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PS4 1호 구매자 홍석민 씨.
17일 서울 서초구 국제전자센터에서 차세대 콘솔 PS4가 국내에 출시됐다. SCEK가 론칭 행사에서 준비한 물량 444대는 일찌감치 매진이 확정됐고, 오랫동안 줄을 섰던 대기열 앞쪽 사람들은 그 누구보다 일찍 차세대 콘솔을 손에 넣었다.
그중에서 ‘한국 PS4 1호 구매자’는 강남구 역삼동에서 온 홍석민 씨였다. 장장 6박 7일 동안 추운 날씨를 버티며 PS4를 기다려왔다는 그의 소감을 들어 봤다. /디스이즈게임 전승목 기자
PS4 1호 구매자가 된 소감을 알려 달라.
올해 33살인 홍석민이다. 이미 여러 매체를 만나며 수차례 인터뷰를 했지만 기쁘다. 굉장히 기분이 좋다.
6박 7일 동안 기다렸는데, 가장 어려웠던 순간은 언제인가?
시작할 때가 가장 힘들었다. 날씨가 추워서 두꺼운 옷도 챙겨 입어야 하고 장비도 필요해 준비할 것이 많았다. 그럼에도 나와 보니 너무 추웠다. 그래서 내가 계속 기다릴 수 있을까 고민하고 걱정했다. 그래도 아내가웃어주며 1주일 동안 즐겁게 기다리자고 말해줬다. 그래서 잘 기다릴 수 있었다.
아내와 함께 왔다고 했는데, 지금도 아내가 기다리고 있는가?
그렇다. 아까 아내가 “재밌었냐? 그럼 이제 끝내고 가자”고 말했다. 나도 국제전자센터에 더 있는 건 힘드니 빨리 집에 들어가고 싶다. 배고파서 밥도 먹고 싶고 빨리 쉬고 싶다.
아내는 PS4를 사기 위해 6박 7일 동안 기다리는 것을 반대하지 않았는가?
말도 마라. 처음에는 정말 온갖 이야기도 들었고 무시도 당했다. 그래도 끈질기게 조르고 “언제까지 평범하게 살래. 좀 별나 보인다 해도 어때. 나 열심히 살았잖아. 도박도 안 하고 술도 안 하고 외박도 안 하지 않는가. 이번 한 번만 별난 일 해보자”고 이야기하며 설득했다.
왼쪽에서부터 SCEJA 오다 히로유키 부사장, 홍석민 씨, 그리고 SCEK 가와우치 시로 대표.
추위 말고 자신을 힘들게 한 것이 있는지 궁금하다.
내심 소니코리아의 지원이 고마우면서도 부담스러웠다. PS4를 샀으니 결과가 좋지만, 원래 나는 결과보다 과정을 즐기는 사람이다. 내가 게임 다음으로 좋아하는 등산에 빗대자면 막상 올라갔을 때 아무것도 없어도 힘들게 올라가는 과정을 보람차게 여기는 성격이다.
그런데 소니코리아에게 난로와 텐트를 지원받았다. 나 좋자고 기다렸는데 소니코리아가 도와준 것이다. 그때의 기분을 말하자면… 내가 등산하며 힘든 순간을 즐기는데 갑자기 산으로 올라가는 열차를 탄 기분?
그런데 거절하려니 할 수가 없었다. 소니코리아 직원들이 새벽 2시, 3시가 되도록 텐트를 쳤다. 바람에 텐트가 날아가는데도 다시 쳤다. 그래도 안 되니 관리자에게 이야기해서 자리 배치까지 바꾸는 수고를 들였다. 본래 이런 장소에서 텐트를 치려면 관리자에게 일일이 허가를 받아야 하지 않나.
그게 너무나도 고맙고 “나 필요없으니까 가져가세요”라고는 차마 말할 수가 없었다. 물론 텐트란 보호망이 생긴 덕에 PS4를 구매했을 때의 만족감이 기대한 것보다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홍석민 씨를 포함해 대기열 1번부터 5번까지의 구매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기다리는 동안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주목받지는 않았는가?
아내가 남편이 PS4를 기다린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릴 푯말을 만들어줘서 여러 반응을 봤다. “PS4가 언제 출시되더라?”, “PS4가 대체 뭐지?”라는 반응도 봤고, 피식 웃으며 지나가는 사람도 더러 봤다.
이번에 구매한 PS4는 그대로 사용할 것인가? 아니면 보관할 것인가?
가보로 남길 정도까지는 아니고…(웃음) 나는 같은 기기를 2대씩 구입하는 성격이다. 아무래도 기기는 수명이 있지 않은가. 나중에 시간이 지나고 기기가 단종되면 보수가 어려우니. 또한 가정적인 성격이라 아이들과 함께 PS4로 축구게임을 즐기고 싶다. 아이를 위해서라도 1대를 더 살 생각이다.
가장 먼저 실행하고 싶은 게임은 무엇인가?
PS4에 최적화된 타이틀 <킬존 섀도우폴>을 먼저 실행하고 싶다. 그리고 축구게임을 아주 좋아하는지라 <피파 14>를 꼭 플레이하려고 한다.
만약 다음 차세대 콘솔이 출시된다면 또 기다릴 생각이 있는가?
절대 안 한다. 돈 줘도 안 한다. 만약 주변에서 하려는 사람이 생긴다면 경험자로서 말리고 싶다. 그래도 이번 경험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뭐든 해보고 후회하라는 말이 있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