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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인글로리 윤태원 “BM 아니라 게임성만으로 승부하겠다”

슈퍼 이블 메가코프의 윤태원 아시아 태평양 지역 총괄 매니저 인터뷰

김승현(다미롱) 2015-05-08 16:01:13

블리자드 코리아의 창립 멤버이자 전 상무 이사, 레드5 스튜디오 창립자, 전 워게이밍 아시아 대표. 지난 20여 년 간 화려한 커리어 패스를 그려온 ‘윤태원이 돌아왔다. 이번에는 슈퍼 이블 메가코프라는 미국 모바일게임 개발사의 아시아 태평양 지역 총괄 매니저다.

 

그간 그가 해외 유명 게임사를 거쳐왔던 것과 달리, 이번 회사는 탄생한지 5년도 채 되지 않은, 출시 작품도 하나 뿐인 신생 모바일게임사다. 더군다나 그 하나 뿐인 타이틀의 장르는 모바일게임 시장에서는 성공사례를 찾아볼 수 없는 AOS. 모바일게임 시장이 포화에 이르렀다는 평이 들려오는 이 때, 짝을 찾아보기 힘든 '모험'이다.

 

그는 왜 아쉬울 것 없는 이력에도 포화상태에 이른 모바일게임 시장, 그것도 성공사례 하나 찾을 수 없는 모바일 AOS 개발사에 합류했을까? 7일, 한국을 찾은 윤태원 매니저를 만나 그가 바로 보고 있는 미래, 그가 꿈꾸는 게임에 대해 들어봤다. /디스이즈게임 정우철, 김승현 기자


 

슈퍼 이블 메가코프의 윤태원 아시아 태평양 지역 총괄 매니저

 

 확률형 BM으로 시드는 모바일게임, 지금이 오히려 기회다

 

윤태원 매니저는 1995년 머드게임 <단군의 땅>을 시작으로 게임계에 발을 들인 인물이다. 2014년까지 그의 주 활동영역은 PC, 그리고 온라인이었다. 2000년대 초반까지는 LG소프트와 EA코리아에서 <스타크래프트> <커맨드 앤 컨커 레드얼럿 2> 등의 출시를 도왔고, 2002년부터는 블리자드, 레드5 스튜디오, 워게이밍 등을 거치며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월드 오브 탱크> 등의 한국 출시를 도왔다.

 

이런 그가 2015년, 그의 커리어 사상 처음으로 모바일게임사에 들어갔다. 업계에서는 구작 중심으로 고착화되고 있는 모바일게임 시장, 슬슬 성장세가 꺾이기 시작한 모바일게임 시장에 대해 걱정의 목소리가 나오는 와중이었다.

 

처음으로 모바일게임사에 뛰어들게 되었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나 <월드 오브 탱크> 등 그간의 경험이 아깝진 않았나?

 

윤태원: 그런가? 매번 맨땅에 헤딩하는 역할이었는데 이번도 크게 다르진 않다. 실제로 블리자드는 한정원 전 대표와 둘이서 시작했고 레드5 스튜디오는 개발자 2명과 PT 6장만 가지고 시작한 케이스고. 이번에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 직원이 나 혼자 뿐이긴 하지만, 그래도 과거 월세 못내 전기 끊긴 사무실에서 일했던 경험에 비하면 천국이다. (웃음)

 

그리고 모바일게임과 아주 인연이 없는 것도 아니다. 블리자드 시절에는 <하스스톤: 워크래프트의 영웅들>이 ‘페가수스라는 프로젝트명으로 불릴 때부터 보아왔고 워게이밍에서는 입사 후 가장 처음 한 일이 7시간 동안 모바일 버전(지금의 월드 오브 탱크 블리츠)을 만들어야 한다고 싸웠던 것이었으니까.

 

물론 이 분야가 일부 낯선 것도 사실이다. 허나 이런 변화는 언제나 있었다. LG소프트와 EA코리아에 있었을 때는 PC 패키지게임의 절정과 쇠락을 함께 봤고, 블리자드나 레드5 스튜디오, 워게이밍 등을 전전했을 때는 온라인게임의 시작부터 부분유료화의 탄생 등 크고 작은 변화를 모두 거쳤다. 이번 변화가 다른 점은 그 규모가 이전보다 크다는 것 뿐이다.

 

 

슈퍼 이블 메가코프는 어떻게 들어가게 되었나? 이전처럼 스카웃 제의를 받은 것인가?

 

윤태원: 반대다. 오히려 내가 처음으로 이력서 내서 들어간 회사다. 어찌나 들어가고 싶었던지 나 스스로 월급의 반 이상을 깎아가며 입사 제안을 했을 정도다.

 


 

 

무엇을 보고 이 시기에 모바일게임사, 그것도 신생 회사에 들어가려 했는가? 이미 모바일게임 붐은 식어가고 있는데.

 

윤태원: 모바일게임 붐이 식고 있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나는 지금의 모바일게임 시장이 정점을 찍었다고 생각한다. 좋은 정점이 아니다. 더 오를 곳은 없고 이제 내려갈 것만 남은 정점이다. 하루에만 수백 개의 게임이 쏟아짐에도 하나같이 천편일률적인 모습만 보이고 있는 현황, 그리고 그런 시장에서 살아남으려고 끊임없이 유저를 쥐어 짜는 비즈니스 모델이 원인이다.

 

특히 비즈니스 모델 건은 모바일게임 시장에 아타리 쇼크를 불러올 정도로 심각하다. 특히 과도한 확률형 아이템의 경우, 어떤 의미에서는 마약보다도 더 위험할 수 있는 의견이다.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세계적인 문제다. 솔직히 나는 때때로 확률형 아이템을 옹호하는 사람이 마약을 옹호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게 시장이 위험하다고 생각함에도 모바일게임, 모바일게임사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윤태원: 오히려 나는 지금의 모바일게임 시장이 기회라고 생각한다. 모든 산업은 계속 성장하고 쇠퇴하고를 반복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하락세를 반등시킨 주인공은 시장의 주도권을 가져온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그랬다. 당시 서구 MMORPG는 정말 하드코어하게 게임을 할 수 있어야만 온전히 콘텐츠를 즐길 수 있었다. 반면 중국이나 한국 등 아시아 시장은 클릭만 하면 되는, 그리고 재태크(?)가 가능한 게임이 주류였다. 이 와중에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는 낮은 진입장벽과 높은 게임성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으며 서구와 동양 MMORPG 시장을 휘어 잡았다.

 

슈퍼셀의 <클래시 오브 클랜>도 좋은 예다. 캐주얼게임의 홍수, 그리고 캐주얼게임들이 생산하는 스팸에 가까운 메시지의 홍수 속에서 좋은 게임성과 이상적인 비즈니스 모델 만으로 지금의 위치에 올랐으니까.

 

이렇듯 시장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나아가 시장을 이끈 게임은 게임성 자체로 승부한 게임이었다. 머지 않은 미래에는 지금처럼 게임인지 오토인지 알 수 없는 게임이 아니라, 진짜 게임같은 게임이 시장을 이끌지 않을까? 오히려 나는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한다. 이 흐름을 탈 수 있게 준비만 했다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OBT 당시의 한국 포스터

 

 

코어게임 선택한 이유? 모바일게임이 아니라 모바일 플랫폼을 봤다

 

슈퍼 이블 메가코프의 타이틀은 <베인글로리>라는 모바일 AOS 하나뿐이다. 아무리 게임성이 열쇠라고 하더라도, 모바일 AOS는 지금까지 성공한 사례도 없고 시장 자체도 적은 장르다.

 

윤태원: 나는 생각이 다르다. 분명 모바일 하나만 보면 AOS와 같은 코어 장르는 소수시장이다. 허나 게임시장 전체를 보자. 굳이 <리그 오브 레전드>를 예로 들지 않더라도, 전세계 게임시장의 70% 가까이는 코어 장르가 차지하고 있다. 매출 비중은 말할 것도 없다. 지금은 모바일게임 시장에 논게이머 비중이 크지만 앞으로도 이것이 계속될까?

 

나는 조만간 모바일 디바이스가 PC의 역할을 대신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지금의 스마트폰은 2 ~ 3년 전 나온 PC의 성능을 따라잡았다. 그리고 PC의 성능 향상은 정체된 반면, 스마트폰 등 모바일 디바이스의 성능 향상은 현재 진행형이다. 빠르면 2 ~ 3년 내에 모바일 디바이스의 성능은 PC를 따라잡을 것이다. 이제 성능은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기기를 가지고 다닐 수 있다는 이점이 극대화 될 것이다. 

 

PC와 모바일 디바이스의 성능 구분이 없어지면 캐주얼한 모바일게임, 코어한 PC게임이라는 구분이 없어질 것이다. 그러면 지금 모바일게임 시장에서의 캐주얼 게이머의 비중도 의미 없어진다. 오히려 전체 게임 시장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코어 게이머가 중요해 질 것이다.

 



 

허나 모바일 디바이스는 PC에 비해 화면도 작고 조작환경도 다르다. 이런 환경에서 과연 PC와 같은 게임환경이 가능할까?

 

윤태원: 물론 화면 크기나 터치 중심의 인터페이스 등 모바일 디바이스가 가진 태생적 한계는 있다. 하지만 이것이 코어 장르를 발목 잡는 한계일까? 나는 오히려 지금까지 모바일 환경에 걸맞은, 모바일 디바이스에 특화된 코어 장르가 없었기에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게임이 등장한다면 지금 대다수의 모바일게임처럼 3 ~ 4개월 장사하고 끝나는 게임이 아닐 것이다. 오히려 지금의 PC MMORPG처럼 연 단위로 바라 보아야만 되는 게임이겠지. 나는 5년 안에 모바일 코어게임 부문에서 100억 매출을 기록하는 타이틀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것이 내가 선택한 회사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이를 내다보고 준비하는 회사라면 누구라도 그 후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는 회사가 슈퍼 이블 메가코프 하나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왜 이 신생 게임사를 선택했나? 유명 게임사 출신 개발자가 속해 있더라도 그것이 다른 플랫폼에서의 성공까지 보장하진 않는데.

 

윤태원: 조금 전 모바일게임의 미래가 ‘게임성 있는 코어게임이라고 이야기했다. 나는 이것을 위해서는 2가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하나는 코어게임을 만든 경험과 모바일 환경에 대한 이해다. 코어게임에 대한 경험은 굳이 말하지 않겠다. 블리자드나 라이엇, 락스타 등의 이름이 알려주니까.

 

그렇다고 슈퍼 이블 메가코프가 PC 플랫폼에서 코어 게임을 만들던 이들만 모인 회사는 아니다. 글루나 EA 디지털 등 모바일 분야에서 일했던 인원도 절반 가까이 된다. COO인 ‘크리스천 시거스트레일’이 대표적인 인물이 아닐까? 2001년 글루 모바일을 만들었고 이후 플레이피쉬나 EA 디지털 등을 두루 거쳤다. 슈퍼셀이 <클래시 오브 클랜>으로 뜨기 전부터 투자를 했던 이력도 가지고 있고.

 

<베인글로리>를 플레이하는 모습

 

 

당장의 모바일게임 시장이 아니라, 짧게는 2년, 길게는 5년 이후의 시장을 노린다고 했다. 스타트업이 이를 버틸 수 있을까?

 

윤태원: 맞다. 나도 이런 구상을 하면서 2 ~ 3년은 라면만 먹고 일할 각오를 했다. 그래서 회사를 선택하는 기준 하나도 회사 직원 모두 이런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느냐였다. 다행히 슈퍼 이블 메가코프의 직원들은 이런 각오를 하고 있었고.

 

모바일게임 마케터가 <베인글로리>를 보면 한숨을 쉴지도 모르겠다. 돈 벌 구석이 없으니까. (웃음) 얼마 전까지 유일한 비즈니스 모델이 영웅 해금이었는데 이것도 2 ~ 3일 게임하면 돈 들이지 않고 해금할 수 있었으니. 그나마 6일 패치로 스킨 시스템 추가되긴 했는데 이것도 순수 눈요기 용이다. 요즘 게임에 비하면 비즈니스 모델이 정말 적다. 그렇다고 따로 광고하는 것도 아니고. 당분간은 계속 가난할 것 같다.

 

그런데 다들 이게 옳다고 생각한다. 처음에 확률형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었다. 이건 나만의 의견이 아니다. 우리 모두 게임은 게임성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이 인정받을 때까지 충분히 기다려 줄, 아니 버텨 줄 용의가 있다. 이게 가장 마음에 들었다.

 

참고로 지난해에만 120만 달러의 투자를 받아 아직 체력은 충분하다. 걱정 받을 정도는 아니다.

 

 

<베인글로리>는 태블릿보다 스마트폰에 특화된 AOS

 


 

지난 3월 한국어화가 완료된 <베인글로리>는 <리그 오브 레전드>나 <도타 2>의 주요 기믹을 그대로 모바일로 옮긴 작품이다. 비록 모바일이라는 환경에 맞춰 전장도 줄이고 팀원이나 공격로의 수도 줄였지만, 실제 게임 안에는 막타나 CS, 정글, 아이템, 스킬트리 등 AOS의 요소가 모두 들어있다. 조작만 터치로 할 뿐, 플레이 방식은 PC AOS와 동일한 셈이다. 

 

애플 앱스토어 만점 평가 ​2만 개, 4월 트위치 시청 수 120만 돌파 등 성적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게임의 성격을 알다 보니 윤태원 매니저의 구상에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이미 동일한 기믹으로 AOS 시장을 선점한 <리그 오브 레전드>와의 대결, 화면 큰 태블릿 아닌 스마트폰 플랫폼에서의 성공 가능성 때문이었다. 이에 대한 윤 매니저의 답은 간단했다 이런 스마트폰 게임이 아니었다면 입사하지 않았을 것이다

 

잘 이해되지 않는다. 화면 크기나 조작, 플레이 타임 등의 문제로 모바일게임은 PC게임과 같은 경험을 제공할 수 없다. 그렇다면 유저들은 더 오래, 더 편히 즐길 수 있는 기존 게임을 찾지 않겠나?

 

윤태원: 지금은 그럴지 모른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모바일 디바이스는 계속 성장하고 있고 이미 일정 부분에서는 PC를 따라 잡았다. 그렇다면 3년, 5년 뒤는 어떨까? 사람들은 PC에 버금가는 사양의 기기를 옆에 끼고 살 것이다. 지금도 어떤 사람들은 PC보다 모바일 디바이스를 더 즐겨 사용한다. 가까운 미래에는 더더욱 그럴 것이다.

 

그리고 기기가 충분히 발전되고 보급되었다면, 모바일에서도 자신들이 즐겼던 것과 같은 재미를 느낄 수 있다면 사람들은 무엇을 선택할까? 나는 오히려 PC AOS의 문법을 충실히 살린 모바일 AOS이기에 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영어버전은 벌써 출시 반년이 다 되고 있다. 기대했던 것처럼 기존 AOS 유저가 많이 접속하던가?

 

윤태원: 100회 이상 게임을 즐긴 유저 중 <리그 오브 레전드> 경험이 있는 유저는 40%정도 된다. 나쁘지 않은 수치라고 생각한다.

 

의외로 AOS 경험이 한 번도 없는 유저도 상당하다. <캔디 크러시 사가>와 같은 캐주얼 게임만 즐겼던 유저도 40% 가까이 되더라. 아직 진입장벽을 가다듬고 있는 와중에도 이런 수치가 기록돼 기쁘다. 튜토리얼이나 AI모드 등이 보강되는 정식 버전에서는 더 좋은 수치가 나올 것이라 기대한다.

 


 

 

<베인글로리>는 당초 아이패드와 같은 태블릿 PC를 목표로 개발된 것으로 알고 있다. 태블릿 PC 시장의 성장이 둔화된지 오랜데, 목표했던 것처럼 모바일 AOS로서 성공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까?

 

윤태원: 게임 광고에 태블릿 PC가 사용되다 보니 많이들 그렇게 알고 있더라. 스마트폰 버전도 지원 중이다. 실제로 유저들 사용 패턴을 보면 아이패드와 아이폰이 각각 절반씩 차지한다.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고수층으로 갈수록 패드보다 스마트폰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얼마 전 일본에서 <베인글로리> 대회를 했었는데 선수 모두 아이폰 6+를 들고 왔다. 궁금해서 이유를 물어봤더니 작은 크기 덕에 조작도 빠르고 무게도 가벼워 경기에 집중하기는 스마트폰이 더 좋다고 하더라. 일종의 게임패드 같은 느낌이라나? (웃음)

 

한국에서는 아이폰 6+와 같은 큰 스마트폰이 인기인데, 추후 안드로이드 버전이 나오면 <베인글로리>를 즐기기 안성맞춤일 것이다. 많이 즐겨달라.

 


 


2 ~ 3년 뒤의 시장을 노린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그동안 다른 게임사가 가만 있을까? 기존 게임이 모바일 버전을 만들지도 모르고, 아니면 <베인글로리>를 참고한 게임이 나올지도 모르는데.

 

윤태원: 설사 우리 게임을 똑같이 배끼더라도 걱정하지 않는다. 내가 <베인글로리>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자체 개발한 ‘이블엔진이다. <베인글로리>에 특화된 엔진이기 때문에 지금도 게임은 그 어떤 모바일 AOS보다도 빠른 터치 반응 속도를 선보인다. ‘분 당 20 터치를 하는 나같은 막손이라면 모를까, 고수로 갈수록 이 강점이 크게 와닿을 것이다.

 

또한 엔진을 개발할 때부터 모바일 AOS에 특화시켰기 때문에, AOS라는 장르에 한정한다면 그 어떤 상용엔진보다 더 많은 폴리곤을 소화할 수 있다. 이블 엔진으로 MMORPG를 만들 순 없겠지만, 반대로 언리얼 같은 엔진으로도 <베인글로리>같은 게임을 만들 순 없을 것이다.

 


 

 

여름 안드로이드 버전 출시, 사악하지 않은 BM으로 성공해 보이겠다

 

4월 15일부터 업무를 시작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 총괄 매니저로서 앞으로 어떤 것에 집중할 계획인가?

 

윤태원: 이제 막 업무를 시작한 단계여서 아직 구체적인 것은 없다. 당분간은 구체적인 조직세팅보다는, 아시아 지역에서 우리 게임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알리고 보조할 수 있을 지부터 생각하려 한다. 

 

현재로서 확실한 것은 앞으로 한국과 중국을 중심에 두고 업무가 진행될 것이라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현재 본사가 하고 있는 유저 친화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아시아에서도 퍼트리고 싶다.

 

 

유저 친화적인 커뮤니케이션이라면 어떤 것을 말하는가?

 

윤태원: 우리는 아직 마케팅이 없는 대신, 유저들이 만든 커뮤니티나 대회, 방송 등을 지원하고 있다. 단순히 금전적인 지원이 아니라, 개발자들이 직접 커뮤니티에 답을 남기고, 유저 방송을 다른 이들에게 알리고, 정기적으로 공개 방송을 하며 직접 정보도 공개하는 식이다. 과거 한국 온라인게임 초창기, 웹진과 게임 커뮤니티가 활성화되지 않아 유저와 개발자가 함께 부대껴 노는 모습을 생각하면 편하다.

 

기존 직장에서는 개발이면 개발, 홍보면 홍보 등 업무가 칼같이 나눠져 있었다. 그런데 여기 와 이런 모습을 보기 참 보기 좋더라. 물론 지금도 본사에서 한국 게이머들과 직접 대결도 하고, 커뮤니티에 정보도 올리는 등 아시아 지역 커뮤니케이션 활동도 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회사 최고 게이머가 한국의 무적함대라는 클랜에 깨져서 침울해하기도 했었고. (웃음)

 

다만 언어의 장벽 때문에 아시아 지역에 대한 지원이 미국이나 유럽만 못한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여력이 되는 한 이 부분을 강화하고 싶다. 쓸데없이 개발자와 유저 사이에 벽을 만들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얼마 전 ESL과 손잡고 e스포츠 예선을 시작했다. 아시아 지역은 언제쯤 생각하나?

 

윤태원: AOS를 만들고 서비스하는 입장에서 e스포츠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실제로 이를 노리고 게임 시간도 일부러 20분 전후로 끝나게끔 조정했고 플레이 양상도 수시로 변하게 만들었으니. (웃음)

 

다만 성공적인 e스포츠를 위해서는 그만한 유저풀이 있어야 한다. 이 때문에 진출한지 얼마 되지 않은 아시아 지역은 아직 조심스럽다. 당분간은 유저들이 편히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지원을 늘릴 예정이다. 방금 말한 유저 친화적인 커뮤니티도 이에 속한다.

 

 

윤태원이라면 <커맨드 앤 컨커 레드얼럿 2>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한국어화를 총괄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베인글로리>도 그 정도 한국어화를 기대할 수 있을까?

 

윤태원: 완벽해 질 때까지 노력하겠다. (웃음) 나의 믿음은 단순하다. 콘텐츠만 좋으면 더 편한 것이 받아들여진다. 그래서 <커맨드 앤 컨커 레드얼럿 2>는 음성까지 한국어화했고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는 음역과 직역을 최대한 배제했다. 처음에는 반대도 많았지만 다행히 많은 유저 분들이 좋아해 주셨다.

 

개인적으로는 <베인글로리> 또한 그렇게 하고 싶다. 다만 인원이 작은 회사다 보니 과거와 같은 한국어화가 힘든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계속 번역가를 만나 한국어화 방향을 이야기하고 조금씩이나마 바꿔 나가고 있다. 실제로 지난 6일 패치 내역 중 기존의 번역을 고친 부분이 있었다. 처음부터 완벽하진 않겠지만, 완벽해 질 때까지 꾸준히 고쳐 나가겠다.

 


 

 

<베인글로리>의 향후 일정이 어떻게 되나?

 

윤태원: 여름 안으로 진입장벽 부분에 대한 개선이 끝날 예정이다. 또한 오랫동안 진행되었던 안드로이드 버전 개발 또한 끝나게 된다. 올해 여름이 <베인글로리>의 정식 서비스다! 그 때는 처음으로 마케팅에도 힘을 써볼 예정이니 더 많은 유저들과 함께 할 수 있지 않을까?

 

정식 서비스가 되고 유저도 늘어나고 콘텐츠도 추가·개선되겠지만 많이 바뀌는 것은 없을 것이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하나다. 회사 명칭은 ‘슈퍼 이블’이지만 결코 사악하지 않게 돈 버는 것이다.

 

이것은 게임업계에서만 20년 이상 일한 내 바람이기도 하다. 20년을 몸 바친 곳이 더 이상 욕 먹는 것은 싫다. 욕 먹지 않아도 성공한다는 것을 보여주겠다. 그 때까지 긴 여정이 될지 모르지만,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 드린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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