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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없길래 그냥 만들어 봤어요” 흔한 닌텐도 덕후의 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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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예원(꼼신) 2016-06-24 09:44:31

 

대체 덕질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요? 여기, 평범해 보이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한 능력자(덕후)가 있습니다. “없으면 만들면 되지”라는 흔한 능력자들이 보여주는 모토에 따라 생각지도 못한 걸 만들어 냈거든요. 

 

많은 닌텐도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 이미지 한 장, Wii U 전용 타이틀 <스플래툰>의 한글판 패키지 이미지가 이번 이야기의 시작입니다. 과연 그는 무엇을 만들었길래 사람들을 감쪽같이 속일 수 있었던 걸까요? 디스이즈게임이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디스이즈게임 송예원 기자

 

  


 

Q. 간단하게 자기 소개 부탁 드려요. 

 

파도타기: 안녕하세요.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있는 닌텐도 팬인 닉네임 Padotagi(파도타기)라고 합니다. 

 

Q. <스플래툰> 한글 폰트를 만들게 된 동기가 무엇인가요?

 

파도타기: 2016년 5월 28일을 기점으로 Wii U 소프트 <스플래툰>이 발매된 지 1주년이 됐습니다. 그래서 닌텐도 펜으로서 뭔가 기념적인 것을 해 보고 싶었는데요, 한국에서는 Wii U와 <스플래툰>이 정발되지는 않았지만 ‘만약 정발됐을 때, <스플래툰>만의 귀엽고 독특한 오징어 폰트가 한글로 나오면 어떤 느낌일까?’ 하는 생각이 들어 한글 폰트를 한 번 만들어보게 됐어요. 

 

Q. 꼭 한글 폰트를 만들어야 했던 이유가 있었나요?

 

파도타기: 원래는 게임 로고인 <스플래툰>만 한글로 작업하려고 했었는데요, 굳이 폰트를 만든 이유는 게임 정보를 볼 때도 원문의 느낌을 그대로 느꼈으면 해서였어요. 제가 가끔 루리웹에 Wii U와 닌텐도 3DS 정보글을 올리고 있는데요, 보통 이미지에 일본어가 적혀 있으면 한국 유저분들이 원문 느낌 그대로 이해하실 수 있도록, 포토샵으로 한글 번역/수정 작업을 거쳐 올리고 있어요.

  

하지만 <스플래툰> 정보 같은 경우에는 일본어가 전용 서체인 오징어 폰트로 적혀있기 때문에, 제가 가지고 있는 한글 폰트로는 원문 느낌을 낼 수가 없더라고요. 

 

물론 현재 무료로 배포되고 있는 ‘210 동화책’이라는 폰트가 오징어 폰트의 느낌과 비슷하지만, 한글만 비슷할 뿐 영어, 숫자, 기호 등은 전혀 달라서 원문 느낌이 나지 않았습니다. 마침 <스플래툰> 발매 1주년도 됐고,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서 오징어 폰트 느낌 제대로 나는 한글 폰트를 만들어 보기로 했어요.

 

 

 

Q. 일반인(?)이 보기엔 쉽지 않은 작업 같은데,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파도타기: 아무래도 11,172자나 되는 한글을 만드는 건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상용한글 2,350자만 딱 만들려고 했는데, 하다 보니 중간에 만드는 걸 빼 먹은 글자들이 너무 많았어요. 글자가 많다 보니 어떤 게 빠진 건지 헷갈리기도 하고. 아예 11,172자를 전부 만들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 부분도 힘들었지만, 처음 만져 본 폰트 제작 프로그램 다루는 것도 만만치 않았어요. 무슨 기능이 있는 지도 모르겠고, 한 자 한 자 추가 할 때마다 프로그램이 버벅거려서 멈추기도 하고. 여기서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았네요.

  

Q. 그렇게 힘들게 만들었는데 폰트를 무료로 배포하셨어요. 아깝지는 않으세요? 

 

파도타기: 제가 예전에 공모전에서 당선된 캐릭터가 있는데, 우연히 제 캐릭터가 다양하게 쓰인 모습을 발견할 때마다 반갑기도 하고 참 뿌듯하더라고요. 이번에 만든 <스플래툰> 한글 폰트도, 많은 분들이 다양한 곳에서 유용하게 써 주신다면 그 만한 보람도 없을 것 같아요. 아직 베타버전이지만 원하시는 분들께 메일로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Q. 사실 <스플래툰>뿐만 아니라 Wii U는 정식 발매 제품이 아니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플래툰> 알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파도타기: 초등학생 때부터 닌텐도 팬이다보니, 닌텐도에서 발매되는 게임들은 대다수 관심을 두고 있어요. 그런데 <스플래툰>이 처음 발표됐을 때, 처음엔 캐릭터들이 뭔가 비호감으로 느껴졌어요. 색깔이 너무 화려한데다 눈매도 마음에 안 들고 게다가 제가 원래 슈팅게임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거든요. '음... 새로운 게임이 나왔구나' 하고 그냥 넘겼었지요. 

 

올해 초에 <마리오 카트 8>과 <슈퍼 마리오 메이커>가 하고 싶어서 Wii U를 구입했었는데, 먼저 구입하신 분들 대부분이 <스플래툰>은 필구 소프트라고 추천하시더라구요. 다들 추천하시니까 트레일러와 플레이 영상을 보다보니 캐릭터들에게 정이 들게 되었고, 점점 게임이 마음에 들기 시작했습니다.

 

<스플래툰>을 구입한 이후에는, 그렇게 좋아하던 마리오 카트는 안중에도 없고 Wii U 켜면 오직 <스플래툰>만 즐기고 있습니다. 단순히 적을 쏴서 죽이는 다른 슈팅게임과는 다르게, <스플래툰>은 자기 팀의 컬러로 바닥을 칠하는 게 주 목적이기 때문에 슈터, 차저, 롤러, 슬로셔 등 다양한 무기로 칠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물론 상대방을 쓰러뜨리는 재미도 있고요. 그렇다 보니 휴일에는 저녁에 시작하면 어느 새 아침 해가 뜨는 경우도 많아요.

 

Q. <스플래툰>을 즐기며 아쉬웠던 점이 있었나요?

 

파도타기: 저는 비록 일본판 Wii U와 <스플래툰>을 구입했지만, 한국에 정발되지 않은 점에 대해서 정말 아쉽게 생각됩니다. 비슷한 장르의 <오버워치>보다 세상에 먼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인지도는 바닥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유저와 <스플래툰>을 즐기고 이야기하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다행히 소수 유저들이 모인 밴드가 있지만, 다음 차세대기는 꼭 국내에 정발돼서 좀 더 많은 분들이 <스플래툰>의 재미를 알아봐주시고 해 보셨으면 좋겠어요. 

 

 


 

 

Q. 블로그를 살펴보니 닌텐도 게임 패키지 한글 로고나 패키지 디자인 작업을 해오셨더라고요. 이런 작업을 하고 계시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파도타기: 2007년 한국닌텐도가 설립됐을 무렵, 누군가 아직 발매되지 않은 게임의 한글판 로고와 패키지 사진을 올리신 것을 보았습니다. 보신 분들이 다들 '진짜인 줄 알았다', '잘 만들었다', '이렇게 나왔으면 좋겠다'는 등 반응이 좋았는데요, 마침 포토샵을 공부하고 있었을 때라, 저도 한 번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시작하게 됐어요. 제가 만든 것들을 보신 분들의 반응도 궁금하기도 하고, 나중에 정발됐을 때 전문가가 만든 로고와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알고 싶기도 했고요. 지금은 디자인 공부 겸 취미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Q. 평범한 사람들이 보면 쉽지 않은 작업이에요. 평소 이런 작업을 하면서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파도타기: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쓸데없는 시간낭비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저는 제 취미 중 하나로써 재미있게 작업하고 있어요. 다 만든 후에는 예전에 만든 작업물과 비교하면서, 제 실력이 어느 정도 좋아졌는지 알 수 있어서 좋기도 하고요.

 

 


 

 

Q. 닌텐도 게임 외 게임도 많이 하시나요? 게임 라이프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 부탁 드려요.

 

파도타기: 초등학생 때에는 컴퓨터로 온라인 게임도 했었는데요, 게임보이 어드밴스를 구입한 이후에는 오직 닌텐도 게임기로만 게임을 즐기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친구들 사이에서 <스타크래프트>나 <리그오브레전드>, <던전앤파이터> 등 온라인 게임 이야기엔 끼지도 못해요. 

 

<스플래툰> 외에 좋아하는 게임은 <포켓몬 시리즈>, <마리오 시리즈>나 퍼즐 게임, 리듬 게임 장르를 좋아하는데요, 특히 리듬 게임 중에서 <대합주! 밴드 브라더스>를 가장 좋아합니다.

 

2004년 닌텐도 DS와 함께 동시 발매된 이후 <대합주DX>, 3DS용 <대합주P>로도 발매된 음악 소프트인데요, 이 게임은 아무래도 곡마다 라이선스가 있어서인지, 여태까지 정발된 적은 없어서 모르시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각 악기 파트별로 연주는 물론이고, 직접 악보를 보며 곡을 만들 수도 있어서, 2005년 구입 이후 지금까지도 즐기고 있는 시리즈에요. 덕분에 기본/드럼 악보도 읽을 수 있고, 노래 들으면 악기 파트별로 구별하는 등 게임하면서 음악 공부도 하게 됐네요.

 

이 게임을 이용해서 Wii 소프트 <슈퍼 마리오 갤럭시 2>의 메인 테마를 만들어보기도 했어요. 마침 닌텐도에서 ‘대모집! 게임뮤직 콘테스트’를 열어서 출품했는데, 테마 부문에서 일본인 고수들을 제치고 운 좋게 우승했습니다. 메인 테마 만드신 닌텐도 작곡가분이 직접 코멘트도 달아주셔서 정말 꿈만 같았어요.  그 이후로 <대합주>를 인생 게임으로 정했습니다. 물론 <스플래툰>도요. (웃음)

 


 

 

Q. 앞으로의 계획이나 꿈은 무엇인가요?

 

파도타기: 어렸을 때부터 닌텐도에서 일하는 게 꿈이었지만, 최근 한국닌텐도 구조조정 소식을 듣고 미래가 좀 암울한데요. 현재 시각디자인에 복수전공으로 일본어를 하고 있어서, 두 가지를 살릴 수 있는 곳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현재 <스플래툰> 폰트는 완전히 완성된 건 아니지만, 베타버전을 원하시는 분들께 메일로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필요하신 분들은 블로그에 댓글 남겨주시면 보내드리고요, 부족한 부분은 앞으로 계속해서 추가해 배포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비록 Wii U가 정발되진 않았지만, 나중에 NX가 정발된다면 <스플래툰> 꼭 구입하셔서 <오버워치>만큼은 아니지만 국내에서 대회도 열리는 등 활성화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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