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모바일게임 전문 퍼블리셔 팜플은 미디어 쇼케이스를 개최하고 하반기 미드코어 RPG 3종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오는 8월 말 출시를 앞둔 <데미갓워 for Kakao>(이하 데미갓워)도 그 중 하나.
<데미갓워>의 개발사 파라노이드조이의 강지훈 대표는 묘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행사 당일 직접 게임을 소개했던 강지훈 대표는 올엠, 네오위즈에서 퍼블리싱과 투자·사업·마케팅을 맡았으며 웹젠에서는 웹젠이미르를 인수 대표까지 역임한 바 있다.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입지를 다진 강 대표가 모바일로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또 줄곧 게임사업을 담당했던 그가 직접 개발에 뛰어든 이유와 이렇게 만든 게임은 어떤 모습일까? 또 온라인게임의 경험을 어떻게 모바일로 이어가고 있는지 직접 들어봤다.
파라노이드조이의 첫 번째 게임 <데미갓워>는 턴제 RPG다. 다양한 신화를 배경으로 새롭게 재해석된 신화 속의 영웅들을 수집하여 4개의 테마, 160개의 스테이지에서 전투를 펼칠 수 있다.
스토리텔링을 내세우고 있는 <데미갓워>는 보다 높은 몰입감을 제공하기 위해 크게 3가지 종류의 스토리를 준비하고 있다. 게임의 당위성을 제공하는 메인 스토리와, 네 개의 영지에서 진행되는 스토리는 전반적인 흐름을 이끌어 간다. 이와 함께 수집하는 재미를 높이기 위해 각 캐릭터에도 스토리를 부가했다.
전투는 공격할 적을 선택하면 턴이 돌아온 영웅들이 자동으로 기본 공격과 스킬을 사용한다. 세 가지 방식의 전술 설정을 통해 영웅들이 사용하는 스킬 패턴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일반 전술은 모든 스킬을 균등하게 사용하지만 적에 힐러가 많을 때에는 ‘돌격’ 전술을 통해 공격 계열 위주의 스킬을, 적에 딜러가 많을 경우 보호 전술로 방어나 힐 계열의 스킬을 사용하는 방식이다.
“오토가 왜 나쁜가요? 온라인게임과 같은 고집 버려야죠”
온라인 액션RPG 개발 10년 차 경력자. 지난 4월 팜플 신작 발표회를 통해 처음 모습을 드러낸 파라노이드조이가 게임만큼이나 강조했던 점은 ‘경험’이었다.
모바일게임 시대를 맞아 온라인에서 모바일로 돌아서는 일이 이제는 어색하지 않을 만큼 자연스러워졌지만, 파라노이드조이는 “베테랑의 역량을 보여 주겠다”는 야심 찬 포부를 밝혔다. 이는 온라인게임스러운 모바일게임을 만들겠다는 그리고 이를 통해 차별화된 게임을 선보이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랬던 이들의 처녀작 <데미갓워>의 모습은 의외였다. 턴제 SPRG <데미갓워>는 다양한 직업과 특성을 지닌 캐릭터를 활용해 자신만의 덱을 꾸려 전투하는 방식. 액션성, 그래픽, 콘텐츠의 깊이까지 모든 부분이 최근 흥행하고 있는 모바일게임 딱 그것이었다.
“차별화를 위해 ‘이상한 것’만 넣으면 결국 마니악한 게임이 될 수밖에 없어요. 인디 개발사가 아닌 이상 수익 창출을 위해서는 더 많은 사람이 플레이하도록 만들어야죠.”
파라노이드조이 강지훈 대표는 특별함보다는 친숙함을 전략으로 내세웠다. 올엠과 네오위즈에 거쳐 웹젠이미르의 대표까지 역임하며 게임 업계 잔뼈가 굵은 그였지만, 다소 뒤늦게 모바일 판에 뛰어든 만큼 더 신중한 선택이 필요했다.
지난 3년 동안 급성장한 모바일게임 시장을 한발 물러서 지켜보며 그가 내린 결론은 국내 유저들은 학습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미 수많은 미드코어 RPG가 흥행에 성공했고, 그 과정에서 유저들은 충분히 학습됐죠. 1년 전이라면 한 타의 액션보다 심도 있는 전략이 필요한 SRPG가 어렵게 보일 수 있지만, 적어도 국내에서는 대중적인 장르가 됐다고 보고 있어요. <데미갓워>는 이미 유저들에게 익숙한 시스템과 인기 요소들을 한데 집약한 게임이라고 설명하고 싶어요.”
차별성에 대한 큰 욕심이 없던 강 대표였지만 ‘똑같은 게임’이 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고민을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카피캣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하루에도 수십 개의 게임이 쏟아지는 요즘 생존을 위해서는 꼭 <데미갓워>여야만 하는 이유는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는 오토 전투에서 해답을 찾았다.
“온라인게임을 서비스하던 시절에는 ‘오토 전투’는 게임의 재미를 반감시키는 ‘나쁜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초창기 모바일게임을 보면서도 마찬가지였고요. <헬로 히어로>나 <몬스터 길들이기>의 등장이 많은 것을 바꿔 놓았죠.”
출시 2주 후 곧바로 업데이트를 시작하는 <데미갓워>에는 오토 전투를 강화할 예정이다. 스테이지마다 던전 입장 버튼을 눌러야 하는 절차를 간소화하고, 특정 구간을 반복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유저가 1~5스테이지를 설정해 두고 전투를 시작하면 스테미너가 떨어질 때까지 이 구간만 자동으로 전투할 수 있다.
“지금은 오토가 당연한 시스템이 된 중국에서도 초창기에는 ‘이게 무슨 게임’이냐며 비난을 받았잖아요. 온라인게임을 만들던 개발자들이 모바일로 넘어오며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 이 오토 전투일 거예요. 이미 많은 유저들이 좋아하고 즐기는 시스템이 됐다면, 더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해주는 게 맞지 않을까요?”
“국내 유저들 스토리 안보는 것 알죠” 글로벌 진출 노리는 <데미갓워>
<데미갓워>가 내세우는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스토리’다.
다양한 신화를 바탕으로 4개의 테마와 160개의 스테이지를 선보일 예정이다. 예를 들어 ‘아케론’ 테마에서는 그리스 신화를, ‘주리온’ 테마에서는 손오공과 저팔계가 등장하는 서유기를 그리고 ‘가드니’와 ‘프로그스’ 테마에서는 각각 인도와 북유럽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하지만 강 대표는 이런 방대한 스토리를 모든 유저가 읽을 거라 기대하지 않는다고 고백했다. 콘텐츠 소모 속도가 빠른 국내 유저들은 캐릭터 및 장비의 수집과 성장에 집중하여 플레이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음에도 스토리에 심혈을 기울인 이유는 하나, ‘글로벌 진출’이다.
강 대표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메틴 2>는 한국에서는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국내에서 외면받았던 '오리엔탈 판타지'라는 콘셉트가 유럽과 북미 등에서 인기몰이에 성공하며, 현지 연매출 170억 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온라인게임이든 모바일게임이든 국내 유저들은 스토리를 잘 안 보더라고요. 하지만 해외 유저들은 그렇지 않죠. 목적보다 과정이 중요한 그들에게 스토리는 전투만큼이나 중요한 콘텐츠죠. 그들에게 친숙한 그리스 신화는 물론 인기가 좋은 동양의 테마도 담았어요.”
그래픽 역시 국내 최신 게임이라고 보기 어려울 만큼 세련됨이 떨어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데미갓워>는 보다 다양한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3D그래픽의 화려함 대신 2D 그래픽의 가벼움을 선택했다.
“3D 그래픽의 화려한 컷신을 만들어 넣는다 하더라도 유저들이 전부 스킵한다면 무슨 소용이겠어요. <데미갓워>의 유저들은 직접 상상하고 몰입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