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 라자 M>은 IP(지적재산권) 이용 게임 중에선 이질적인 작품이다. <드래곤 라자 M>은 IP 게임이 으레 노리는 마니아 층에게는 비판 받는 반면, 원작 <드래곤 라자>를 모르거나 가볍게 읽은 이들에게는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 결과, 게임은 마니아들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구글플레이 매출 9위라는 높은 성적을 기록 중이다. 올해 신작 중에선 가장 좋은 성적이다.
하지만 개발사 ‘비전브로스’와 퍼블리셔 ‘로코조이’는 이를 마냥 즐거워하지 못하고 있다. 이미 예상 이상의 모객으로 십수 시간의 긴급점검을 한 게임. 보강해야 할 것도, 유저들의 새로운 요구도 산더미다. 그리고 무엇보다 <드래곤 라자>의 엔딩이 멀지 않았다.
과연 <드래곤 라자 M>은 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할 계획일까?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는 로코조이 인터내셔널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 시간 쫓겨 못살린 원작 묘사, 차근차근 바꿔가겠다
지금은 승승장구하고 있는 <드래곤 라자 M>이지만, 출시 직후에 이를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당일에는 무려 17시간 동안 긴급점검을 했었고, 간신히 점검이 끝나니 원작 팬들은 게임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어떤 점은 퍼블리셔의 예측 실수였고 어떤 점은 사업적인 타협이었다.
그래서 그럴까? 두 사람이 인터뷰에서 처음 꺼낸 말은 사과였다. |
파란만장한 2주를 보냈을 것 같다. 좋은 일도, 나쁜 일도 많은 나날이었는데 지금 기분이 어떤가?
이해주 PM: 유저 분들께 정말 죄송하고 또 감사하다. 출시일에 정말 큰 잘못이 있었다. 우리가 유저 수를 잘못 예측해 무려 17시간짜리 점검을 하고 말았다. 이 때문에 많은 분들이 불편하고 또 실망하셨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찾아와 주시고 즐겨 주셔서 정말 죄송하고 감사하다.
유관민 팀장: 사전등록 데이터 기반으로 유저를 예측했는데, 그 2배의 분들이 오셔서 깜짝 놀랐다. 물론 파이널 테스트 빌드였다면 여기까진 버틸 수 있었겠지만, 오픈하며 추가한 이벤트 기능이 부하를 일으켜 문제가 커졌다. 이것에 대해서는 정말 100번 사과해도 모자라다.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드래곤 라자 M>은 이미 뼈대가 완성된 게임에 <드래곤 라자> IP를 더한 작품으로 알고 있다. 사실상 다른 줄기에서 시작된 것을 하나로 합친 작업이었는데, 어려운 점은 없었나?
이해주: 원작과 게임 사이에 중간점을 찾는 것이 가장 고민이었다. 사실 IP라는 것은 강력한 무기이자 족쇄다. 예를 들어 <드래곤 라자>만큼 이야기와 캐릭터가 매력적인 작품은 거의 없다. 이건 우리가 가진 무기다.
다만 반대로 <드래곤 라자>를 그대로 게임으로 옮기는 것은 쉽지 않다. 그대로 옮기기엔 모바일 RPG와 적합하지 않은 진행도 많고, 몬스터를 만드는 것도 까다로운 편이다. 이걸 기존 모바일 RPG 문법에 어떻게든 납득되게 하는 것이 힘들었다. 솔직히 이 부분은 타협도 많이 했다. 개인적으로는 많이 아쉬운 부분이다.
때문에 원작 팬들의 평은 좋지 않다. 일부 게임적 허용은 어쩔 수 없더라도, 원작과 게임의 묘사가 다르거나, 원작에선 나올 수 없는 적들이 등장하는 등 납득하기 힘든 것도 많으니까.
유관민: 인정한다. 사실 모바일 게임은 출시 시기가 중요하기 때문에 시간에 쫓겨 타협한 것도 많다. 이 부분은 어디까지나 우리 사정이고, 팬 분들의 불만에 충분히 공감한다. IP 게임임에도 그 구현이 충분치 못했다는 것이니까.
더욱 죄송스러운 말은 당장 급한 최적화나 밸런스 작업 때문에 이것을 빨리 수정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다만 한가지 약속할 수 있는 것은, 늦어지더라도 부족한 디테일은 어떻게든 하나씩 고쳐가겠다는 것이다. 솔직히 나도 원작을 읽은 사람으로서, 그림자 있는 세이크리드 랜드는 싫다. 이 부분은 작은 것이라도 꾸준히 고쳐가며 세부적인 것들을 보강하겠다.
※ 세이크리드 랜드: 특정 신의 권능만 임한 땅. 원작에서는 모든 사물의 그림자가 없어진다고 묘사됐다.
■ 실시간 레이드 추가! PVP의 액션성을 확장하겠다
이래저래 말 많은 <드래곤 라자 M>이지만, 게임 자체는 매출 9위로 순항 중이다. 원작 특유의 스토리도 스토리지만, 가장 많이 호평받은 것은 상성은 물론 카운터나 공중 콤보까지 세세하게 구현된 액션이다. 로코조이의 목표는 아직은 PVP에 집중된 액션을 협동이나 고난이도 싱글 콘텐츠 등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
초반 악재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드래곤 라자 M>의 어떤 점이 이것을 이끌었다고 생각하는가?
유관민: 솔직히 요 며칠 간은 최적화와 업데이트 때문에 정신이 없어 이걸 심도 깊게 연구하진 못했다. 그냥 개인적인 의견을 말하자면, 먼저 개발사에 공을 돌리고 싶다. 비전브로스가 액션을 워낙 잘 만들어줬고, 또 그것을 원작 캐릭터의 콘셉트와 큰 위화감 없이 잘 합쳐줬다. 덕분에 커뮤니티에서도 투기장(PVP) 관련 이야기가 가장 많다.
여기에 <드래곤 라자>라는 IP가 가진 강력함도 빠질 수 없다. 사실 원작 자체는 20년 가까이 됐지만, 아직도 젊은 유저이 <드래곤 라자>를 알고 있을 정도로 강력한 IP다. 솔직히 이 부분은 우리가 처음 IP를 계약했을 땐 생각하지도 못했던 부분이었다.
이해주: 사실 모바일 RPG만큼 스토리와 거리 있는 장르는 없다. 그런데 <드래곤 라자 M>를 담당하며 “지나간 스토리를 보여주세요”라는 요청을 처음 들었다. 정말 원작의 힘이 대단하더라. 이 기능은 팬서비스 차원에서라도 꼭 구현할 생각이다.
현재는 엔드 콘텐츠가 투기장, 길드전 같은 PVP 중심이다. 앞으로의 업데이트 방향성도 PVP 중심일까?
유관민: 액션성 강한 게임이다 보니 이를 더 강화하고 싶은 욕심은 있다. 하지만 PVP는 본질적으로 진입장벽이 높은 콘텐츠다. PVP 관련해서는 당분간 지금 있는 콘텐츠들의 장벽을 낮추는 방향이 될 것 같다.
이해주: 오히려 지금 준비하는 것은 싱글이나 협동 콘텐츠에서도 PVP같은 실시간 동기화 액션을 선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먼저 ‘실시간 레이드’를 추가할 계획이다. 3명의 유저가 캐릭터 하나씩 고르고 거대 보스를 공략하는 콘텐츠다. 다른 콘텐츠와 달리 TPS 시점이기 때문에 보다 색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3인 협동 콘텐츠라고 했는데, 유저 간 시너지 요소가 있을까? <드래곤 라자 M>은 다른 RPG에 비해 캐릭터 역할이 적은 편 아닌가?
유관민: <드래곤 라자 M>에는 캐릭터 별로 특화 패시브가 있다. 어떤 캐릭터는 파티원의 힘을 올려주고, 어떤 캐릭터는 파티원에게 공포에 걸리지 않는 효과를 주는 식이다. 레이드는 이런 특화 패시브를 고려해 팀을 짜는 방식이 될 것이다.
이해주: 3인 레이드 추가 뒤에는 캐릭터들의 능력치를 강화할 수 있는 ‘제련’ 시스템도 추가된다. 어떤 능력치를 강화하느냐에 따라 캐릭터의 성능도 달라지니, 보다 다양한 조합이 가능할 것이다.
우리 목표는 여기에 상반기 내에 ‘실시간 20인 레이드’까지 추가하는 것이다. 참고로 20인 레이드는 <던전앤파이터>의 ‘안톤 레이드’처럼 여러 파티가 동시에 여러 던전을 공략하는 식이 될 것이다.
■ 엔딩 이후의 이야기? 늦더라도 신중하게
현재 성적도 좋고 상반기 내 나올 콘텐츠도 많은 <드래곤 라자 M>이지만, 로코조이와 비전브로스의 표정은 마냥 밝지 않다. 원작 <드래곤 라자>는 이미 완결된 작품. 그리고 <드래곤 라자 M>에 구현된 콘텐츠도 딱 엔딩까지다. 후치의 모험은 끝났지만, 로코조이와 비전브로스의 모험은 이제 겨우 시작인 셈이다. 그것도 <드래곤 라자>라는 전설적인 성역을 더럽히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을 달고. |
보통 모바일 RPG는 다양한 캐릭터를 육성하는 재미로 플레이 한다. 특히나 <도탑전기>류 게임은 이런 성격이 더 강한데, <드래곤 라자 M>은 영웅이 적은 편이더라. 혹시 원작 때문인가?
유관민: 캐릭터 추가에 있어 원작 이슈는 크지 않다. 오리지널 캐릭터가 추가될 수도 있고 또한 아직 원작 캐릭터도 다 추가되지 않았다. 실제로 다음에 추가될 영웅은 원작에서 큰 비중을 가지고 있는 ‘타이번’과 ‘시오네’다.
오히려 캐릭터 추가에 있어 신경 쓰고 있는 것은 밸런스다. 원작이 있는 만큼 캐릭터를 추가할 때도 원작의 성격과 전투 스타일을 맞춰야 하고, 여기에 캐릭터 간의 밸런스와 차별성도 고려해야 한다. 이 때문에 다른 RPG같은 백 단위의 캐릭터는 힘들 것이다.
이해주: 오히려 원작 때문에 힘든 것이 있다면 ‘레이드’다. <드래곤 라자>는 게임처럼 주인공들이 ‘드래곤’을 쉽게 잡을 수 있는 세계가 아니지 않은가. 그렇다고 중간보스급(?) 몬스터가 많은 것도 아니고. 이 부분은 원작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게임적인 재량을 발휘하려 한다.
그렇다면 스토리는 어떻게 될까? <드래곤 라자 M>엔 이미 원작의 마지막 이야기까지 구현된 것으로 알고 있다.
유관민: 솔직히 이것에 대해서는 아직 뚜렷한 답을 찾지 못했다. <퓨처워커>나 <그림자 자국>처럼 <드래곤 라자> 세계관과 연결된 다른 IP를 사오는 것도 고려하고 있고, 아니면 아예 독자적인 이야기를 만드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사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모두를 만족시킬 순 없을 것이다. 독자적인 이야기를 만들면 원작 팬들에겐 더 이상 <드래곤 라자> 게임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고, 반대로 다른 IP를 빌리면 정작 <드래곤 라자>와는 너무 동떨어진 이야기라 게임성이 떨어질 것이다. 이것에 대해서는 조금 늦어지더라도 길게 보며 신중하게 결정할 계획이다.
그것을 결정하고 콘텐츠를 만들면 너무 늦어지지 않을까? 유저들은 항상 개발자의 생각보다 빨리 움직이지 않는가.
이해주: 다행히 현재 가장 많이 진행한 유저도 전체 스토리의 70% 수준에 도달했을 뿐이다. 일반 유저들의 속도가 이보다 늦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리고 점점 높아지는 난이도를 감안하면 아직 여유는 있다. 또한 <드래곤 라자 M>은 싱글 스테이지가 전부인 게임이 아니다. 이미 투기장이나 대미궁 같은 콘텐츠가 존재하며, 조만간 레이드 등의 신규 콘텐츠도 추가된다.
유관민: 싱글 콘텐츠 확장도 중요하지만, 지금 더 신경 쓰고 있는 것은 원작 느낌을 최대한 살리고 보강하는 것이다. 사실 IP 게임으로선 당연한 얘기지만, 출시 전에는 여러 사업적인 이슈로 이것에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 출시된 뒤에야 우리가 성역에 발을 디디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웃음)
물론 후속 IP를 계약하든, 오리지널 스토리든 간에 모두를 만족시키진 못할 것이다. 하지만 <드래곤 라자>라는 이름을 빌린 만큼, 다음 이야기는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리 모두가 최대한 납득하고 만족할 수 있는 수준으로 만들고 싶다.
마지막으로 유저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유관민: 부족한 점이 많았음에도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셔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그저 죄송하고 감사할 따름이다. 앞으로 부족한 점은 고치고 추가하며 더 나은 게임으로 만들어 가겠다. 앞으로도 많은 사랑과 관심, 그리고 지적 부탁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