아서 카드북을 채우는 등 다양한 요소로 새 장르임을 알리고 싶었다.
카카오 친구에게 자신이 가지고 있는 프로필 사진을 자랑할 수 있다.
필름 문제도 있다. 완전히 내 것이 될 수는 없는가? 그리고 지난 스토리에 다시 필름을 쓰는 것에 대해 불만을 나타내는 의견도 있다.
카카오 계정과 연동되는 만큼, 디바이스가 바뀌어도 언제든지 다시 가질 수 있게 만들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피처폰 시절처럼 완전판을 내놓으면 분명히 APK 파일(설치 파일)이 인터넷에 나돌 것이다. 그렇게 되면 콘텐츠의 질은 떨어질 테고, 제값을 내고 플레이한 유저들에게 피해를 끼치게 된다.
그리고 지난 스토리를 다시 즐기는 부분으로 돈을 벌겠다는 의도는 없었다. 필름을 충전하면 조금씩 남는 게 있는데, 그걸 소모하게 하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이에 불만을 갖는 유저들도 있어 지난 스토리는 무료로 다시 할 수 있도록 바꿨다.
지난 스토리는 필름을 소모하지 않도록 수정했다고 한다.
리뷰를 살펴보면 간혹 구동이 안 된다는 코멘트도 있더라.
자체 엔진을 만들어 쓰는데, 게임 자체가 상당히 메모리를 많이 쓰는 편이라서 간혹 구형 스마트폰에서는 구동이 안 되는 경우도 있더라. 아쉬운 부분이다.
대사 처리에 대해서도 호불호가 갈리기도 했다.
일상에서 쓰는 대화보다는 게임에서 보기 괜찮은 대화를 쓰고 싶었다. 배우가 연기할 때 쓰는 말과 실제로 쓰는 말은 다르지 않은가? 그런 점에서 극에 어울리는 대사로 잘 만들어낸 것 같다.
물론 걱정도 있다. 해외에서도 론칭을 요청하는 연락이 오고 있는데, 대사들의 느낌을 어떻게 살릴지가 걱정된다. 우리 말로는 극적인 게 영어로는 어색해질 수도 있으니 말이다.
늘 어두운 분위기의 게임만 나오는 것 같다. 밝은 분위기의 어드벤처 게임을 만들 생각은 없는가?
아직 후속작은 준비하고 있지 않다. 앞서 말했다시피, 다음 계획은 <회색도시>를 업데이트하는 것이다. 게임의 분위기는 일단 기획자들의 의견을 존중하기 때문에 원하는 것을 만들도록 일임해 뒀다. 후속작이 어떤 분위기의 게임이 될지는 아직 나도 모른다.(웃음)
후속작의 분위기는 개발진들의 손에 달려 있다.
‘미스터리 군상극’이라는 콘셉트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많은 등장인물이 저마다의 스토리를 갖고 있고, 그 사건이 얽히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 서울을 배경으로 한 것도 그렇다.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고, 저마다의 스토리를 갖고 있지 않은가? <회색도시>라고 이름을 지은 것도 그렇다. 군상극의 특징에 잘 어울리는 이름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 제일 마음에 드는 캐릭터나 대사는?
배준혁 캐릭터를 제일 좋아한다. 샤프하면서도 전직 경찰 출신인 흥신소 소장이라는 독특한 캐릭터에 끌린다. 대사 중에서는 “자네가 큰 그림을 그릴 줄 아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가 제일 인상이 깊었다.
드라마에서 나올 법하게 ‘잘 생겼고, 스마트한데 엉뚱한 직업’을 가진 배준혁.
에피소드 업데이트나 후속작은 계획된 게 없는가?
나는 하자고 강력하게 이야기 중이다. 물론 내가 개발자는 아니므로, 정확한 계획은 아직 없는 상태다. 업데이트 욕구는 크지만, 개발자들이 워낙 힘들게 만든 게임이라 쉽게 말을 꺼내기가 힘들다.(웃음) 피처폰 시절과는 달리 업데이트를 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엑스트라 스토리를 더 넣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다. 후속작에 대해서는 속편을 낼지, 다른 게임을 만들지 아직까지 정해진 것은 없다.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 보고 싶지 않은가?
네시삼십삼분에는 여러 팀이 게임을 개발 중이고, 저마다의 색깔이 있다. <회색도시>를 만든 팀이 갑자기 캐주얼게임을 만들지는 않지 않겠는가.(웃음) 앞으로도 팀 성향에 어울리는 게임을 만들어낼 것이다. 지금처럼 대전액션, 어드벤처, RPG를 준비할 것이다. 주로 미드코어 수준의 게임을 만들어 낼 계획이다.
감사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다.
많은 분들의 응원이 너무 감사했다. 게임회사에서 일한 지 14년째인데, 콘텐츠 하나로 이토록 사랑받아본 적이 드물다. 그래서 감사 이벤트를 준비 중이다.
유저들의 요구사항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신중히 토의해서 이벤트를 만들어보고 싶다. 온라인으로 할지 오프라인으로 할지 모두 고민 중이다. 콘셉트가 미스터리 군상극이다 보니 게임과 어울리는 이벤트를 만들긴 힘들 것 같지만, 재밌는 이벤트를 준비해보고 싶다.
오프라인 이벤트로 ‘불이 난 집에서 3분 안에 탈출하시오’는 어떨까?
게임과 관련된 일러스트북을 펴낼 계획은 없나?
애니메이션과 일러스트에도 신경을 많이 쓴 만큼, 한정판 일러스트북을 만들어볼 계획이다. 이미 국내 유명디자이너에게 맡겨둔 상태다. 개인적으로 해외 일러스트북을 많이 살펴봤는데, 특히 마블이나 지브리의 퀄리티가 좋더라. 일러스트만이 아니라 개발 이야기도 담고 싶다. ‘레피’님의 일러스트 작화 과정, 개발자들의 제작 과정을 담을 생각이다.
올해 선보인 게임들의 반응이 모두 좋았다. 올해의 목표는 무언가?
내부에서 준비한 게임은 모두 보여드린 것 같고, 퍼블리싱하는 게임들이 나올 차례다. 모두 좋은 성과를 보여주길 바라고 있다.
마지막으로 유저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유저들이 우리 콘텐츠를 얼마나 좋아해 주셨는지 느낄 수 있었다. 우리 회사가 이런 게임을 계속 만들 수 있도록 성원해주셔서 감사하다. <회색도시>는 수익성이 얼마나 될지 확신하지 못한 상태에서 모험을 해본 것이었는데,이런 성원 덕분에 어느 정도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
후회 없이 만들었고, 이 정도 퀄리티로 만들었는데도 안 되면 어드벤처 스타일은 우리나라에서 안 된다고 생각하려고 했다. 그래서 후회가 안 남도록 열심히 만들어봤다. 앞으로도 좋은 작품으로 찾아뵙겠다. 그리고 퍼블리싱하는 게임들에서도 좋은 성과가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