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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고 꿈꾸고, 그리고 포기하지 말라” 룸즈가 말하는 ‘독립’ 개발

게임대상 최초의 ‘인디’ 우수상 '룸즈: 불가능한 퍼즐'의 김종화 대표

김승현(다미롱) 2015-11-17 18:26:47

<레이븐 with NAVER>가 게임대상을 휩쓴 가운데, 몇몇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우수작 하나가 화제가 되었다. 화제의 주인공은 <룸즈: 불가능한 퍼즐>(Rooms: The Unsolvable Puzzle). 게임대상에서 11년 만에 등장한 PC 싱글 부문 우수작이자 우수작 최초의 인디 게임이다.

 

<룸즈: 불가능한 퍼즐>은 핸드메이드게임 김종화 대표가 만든 퍼즐 게임이다. 전작 <룸즈: 더 메인 빌딩>처럼 뒤죽박죽 뒤섞인 방을 재배치하고 방안에 배치된 사물을 활용해 저택을 탈출해야 하는 게임이다. 전작은 이 독특한 게임성 덕에 작품성과 흥행성 두 마리 토끼를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허나 후속작 <룸즈: 불가능한 퍼즐>은 전작과 달리 가시밭길을 걸어왔다. 게임은 2013년 <더 맨션: 퍼즐 오브 룸즈>라는 제목으로 출시됐다. 당시 김종화 대표는 게임 특성 상 유료로 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퍼블리셔는 당시 대세인 부분유료화 모델을 강행했다. 수익은 적었고 퍼블리셔는 수익을 위해 게임과 맞지 않은 유료 아이템을 요구했다. 게임은 머리 쓰는 퍼즐에서 아이템을 사야만 하는 퍼즐로 변질됐다.

 

김종화 대표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퍼블리셔에게 떨어져 나와 2015년, 부분유료 모델을 삭제하고 새로운 퍼즐을 더한 '유료' 게임 <룸즈: 불가능한 퍼즐>을 스팀에 출시했다. 콘텐츠 볼륨만 기존 대비 1.5배 증가한 '룸즈 2.5'라고 할 수 있는 버전이었다. 그의 노력은 대한민국게임대상 최초의 인디 우수작이라는 형태로 보답됐다. 김종화 대표는 "이제서야 조금씩 인정받게 된 것 같아 기쁘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게임대상에서 PC/비디오 부문 우수상과 인디게임상을 수상한 핸드메이드게임 김종화 대표

 

 

■ 자본이, 그리고 시장이 내 게임에 손대는 것이 싫었다


 

김종화 대표는 대학 시절부터 10여 년 간 꾸준히 독립 개발을 해 온 개발자다. 미국 USC를 다니던 시절, 한 회사로부터 스카웃 제의도 받아봤고 몇년 전에는 국내 게임사와도 일해봤지만 그의 생각은 바뀌지 않았다.

 

그가 처음 독립 게임 개발을 마음 먹은 것은 IGF에 출전했을 때였다. 당선작인 <다위니아>(Darwinia)의 개발자가 시상식장에서 “우리는 퍼즐리셔와 일하지 않는다. 우리는 퍼블리셔가 게임을 망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라고 말하고 기립박수를 받았었다. 이 때의 경험은 김종화 대표를 ‘인디’의 세계로 안내했다.

 

김종화 대표는 <더 맨션: 퍼즐 오브 룸즈>을 개발하며 자신의 작품이 게임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에 의해 변질되는 것을 실시간으로 체험했다. 게임을 ‘개발자가 말하고 싶은 것을 전해주는 매개’로 생각했던 그에겐 큰 충격이었다. 더군다나 이 결정을 한 이들은 중간에 프로젝트를 빠져나갔고 그와 일선 개발자들만 피해 입게 되었다. 독립하지 않으면 꿈꾸는 것을 만들지 못한다는 생각이 굳어졌다.

 

어긋난 부분 유료화 탓에 전작의 사칭 게임이라는 소리까지 들었던 <더 맨션: 퍼즐 오브 룸즈>

 

김 대표는 퍼블리셔에게 독립해 ‘유료’ PC 게임인 <룸즈: 불가능한 퍼즐>을 스팀에 출시했다. 그가 추구하는 독립이란 자본이 개발에 개입할 가능성에 대한 독립이자, 개발자의 마음이 돈이나 시장과 같은 외부 요인에 영향 받을 가능성에 대한 독립이다. 자본에 독립하려면 개발·홍보는 물론 스스로의 생계도 책임져야 한다. 그리고 자신이 꿈꾸는 것을 만들 때까지 이런 어려움을 계속 견뎌내야 한다. 

 

어떤 의미에서는 자급자족하며 마음 닦는 수도자에 가까운 모습이다. 고된 길이었고 상업적인 성공과도 거리가 먼 나날이었다. 스팀 시스템을 잘 몰라 출시하며 쓴맛을 보기도 했고 부족한 관심 때문에 개발시간을 쪼개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며 게임을 알렸다. 게임대상에 출전하면서도 마음 한편에는 ‘이 기회에 게임을 홍보하자’라는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이런 고생이 아깝지 않았다. 김종화 대표가 자신의 진정한 아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더 맨션: 퍼즐 오브 룸즈>가 아니라 <룸즈: 불가능한 퍼즐>이다. 스태미너나 유료 아이템 등 그의 메시지를 흐리는 요소 하나 없이, 자신이 전달하고 싶은 것을 오롯이 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룸즈: 불가능한 퍼즐> 홍보 영상 

 

 

■ 살아남고, 꿈꾸고, 그리고 포기하지 마라


 

김종화 대표는 수상식에서 “독립적으로 만들어진 게임들이 더 주목 받고 다양성과 실험정신이 넘치는 게임계가 되길 바란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사람이 한 음식만 먹고 살 수 없듯이 다양한 게임이 나와야만 시장도 게이머도 건강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물론 현실은 쉽지 않다. 한국은 독립 개발자에게 가혹한 곳이다. 사회는 물론 엔터테인먼트 분야까지도 다양성이 굉장히 낮게 허용한다. 새로운 시도를 하는 이도 적고, 새로운 시도가 나와도 다른 주류 게임에 묻히기 십상이다. 김 대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인들과 ‘아웃 오브 인덱스’라는 실험 게임 축제를 운영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김종화 대표는 다른 독립 개발자들에게 조언하는 것은 간단하다. ▲ 생존할 수 있을 만큼의 수익을 만들 것, ▲ 매 작품마다 자신이 만족할 수 있는 창조성을 추구할 것, ▲ 꿈을 이룰 때까지 포기하지 말 것. 그가 인상 깊게 읽은 가마수트라 칼럼의 일부이자, 그가 추구하고 있는 과정이다.

 

“자본이나 시장이 자신의 작품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 싫다면, 그 대리자들 대신 자신이 직접 자본과 시장과 맞서야 하지 않을까요? 힘든 길이지만, 그곳에는 자유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포기하지 않고 계속 걷다 보면 서서히 인정도 받게 되겠죠.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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