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발로란트> 중계를 보던 시청자들은 깜짝 놀랐다. 슈퍼 플레이가 나온 게 아니라 중계진 중 한 명 때문이다. 바로 유명 스포츠 캐스터이자 최근에는 '최강야구'에서 활약한 정용검 캐스터가 게임 중계에 등장했다.
e스포츠 첫 중계임에도 정용검 캐스터는 유정선 해설위원과 정인호 해설위원과 호흡을 맞춰 매끄러운 진행을 선보였다. 기성 스포츠에서도 이름을 날렸던 만큼, e스포츠에서도 특유의 입담과 힘있는 샤우팅을 선보여 시청자들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정용검 캐스터가 e스포츠에 찾아온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오랜 경력을 가진 캐스터로서 e스포츠 해설이나 캐스터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조언은 무엇일까? 상암 아프리카 콜로세움에서 정용검 캐스터를 만나 직접 물었다. /디스이즈게임 김승주 기자
# 평소에도 FPS 장르에 익숙... 처음엔 어려웠지만 해설진의 도움으로 적응해
Q. '최강야구' 때문에 프리랜서로 전환한 것으로 알고 있다.
A. 정용검 캐스터:MBC 스포츠를 잘 다니고 있었는데, 현 <최강야구>의 장시원 PD님이 한 번 보자 하셔서 갔더니 함께하고 싶다고 제안을 주셨다. 처음에는 직원 신분이다 보니 안 나가는 걸로 마음을 잡고 있었는데, <최강야구>가 재미있고 잘 될 것 같다고 느꼈다.
PD님이 하신 말이 기억에 남았다. 본인은 프로그램을 만들 때 항상 '최선'의 선택을 해 왔지 '차선'으로 하고 싶지는 않다고 하셨는데, 이 이야기가 상당히 감동이었다. 누군가가 나를 이렇게까지 원해 준다는 마음에 감동해 도전하게 됐던 것 같다.
Q. 그렇다 보니 e스포츠에도 도전하게 된 건가?
A. '도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저는 중계는 하나라고 본다. 스포츠에 여러 종목이 있지만, 중계는 모두 같다고 생각한다. 시청자가 스포츠를 보는 이유, 희열을 느끼는 그 하나의 포인트가 있다. 저희 캐스터들은 경기 내용을 쉽게 풀어주면서 시청자가 느끼는 그런 감정을 증폭해 터트리는 역할을 한다.
야구, 축구, 배구, 근대 5종, 동계올림픽 등 다양한 종목을 중계해 온 경험도 있다 보니 새로운 종목을 하나 더 한다는 느낌이었다. 부담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원래 <발로란트>를 즐겨 오긴 했지만, e스포츠 씬에서 처음부터 잘하지 못한다면 질타를 많이 받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라이엇에 계신 선배 분이 준비를 제대로 못 하면 다시는 e스포츠를 못 할 수도 있다고 조언을 해 주셨다.
Q. 이유가 무엇일까?
A. e스포츠는 실시간 채팅의 비중도 크다 보니 바로바로 피드백이 오고 그런 것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기존 스포츠에서 가진 입지가 있는데, 여기 와서 부정적인 반응을 받아 상처를 받을 까 걱정해주는 마음에서 잘 준비하라고 말씀해주신 것으로 생각했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Q. e스포츠 중계를 하겠다고 마음먹은 계기가 혹시 있을까?
A. 제가 <스타크래프트>를 정말 좋아했다. FPS는 <메달 오브 아너>부터 시작해서 <레인보우 식스>, <카운터 스트라이크>, <서든어택>, <배틀그라운드>까지 다 해봤다. <오버워치도>도 중계를 할 뻔해서 조금 했었다.
그리고 <스타크래프트> 리그를 보며 희열을 느끼고, 전용준 캐스터님과 같은 분들이 분위기를 띄우는 것을 보며 많은 감명을 받았다.
Q. 평소에도 게임을 즐겨하는 편이었나?
A. 게임을 하기도 하지만, 보는 걸 더 많이 한다. 지금도 <스타크래프트> 방송을 보고, <배틀그라운드>를 하는 감킴봉 트리오(감스트, 킴성태, 봉준)의 방송을 보는 등 게임 방송 자체를 오랫동안 재미있게 봐 왔다. 일을 하고 와서 지치면 피곤하니까 이런 게임 방송을 보는 것이 저에겐 휴식이었다.
덕분에 게임이나 이런 문화에는 익숙하다. 제가 84년생이다 보니 젊은 사람들의 모든 밈(meme)은 알아듣지 못하더라도 기본적인 스토리라인은 거의 다 안다.
Q. 이번 '발로란트 록//인'으로 첫 중계를 마무리했다. e스포츠에 데뷔한 소감이 궁금하다.
A. 정말 재밌었다. 중계 첫 날 전에 와서 스튜디오 사전 답사를 했었다. 채민준 캐스터와 사적으로 아는 사이다 보니 중계를 하는 것을 잠깐 보기도 하고, 준비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중계석은 어디인지, 분장실은 어디에 있는지 체크했다. 공간이 익숙해야 중계도 편해지기 때문에 그랬다.
첫 순간에는 굉장히 떨리고 힘들었다. 미니맵도 잘 안 보이고, 공격과 수비가 잘 분간되지 않을 정도로 어려웠다. 기존에 <발로란트>를 해 왔기에 게임을 좀 안다고 생각했는데 유저의 입장에서 보는 것과 캐스터의 입장에서 보는 것이 정말 다르다고 새삼 느꼈다. 옆에 있는 해설 위원 분들이 정말 잘 도와주셨다. 이 분들의 설명을 들으며 같이 중계를 하다 보니 이윽고 익숙해지며 큰 재미를 느꼈다.
Q. 이전에 타 종목 e스포츠 중계를 시범 삼아 중계하신 적이 있다고 들었다.
A. <배틀그라운드> 프로야구 선수 대회를 이벤트로 중계한 경험이 있다.
정용검 캐스터가 중계했던 '홈런말고 치킨 시즌 2' (출처: 크래프톤)
Q. e스포츠 중계를 준비하며 공부해야 할 것도 많았을 텐데, 어려움은 없었는지 궁금하다.
A. 어려웠지만, 일단 처음이다 보니 모르면서도 잘 아는 것처럼 행세하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발로란트> 요원들의 기술은 무엇인지, 참가 팀의 역사는 무엇인지 등 기본적인 것들을 공부하는 것에 집중했다. 나머지는 해설 위원 분들과 호흡을 잘 맞추자고 생각했다.
Q. 농구, 축구, 야구 등 다양한 종목을 중계해 오신 걸로 유명하다. 이번 중계를 하면서 느낀 기성 스포츠와 e스포츠 중계의 차이점이 있었을까?
A. 큰 차이는 없다. 호흡이 조금 빠르고, 선수들을 닉네임으로 부르는 것 정도다.
저는 개인적으로 국내 팀들 중계는 이름으로 부르는 게 어떤가 하는 생각이 있다. 당연히 닉네임을 사용하는 것이 e스포츠 문화고, 그런 것들에 대해서는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조금 더 대중화되려면 이름을 사용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닉네임도 영어고, 요원들의 이름도 비슷한 영어 단어를 사용하다 보니 잘 모르는 사람 입장에서는 어려울 수 있겠다고 느꼈다.
다만, 제가 아직 뭔가를 제시할 수 있는 정도의 위치는 아니기에, 아직은 저 나름대로 잘 모르는 사람도 이해하기 쉬운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하는 정도다.
이번 대회에서 4강까지 진출한 국내 팀 DRX (출처: 라이엇 게임즈)
Q. 호흡의 차이를 언급했는데 혹시 이 부분을 조금 더 설명해 줄 수 있을까? <발로란트>는 서로 동태를 살피다가 본격적으로 교전이 시작하면 상황이 상당히 빠르고 급박하게 흘러간다.
A. 오랜 기간 중계를 해 오다 보니 느낌이란 것이 있다. <발로란트>는 농구와 비슷하다. 농구에 속공과 지공에 따른 속도 차이, 스크린 등의 전략이 있고 <발로란트>에도 연막을 피고 스킬을 사용하는 등의 전략과 작전 타임이 있는 것처럼 두 종목을 중계해 본 입장에선 크게 다르지 않은 느낌이다. 비슷한 지점이 있다.
Q. 해외 대회라 그런지 시차가 있었고, 경기가 접전이다 보니 새벽부터 방송을 시작해 아침에 끝난 경우도 있었습니다. 힘들진 않았나?
A. 체력적으로는 힘들었지만, 중계할 때는 해설 분들이 텐션을 같이 끌어올려 줘서 잘 느끼지 못했다. 끝나고 나니 힘들었다. 쉬는 시간이 있다곤 해도 8시간 내내 계속해서 이야기하는 것이다 보니 그렇다. 그래도 제가 중계 체력은 있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에도 메이저리그를 7시간 연속 중계한 경험이 있다.
Q. 캐스터는 이런 장기 중계에서도 계속해서 적절한 텐션을 유지하며 경기를 중계해야 하는데, 계속해서 텐션을 유지하는 비결 같은 것이 있는지 궁금하다.
A. 비결까지는 없다. 제가 목이 잘 쉬지 않는다. 그냥 제가 그 상황이 재밌다고 느끼고 몰입하기 때문에 텐션이 잘 나오지 않나 싶다. 텐션은 머리로 생각해서 올리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예전에 프로 스포츠 중계를 할 때는 텐션을 낮추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너 그렇게 하다 보면 나중에 시청자가 피곤해진다"라는 이야기까지 많이 들어 봤을 정도라 텐션을 올리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없다.
해설의 역할도 크다고 생각한다. 경기가 재미가 없어도, 유리한 팀이 왜 앞서는지 해설이 잘 설명해 주면 시청자들은 "와, 이 팀 대단하네"라고 느끼면서 텐션이 유지된다. 다른 한 팀이 잘 못하더라도 그 부분을 잘 짚어주면 시청자들은 "아~ 이걸 또 못 잡는구나"하면서 흥미를 이어갈 수 있다. 같이 <발로란트>를 중계해 준 해설위원들이 열정적이고 정말 잘해 주셔서 텐션이 좋게 유지된 것 같다.
정용검 캐스터는 많은 배려를 해 준 해설진에 대한 감사를 표했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 <발로란트> 중계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Q. 유정선 해설과 정인호 해설과의 호흡은 어땠나? 혹시 이번 대회 중계를 하며 생긴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을까?
A.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다 보니 킬로그에서 누가 누구를 잡았는지 한눈에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알비' 구상민 선수가 3킬을 한 순간이 있었는데, 한 명이 자신의 팀이었다. 그런데 숫자만 보고 이야기하다 보니 옆에서 정인호 해설이 "한 명은 아군이에요!"라고 급히 정정했는데 그런 순간이 인상에 남았던 것 같다.
덕분에 해설위원 분들에게 정말 고마웠다. 제가 처음인데 되게 편하게 분위기를 잡아 줬다. 사실, 제가 갑자기 낙하산처럼 꽂힌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는데 정말 많이 도와주셨다. 채민준 캐스터도 첫날 제 중계를 다 보고 모니터링해 주면서 좋게 이야기해 주니 <발로란트> 중계를 하며 같이 일하는 분들에게 정말 감사했다.
쉬는 시간에 식사를 제공해 주시기도 하는데, 항상 메뉴가 달라서 뭐가 나올지 기대하는 재미가 있었다. 좋은 추억이 됐다.
Q. 이번 <발로란트> 중계에 대한 호평이 커뮤니티에서 많았다. 반응을 보셨는지 궁금하다.
A. 거의 다 봤다. 처음에는 저도 긴장됐는데, 대부분 좋은 말씀을 주시니 너무 감사했다. <발로란트>는 이전부터 즐기고 좋아하던 게임이었고,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중계를 하고 싶단 마음으로 시작했기에 계속해서 좋게 봐주시면 감사하겠다.
Q. 이번 대회에서 가장 인상깊은 장면이 있었을까?
A. DRX가 C9를 잡아냈던 경기랑, 이번에 우승한 '프나틱'이 어떻게 게임을 풀어 나가는지 정인호 해설위원이 상세히 설명해 줬던 것들이 기억에 남는다. 많은 감명을 받았다. 장면을 하나 꼽자면 프나틱이 세계 최강 팀 '라우드'(LOUD)를 꺾은 결승전 마지막 5세트다. 정말로 역전에 성공할 줄 몰랐다. 피로가 싹 가셨다.
Q. 야구에서 빠르게 상황을 정리해 주는 '게임트랙'으로 유명했다. 혹시 e스포츠에서도 '용검트랙'을 볼 수 있을까?
A. 그림이 나와야 하는데, 기회가 되면 할 수 있겠지만 <발로란트>는 워낙 빠르고 시스템적으로 그런 컷 장면들을 뽑아서 만들기가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
게임트랙은 말을 빠르게 하는 것이 다가 아니다. 영상을 만들어 주시는 피디님들이 더욱 중요하다. 피디님이 스토리라인을 짜 주시면 제가 그 화면을 보고 멘트를 하는 것이다. 제가 주목받게 된 계기지만, 피디님이 만들어 주신 작품에 조미료를 더한 것뿐이다. 기회가 있다면 할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Q. e스포츠 중계를 통해 혹시 목표하는 바가 있는지 궁금하다.
A. 그러게까지 거창하게 시작하지는 않았다. <발로란트>는 이미 재미있게 즐기며 방송을 시청하던 게임인데, 마침 제안이 들어와서 "네 해보겠습니다"하며 시작했다. e스포츠에서 최고가 되겠다 같은 생각은 아예 없었다.
그리고 지금은 <발로란트>에만 집중할 생각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 같은 다른 게임 중계도 제안 받은 적이 있지만, '아직은' 생각이 없다고 말씀드렸다.
Q. 앞으로도 계속해서 e스포츠에서 정용검 캐스터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A. 그렇게 하려고 계속 노력하고 있다. <발로란트>는 계속해서 할 생각이다.
Q. 다양한 유튜브 콘텐츠에 출현하고 계신데, 혹시 게임 쪽 콘텐츠에서도 뵐 수 있을지 궁금하다.
A. 제의가 오고 스케줄이 맞는다면 준비되어 있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 캐스터의 덕목은 '기본기'
Q. 정용검 캐스터의 이름을 모르더라도, 목소리를 듣는 순간 "아! 이 분 알아"하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특유의 발성으로 유명하다. 특유의 목소리를 만들어낼 수 있던 비결이나 연습 방법이 있을까?
A. 아나운서 초창기에 발성 연습을 정말로 많이 했다. 성대 결절 직전의 순간도 두 번 왔다. 준비할 때 한 번, 되고 나서 한 번 있었다. 완전히 나갔던 것은 아니지만, 결절이 될 만큼 정말 목 상태가 안 좋았다.
그러면서 발성 연습을 많이 했고, 실전보다 좋은 연습은 없다 보니 스포츠 중계를 10년 넘게 하면서 자연스럽게 발전한 것 같다. 특별한 비법보다 세월이 중요하다. 노력했던 시간, 열심히 했던 시간이 합쳐져 만들어진 것이라 생각한다.
Q. e스포츠에도 중계 전문가를 꿈꾸며 연습에 매진하는 후배들이 있다. 하지만 제대로 실력을 쌓지 못한 채 갑작스럽게 투입되거나, 날선 채팅창 반응에 상처를 받는 경우도 많이 봤다. 혹시 조언을 남겨줄 수 있을까?
A. 기본기다. 프로의 세계에서는 어떤 종목이건, 방송이건, 기본기가 제일 중요하다. 경험 많은 캐스터들이 다른 종목에서도 잘 해내는 이유는 기본기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중계에서 멋있어 보이거나 화려해 보이는 것들을 따라하려는 경향이 있다. 중계를 보면 샤우팅과 같은 것들만 보이기 때문이다. 어쩔 수가 없다.
시간은 오래 걸리겠지만 기본기가 쌓여 있어야 어떤 기회가 와도 연착륙할 수 있다. 저도 처음 중계를 시작했던 시절의 제 중계를 보면 잘 못 볼 정도다.
기본적인 발성이 중요하고, 중계를 한다면 어떤 종목이건 최소 2시간 이상을 하게 된다. 그러니 본인이 2시간 이상 게임을 틀어 놓고 말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 좋다. 하이라이트를 틀어 놓고 연습하면 안 된다. 현직에 있는 캐스터보다 더 많이 연습해야 한다.
그리고 본인이 중계하고, 본인이 녹음해서 들어봐야 한다. 가장 객관적으로 피드백 할 수 있는 사람은 자기 자신이다. 자신이 못 한 것은 스스로가 제일 잘 알기에 "왜 내가 이 상황에서 이런 말을 했지?"에 대한 변명을 하기 어렵다.
이렇게 실제 현직 캐스터나 아나운서가 연습하는 것처럼 기본기를 잘 다지면, '한 번의 기회'가 왔을 때 무조건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농담과 같은 경우도 경기를 중계하면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티키타카가 중요하다. '웃겨야지'하는 마음이 있으면 안 된다. 이외성이 있어야 한다. 저도 처음부터 '웃기고 싶다'라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물론, 센스가 타고난 사람들이 있다. 채민준 캐스터와 같은 경우는 정말로 센스가 좋다고 느낀다. 하지만 센스가 부족해도 재미있게 중계할 수 있는 수단은 많다.
그리고, 제가 스포츠 캐스터를 처음 시작하면서 배운 것이 있다. 자신이 주인공이 되고 싶어하면 안 된다. 저는 지금도 이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철저하게 조연으로 살기를 본인이 진심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게임, 야구, 농구 등 모든 스포츠의 주인공은 무조건 선수다. 캐스터는 조연이 될 수밖에 없다. 자신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려 하면 망가질 수 있다. 본인이 유명해지고 싶다면 선수를 해야 한다.
저도 잘 알려지지 않고 지내 왔던 시절이 굉장히 길었다. 방송을 시작한 지 햇수로 따지면 12년 정도가 되는데, 그렇게 오래 했냐는 반응을 많이 듣는다. 사람들이 저를 알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이런 것들이 쌓이면 성장할 수 있으니, 조급하게 처음부터 주인공이 되려 하지 말고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실 냉정하게 말하면 저도 이런 마인드를 100%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아무리 떨쳐내려 해도 무의식 속에는 여전히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계속해서 내면화를 하려 노력하고 있기에 과거의 저보다는 훨씬 더 적다고 생각한다. 캐스터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