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만장한 2년이었다. 신사들의 게임 <언리쉬드>가 서비스 2주년을 맞이한다. 최초 공개 당시부터 게임 달고 다녔던 선정성 논란은 물론, 당시로선 보기 힘든 전략적인 전투와 그 때문에 더욱 부각된 밸런스 논쟁까지…. <언리쉬드>의 2년은 화제와 논란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27일, 게임은 이 수많은 이야기들을 헤치고 2주년을 맞이했다. 흔치 않은 시도였기에 개발사가 자랑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고, 첫 흥행작이었기에 후회되고 아쉬움 남는 이야기도 많다. 개발사 유스티스의 정회민 대표를 만나 <언리쉬드>의 2년을 허심탄회하게 되짚어 봤다. /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 신사: 후회는 없다, 초보자가 적어져 유저 분들께만 죄송할 뿐
당시 유행하던 카드배틀 게임의 정반대 콘셉트로 게임을 내세웠었다. 카드배틀 장르가 저물어가는 와중 2주년을 맞이했는데 기분이 남다를 것 같다.
정회민 대표: 솔직히 2주년이라는 것도 잘 와닿지 않는다.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워낙 정신없는 나날이 계속돼서 2년이 어떻게 지났는지도 모르겠다. 질문을 듣고 나서야 2살짜리 게임이니 이제 밖에서 보기엔 고전게임(?)처럼 보이겠다는 생각만 떠올랐다. (웃음)
초창기 내세웠던 게임이 ‘신사들의 게임, 뽑기 없는 게임, 전략이 있는 게임’이었다. 먼저 게임의 정체성이 되어 버린 '신사들의 게임'부터 이야기를 풀어보자.
정회민 대표: 사실 처음에는 홍보할 방법이 너무 없어 선택한 콘셉트였는데 어느덧 <언리쉬드>를 대표하는 콘셉트가 되어 버렸다. 물론 나나 개발진들, 그리고 함께 한 아티스트 분들 모두 이런 콘셉트를 격하게 아끼긴 했지만….
신사 콘셉트를 너무 격하게 아낀 탓에 정식 서비스 중 게임이 성인 등급으로 바뀌기도 했다. 후회는 없나?
정회민 대표: 아쉬움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개발은 정말 즐거웠다. 극초기에 정말 소수 사람들과 아낌없이 취향을 피력했을 때도 그렇고, 나중에 아티스트 분들과 손잡고 작업할 때도 그랬다. 그 때문에 초창기에는 폭주도 많이 했다. (웃음) 그 덕에 개발 초기에 나름 지키려고 생각했던 선도 나도 모르게 넘어 버렸다. 이것은 내가 감독을 잘못한 탓이다.
그래서 수위를 조절하지 못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이 많이 한정되었다. 솔직히 사업적인 면에서도 좋은 것은 아니고, 또 유저 분들께도 게임에 신규 유저를 많이 끌어들이지 못해 죄송할 따름이다. 아무래도 게임은 지속적으로 새로운 유저가 들어와야 활기가 도는데 지금 모델로는 그게 쉽지는 않으니….
그렇다면 다시 그 때가 된다면 지금 방식을 바꿀까?
정회민 대표: (잠시 생각하다가) 아니, 다시 그 때가 와도 그대로 할 것 같다. 아쉬움은 있지만 그것이 후회는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개발자와 아티스트 모두 신나게 작업할 수 있어 가장 기뻤다. 솔직히 개발이 마냥 즐겁기만 한 일은 아닌데, 그 덕에(?) 정말 신나는 개발을 할 수 있었다.
이 즐거움의 결과물은 회사만의 것이 아니다. 계약서 상으로도, 그리고 창작 과정 상으로도 그렇다. 이 결과물은 우리와 아티스트 분들의 공동 소유다. 이를 우리의 사업적인 어려움 때문에 바꾼다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마 그 순간이 다시 한번 오더라도 지금처럼 성인 게임이 되는 것을 선택했을 것이다. 아, 물론 정말 개발 초기로 간다면 선을 잘 지켜 모두가 웃을 수 있는 결과를 고민해보긴 하겠지만. (웃음)
■ 뽑기: DLC로도 먹고 살 수 있더라
신사들의 게임과 함께 초기 <언리쉬드>가 관심 받았던 것이 '뽑기' 없는 게임이었다. 대신 스토리와 캐릭터를 판매하는 DLC 방식을 선택했는데….
정회민 대표: 전략 콘셉트와 함께 개인적으로 가장 잘 선택했다고 생각하는 부분이다. 요즘도 그렇지만, 당시 대부분의 카드배틀은 스토리 하나 없이 새로운 카드와 이벤트로만 게임을 이끌었다. 때문에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옛 콘텐츠는 가치를 잃었다. 약한 카드는 일러스트 말고는 아무런 의미가 없고, 카드배틀의 전투는 파워 상승 폭을 쫓아가지 못하는 순간 전투로서 큰 의미가 없어지니까.
그것이 싫어 생각한 것 중 하나가 스토리였다. 스토리는 설사 그 콘텐츠가 옛날 콘텐츠라고 하더라도 이야기 자체로서 의미를 가지게 가진다. 새로운 유저는 이야기 자체를 즐길 수 있고, 이미 즐겼던 유저는 그 때의 추억이 남는다. 처음 목표는 5년, 10년 뒤에 다시 플레이 해도 재미있는 콘텐츠가 목표였는데, 개인적으로는 나름 비슷하게 따라가고 있는 것 같다. 유저 분들도 그렇게 생각하셨으면 좋겠다.
그래서 DLC 만으로 먹고 살만 하던가? 솔직히 모바일게임 유저 중 스토리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 이들이 대부분이지 않은가.
정회민 대표: 우리 DLC는 스토리뿐만 아니라 캐릭터, 즉 특정한 스킬을 파는 상품이다. 보통 고난이도 스테이지를 기획할 때 그것을 돌파할 만한 키 카드를 몇 개 설정하는데, 일반 던전이나 레이드 던전에서 이를 구하기 싫은 유저는 DLC로 편하게 구하라는 취지다.
때문에 정말 스토리 만으로 먹고 살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대답하기 힘들다. 허나 뽑기 없이 이런 DLC로도 먹고 살기는 충분하더라. (웃음) 물론 뽑기처럼 폭발적인 매출 증감은 없다. 대신 DLC 출시 주기만 잘 조정하면 정액제 게임처럼 일정한 매출이 나오는 식이다. 혹시 DLC 방식으로 요금제를 구성하려는 개발자는 참고하기 바란다.
그렇다면 최근 추세에 맞지 않는 옛날 DLC는 점점 판매되지 않을 것 같은데.
정회민 대표: 그런 경향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닌데, 또 신기하게도 어느정도 필요한 카드를 갖춘 유저가 옛 DLC를 차례대로 사는 경우도 많더라. 자세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수집, 혹은 스토리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우리 아티스트 분들을 위해서라도 그랬으면 좋겠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게임들은 게임이 필요한 기믹을 정하고 난 뒤 그 위에 스토리를 끼워 맞추는 개발 방식을 취하고 있다. DLC 스토리를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이것이 제법 신경쓰일 것 같은데.
정회민 대표: <언리쉬드>는 그 반대 방식으로 DLC를 구상한다. 일러스트와 스토리가 정해진 다음에 캐릭터 스킬이 정해지는 방식이다. 덕분에 스토리 부분에서 신경쓰이는 것은 없다. 오히려 나중에 그 캐릭터에 걸맞은 스킬 만드는 것이 더 힘들지. (웃음)
개발이 힘들긴 해도 이 방식에 불만은 없다. 오히려 개발 쪽에서 콘셉트를 전달한 뒤 캐릭터와 이야기가 나오면 개성이 죽어버린다. 패키지게임 같은 느낌을 추구하는 입장에서는 그것만은 꼭 막고 싶다. 실제로 어떤 유저 분들은 캐릭터의 개성과 꼭 맞는 스킬 구성을 우리 게임의 장점이라고 말하기도 하더라.
물론 이 때문에 나중에 밸런스 면에서 생각하지도 못한 구멍이 나오는 경우도 있긴 하다. 아무래도 스킬 숫자만 천 단위이다 보니 놓치는 것이 자꾸 생기더라. 이 부분은 우리가 더 분발하는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뽑기가 없으니 결국 카드 입수 방법이 DLC와 확률 드롭 2가지로 좁혀진다. 그 중 드롭의 경우, 대부분의 키 카드가 레이드 콘텐츠의 굉장히 낮은 드롭 확률로 얻을 수 있어 불만도 많았다. 일각에서는 차라리 뽑기가 있었으면 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정회민 대표: 드롭 확률 때문에 초기 진입 장벽이 높은 것은 인정한다. 이것 때문에 서비스 초창기에는 유저 분들의 불만도 많았다. 그래도 지금은 토큰 시스템도 개편했고, 옛 레이드는 난이도나 드롭률을 조정해 초보 분들이 필요 카드를 구하기가 많이 쉬워졌다. 1년 전에는 아이템으로 카드를 조합하는 시스템까지 추가됐다. 지금 다시 시작해보면 2년 전보다는 카드 구하기가 훨씬 쉬워졌을 것이다.
■ 전략: 밸런스 조정 문제? 부족했던 소통이 가장 아쉽다
<언리쉬드>의 전투는 다양한 캐릭터의 패시브 스킬과 액티브 스킬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하나의 덱을 이루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좋아하는 유저도 많고 어려워하는 유저도 많았다.
정회민 대표: 우리 게임의 정체성이 아닐까? 애초에 <언리쉬드>를 처음 만들 때부터 카드배틀 게임처럼 무미건조한 전투를 만들고 싶진 않았다. 오히려 특정 보스를 돌파하기 위해 한참 고민하는 다소 어려운 전투를 지향했다. 지금 방식에 대해선 만족한다.
실제로 유저 분들 중에는 최고 난이도의 스테이지까지 후다닥 달린 후, 낮은 난이도의 레이드나 DLC를 차근 차근 도전하시는 분들도 계시다. 지나간 콘텐츠라도 전투의 재미가 살아있다는 것이 <언리쉬드> 전투의 가장 큰 강점이 아닐까 싶다.
물론 예상 외로 어려워하는 유저 분들도 많더라. 때문에 지금은 핵심 기믹은 유지한 채, 공격력 수치나 키카드 획득 확률 조정, 튜토리얼용 카드를 지급하는 등의 방식으로 전반적인 난이도를 낮춘 상태다. 물론 핵심 기믹은 그대로라 유저 분들이 고민해야 하는 것은 똑같지만, 이전과 달리 손을 놓을 정도는 아닐 것이다.
솔직히 신규 유저가 많이 아쉬울 것이다. 그렇다면 아예 쉽게 쉽게 진행하게 하는 것도 방법 아닌가?
정회민 대표: 확실히 이렇게 하더라도 어려워하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기믹을 포기하면 더 이상 <언리쉬드>가 추구하는 전투가 아니게 된다. 앞에서도 잠깐 이야기했지만, <언리쉬드>의 모토는 한참 뒤에 다시 플레이해도 그 때의 그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게임이다. 이를 위해선 전투도 단순히 수치로 찍어 누르는 방식이 아니라, 유저가 직접 머리 쓰고 조종해야 의미가 있다.
튜토리얼 카드의 성능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 핵심 키 카드를 얻으려면 고난이도 레이드에서 낮은 드롭 확률을 뚫거나 DLC를 구매해야 하는데, 이러한 입수 방법 때문에 밸런스 패치 때마다 잡음이 많았었다.
정회민 대표: 밸런스 패치 자체에 대해서는 특별히 후회하거나 하진 않는다. <언리쉬드>는 개발 초기부터 엔딩 시점까지의 파워 밸런스를 정해놓고 만들어왔다. <언리쉬드>의 전투 특성 상, 파워 밸런스가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엔딩 시점까지 설계해 놓은 밸런스가 모두 망가지기 때문에 패치 자체는 필수적이었다. 게임의 유지를 위해 한 작업이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는 후회가 없다.
다만, 초기에 게임의 방향을 잘못 설정했던 것이나 개발 의도를 유저 분들께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채 과하게 엄격한 패치를 한 것은 개인적으로 많이 아쉽다.
게임 방향이 바뀌었다니 무슨 이야기인가?
정회민 대표: 사실 <언리쉬드> 서비스 초기에는 PVE와 PVP 모두를 염두에 두고 밸런스 작업을 해왔다. 물론 실제 서비스 버전에서는 PVP 콘텐츠가 없었기 때문에 유저 분들이 느끼기에는 패치가 필요 이상으로 엄하고 급작스러웠을 것이다. 본래는 이러한 것을 잘 설명하고 잘못한 것이 있다면 보상도 했어야 했는데, 그런 것 없이 개발과 패치에만 급급하다 보니 유저 분들께 불편을 많이 끼쳤다.
다행히 지난 해부터는 아예 PVP 노선을 포기하고 PVE 기준으로만 밸런스를 조정해 조금은 나아졌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것 때문에 올해 말까지 다시 한번 밸런스를 갈아 엎어야 했지만, 덕분에 지금은 한숨 돌린 상태다. 일단 PVE가 기준이 된다면 PVP처럼 칼 같은 공정함을 추구할 필요도 없고, 카드 간 어느정도 상위호환·하위호환이 용납되니까.
서비스 2주년을 맞이했다. <언리쉬드>는 앞으로 어떻게 변해갈까?
정회민 대표: 머리를 써야 하는 전투, 나중에 다시 보아도 괜찮은 스토리 등 기본적인 기조는 지금과 크게 달라지진 않을 것이다. 여기에 하나 더 첨언을 하자면 '엔딩'이다.
처음 <언리쉬드>를 만들 때 목표는 패키지게임처럼 '엔딩'이 있는 게임이었다. 원래 서비스 후 3년 뒤 엔딩을 내는 것이 목표였는데, 얼마 전 시나리오를 담당하고 있는 ‘류세린’ 님에게 물어보니 이제 겨우 1/3 왔다고 하더라. (웃음) 아직 굉장히 먼 길이 남아있긴 한데 4년 뒤의 엔딩을 목표로 열심히 개발하겠다. 패키지게임처럼 정말 엔딩보는 맛이 있는 콘텐츠를 선보이겠다.
이렇게 먼 목표와는 별개로, 올해는 그동안 부족했던 소셜 콘텐츠와 1인용 심화 콘텐츠에 집중하고 싶다. 일단 올해 안에 모든 유저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월드 레이드’를 추가해 조금 더 사람냄세 나는 게임을 보여주는 것이 목표다. 이와 함께 도전과제 콘셉트로 1인용 고난이도 전투를 추가해 유저 분들이 자신의 전략을 시험해 볼 수 있게끔 하는 것이 목표다.
마지막으로 올해부터는 운영다운 운영을 하는 것이 목표다. 서비스를 시작하고 1년 간은 인원도 적고 개발도 바빠서 이벤트는커녕 운영 자체에도 부족한 점이 많았다. 그나마 작년 겨울부터 조금 여유가 생겨 다른 게임을 돌아볼 수 있었는데 정말 민망하더라. 그래서 올해부터는 어린이날이나 석가탄신일 이벤트 등을 시작했는데 반응이 정말 좋았다. 2주년을 기점으로 더 좋은 운영, 더 많은 이벤트를 선보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