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게임 시장의 대세는 RPG다. 이미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개발사가 모바일 RPG를 만들었고, 또 만들고 있다. 당장의 매출만 봐도 RPG 혹은 MMORPG의 유혹을 버리기는 어렵다.
D4GAME는 조금 달랐다. 첫 모바일게임을 <비행 소녀>로 시작했고 이후 단점을 보완해 <비행 기사단>을 출시했다. 심지어 이번 신작은 RPG 요소를 포함한 비행 슈팅이다. 국내에서도, 모바일에서도 비행 슈팅 게임이 비주류 장르라는 건 알지만, 굳이 유행을 따라갈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다.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가장 잘할 때까지 만들고 싶어요"
<에어로 스트라이크>를 개발 중인 '고집 있는' 개발사 D4GAME의 박세준 대표와 박규상 실장에게 이야기를 들었다. /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김지현 기자
# 왜 또 슈팅인가?
TIG> <비행 소녀>, <비행 기사단>에 이어 이번에도 비행 슈팅이다.
박세준 대표: 게임을 만들 때마다 매번 아쉬움이 남는다. 이런 부분은 이렇게 하면 좋았을 텐데, 이 문제는 저렇게 해결하면 됐을 텐데. 그렇게 아쉬움을 해결하다 보니 벌써 세 번째 게임이다. 마침 타이밍은 좋은 것 같다. 유저들이 RPG만 잔뜩 나오는 것에 피로도도 많이 쌓인 듯하고.
TIG> 비행 슈팅 게임은 한계가 금방 온다. D4GAME에서 출시한 게임도 매번 그게 문제였고.
박세준 대표: 그래서 이번에는 비행 슈팅에 RPG를 접목했다. 비행 슈팅의 전투 시스템에 스테이지를 돌아 부품을 모으는 수집 요소나 모은 부품을 통해 기체를 성장시키는 성장 요소, 단체로 즐길 수 있는 레이드나 길드전과 같은 콘텐츠도 더했다.
TIG> 슈팅 장르에 RPG 요소를 합친다. 사실 상상이 잘 안 간다.
박세준 대표: 이유부터 말하자면 슈팅 장르의 밸런스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이 방식이 가장 좋았기 때문이다. <비행 소녀> 때부터 고민해 온 문제인데 옛날에 대세였던 슈팅 게임이 어느 순간 극상의 컨트롤이 필요한 탄막게임만 남으면서 마니악한 장르가 됐다.
물론 지금 같은 비행 슈팅을 좋아하는 사람도 많다고 생각하지만 '어렵기만 한 슈팅 게임'만이 정답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박규상 실장: 결국 어떻게 하면 슈팅 장르의 장벽을 낮출 수 있을까 고민한 끝에 나온 해답이 RPG처럼 전투력을 기반으로 성장형 슈팅을 만들어보자는 거였다.
TIG> 결국 전투력 기반의 게임이라는 건데, 그럼 슈팅 본연의 '쏘고 피하는 재미'는 상당히 줄어들 텐데?
박세준 대표: 물론 마냥 전투력 기반은 아니다. 비행슈팅 특유의 콘트롤이 필요한 요소가 콘텐츠 전반에 걸쳐 상당히 들어있고, 아예 콘트롤로만 승부를 보는 콘텐츠도 있다. 자세한 이야기는 게임을 보면서 말하자.
# 슈팅 장르에 RPG를 녹였다
TIG> 그럼 다시 돌아가서, RPG 요소를 추가했다는데 어떤 부분이 그런가?
박세준 대표: 기본적으로는 전투를 비행슈팅으로 진행하는 RPG라고 생각하면 될 거다. 기본적인으로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며 성장하는 방식인데, 각 스테이지는 자신의 기체에 4대의 드론을 추가해서 진행할 수 있다. 드론은 일종의 파티원처럼 알아서 적을 공격하고, 각각의 스킬도 갖고 있다.
박규상 실장: RPG에서 볼 수 있는 속성과 상성도 추가했다. 비행기마다 상성이 달라서 스테이지에 맞춰 다양한 기체를 육성하게 될 것이다.
TIG> 지금 스킬이라고 했나?
박세준 대표: 맞다. 주인공 기체와 드론은 각각 하나씩 스킬을 갖고 있다. 스킬마다 쿨타임도 있고. 적절한 상황에 맞춰서 써야 한다. 유도 미사일을 연달아 발사하거나 레이저포로 전방의 적을 녹이는 등 기체마다 스킬도 다르다.
TIG> 진짜 캐릭터가 비행기로 바뀌었다고 생각하면 되는 건가?
박세준 대표: (웃으며) 그래서 말했지 않나? 전투를 비행슈팅으로 진행하는 RPG라고 생각하면 될 거라고.
박규상 실장: 레이드 외에도 랭킹전, 길드 레이드 등 다양한 콘텐츠가 있다. 심지어 서로 상대방의 마을(?)을 약탈하는 모드도 있다. 각 유저는 최대 3대의 함대를 가질 수 있고, 이 함대에서는 시간에 따라 골드가 생성된다. 그리고 유저는 다른 유저의 함대를 침략해서 골드를 약탈할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유저는 자신의 함대를 지키기 위해 다양한 방어수단을 배치하게 된다. 예를 들어 특정 구간에서 날아오는 레이저포나, 적으로 등장할 비행기까지, 자신의 스테이지를 일일이 꾸미는 방식이다. 어떤 장애물을 어느 위치에 두고, 어떤 보스를 배치할지 맵을 직접 구성해야 한다. 약탈을 원하는 유저는 이를 콘트롤로 다 돌파해야 하는 거고.
TIG> 반대로 계속해서 조작해야 하는 슈팅 장르에 피로감을 느끼는 유저도 있지 않을까?
박세준 대표: 당연히 비행슈팅이 가져오는 피로도가 일반 모바일 RPG 전투보다 강하다. 그래서 어느 정도까지는 탄막을 피할 수 있는 오토 전투와 오토 스킬 기능도 넣었다. 물론 콘트롤이 필요한 일부 콘텐츠에서는 오토 기능이 아예 차단된다.
TIG> 그럼 거꾸로 묻자. 다른 RPG와는 뭐가 다른가?
박세준 대표: 비행슈팅이라는 거. 직관적으로 쏘고 피하는 맛이 있는 비행슈팅 장르의 특징은 최대한 그대로 살렸다. 이미 전작에서 많은 노하우를 갖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니까.
TIG> 슈팅 게임 특유의 재미를 원하는 유저들은 실망이 클 것 같은데?
박세준 대표: 그래서 실력에 자신 있는 유저들을 위한 모드가 따로 있다. 에이스 모드인데, 여기서는 비행 슈팅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재미를 즐길 수 있다. 오토도 없고 적은 강력하게 쏟아진다. 기존 스테이지보다 많 유저의 콘트롤이 중요시될 거다.
# 비행 슈팅은 '쏘고 부수는 것'만으로 재미있어야 한다
TIG> 비행 슈팅게임의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가 밸런스다. 콘트롤을 잘하는 유저와 아닌 유저의 격차가 너무 크다는 건데.
박규상 실장: 생각을 바꾸면 된다. 우리도 처음에 고민했던 부분인데, 비행슈팅의 재미는 '쏘는 것'과 '피하는 것'이 있다. 처음부터 두 재미를 모두 주려니까 답이 안 나오는 거다. RPG는 초반에는 조합이나 성장을 고민하지 않아도 쭉쭉 진행되지 않나? 그렇다고 RPG 초반의 빠른 성장이 지겹다는 유저는 없다.
비행 슈팅도 마찬가지다. 적의 공격을 피하고 속성을 조합하는 것은 천천히 익혀가도 된다. 초반에는 적의 기체를 시원하게 부수는 것 만으로도 재미를 줄 수 있다. 피하는 재미는 부수는 재미에 익숙해진 다음이어도 상관없다.
박세준 대표: 대신 낙오자는 생기면 안 된다는 생각에서 나온 게 전투력 방식이다. 그래서 <에어로 스트라이크>에서는 어떤 성장 루트를 거치더라도 권장 전투력을 넘기면 대부분의 스테이지를 클리어할 수 있다. 실력이 좋은 유저는 전투력이 부족해도 충분하겠지만, 아니면 그 전투력만 넘기면 어떻게든 스테이지는 깰 수 있는 구조다.
TIG> 그런데 예전에 비해 그래픽 분위기가 너무 다르다. RPG처럼 기체 수집도 강조할 거면 비행기보다 캐릭터가 등장하는 게 낫지 않나?
박규상 실장: 국내만 보면 그렇지만 글로벌로 가면 조금 다르다. 그리고 비행슈팅을 좋아하는 유저 중에서 밀리터리를 좋아하는 유저가 많다. 게임의 특성에 맞추려면 실제 같은 기체들이 나오는 편이 좋을 거라 생각했다.
글로벌 출시를 염두에 두고 제작된 실제 기체와 유사한 기체들
TIG> 지금 와서 보면 비행 슈팅 장르를 선택한 것,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하나?
박세준 대표: 당연하다. 장르에 대한 고민은 한 적 없다. '슈팅을 어떻게 하면 잘 만들 수 있을까?' '다음 슈팅은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같은 고민을 더 자주 했다. 거기서 매번 아쉬움이 남아서 비행 슈팅게임만 계속 만든 거고. 이번 작의 경우도 <비행 소녀>, <비행 기사단>을 통해 검증되고 아쉬웠던 것들을 경험 베이스로 녹여 제작했다.
TIG> 타깃 유저가 어떻게 되나?
박세준 대표: 국내에서는 기존 RPG 플레이에 지친 유저들을 생각하고 있다. 타이밍이 좋다고 생각한다. 판타지와 모바일 RPG에 싫증을 느끼는 유저가 많아서.
글로벌로는 북미나 유럽 쪽을 염두에 두고 있다. 아무래도 밀리터리에 관심이 많은 국가이기 때문에 실제 기체에 가까운 슈팅 게임에도 관심을 보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TIG> 그럼 언제쯤 해볼 수 있는 건가?
박세준 대표: 이번 11월 8일에 한국과 북미에서 클로즈 베타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출시 일정은 테스트 결과가 나온 후 잡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