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이라고 하면 어떤 것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가? 과거 유행했던 개그콘서트의 한 코너를 기억하는 사람도, 종종 뉴스에 등장하는 실제 피해 사례들을 기억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블루메신저>는 이런 보이스피싱 및 각종 사기 범죄를 소재로 한 독특한 모바일게임이다.
<블루메신저>의 개발사 클라슈는 많은 주제 중에서 왜 보이스피싱을 메인 소재로 설정했을까? 사기 피해를 막는 유익함 외에 게임의 재미 측면에선 어떤 플레이 경험을 준 게임일까? 게임을 직접 플레이해보고 클라슈 박인수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블루메신저>는 메신저앱의 형태를 가진 UI 안에서 주변 인물들과 텍스트를 주고받으며 진행하는 비주얼 노벨 추리 게임이다. 문자를 주고받는 방식 외에도 중요한 증거가 되는 사진이나 대화 캡쳐를 활용하기도 하고, 카카오톡 선물하기처럼 아이템을 받기도 한다. 아이디로 상대를 검색하고, 오픈 채팅방에 들어가기도 하는 등 스마트폰 기능을 전반적으로 활용하는 게임이다.
주인공은 부인 설아를 사고로 잃고 딸 수아를 혼자 키우던 중이고, 부인의 죽음 이후 자신도 자살 시도를 하는 등 심신이 많이 약해진 상태다. 게임에 가장 첫 번째로 등장하는 굵직한 사기는 딸 수아가 납치됐다는 문자를 받으며 시작된다. 그리고 주인공은 3년 전 죽은 부인 수아와 문자로 대화를 하며 함께 머리를 맞대 범인을 색출하고 소탕한다.
박인수 대표는 "이전 회사에서도 게임 원화가로 일하고 있었기 때문에, 원래 강점인 일러스트와 텍스트를 합쳐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었다"며 "그 시기에 보이스피싱과 관련된 내용을 많이 접했고, 가족들도 사기를 당할 뻔한 적도 있어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했다.
특히 "한 취준생이 회사로부터 입사 통지를 받았는데 그게 사기로 밝혀져 자살했던 뉴스를 보고 이런 피해를 막을 수 있는 게임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블루메신저>에서는 딸 수아의 납치 외에도 온갖 사기 범죄가 등장한다. 검찰 경찰을 사칭해 송금을 유도하는 방식부터, 신상 정보를 악용해 주문하지 않은 물건을 착불로 배달시켜 놓거나, 주거지로 찾아와 직접적인 신체적 위협을 가하기도 하고, 중고 거래를 악용하기도 한다.
문제는 피싱범들이 주인공의 딸이나 친구, 직장 동료의 아이디까지 도용해 연락을 한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된다. 12시간이 넘는 긴 플레이타임 동안 긴장감이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메인 스토리의 흡인력 외에도 쉽사리 정체를 알 수 없는 전개가 한 몫을 했다. 이런 팽팽한 긴장감은 <블루메신저>의 가장 큰 장점이었다.
짧은 사건이 종결될 때마다 이런 피해가 있으면 어떻게 경찰에 연락해야 할지, 피해자가 어떤 예방책과 사후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게임 내에서 설명해주는 시스템이 있다. 이에 대해 실제 수사 기관과 고증이나 도움을 받아 만든 게임인지 질문했을 때 박인수 대표는 "별다른 협조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금감원의 보이스피싱 지킴이 등 관련 사이트를 많이 참고 했다"고 전했다.
적은 인원이 게임을 만들면서 어려움은 없었는지 물었을 때는 "개발자 두 분을 모시고 세 명이서 진행한 작업이었고 3~4년 정도가 걸렸다"고 말했다. 또한 "제가 만화과 출신이기도 하고 게임 원화가를 했기 때문에 스토리, 아트, 기획을 모두 맡았다"며 "그래픽을 지휘하는 대표는 흔치 않다 보니 작업이 쉽진 않았다"고 했다.
금전적인 부분에서도 "과거 회사의 퇴직금을 활용했지만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며 "공익적인 게임을 지향하고 있었기 때문에 정부 지원을 받았으면 참 좋았을 텐데, 그렇지 못해 더 좋은 환경에서 게임의 완성도를 높일 수 없었던 것이 아쉬웠다"고 했다.
<블루메신저>의 매력 중 하나는 현실에 있을 법하지만, 굉장히 개성 있는 캐릭터들이 많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주인공이 다니는 회사의 김부장이나 위기의 순간마다 주인공에게 큰 도움을 주는 이순경은 트위치 스트리머 '김도'와 '짬타수아'의 모습을 따온 캐릭터들이다. 실제로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익숙한 얼굴들이 이스터에그처럼 자주 눈에 보인다.
박인수 대표는 "제가 유튜브도 하고 있어서 스트리머 분들에게 인터뷰 요청을 하거나 말을 걸어보는 것에 더 용기를 낼 수 있었다"며 "큰 돈을 들여 마케팅을 하기 어려운 환경이라서 스트리머 분들이 캐릭터로 나와 주시거나, 출시 이후에 게임을 플레이해주신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해 요청을 드렸고 허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방송에서 플레이하지 않더라도 제가 만든 게임을 쉬는 시간이라도 재밌게 즐길 수 있길 원하는 팬심도 컸다"며 "김도님이 직접 방송을 해 주신 것도 너무 감사하고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는 것도 행복했다"고 전했다.
<블루메신저>에는 굉장히 많은 사기 범죄자들이 등장한다. 알고 보니 한 명의 소행인 경우도 있고, 이들을 지휘하는 거대한 조직이 등장하기도 한다. 직접 대면하는 게 아닌 메시지와 사진과 같은 증거로만 범인을 잡아야 하는 상황이니 주인공의 평범한 능력만으로는 역부족일 때가 있다. 그런 순간마다 3년 전에 죽은 부인 설아와 경찰로 일하고 있는 친구 박형사가 많은 도움을 준다.
'죽은 부인이 어떻게 살아있는 남편과 문자를 주고받을 수 있는가'라는 내용에 대해선 게임의 엔딩 직전까지도 꾸준히 긴장감을 주는 요소이기 때문에 언급을 자제하겠다. 부인 설아는 범인의 정보를 토대로 추리를, 박형사는 새로운 증거나 정보를 주로 제공한다.
범인들은 해킹을 통해 입수한 정보로 메신저 아이디나 사진까지 완벽하게 위장해 주인공을 속인다. 그리고 주인공을 확실히 속이기 위해서 대화와 사진으로 꿰어낸다. 이 대화의 내용에서 논리적인 허점을 찾아내거나, 사진의 배경 등에서 범행 시간과 장소 등을 추론해내는 등 멋진 추리력을 보여준다.
이에 대해 평소에 추리물이나 관련 장르를 많이 봤는지 물었을 때 박인수 대표는 "추리소설보다는 드라마나 영화를 많이 봤었다"며 "개발 중에 나오긴 했지만 보이스피싱을 소재로 다룬 영화 <보이스>도 재밌게 봤다"고 했다.
메신저 앱 안에서 스토리를 진행하고 추리를 이어가는 해외 모바일게임인 <더스크우드>, <잃어버린 전화기: 로라의 이야기> 등을 참고했는지 질문했을 때는 "<더스크우드>와 <로라의 이야기> 모두 플레이해봤다. 특히 <역전재판> 시리즈를 좋아해서 많이 참고했다"며 "게임 <세븐데이즈>도 재밌게 플레이했는데, 대표님께 직접 조언을 들을 기회도 있었다"고 전했다.
긴 플레이타임 내내 주인공이 사기를 계속 당하다 보면 플레이어 입장에선 불쾌감이 누적될 수도 있는데 이에 대한 완급 조절은 어떻게 했는지 물었을 때는 "너무 진지하면 게임 자체가 어두워지니까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요소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며 "개콘에서도 차용해오기도 하고 중간중간 개그나 밈을 많이 넣으려고 애썼다"고 대답했다. 특히 "주인공의 친구인 수호가 그런 포지션을 담당하고 있다"고 했다.
박인수 대표는 "힘들게 출시까지 달려왔고 앞으로도 아마 힘들 것 같다"며 "살아남으려면 돈을 어느 정도 버는 게임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감동을 주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 10년 전에 했어도 기억날 수 있는 그런 게임을 남기는 게 목표"라고 했다. "그러려면 일단 살아남아야 하니까, 다음 게임은 더 잘 설계해야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만들고 싶은 게임에 대해서는 "세종대왕과 사랑에 빠지는 대체 역사물도 상상을 해봤다. 배드 엔딩은 한글이 창제되지 않은 미래로 이어져서 게임 화면을 한문으로만 연출하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며 "또 다른 아이디어로는 심청이가 아버지와 손을 잡고 마물들을 무찌르는 소울류도 기획해보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런 독특한 상상력에 대해 그는 "우리 문화와 이야기를 잘 활용해서 담아보고 싶다. 이런저런 변형이 많이 되어 들어가더라도 재미도 있고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게임들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블루메신저>를 플레이한 유저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로는 "게임을 재밌게 즐기셨으면 좋겠고 뭔가 남은 게 있었으면 좋겠다"며 "이 게임 덕분에 사기 피해자가 줄어든다고 하면 그것만큼 감사한 일이 없을 것"이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