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오브탱크>는 원래부터 e스포츠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게임은 아니다. 많은 사람이 모이고 즐기다 보니 자연스럽게 유저들끼리 승부를 가렸고, 그 규모가 거치면서 e스포츠의 모습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워게이밍은 이런 가능성을 보고 e스포츠 전담 부서를 꾸렸다. 비즈니스 또는 문화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지난해에는 800만 달러, 올해는 1,000만 달러를 e스포츠에 투자하고 있다. 워게이밍의 e스포츠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을까?
디스이즈게임은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WGL 현장에서 워게이밍 북미 유럽 e스포츠 디렉터인 모하메드 파들과 박종혁 글로벌 e스포츠 디렉터를 만나서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바르샤바(폴란드)=디스이즈게임 정우철 기자
아무래도 e스포츠의 탄생지는 한국이지만 다양한 게임과 리그의 확장이라는 면에서 미국과 유럽의 문화가 더 발전하고 있는 모습이다. 글로벌 e스포츠를 담당하고 있는 입장에서 어떤 차이가 있다고 보는가?
박종혁 디렉터: 적절한 비유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SNS의 태생 및 발전과 비슷하다. 사실 SNS는 싸이월드 등이 한국에서 인기를 끌면서 가장 앞서나간 분야였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대중화되기 전에 풀이 꺾이면서 비즈니스로 발전하지 못했다.
반면 해외는 SNS의 출발이 늦었지만 대중화 시점이 맞았다. 그래서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대부분의 SNS가 해외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다. e스포츠도 비슷하다. 한국이 e스포츠의 원류고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앞선 스케일로 리그를 진행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국내 시장이 작아서 한계가 있다. 이미 많은 e스포츠 관계사가 사라지고 있다. 워게이밍에서 글로벌 e스포츠를 담당하는 입장에서 시장조사를 한 결과, 전 세계적으로 인터넷이 대중화되고 게임을 이용하는 유저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e스포츠도 세계적으로 확산될 환경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리그오브레전드> <스타크래프트> 등의 리그와 <월드오브탱크> 리그의 차이점이 있다면?
박종혁: 과거에는 <리그오브레전드> <워크래프트3> <스타크래프트> 등 특정 지역에서 유별나게 인기 있는 게임이 e스포츠로 활성화되는 경우가 많았다. <월드오브탱크>는 의도적으로 글로벌로 시작하려는 목적이 분명하다.
글로벌로 e스포츠를 시작하는 것이 모든 지역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채워주고, 앞서나가는 지역이 있다면 따라가는 방식으로 리그를 계획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시작한 첫 글로벌 리그가 WGL이라는 모습으로 여기까지 왔다.
유럽의 e스포츠 시장도 북미와 비교하면 적극적이고 빠르게 성장하는 지역이다. 물론 한국의 입장에서 보면 대동소이한 모습일 수도 있다. 일단 시장이 받쳐주지 못하면 앞서나가도 장기적으로 이끌어나갈 수 없다는 것을 경험한 바 있다. 이런 경험을 밑바탕 삼아 시장에 동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현장에 와서 보니 <월드오브탱크> 리그에 대한 유럽의 반응이 뜨겁다. 한편 한국에서는 다소 분위기가 식은 면도 없지 않아 있는데, 특별히 한국에서 <월드오브탱크> 리그를 위한 움직임을 보일 예정인가?
박종혁: 일단 유럽에서도 하나의 게임이 인기를 끌고 유행하면 이를 잘 모르거나 플레이하지 않으면 소외되는 경향이 있다. 지금 폴란드는 <월드오브탱크>의 인기가 가장 높은 지역이기도 하다. 이런 모습은 이미 한국에서도 <스타크래프트>나 <리그오브레전드> 등으로 경험해봤다.
한국에서는 한쪽으로 인기가 몰리는 게임이 생기면 <월드오브탱크>처럼 나중에 시작한 게임들은 시장에 안착하기가 몇 배로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월드오브탱크>가 한국에 론칭된 지 2년 정도임에도 불구하고 짧은 기간에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장기적으로 보면 끈기 있게 시장을 리드하는 게임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본다.
WGL 현장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경기를 보러 왔음에도 불구하고 관객의 호응은 실제 인기보다 떨어지는 듯하다. 경기에 열광하는 느낌이 적은 편이다.
모하메드 파들 디렉터: 한국에서는 e스포츠 리그가 오랫동안 진행되면서 성장해 관객의 참여 문화가 아주 익숙하다. 하지만 해외는 e스포츠 문화가 최근에 성장하면서 익숙하지 않은 편이다. 폴란드 같은 동유럽은 말할 것도 없고. 그리고 이런 e스포츠의 문화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계속 키워나가면 관객의 참여도 많아질 것이다.
<월드오브탱크>의 유저층의 나이가 높다보니 젋은 사람들 처럼 응원이나 환호하기보다 좀 엄숙하게 경기를 관람하는 편이다. 시간이 더 필요하다. 앞으로 큰 대회가 진행될수록 관객의 열정도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아무리 남자의 게임이라지만 여성 유저가 더 필요함을 느끼고 있다.(웃음)
박종혁: 어제 1일차 경기에서도 좋은 장면이 나오면 환호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러시아의 경우 한국에서 <스타크래프트> 리그에서 열광하는 관객들보다 더한 리액션이 나온다. 바르샤바에서 지금 진행하는 WGL도 2일차, 3일차가 되면 비슷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이번 WGL을 바르샤바에서 개최한 이유도 두터운 유저층과 시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했기 때문이라고 들었다. 유럽에서 e스포츠를 위한 IT 환경은 얼마나 구축되어 가고 있는지 궁금하다.
모하메드: 사실 폴란드의 IT 기술이 다른 유럽 국가보다 발전한건 아니다. WGL 개최장소로 바르샤바를 선정한 이유도 인터넷이 빠르거나 한 이유는 절대 아니다.(웃음) IT 기술이나 인터넷 인프라는 독일이나 프랑스가 더 좋다.
하지만 폴란드, 특히 바르샤바의 사람들은 역사적으로 탱크에 익숙하고 <월드오브탱크>를 즐기는 사람이 많다. 실제로 WGL 관람객을 보면 아버지와 아들이 같이 오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참고로 엔씨소프트에서 3년 동안 일하면서 머물렀던 서울과 같이 IT 기술 및 인터넷 인프라가 뛰어난 도시는 전 세계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워게이밍은 지난해 e스포츠에 800만 달러, 올해 1000만
달러를 투자한다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투자되고 있나?
박종혁: 올해 e스포츠에 투입하는 금액은 1,000만 달러(약 105억 원)가 맞다. 지난해 800만 달러는 WGL을 운영한 금액이다. 전 세계 리그를 준비하고 상금을 지원하기 때문에 이 정도 금액이 필요하다. 올해는 800만 달러에 각 지역을 중심으로 200만 달러를 더 투입하게 된다.
이는 지역마다 특화된 e스포츠로의 접근을 위해서 별도의 예산을 잡은 것이다. 결과적으로 e스츠와 관련된 운영예산은 약 1,000만 달러라고 보면 된다. 더 투자할 수는 있어도 줄어들 일은 없다. 워게이밍은 e스포츠에 심도 있고 장기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 참고로 운영비용은 인건비 등 고정비용을 제외한 순수한 e스포츠 비용이다.
모하메드: 많은 투자를 하는 건 e스포츠 기반을 성장시키기 위함이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는 <월드오브탱크> 리그를 리딩하는 팀이 NOA와 ARETE 두 팀밖에 없다. 더 많은 팀을 발굴하고 리그를 리딩할 수 있는 팀을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 선수들이 파트너나 스폰서십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지금은 아직 밝힐 수 있는 시기가 아니라서 자세하게 말하기는 힘들다. 조만간 관련 시스템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발표할 자리가 마련될 예정이다.
앞서 워게이밍의 e스포츠 전략에서 ELS 등과 파트너십을 구축한다고 했다.
모하메드: 파트너십 전략에 따라 지역별로 파트너를 물색하고 있는데, 아직 어떤 지역에서 누구와 같이 협력한다고 발표하기는 이르다. 일단 WGL이 끝나면 다음 시즌을 준비하면서 확실하게 결정해 밝힐 예정이다. 지금은 북미와 유럽 공식 파트너로 ESL과 함께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정도다.
WCG가
없어지면서 <월드오브탱크> 리그 입장에서는 좀
아쉬운 점이 많을 듯하다.
박종혁: 상당히 아쉽다. WCG는 유일하게 국가의 이름을 가지고 겨루는 올림픽과 같은 e스포츠 리그였다. WGL도 일단 국가별 챔피언이 모여서 겨루는, 시스템 상으로의 국가전이다. 하지만 실제는 팀 대항전의 성격이 강한 편이다.
이러한 시스템은 국적이 달라도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장점은 있지만, 국가 대항전의 장점은 없다. 그래서 이런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리그(WCG)가 없어져서 아쉽고, 그 대안이 무엇이 될지 찾고 있다. 아직 구체적으로 해결책을 찾은 건 없다.
마지막으로 파트너십 이야기는 많은데 스폰서십과 관련된
이야기는 별로 없다. 이번 WGL이 에일리언웨어, PAYPAL 등과 스폰서를 맺었는데, 리그 스폰서와 팀 스폰서를
위한 별도의 계획이 있나?
모하메드: 스폰서십과 관련해서는 일단 각 게임팀을 위한 스폰서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래야 선수들이 플레이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마련할 수 있다. 물론 e스포츠를 위한 스폰서도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작업을 하고 있다.
<월드오브탱크>만이 아닌 e스포츠 문화를 위한 스폰서십을 갖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는 중이다. 팀이 스폰서가 없거나 제한적인 지원을 받는다면 워게이밍이 직접 해당 팀의 스토리를 만들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전략을 세워서 스폰서와 연결해주고 있다.
박종혁: WGL은 현재 <월드오브탱크> 리그로 진행하지만 <월드오브탱크>만의 리그는 아닌, 워게이밍 리그이기도 하다. 앞으로 우리가 준비하고 있는 게임도 이미 2개나 있고 향후 리그가 만들어지면 당연히 WGL에 속하게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하나의 게임이 아닌 e스포츠 전반에 관한 시스템과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아직 시작하는 단계에 있는 만큼 미숙한 점도 많고 발전시켜야 할 부분도 많다. WGL이 완벽한 행사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을 토대로 더 많은 경험을 쌓고 준비한다면 보다 멋진 e스포츠 문화를 토대로 좋은 모습으로 다시 볼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