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7일 7시, 정식 오픈을 앞두고 있는 <메이플스토리2>는 2015년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의 최대 기대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전작이 워낙 오랜 시간 사랑을 받아 온 장수게임인데다, 근래에 <메이플스토리2> 규모의 캐주얼게임 출시는 드물었기 때문이죠.
“돈을 벌겠다는 욕심보다는 더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었어요” 김진만 디렉터의 이야기 입니다. <메이플스토리2>는 전작을 개발한 김진만 디렉터가 총괄을 맡았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받았습니다. 적어도 이름만 가져오는 게 아닌 전작의 특징을 계승한 ‘제대로 된 후속작’이 될 거라는 기대감 있었으니까요.
세 차례의 테스트를 통해 <메이플스토리2>가 보여 준 세상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아기자기함은 3D 그래픽으로 세련돼졌고, ‘놀이터 같은 게임’을 추구하는 개발진의 목표대로 다양한 제작시스템이 추가돼 즐길거리도 늘었습니다. 탄탄한 스토리 구성은 여전했고요. 유저들의 평가도 긍정적이었는데요,
“아직도 보여드릴 게 너무 많다”며 욕심을 숨기지 않는 넥슨 김진만 디렉터를 만나 그가 꿈꾸는 <메이플스토리2>의 미래를 직접 들어봤습니다. /디스이즈게임 송예원 기자
■ “<마인크래프트>? 이것저것 다할 수 있는 ‘레고’같은 게임이다”
Q. 실사풍 그래픽의 대규모 MMORPG가 쏟아지는 가운데, 캐주얼게임은 안 된다는 인식이 있었다. 그럼에도 <메이플스토리2>는 기대감도 높고, 평가도 좋다.
김진만: 아무래도 <메이플스토리>가 오랫동안 워낙 잘 되고 있다 보니까 캐주얼게임 시장이 어려웠던 것은 사실이다. 이런 게임의 후속작이라는 타이틀 덕분에 다른 게임보다 더 많은 관심과 기대감을 얻지 않았나 싶다. 유저 반응이 좋다는 기사는 나도 봤지만, 서비스하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다. 게임은 뚜껑은 열어봐야 안다.
<메이플스토리2>는 그래픽은 아기자기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밝기만한 게임은 아니다. 초반에야 ‘꽃송이 몇 개 따와라’, ‘박스를 옮겨라’ 식의 단순한 퀘스트가 깔려있지만, 후반으로 가면 뒷골목 이야기도 있고, 죽음을 다루는 안타까운 이야기도 등장한다. 지난 테스트에서는 울었다는 피드백도 있었다.(웃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스토리와 친근감 있는 그래픽 덕분에 테스트에서 좋은 평가를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Q. 인기 게임의 후속작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지만, 의상이나 건물부터 던전까지 유저들이 직접 만들 수 있는 콘텐츠가 게이머들의 관심을 모았다. 뭘 하고 싶었던 것인가?
김진만: ‘이것저것 다 할 수 있는 게임’이다. <메이플스토리>도 MMORPG지만 정통 RPG의 맛을 느끼기 위해 이 게임을 찾는 사람은 없을 거다. 단순히 성장과 수집 중심의 콘텐츠를 플레이하기보다는, 친구들과 함께 즐기기 위해 접속하는 유저가 많았다.
특히 10대를 중심으로 커뮤니티가 형성되면서 유저들은 하나의 문화를 만들어갔다. 10대뿐만 아니라 부모님과 함께 게임을 즐기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고. 이런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 <메이플스토리2>는 유저들이 직접 만들어 갈 수 있는 게임이다.
지난 지스타 2014에서 <메이플스토리2> 트레일러를 보기 위해 모인 관람객들.
Q. 이번에도 주 타깃 연령층은 10대인가?
김진만: 물론 저 연령층이 많이 즐겼으면 하는 마음은 있다. 하지만 10대에 한정 짓지 않고 나이가 있는 유저까지 다양한 연령대를 고려해 설계했다. 게임을 많이 즐기지 않는 어르신들도 즐길 수 있도록. 조작에서 키를 동시에 누르는 게 어렵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테스트해 결과 쉽게 익히는 모습이었다.
주 유저 연령층이 개발팀에서 의도대로 형성되기 어렵다. 지금에 와서 고백하지만, 그동안 <메이플스토리>가 10대를 타깃으로 둔 게임이라고 말해왔는데, 사실은 여대생을 노리고 만든 게임이다.(웃음) <퀴즈퀴즈>의 성공 이후 여성 게이머에 대한 가능성을 보고 시작한 게임이 <메이플스토리>다. 커뮤니케이션이나 꾸미기 기능을 강화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Q. 저 연령층을 타깃으로 둔 점을 비롯해 큐브 형태의 맵 디자인으로 인해 <마인크래프트>와 많이 비교되고 있다.
김진만: 10대 유저들라면 큐브 형태의 맵을 보고 <마인크래프트>를 먼저 떠올리는 게 당연하다. 사실 우리는 그 이전으로 돌아가 8비트, 16비트 도트 찍어서 만들던 게임에서 시작했다. 단위를 규정하기에는 정사각형이 익숙한 방식이니까.
이동의 재미를 살리기 위해서는 큐브 형태가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액션게임에서 점프를 구현하는 게 생각보다 어려운 작업이다. 큐브를 도입함으로써 점프의 높이를 확실히 보여줄 수 있고, 그 외 사다리타기나 벽 매달리기 등 독특한 이동 방식을 활용한 액션이 가능해졌다.
<메이플스토리2>는 <마인크래프트> 보다는 오히려 ‘레고’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가구 하나하나 직접 들여가며 집을 꾸미고, 캐릭터는 헬멧을 벗었다 씌웠다 하거나 무기를 끼웠다 뺐다 하듯 헤어부터 의상까지 꾸밀 수 있다. 직접 플레이해보면 <마인크래프트>와는 전혀 다른 게임이라는 점을 알 수 있을 거다. 실제로 CBT에서는 <마인크래프트>와 유사하다는 피드백은 거의 받지 못했다.
마음만 먹으면 럭셔리 대저택도 지을 수 있다.
Q. 고전게임을 얘기하니까 <울티마 온라인>이 생각난다. 전혀 다른 게임이지만, 자유도를 강조한다는 측면에서 말이다.
김진만: 그렇게 자유도가 높은 게임은 아니다. <울티마 온라인>은 물론 <마인크래프트>내 넥슨의 <페리아 연대기> 등과 비교하면 자유도는 매우 낮다. 유저들이 선택할 수 있는 콘텐츠도 만들고 싶었지만, 우리에게는 ‘쉬운 게임’이라는 더 큰 숙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집을 꾸미고, 옷을 만들어도 이미 만들어진 재료로 조립하는 형태다. 앞에서 ‘레고’와 비슷하다는 점도 이런 부분이다. 디자인은 정해진 도안과 텍스쳐 안에서 가능하고 전투를 봐도 스킬은 이미 찍혀 있고 유저는 레벨에 따라 업그레이드만 하면 된다. “캐주얼게임인데 자유도가 높다” 정도의 평가를 받을 수 있다면 기쁠 것 같다.
■ “테스트는 합격점, 타격감 위해 TFT도 꾸렸다”
Q. 총 세 차례의 테스트를 마쳤다. 일반적인 MMORPG는 테스트를 통해 변화하는 모습이 있기 마련인데, <메이플스토리2>는 이미 완성된 콘텐츠를 순차적으로 공개하는 모습이었다.
김진만: 물론 테스트는 게임을 완성하기 위한 과정이지만, 그렇다고 당장 게임을 뜯어고칠 수준이라면 그건 내놓을 수 없는 미완성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게임을 서비스하는 데 있어서 큰 문제가 있다면 모를까, 우리가 생각하는 큰 그림은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유저들이 ‘이거 별로야’라고 하는 모든 불만을 바로 조종할 수는 없다.
유저들의 글만 가지고 판단해 콘텐츠에 반영하는 것은 위험하다. 일반적으로 본인 캐릭터가 제일 안 좋고 주변에 강력한 캐릭터가 등장하면 밸런스가 무너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테스트에서는 명확한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를 바탕으로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다. QA 팀이 개발 회의에 참여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Q. 결과는 만족스러웠나?
김진만: 우리의 의도는 잘 전달된 것 같다. 스토리에 대해 몰입도가 높은 유저도 있었고, UGC도 적극적으로 생산해 주셨다. 특히 의상에서는 내부에 스카웃하고 싶을 만큼 퀄리티가 높은 콘텐츠를 내놓는 유저도 있었다. 테스트에서는 던전 제작 등에는 제약이 많았음에도 미로를 만든다든지, 예측하지 못한 다양한 플레이 모습을 보여주셔서 내부에서는 아주 만족하고 있다.
전투에서도 우리가 강조하는 ‘이동의 재미’를 활용한 플레이를 볼 수 있었다. 점프해서 공격하며 순식간에 방향조정을 하는 컨트롤부터, 높은 곳에서 뛰어내린 후 날기 스킬을 활용해 안전착지하는 등 흡사 ‘야마카시’와 같은 플레이를 선보이는 유저도 있었다.
Q. 제작 콘텐츠도 중요하지만 그래도 핵심은 전투가 아닌가. SD 캐릭터의 한계를 극복하고 타격감이 좋다는 평가가 많았다.
김진만: 알아봐 주시니 감사하다.(웃음) 사실 타격감을 살리기 위해 TF팀을 따로 꾸릴 만큼 정성을 들인 부분이다. 3등신의 작은 캐릭터는 팔다리를 제대를 제대로 휘두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참고할 만한 게임이 많은 것도 아니고. 갈아엎기도 수도 없이 갈아엎었다.
Q. 직업별로 특징은 명확한데, 파티 플레이에서 이를 활용한 재미는 느끼지 못했다.
김진만: 일부 레이드를 제외하면 필드 보스의 경우 우르르 몰려가서 때려잡을 수 있도록 했다. 고전게임의 문법으로 30~40명이 한마음 한뜻으로 사냥을 즐기는 재미를 살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한 대만 때리고 숨어있는 유저도 있는데, 보완해 나가야 할 부분이지만 이런 것도 테스트에서는 모두 의도한 내용이다.
최근 모바일게임을 보면 자동사냥과 자동이동은 당연시되고 있고, 플레이는 혼자 해놓고 등수 경쟁만 하더라. 이게 틀리다는 게 아니라, PC온라인게임 마저 이런 흐름을 따라갈 필요는 없다는 거다. 기획 초기부터 유행이나 트렌드를 따지 않았다.
Q. 마지막 테스트까지 단점으로 지적받은 부분이 ‘퀘스트 동선’이었다. 이런 불편함도 의도한 것인가?
김진만: ‘불편함’을 지향하는 건 아니지만 ‘편한 게임’이라는 인상은 주고 싶지 않았다. 모바일 RPG처럼 퀘스트 수락만 누른다고 자동으로 데려다주는 게 아니라, 어디서 퀘스트를 받아야 하는지 몰라서 여기저기 직접 필드를 돌아다녀 보고, 이런 경험을 통해 게임을 이해하고 알아가는 재미를 주고 싶었다.
하지만 유저들이 불편함을 느꼈다면 이런 의도도 결국 변명인 거다. 알파테스트부터 2차 CBT까지 조금씩 개선해 나가고 있고, 오픈 이후에도 퀘스트를 추가해 지루함을 제거해 나갈 계획이다. 테스트 때 워낙 콘텐츠가 방대해 이미 완성된 게임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는데, 아직 보여드릴 부분이 많다. 오픈 때는 크고 작은 추가 콘텐츠를 보실 수 있다.
■ “악기 연주부터 던전제작까지 보여 줄 콘텐츠 많다”
Q. 기자간담회까지 크게 열었는데, 오픈 스펙은 공개된 바가 거의 없다. 많은 유저들이 새로운 콘텐츠에 대한 기대감이 큰데, 특히 게임 첫 공개 당시 보여주었던 ‘던전’ 및 ‘미니게임’ 제작 시스템은 언제 볼 수 있나?
김진만: 개발이 안 된 건 아니다. 솔직히 지금 오픈할 수 있을 정도로 시스템은 갖췄지만, 어뷰징과 같이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어서 쉽게 공개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사냥 효율이 비상식적으로 높은 던전을 만들 수도 있지 않나. 99%의 확률로 확신한다. 최소한의 방어라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
시작점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다. 모든 소스를 열어주기보다는 게임 밸런스에 영향을 크게 미치지 않는 수준부터 조금씩 공개하는 방향도 고려 중이다. 참고로 내부에는 달리기 경주나 미로 찾기부터, <리그 오브 레전드>의 소환사의 협곡을 재현하는 등 다양한 콘텐츠로 테스트해봤는데, 전부 가능하다.(웃음)
Q. ‘이것저것’ 즐기기에는 지금까지 보여 준 생활형 콘텐츠는 부족해 보인다.
김진만: 물론 추가되는 콘텐츠가 많다. 일단 마지막 테스트에서 매이드를 통한 요리가 추가됐는데 반응이 좋았다. 좀 더 심화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새로운 콘텐츠로는 악기 연주를 준비 중이다. 별도의 연주 공간을 마련해 연주회도 열어 볼 계획이다.
생활형 콘텐츠는 플레이어가 어떻게 즐겨주느냐에 따라 다양한 모습일 될 것 같다. 부동산과 탈것을 응용한다면 집에다 탈것을 늘어놓고 전시회를 열 수 있을 수 있고, 제작한 의상도 마네킹에 입혀 옷가게를 만들 수 있다. 간판도 걸면서.
개인적으로는 길드원들이 공동 주택단지에 모여 수영장을 만들어 놓고 피서 즐기듯 수영하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Q. 부동산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경쟁이 만만치 않더라. 판매 부지는 늘릴 생각이 없나?
김진만: 부동산은 굉장히 현실과 흡사해 재밌다. 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부지가 모자라지는 않는다. 다만, 장사하기 좋고 귀환하기 편한 목 좋은 곳은 현실의 강남처럼 비싸고 매물이 많지도 않다. 반면 외곽에는 땅도 집도 남아돈다.
따라서 부지를 더 늘릴 일은 없다. 대신 외곽에 신도시를 건설하듯 해당 도시의 값어치를 높일 수 있는 방향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Q. 호쾌한 액션을 패드로 즐기고 싶다는 요청도 많았다.
김진만: 지금도 연결하면 플레이는 가능한데, 게임 내에서 공식적으로 지원하지는 않는다. UX 때문이다. 현재 <메이플스토리2>의 UX와 UI는 최적의 상태라고 보고 있다. 테스트에서 나온 데이터를 보면 미스 클릭률이 매우 낮은 편이다. 패드를 지원하면 이에 맞춰 디자인을 바꿔야 하는데, 오픈 시점에서는 어려운 부분이다. 좀 더 안정적인 모습이 되면 패드 지원도 고려해 보겠다.
Q. <메이플스토리1>에서는 키보드를 던져 버리고 싶을 정도로 극악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던전도 있었다. ‘쉬운 게임’을 강조했는데, 이런 코어한 콘텐츠는 볼 수 없나?
김진만: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추가되지 않겠나.(웃음) ‘쉬운 게임’을 강조한 이유는 진입장벽 때문이다. 처음부터 이상하고 어려운 콘텐츠가 가득하면 대부분의 유저는 스트레스를 받기 마련이다. 이들에게 친숙함을 주는 게 우선이다.
미니게임 중 바닥이 가라앉는 것을 피해 생존하는 ‘트랩마스터’가 있다. 기획 초기에는 난도가 높아서 개발자도 살아남기 힘들었다. 알파테스트 때 일부러 쉽게 냈는데도 유저들은 어려워했다. 하지만 마지막 테스트 때는 생존률이 훨씬 높아졌다. 학습을 통해 익숙지는 거다. 난도는 차근차근 높여 나갈 계획이다.
큐브 형태로 구성된 만큼 발전 가능성은 충분하다. 지금도 점프를 활용해 화려한 액션을 선보이는 유저가 많은데, 이후에는 기어다니면서 공방을 펼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 유저와 함께 만들어가는 <메이플스토리2> “개발부터 서비스까지 직접 맡는다”
Q. 준비해 놓은 콘텐츠가 이렇게 많은데, 오픈 때 최고레벨이 30밖에 안 된다. 너무 적다고 생각했더니 바로 업데이트가 예정돼 있고. 모바일게임처럼 업데이트 주기를 짧게 가져갈 계획인가?
김진만: 그건 아니다. 준비한 콘텐츠가 많아서 고르게 게임을 즐겨주셨으면 하는 마음에서 의도적으로 레벨 제한을 적게 잡았다. 30레벨이 이후에도 보스 던전이라든지 파티 던전 등 퀘스트 외 전투도 많고, 앞서 설명한 생활형 콘텐츠도 초반부터 쏟아지기 때문에 충분히 즐길 거리가 많다.
레벨업에만 몰두하는 게임은 지양하고 있다. 모든 유저가 같은 방향으로 플레이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모습이었으면 좋겠다. 주야장천 보스레이드만 뛰는 플레이어가 있는가 하면, 사냥은 안 하고 매일 옷만 만드는 디자이너가 된다든지, 예쁜 스샷을 모으는 사진작가가 된다든지 말이다.
미디어 간담회에서는 업데이트 대해 최대 레벨만 공개했지만, 그 외에도 폭넓은 콘텐츠가 순차적으로 제공될 예정이다. 주기를 짧게 가져간 데는 여름방학 특수를 노린 마케팅 이슈도 있다. (웃음) 앞으로도 대규모 업데이트가 자주 있지는 않을 것 같다.
Q. 얼마 전에 TV광고도 시작했다. 온라인게임에서는 드물게 주말 프라임시간대에 등장해서 놀랐는데, 게임 콘텐츠 소개보다는 전반적으로 ‘유저와 함께한다’라는 메시지를 강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김진만: 게임 자체가 유저들이 만들어나가는 부분이 많은 만큼 ‘소통’에 초점을 두고 유저 의견을 듣기 위해 노력했다. 개발 단계부터 서포터즈 선발해서 의견을 들었고, 테스트에서는 버그를 신고한 유저를 직접 찾아가 선물을 제공하며 피드백을 유도했다.
사실 우리가 내세우는 부분이 다른 온라인게임과 비교하면 아주 차별화됐다고 할 수는 없다. 더구나 빈 공간은 유저들이 채워 나가야 하기 때문에, 게임 서비스에서 유저 소통만큼 중요한 부분이 없다.
광고나 미디어를 통해 ‘유저와 함께한다’라는 메시지를 제공하고 있지만, 말로는 와 닿지 않을 거다. 마지막 테스트에서 테스터 캐릭터를 영상으로 담아 선물했더니 반응이 좋았다. 테스터 종료 후 캐릭터를 볼 수 없어 아쉽다는 의견을 수렴해 만든 콘텐츠다. 이렇듯 우리의 의지와 방향성을 행동으로서 보여 줄 생각이다.
Q. ‘소통’을 강조했지만, 게임 안이나 홈페이지에서는 다른 게임과의 차이점을 모르겠다. 모 게임에서는 피드백을 위해 별도의 시스템도 있는데, <메이플스토리2>도 준비하고 있는 게 있나?
김진만: 외부로 드러나는 시스템으로 구현된 부분은 없다. 다만 내부 프로세스가 다른 게임과는 조금 다르다. 서비스 시작도 안 한 게임에서 개발자와 운영 및 사업PM, QA가 함께 논의하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경우는 드물다. 특히 넥슨은 개발실과 라이브 서비스실이 분리돼 있어서 회사 차원에서도 이례적인 케이스다.
QA팀이 수집하고 분석한 자료를 바탕으로 개발과 운영팀에서는 유저들의 움직임을 기민하게 반영한 매뉴얼을 내놓을 수 있다. 모든 회의를 함께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지금과 같이 진행될 예정이다.
Q. 어느 궤도에 오르면 <메이플스토리1>과 같이 라이브 서비스실로 분리돼 운영되는 것 아닌가? 시간이 흐를수록 리더가 바뀌면서 지금 개발팀의 의도와 목표는 변질될 위험이 있다.
김진만: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담당자가 전부 바뀌어서 운영되는 일은 없다. 또 넥슨 내부에서 시즌별로 리더를 바꾼다는 규칙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같은 팀원들이 지금의 기조를 유지하며 서비스를 이어 나갈 계획이다. 적어도 나는 <메이플스토리2>를 계속 이끌어 나가고 싶은 욕심이 있다.(웃음)
왼쪽부터 김진만 디렉터. 오미영 기획팀장, 장성경 사업실장
Q. 지난달 열린 미디어 간담회에서 ‘매출’보다는 유저와의 케미에 집중하겠다고 말해 파장(?)이 있었다. 디렉터님 개인적인 의견이 아닌가?
김진만: 프로젝트를 처음 시작 할 때부터 팀원들에게 했던 말은 ‘우리는 대작을 만드는 게 아니다’였다. 언론에서 ‘10년 의 개발 노하우를 담은 역작’이라고 기대해 주셨는데, 솔직히 <메이플스토리1> 때도 국민게임을 만들겠다고 시작한 게 아니었듯, <메이플스토리2>도 우리가 만들고 싶은 게임 만들자는 마음에서 시작했다.
눈앞의 가시적 성과를 바라기보다는, 조금 늦더라도 게임을 통해 우리가 주고 싶었던 재미를 많은 유저들에게 제공하는 게 가장 큰 목표였다. 다행히 김정주 회장님부터 모든 경영진이 이해해 주셨는데,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큰 기대는 없었던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웃음)
온라인게임 출시가 거의 없는 시대다. 돈 들인 만큼 성공하는 게임을 보기도 어렵다. <메이플스토리1>과 같이 장수 게임으로 진입도 쉽지 않다. 과거처럼 다른 게임을 누르고 이겨야겠다는 생각보다 PC게임의 상승곡선에 기여하는 게임이 됐으면 한다. 그런 의미에서 홍보팀이나 사업팀에서 “온라인게임 다 비켜!”라는 슬로건 좀 그만 냈으면 좋겠다.(웃음)
Q. 이제 정식 서비스가 얼마 남지 않았다. 디렉터로서 개인적으로 꿈꾸는 <메이플스토리2>의 미래가 있다면?
김진만: 메르스 사태로 인해 랜파티가 취소돼 아쉬움이 많다. 오래 준비하기도 했지만, 게임 론칭 전 유저들과 모여서 ‘앞으로 잘해봅시다’라는 의미로 전야제를 치르고 싶었는데 본의 아니게 취소됐다. 론칭도 전에 유저 행사를 연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는데, 경험을 공유하는 재미를 전해드리고 싶었다.
게임에서 ‘메이뷰’를 넣은 이유도 그런 이유다. 자신의 경험을 다른 유저와 공유하며 함께 즐거워할 수 있지 않나. 개인적으로는 연말마다 열리는 시상식 같은 걸 열어보고 싶다. 수많은 유저들이 한데 모여서 너는 사냥을 열심히 했어, 너는 디자인을 열심히 했어, 하며 서로 격려하고 응원하는 거다. 모두가 나이를 먹어가며 경험을 나눌 수 있는 행사를 꾸준히 개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