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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한잔] 산나비와 스컬은 P의 거짓과 같은 활주로 위에서 달렸다

네오위즈 PC/콘솔사업부 정남주 팀장, "저희는 인디게임에 진심입니다"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김승준(음주도치) 2024-09-09 17:21:56

"현직에 계신 분들도 기자와 비슷한 견해를 가지고 있을까?" 취재를 하다 보면 자주 드는 생각입니다. 매일매일 이슈가 쏟아지는 세상에서, 잠시 차 한 잔, 술 한 잔 기울이며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보고자 합니다. 멋진 게임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는 분들을 만나, 뜨거운 현안들로 담소를 나눠보는 코너 '인디 한 잔'입니다.


지난 8월, 게임스컴 어워드 2024는 국내 게이머 사이에선 초미의 관심사였습니다. 무려 4개 부문에 3개의 국산 게임이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죠. 결과적으론 올해는 무관에 그치긴 했지만, 그 기대감의 배경엔 2022년 게임스컴 어워드에서 <P의 거짓>이 국내 게임 역사상 처음으로 3관왕을 차지한 맥락이 있었습니다. 


<P의 거짓>이 신호탄을 쏘아 올린 이후 <데이브 더 다이버>, <스텔라 블레이드>까지 PC/콘솔 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키워왔습니다. 마케팅 과열로 인해 생존이 어려워진 모바일 시장을 피해, PC/콘솔 시장으로 눈을 돌리게 된 일명 '모바일 엑소더스' 현상도, 누군가 희망적인 서사를 미리 써 놓았기 때문에 자리잡 잡을 수 있던 시장 변화입니다. 


비단, AAA게임에만 한정되는 이야기도 아닙니다. <스컬>과 <산나비>처럼 국산 인디게임 중 PC/콘솔 시장을 성공적으로 공략한 선례도 있습니다. BIC에서 앞서 수상한 업체들에게 주어지는 '레전드' 칭호를 달고 이번 BIC에 참여한 <산나비> 부스는,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싸인을 받기 위해 온 팬들로 가득했을 정도로, 그 인기와 영향력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P의 거짓>과 <산나비>, <스컬>이 모두 같은 사람들의 손길을 거쳐 시장에 나왔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개발사 사우스포게임즈가 있던 전라도 광주까지 오가며 네오위즈의 첫 인디 퍼블리싱 게임 <스컬>을 발굴하고, 아트와 스토리의 가능성을 보고 <산나비>를 퍼블리싱 라인업에 영입한 인물. <P의 거짓>이 세계 무대로 나가는 과정까지 책임진 네오위즈 PC/콘솔사업부 정남주 팀장을 만나고 왔습니다.


네오위즈에 방문해 PC/콘솔사업부 정남주 팀장과 인디게임 씬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왔습니다.

# 하나의 활주로 위에서 날아오른 게임들

AAA 게임인 <P의 거짓>과 인디게임인 <산나비>, <스컬>은 모두 하나의 PC/콘솔사업부에서 퍼블리싱 과정을 거쳐왔습니다. 정남주 팀장은 "규모의 차이는 있을 수 있어도 AAA와 인디의 큰 맥락에선 사업적 액션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고,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PC/콘솔에서 스팀, PlayStation, Xbox와 같은 플랫폼과의 관계도 중요한데, 소규모 인디게임만 담당하다 보면 관계를 쌓는 게 쉽지 않다"며 업무 진행 및 관계 유지에 있어서 자연스럽게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P의 거짓>


기본적인 방향성은 같지만 세부적인 측면에선 다른 점도 존재한다고 합니다. 정남주 팀장은 "아무래도 AAA게임들 사이에서 경쟁을 하려면 규모를 어느 정도 키워야 하지만, 인디게임은 그런 측면에서의 부담은 조금 적은 편이다. 대신 인디게임은 운영에서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웹진 또는 인플루언서에게 하나하나 직접 피칭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죠.


그렇다면 네오위즈는 많은 인디게임 중에서도 어떤 게임을 선호하고 있었을까요?


# 스토리와 독창성이 있는 게임

<스컬>, <산나비> 그리고 최근 BIC에서 '대상'과 '아트' 부문으로 2관왕에 오른 <안녕서울>까지 네오위즈는 그동안 내러티브나 세계관이 특색 있는 게임들을 소개해온 바 있습니다. 정남주 팀장은 "좋은 게임이 따로 정해져 있는 것 같진 않지만, 요즘 스토리와 독창성이 있는 게임을 주로 찾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네오위즈에서 PC/콘솔사업 팀이 셋업된 이후 중요한 원칙으로 삼아온 것은,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일하자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사업담당이기에 앞서 게이머로 구성되어 있다"며 일상 속에서도 게임에 대한 소식을 많이 접하고 나누며, 게임쇼나 웹진에서 좋은 게임을 찾는 경우도 있고, 연락이 먼저 오는 개발사도 많이 이를 검토하는 데에도 시간을 많이 쓰고 있다고 합니다.


첫 퍼블리싱 라인업이었던 <스컬> 발굴 당시, 네오위즈는 판교에서 개발사 사우스포게임즈가 위치한 전라도 광주까지 여러 차례 찾아가며, <스컬>을 더 멋진 게임으로 만드는 과정에 있어 다양한 도움을 제공하며 성공적인 출시까지 이어갈 수 있었다고 합니다.


2023년 12월 기준 판매량 200만 장을 넘긴 <스컬>

그렇다면 네오위즈는 왜 스토리에 집중하는 것일까요? 당장의 매출도 중요하지만, 단발성 프로젝트로 끝나지 않을 잠재력을 가진, 할 수 있다면 후속작까지 갈 수 있는 프로젝트를 찾고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스토리'와 '독창성'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네오위즈는 판단하고 있었습니다. 


<안녕서울>과의 계약도 이런 맥락을 고려해 이루어졌다고 하네요. 스토리를 판단함에 있어 선호하거나 피하는 소재가 있는지도 물어보았는데, 재미있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소재에 있어선 다 열려 있는 편이에요. 저희가 이번 게임스컴에 가서 느낀 건데, '서울'이라는 소재를 해외에서도 관심있게 보시더라고요. 서울을 외국의 한 지역으로 받아들이실 줄 알았는데, 한국의 문화에 관심을 가지거나, 호기심을 느끼신 분도 많았어요. 그런 의미에서 특정 소재로 한정 짓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안녕서울>

# 개발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네오위즈는 퍼블리싱 지원을 할 때, 개발사가 개발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고 있다고 합니다. <스컬>, <산나비>도 이런 지원 환경 안에서 시장에 나올 수 있었죠.


"저희가 개발에 직접 참여하지 않을 뿐이지 게임 피드백, QA, 번역, 스토어 최적화, 프로젝트 플래닝 등 다양한 업무를 도와드리고 있어요. 스토리를 만드는 데 있어서 어려움을 겪는 분들에겐, 저희 안에 있는 전문 작가분들이 참고할 수 있게 도움도 드리는데, 도입 여부는 개발사가 결정할 수 있는 구조예요."


이런 지원 안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마케팅"이라고 꼽았습니다. 


"아무래도 PC/콘솔 시장이 해외 시장 규모가 크기 때문에, 소규모 인디 팀에서 개발도 챙기면서, 해외 현지화 및 마케팅을 챙기는 게 쉽지 않습니다. 네오위즈엔 북미 및 일본 지사의 전문가도 있고, 저희 팀 안에도 해외 경험자들이 있어서, 개발사가 어려워하는 부분이면 따지지 않고 도움을 드리고 있어요."


현지화에 있어선 다양한 언어, 문화적 공감대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기에 20년 이상 현지화를 담당한 인원을 포함해 내부에 팀을 세팅했다고 합니다.



▲ 네오위즈 정남주 팀장을 인터뷰이로 모셔야겠다고 다시 한번 마음을 굳히게 된 영상입니다.


# PC/콘솔 어떻게 공략해야 하나요?

최근 여러 개발사들을 만나다 보면 공통적으로 나오는 곡소리(?)가 있습니다. 모바일게임 시장은 마케팅 경쟁 과열 때문에 돈 없는 개발사는 모객을 할 수 없는 환경이고, PC/콘솔 시장은 마케팅 공략법이 정형화되어 있지 않아 돈이 있어도 망하는 사례도 많다는 것이죠. 양쪽 다 다른 의미에서 야생이자 정글입니다.


그나마 스팀은 일정 노출을 보장해주는 편이기 때문에 "굉장히 공정한 플랫폼"이라고 평가 받곤 합니다. 대신 그 노출 안에서 유저를 잡지 못한다면 소리 소문 없이 잊혀지게 되겠지만요. 정남주 팀장 또한 "누가 돈을 쓴다고 해결되지 않아요. 게임의 인지도를 향상시키고, 각 담당자들이 웹진 등에 연락을 하고, 유저와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등 사소한 것까지 발로 뛰며 물밑부터 작업을 해온 편"이라고 밝혔습니다.


게임쇼 참여나, 트레일러 노출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언급됐습니다. 


"예를 들어, 서머게임페스트나 게임스컴 같은 행사는 대형 게임사들도 노리고 있는데, 이런 기회를 잘 준비하는 게 또 하나의 포인트가 아닐까 싶어요. 금전적으로 가능한 환경이라면 단순히 게임쇼에 나가기만 하는 게 아니라, 돋보일 수 있는 포인트를 잘 찾아야 하죠"


게임쇼는 여전히 게임의 홍보와 발굴 양쪽에서 모두 도움이 되는 공간입니다.
지금은 전설이 된 <산나비>가 네오위즈와 처음 만난 곳도 BIC 게임쇼 현장이었죠.


# 녹록지 않은 시장...하지만 계속해서 도전한다

게임의 흥행 여부와 무관하게 인디게임 퍼블리싱 사업 자체가 가진 어려움이 분명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시가, <어 햇 인 타임>, <슬레이 더 스파이어>, <위저드 오브 레전드> 등 이름만 대면 알 법한 게임들을 퍼블리싱해왔던 험블 게임즈 전원 해고 파문이죠. 다소 얄궂은 질문이지만, 이런 해외 사례를 들어 네오위즈는 인디게임 퍼블리싱에서 어려움을 겪는 면이 없는지 물어봤습니다.


정남주 팀장은 "인디게임을 잘 팔려면 많이 알려야 하는데, 마케팅 비용을 많이 쓰면 또 딜레마가 생겨서, 이 격차를 줄이려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어요. 지금까진 그런 부분을 그래도 잘 해나가고 있는 것 같아요. 인디 시장에 대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이어갈 예정입니다. 많은 인디 개발사와 함께하지 못하는 게 고충이라면 고충인데, 연락을 주시면 적극 검토하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의 말처럼 자체 개발이 아닌, 네오위즈 퍼블리싱 라인업으로 스팀에 올라간 게임은 많진 않은 편입니다. <스컬>, <메탈 유닛>, <플레비 퀘스트>, <댄디 에이스>, <사망여각>, <블레이드 어썰트>, <언소울드>, <아카>, <산나비>, <안녕서울>까지 딱 열 손가락 안에 드는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모든 게임이 <산나비>, <스컬> 만큼의 인지도를 가진 것은 아니지만, 정남주 팀장은 "아픈 손가락은 없다"고 표현했습니다. "플랫폼에서 유저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했고, 어느 정도 성과를 낸 라인업"이라는 설명입니다. 


완성도에 있어선 이견이 있을 수 있겠으나, 
분위기와 세계를 알아가는 재미 하나 만큼은 확실했던 <아카>도 네오위즈의 퍼블리싱 라인업입니다.

네오위즈는 인디게임 퍼블리싱에 있어 1년에 몇 개 게임을 내야 한다는 식의 슬롯을 정해두고 접근하진 않았다고 합니다. PC/콘솔사업팀 구성원이 모두 게임 검토에 참여하고, 모두가 긍정적으로 평가할 때 다음 스텝으로 넘어갈 정도로 게임 선정에 애정과 공을 들인다고 합니다. 구성원 모두가 게임을 좋아하는 게이머-라던 설명이 이 지점에서 이어집니다.


정남주 팀장은 "풍부한 스토리, 독창성 있는 게임성을 가진 게임이라면 언제든지 연락을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 말씀만 드리고 싶습니다. 네오위즈는 인디게임에 진심입니다. 앞으로도 많은 인디게임을 유저분들께 소개해드리고, 홍보가 되지 않아 잊혀지는 게임이 없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고 전했습니다.


AAA게임 <P의 거짓>부터 <산나비>, <스컬>과 같은 인디게임까지 시장에 선보인 네오위즈입니다.
지금까지의 전례 없던 도전처럼, 글로벌 시장에서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국산 인디게임이 나와
시장의 도약을 이끌어주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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