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사막>이 북미-유럽에서 패키지 판매량 70만 장을 기록했다. <검은사막> 북미-유럽 서비스 반 년 만에 만든 기록이다.
'패키지'라는 선택지도, 그리고 70만 장이라는 판매량이 만든 매출도 한국 MMORPG 중에서는 이례적인 것 뿐이다. 카카오게임즈는 왜 이런 극단적인 선택지를 골랐으며, 어떻게 이런 성적을 만들어냈을까? 게임스컴에서 만난 카카오게임즈, 펄어비스의 이야기를 정리했다. /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왼쪽부터 펄어비스 고도성 PM, 최서원 실장, 김재희 팀장, 카카오게임즈 유럽법인 김민성 법인장, 류지철 CTO, 박유진 PM
출시 반 년 만에 패키지 판매량 70만 장을 기록했다. 게임의 어떤 요소 덕이 이런 성적을 얻은 것 같나?
고도성 PM: 북미-유럽 유저들이 사실성을 꼽더라. 유럽이라는 세계 자체를 그대로 옮긴 듯한 느낌이 인상적이라고. 본래 <검은사막>은 개발 초기부터 글로벌을 목표로 개발한 게임이다. 그래서 화풍이나 그래픽, 시스템 등이 한국 MMORPG와는 다소 이질적이었고. 처음에는 이것 때문에 고민이 많았는데, 이렇게 인정받게 되어 기쁘다.
동양인의 감성으로, 서구 유저들의 입맛을 맞춘다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고도성: 맞다. 실제로 처음 북미-유럽 유저들 의견을 듣기 시작했을 때,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 다른 것이 너무 많아 놀랐었다. 예를 들어 커스터마이징 하나만 하더라도, 우리는 검은 피부도 구리빛, 코나 턱도 적당히 둥글게 만들었다. 하지만 서양 유저들의 생각은 다르더라. 그들은 보기 좋은 검은 피부가 아니라 진짜 검은 피부를 원했고, 예쁜 날카로움이 아니라 진짜 날카로움을 원했다.
김재희 팀장: 콘텐츠도 극단적인 것을 좋아했다. <검은사막> 한국 버전은 유저 편의성을 위해 밤인데도 사물 분간이 쉽고, 비도 가랑비 수준이다. 하지만 서양 유저들은 정말 밤다운 밤을, 주변도 분간하기 힘든 폭우를 원하더라. 이런 감성적인 부분은 계속 현지 의견을 들으며 맞춰가고 있다.
현지화 작업 중 특히 어려웠던 것을 꼽자면?
박유진 PM: 번역, 특히 명사 번역을 꼽고 싶다. 우리는 유럽인들이 아니다 보니, 캐릭터 이름을 지을 때 적당히 그럴싸해 보이는 이름을 붙이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걸 현지인에게 보여주니 너무 어색하고 이상하다고 하더라. 솔직히 이것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어쩔 수 없이 NPC 이름과 설정을 일일이 알려주고, 그것에 대한 피드백을 들었다. 게임 내 NPC만 수천 명 되는데, 이걸 각 언어에 맞춰 다 검증하려니 죽겠더라. 감성적인 영역이다 보니 '툴'로 해결할 수도 없고. 결국 일일이 시간 들이고 손을 맞춰가며 이름을 다시 지었다.
# <검은사막>이 패키지 방식을 선택한 이유
북미-유럽에서 '바이 투 플레이'(디아블로 3처럼 패키지만 사면 플레이가 무제한인 모델) 방식을 써 주목 받았다. 온라인게임으로선 희귀한 방법이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박유진: 자신도 있었고, 또 선택지도 많지 않았다. (웃음) 일단 한국과 달리, 북미-유럽에선 '프리 투 플레이'는 정말 천대받고 배척 받는 방식이다. 한국처럼 하면서 욕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처음부터 선택지에서 배제할 정도로 민감해한다. 그런데다가 우리 론칭 전, 프리 투 플레이 방식의 한국 게임이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한국 프리 투 플레이에 대한 불신이 피어나던 시기였다.
우리는 이것이 가장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프리 투 플레이는 아예 배제했다. 그럼 남은 것이 별로 없었다. 월정액제와 바이 투 플레이. 이 중 월정액제는 사실상 시장성이 떨어지는 방식이다. 그래서 자연히 바이 투 플레이로 방향을 틀었다.
어찌보면 패키지+부분유료화(정확히는 추가 유료화)다 보니 진입장벽이 높은 방식이다. 하지만 패키지에 익숙한 북미-유럽이다 보니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 <검은사막>에 대한 자신도 있었고. 결과적으로는 좋은 모험이었던 것 같다. (웃음)
그래서 그런지, 얼마 전 '밸류팩'(캐시로 추가 경험치 등을 주는 상품) 판매 때는 유럽 유저들이 많이 반발했다.
고도성: 아무래도 유저들은 바이 투 플레이를 '월정액' 감성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 그랬던 것 같다. 허나 밸류팩의 경우, 한국과 달리, 어드밴티지가 30%에서 10%로 줄어 있었고, 또한 1일짜리 밸류팩은 마일리지 샵에 추가해 게임만 열심히 해도 얻을 수 있도록 바꿨다. 이에 대한 소통과 안내가 부족했던 것 같다.
패키지가 팔리려면 결국 유저가 그 게임을 기대할 정도로 '알고' 있어야 한다. 마케팅 딴에서 고민이 많았을 것 같은데….
박유진: 쉽지 않았다. 한국 같은 경우, 네이버 같은 일부 대형 통로만 잘 잡으면 쉽게 마케팅이 된다. 하지만 북미, 유럽은 이런 대세 통로가 없었다. 직접 매체 만나고, 이벤트 고민하며 브랜딩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가장 효과적이었던 것이 올해 초 실시했던 '커스터마이징 이벤트'였다. 커스터마이징이 <검은사막>의 화풍과 자유도를 잘 보여준다고 생각해 시작한 이벤트였는데, '퓨디파이' 같은 유명인이 호응해 줘 기대 이상의 효과를 얻었다.
김민성 법인장: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단편적인 사례일 뿐이다. 마케팅과 브랜딩은 지금도 계속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다. '바이 투 플레이'는 다른 방식보다 진입장벽이 높으니까. 지금도 유럽법인 사옥에서는 직원들이 페이스북, 구글, CPA 등을 공부하고 연구하느라 정신 없다. 마케팅은 다변화가 정답인 것 같다.
유럽은 굉장히 다양한 언어와 문화가 뭉쳐있는 곳이다. 이에 대한 어려움은 없었나?
박유진: 의외로 언어에 대한 문제는 없었다. 사실 유럽에서 주로 쓰이는 언어는 한정되어 있다. 독일어권, 프랑스어권, 영어권 같은 식으로. 그리고 오랫동안 같이 생활하다 보니 다른 언어에도 익숙한 편이다. 주언어가 다르다고 문화가 크게 차이 나는 것도 아니고. 이 부분은 의외로 큰 문제가 아니었다.
오히려 예상치 못했던 것은 '기후', 정확히는 그로 인한 문화였다. 방학이 성수기인 한국과 달리, 유럽은 여름방학이 보릿고개다. 우중충했던 날이 풀려, 사람들이 전부 집 밖으로 나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처음에는 이 사실을 몰라 엄청 당황했다. 우리가 성수기라고 생각했던 때, 성적이 나오지 않았으니까. 나중에 이걸 알고 이벤트 계획을 다시 세우긴 했지만, 그 땐 얼마나 당황했는지 모른다.
# 줄어드는 MMORPG 시장? 희망은 있다.
터키나 리투아니아 등 일부 유럽 국가는 게임이 출시되지 않았더라. 특별한 이유가 있나?
김민성: 둘 다 퍼블리싱 권한 문제다. 리투아니아 등 발트해 3국은 지리적으론 유럽이지만 계약은 러시아 퍼블리셔와 되어 있다.
터키는 조금 상황이 다르다. 우리가 퍼블리싱 권한을 가지지 않은 것은 같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터키는 '인터넷 종량제'를 실시 중인 국가다. <검은사막> 같이 대규모 패치가 수시로 있는 게임은 난색을 표할 수 밖에 없는 곳이다. 이것 때문에 우리도, 펄어비스도 고민이 많다.
<검은사막> 개발 초기 '콘솔 버전'을 이야기 한 바 있다. 북미-유럽은 콘솔이 메인스트림인 지역이기도 한데, <검은사막> 콘솔 버전은 아직 계획 없나?
고도성: 고려는 하고 있지만 당분간은 힘들 것 같다. 알아보니 패치나 업데이트 많은 게임은 콘솔에서 서비스하기 힘들더라. 플랫폼에 따라 콘텐츠 얹을 때마다 일일이 QA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고. 아직 갈 길이 먼데 여기에 콘솔까지 추가했다간 숨 쉴 틈도 없을 것 같다. 콘솔은 PC 온라인이 어느정도 완성된 다음 생각하려 한다.
그렇게 끊임없이 콘텐츠를 추가하는 것도 재주다.
고도성: 특별한 것은 없다. 우리는 기획 딴에서부터 개발자와 함께 이야기한다. 그 덕에 구현이 불가능해 버려지는 기획이 없다. 그리고 초기 단계서부터 개발자와 함께 얘기하다 보니 콘텐츠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지고 능률도 나오더라.
달리 말하면 MMORPG는 그렇게 열심히 콘텐츠를 더해야 하는 장르다. 그 때문인지 많은 게임이 콘텐츠 수급 때문에 비판을 받는다. MMORPG 시장도 예년만 못하고.
고도성: 맞다. MMORPG는 시간도, 품도 많이 드는 장르다. 개발에만 4~5년이 우습게 가고, 이런 것이 1년도 안 돼 소모된다. 힘들게 확장팩 1년 만들어도 소모는 1~2개월이면 끝나고. 이건 최근 MMORPG가 가진 본질적인 약점이다.
하지만 이것을 개발사가, 그리고 퍼블리셔가 어떻게든 극복하면 길이 보이더라. 시장 자체는 조금씩 줄어들진 몰라도, MMORPG에 갈증을 가진 유저는 여전히 많다. 그리고 이들을 잡으면 지반을 견고하게 다질 수 있다. 우리는 아직 MMORPG에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올해 <검은사막> 북미-유럽 버전의 목표가 있다면?
김민성: 100만 명의 유료 회원을 만드는 것이다. 이것만 달성하면 매출도, 동접도 자연히 따라올 것이라 믿는다.
이전까지는 한국 콘텐츠 따라가기에, 그리고 추가 콘텐츠가 유저에게 버겁게 느껴지지 않도록 하는데 온 힘을 쏟았다. 하지만 우리 직원들과 펄어비스가 잘해줘 힘든 시기를 잘 넘긴 것 같다. 앞으로는 굵직한 업데이트로 신규 유저 모객에 집중하려 한다.
올해 처음으로 게임스컴에 나왔는데, 100만 유저를 만들어 내년에도 <검은사막>으로 게임스컴에 나오는 것이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