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게이밍이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월드오브탱크> e스포츠화의 포문을 열었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빅터 키슬리 대표는 매우 흥분된 모습이었다.
심지어 인터뷰를 하는 중간에도 화면에서 중계되는 경기 장면을 힐끔 훔쳐보면서 시시각각 변해가는 톱플레이어들의 플레이에 푹 빠져 있는 모습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월드오브탱크> 그랜드 파이널’(이하 WGL)은 이번이 처음이었고, 전 세계 최강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승부를 겨루는 것도 흔치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빅터 키슬리 대표가 그리는 워게이밍의 미래와 e스포츠 전략은 무엇일까. 포성이 울려퍼지는 WGL 현장에서 그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바르샤뱌(폴란드)=디스이즈게임 정우철 기자
워게이밍 빅터 키슬리 대표
WGL은 이번이 처음이다. 소감이 궁금하다.
빅터 키슬리 대표: WGL을 처음 개최하는 터라 매우 흥분된다. 과거 <월드오브탱크> 리그가 한번 해볼까 하는 대회였다면, 이번에는 1년이라는 기간을 두고 4만 팀이 경쟁해서 그중 14개 팀이 한자리에 모여 있다. 누가 우승할지 매우 기대된다. 인터뷰하는 중에도 경기 중계를 보느라 정신이 없다.(웃음)
첫 WGL 개최지로 폴란드 바르샤바를 선택했다. 이유와 의미는?
폴란드, 그것도 바르샤바를 선택한 이유는 전 세계 도시 중에서 인구 대비 <월드오브탱크> 유저의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바르샤바 시 정부에서도 e스포츠 이벤트를 치르는 것이 도시 발전에 보탬이 되고 경제적인 이익이 있다고 판단했다. 서로 협력해서 첫 WGL을 바르샤바에서 개최하게 됐다.
워게이밍이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세계 대회가 처음인데, 앞으로 이런 대회를 계속 진행할 예정인가? 도시를 계속 옮기면서?
아직 다음 WGL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다만 확실한 것은 계속 진행될 것이고 우리는 e스포츠에 대해 더 많이 투자한다는 점이다. 2013년에는 e스포츠에 800만 달러를 투자했고, 2014년에는 1,000만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다음 WGL은 솔직히 이번 대회를 마무리한 이후에 생각하고 싶다. 워게이밍의 e스포츠 담당 부서는 적은 인원이지만 큰 열정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 확실하게 계획을 잡을 수는 없다. 확실한 건 다음에는 더 멋지고 좋은 모습으로 준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계속 많은 금액을
e스포츠에 투자하고 있는데 얼마나 규모를 키워나갈 생각인가?
e스포츠에 계속 투자하는 것은 옳은 선택이라고 본다. 한국에서 처음 탄생한 e스포츠는 많은 투자와 지원 속에서 이제 지상파에서 e스포츠를 방송할 만큼 시스템이 구축됐고 문화적으로도 성숙했다. 우리도 이런 e스포츠를 산업으로 키워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앞으로는 <리그오브레전드> <도타2> 등의 게임과 함께 e스포츠를 진행할 수 있을 만큼 <월드오브탱크> 리그의 규모를 키워나갈 계획이다.
<리그오브레전드> <도타2>와 함께
e스포츠를 진행한다는 건 무슨 뜻인가?
정확하게 말해서 다른 게임업체와 공조해 e스포츠를 키운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사람들 사이에서 e스포츠가 언급되면 <리그오브레전드> <도타2>와 함께 <월드오브탱크>가 꼽힐 정도로 키워나간다는 계획이다.
<리그오브레전드>의 경우 이미 많은 리그가 있고 글로벌 리그도 진행되고 있다. <월드오브탱크> 리그도 이런 대회에서 영감을 얻었나? 향후 WGL의 방향이 궁금하다.
앞서 말한 것처럼 <리그오브레전드> 등의 게임들과 (대회로) 경쟁하자는 건 아니다. 우리는 e스포츠를 많은 사람이 축구, 야구, 농구와 같은 스포츠로 인식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리그오브레전드> 리그가 성공하는 것을 보면 우리도 만족스럽다.
다만 <리그오브레전드> 등의 게임은 젊은 사람들이 관심이 있다면, <월드오브탱크>는 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있다. 실제로 <월드오브탱크>를 론칭할 때 우리는 타깃 유저로 30~40세 사이의 남성을 선택했다. 이들은 MMORPG에 익숙하지 않고, 진짜 탱크 등을 몰아보고 싶은, 남자라면 한번쯤 해보고 싶은 게임을 해보고자 하는 대상이었다. 실제로 유저 중에는 경찰, 소방수, 군인 등의 남성이 많다.
모든 게임이 우리 게임에 위협이 될 수도 있고, 서로 경쟁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고객지원, 내용, 리그 등에서 실망해서 다른 게임으로 이동할 수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다. 모든 게임이 경쟁자 관계라고 생각한다. 유저가 우리에게 실망할 수도 있지만 더 좋은 게임을 만들고 서비스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워게이밍은 현재 <월드오브워플레인> <월드오브워십>을 개발하고 있다. 이 게임들도 WGL에 합류할 수 있는 장르로 만들 예정인가?
나머지 게임들도 e스포츠 리그가 생기면 아주 좋을 것이다. 하지만 게임을 만들자마자 e스포츠를 만들 수는 없다. 많은 사람들이 게임을 즐겨야 하고, 그 전에 좋은 게임을 만들어 많은 사람들에게 배포해야 한다.
대략 하나의 게임에서 180만 명의 유저가 생기면 그들 사이에서 서로 겨루기를 원한다. <월드오브워십>은 아직 론칭하지 않아서 말하기 힘들고, <월드오브워플레인>은 출시한 지 5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있다.
<월드오브워플레인>의 론칭은 <월드오브탱크> 론칭 때와 비교해서 아주 성공적이다. 전체 가입자 수를 비교하면 아직 부족하지만 시스템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중이다. ‘<월드오브워플레인> 리그를 만들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하자면, 당연히 만들 것이고 할 수 있는 기술도 이미 가지고 있다. 일단 더 많은 유저들이 <월드오브워플레인>을 플레이하고 즐겨야 하는 게 먼저다.
e스포츠의 규모는 결국 상금의 규모로 말할 수 있다. 이번 WGL이 30만 달러 규모인데, 앞으로 얼마나 규모를 키울 생각인가?
정확하게 이야기해서 30만 달러는 이번에 바르샤바에서 진행 중인 WGL에 지급되는 상금이다. WGL을 진행하기 위한 국가별 리그에서는 25만 달러의 상금이 이미 지급됐다. 앞으로 상금 규모가 얼마나 될지 아직 알 수 없지만 당연히 키워나갈 생각이다.
참고로 우리는 1등에게 상금을 몰아주는 리그를 원하지 않는다. 국가별 챔피언들이 이 자리에 온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다. 그래서 그들 모두에게 상금을 나눠주고자 경기에서 승리할 때마다 승리수당을 주고 있다.
다시 말해서 WGL의 상금 30만 달러는 차이가 있지만 전체 14개 팀이 모두 골고루 나눠 가지게 된다. 하다못해 탈락한 팀이라도 파이트 머니를 받을 수 있다.
워게이밍은 e스포츠
게획을 발표하면서 파트너십 프로그램을 가동하겠다고 했는데, 이에 대해서 더 자세하게 말해달라.
간단하게 말해서 ESL 등과 함께하겠다는 이야기다. 파트너십을 진행하는 이유는 워게이밍의 e스포츠 전담인력 40여 명이 전 세계 리그를 관리하는 게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럽 등에서는 ESL 등 관련 단체와 협력하고자 한다. 앞으로 협력사를 더 만들어 e스포츠 리그를 부흥시킬 생각이다.
이번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진행한 WGL을 경험으로 삼아 더 멋진 대회를 진행하고자 한다. 앞으로 다양한 경험을 축적할 수 있도록 많은 시도를 할 계획이다.
PC방 혜택 등 한국 유저를 위한 정책을 많이 내세워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다른 게임에 비해서 인기가 조금 떨어진다. 기대보다 못 미치는 수준인데, 어떻게 더 하고 싶은가?
물론 한국에서 많은 점유율을 올리는 게 목표이긴 하다. 이를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경쟁이 매우 심한 시장이다. 한국 개발사의 자체개발 게임은 물론 해외게임이 매일 시장에 쏟아지고 있다. 그래서 힘들다. 그렇다고 우리의 게임을 알리지 않고 포기하지는 않는다. 우리가 개발 중이고, 출시 예정인 게임을 선보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e스포츠에
대한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 지난해 워게이밍의 실적이 얼마나 되는가?
또 아직 기업공개를 하지 않았는데, 상장할 생각도 있는지 알고 싶다.
모든 정보를 공개하기는 힘들다. 사이프러스 오피스에서 2013년 매출을 취합하고 있고 조만간 공개할 예정이지만 지금은 아니다. 2012년 영업이익만 따지면 대략 5,000만 달러가 된다. 이 중에서 지난해 800만 달러, 올해 1,000만 달러를 e스포츠에 투자하는 것인 만큼 결코 적은 금액은 아니다.
기업공개에 대해서는 계획이 없다. 우리는 상장을 통해 돈을 벌기 위한 기업이 아니라 유저들에게 우리의 게임을 선보이고 재미를 제공하기 위해서 설립된 기업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WGL에
참가한 선수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WGL이 만들어지기 위해서 수많은 프로팀의 노력이 있었다. 외부에서는 WGL을 준비하고 진행하는 주체를 워게이밍으로 볼 수 있지만 사실 수많은 유저들이 만든 행사가 바로 WGL이다. 이 같은 큰 행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 유저들 모두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