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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2023년 상반기 게임 업계, "이제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1N' 넥슨, 그리고 겨울 나는 기업들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안규현(춘삼) 2023-08-16 11:51:47
기업들의 2분기 실적 발표가 마무리되었습니다. 당장 엄청난 위기가 닥친 것은 아니지만, 마냥 '낙관론'을 펼치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압도적인 실적을 기록한 넥슨과 높은 성장률의 그라비티를 제외하면, 많은 게임사가 이제 막 신작을 내놨거나 내놓을 준비를 하며 숨을 고르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 상황입니다. 

 

2023년 상반기, 국내 게임 생태계는 어땠을까요? 그리고 어떤 내일을 준비하고 있을까요? 매출 상위 국내 상장사와, 일본에 상장한 넥슨, 미국에 상장한 그라비티까지 살펴봤습니다. 스마일게이트와 같이 분기 보고를 하지 않는 비상장사는 대상에서 제외하였습니다/디스이즈게임 안규현 기자, 김재석 기자 

 

 

# 대형 게임사의 약세, 허리 라인은 숨 고르는 중

엔화로 실적을 공시하는 넥슨의 경우 기간 평균 매매기준율을 적용하여 환산하였습니다.

2023년 2분기는 매출 상위 상장사들의 부진이 이어졌습니다. 

1분기에 분기 최대 매출을 기록했던 넥슨은 이전분기와 비교해 매출 24.8%, 영업이익 51.5%가 감소했습니다. 크래프톤은 1분기에 비해 매출 28.1%, 영업이익 53.5%가 감소했습니다.

넷마블의 경우 2분기 매출이 소폭 상승했지만, 신작 마케팅비 집행과 자회사 인력 감축에 따른 퇴직금으로 인해 영업손실 규모가 32% 증가했고, 엔씨소프트는 지속되는 매출 감소세에 이어 영업이익률까지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하지만 2023년 상반기를 통틀어 살펴보면, 넥슨은 올해 상반기에 작년 상반기와 비교해 24.8% 증가한 매출과 37.1% 증가한 영업이익을 기록했습니다. 2022년 29.3%로 이미 높은 영업이익률을 자랑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상반기엔 38.4%라는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넥슨은 <메이플스토리>, <던전 앤 파이터>, <피파 온라인> 등 강력한 자체 IP를 바탕으로 꾸준한 신작 개발 및 출시 소식을 전하며 '1N' 독주 체제의 기반을 굳히고 있습니다.

 

크래프톤은 작년 동기 대비 2.2% 감소한 매출과 13.8% 감소한 영업이익을 냈으며, 넷마블은 소폭 감소한 매출을 기록하며 적자를 유지했습니다. 엔씨소프트는 작년 상반기와 비교해 매출 35.3%, 영업이익 68.2%가 감소하며 수익 창출 능력이 크게 하락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작년 상반기 대비 매출이 115.4% 증가한 그라비티가 인상적입니다. 그라비티는 <라그나로크 오리진>, <라그나로크 X: 넥스트 제너레이션> 등 '라그나로크' IP 기반 게임들의 글로벌 흥행에 힘입어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그라비티를 제외하면, 나머지 8개 게임사의 상황은 그리 좋지 못했습니다. 공교롭게도 이들 대부분은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신작 효과가 반영됩니다. 기대작 <P의 거짓>의 출격을 준비한 네오위즈를 비롯, <아레스: 라이즈 오브 가디언즈>에 이어 <가디스 오더>를 개발 중인 카카오게임즈​, <라그나돌> 등 퍼블리싱에 나선 웹젠, 다양한 '쿠키런' IP 기반 게임을 출시 예정인 데브시스터즈 등이 대표적입니다.


하반기부터는 다양한 장르에 걸쳐 국내 게임사 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나올 신작 게임들은 확실한 차별점을 제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모바일 게임의 수명은 점점 짧아지고 있습니다. 

현재 마켓 매출 순위 상위권을 점령하고 있는 모바일 MMORPG의 경우, 다수 게임사의 경쟁 끝에 높은 MMORPG 장르 의존도를 가진 엔씨소프트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한 바 있습니다. 특정 장르의 범람으로 인한 유저들의 피로도 또한 수익성 감소의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게임 생태계 밖에도 불안 요소가 있습니다. 불황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하는 경제 상황이 문제입니다. 2023년 2분기 대한민국은 민간 소비, 설비 투자, 정부 소비, 수출이 모두 감소했음에도 수입이 더 큰 폭으로 감소해 국내총생산(GDP)이 증가하는 '불황형 성장'을 기록했습니다.

게임 산업을 포함해 주요 수출국인 중국 또한 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즉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고물가 속 '먹고사니즘'에 의한 게임 소비 감소는 심화하거나 최소한 상반기 선에서 유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 NFT부터 AI까지... 기업들의 미래 먹거리 "그거 돈이 됩니까?"

 

넥슨의 NFT 생태계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

 

많은 기업이 NFT 사업에 진출하고 있습니다. 넥슨은 블록체인 NFT를 도입한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를 개발 중이며, 엔씨소프트 또한 자사 게임에 NFT와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할 것이라 공개한 바 있습니다.

 

이미 P2E 게임을 서비스 중인 회사가 다수입니다. 직접 블록체인 생태계를 조성한 경우도 많습니다. 넷마블의 '마브렉스', 위메이드의 '위믹스' 생태계가 대표적입니다. 그 외에도 카카오게임즈, 컴투스, 그라비티, 더블유게임즈, 펄어비스, 네오위즈 등 회사들은 이미 P2E 게임을 해외에서 서비스하고 있거나, 만들겠다고 알렸습니다.

 

블록체인은 돈이 되는 걸까요? 현재로선 일부 유저층에 대한 마케팅 효과는 있을지언정, 핵심 사업으로 기능할 만큼의 수익성이 있지는 않아 보입니다. 위메이드의 경우, 2022년 매출에서 위믹스 플랫폼의 매출 기여분은 1.5%에 불과했습니다. 2023년 상반기에는 1.36%로 감소했고요. 이러한 매출은 자사에서 발행한 위믹스 코인의 매각 대금을 점진적으로 수익 인식한 것이 포함된 것입니다.

 

 

최근 넥슨의 '모모톡 AI 대화' 연구 사실이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모모톡은 <블루 아카이브>에서 등장하는 캐릭터와 개인적으로 메시지를 나누는 콘셉트의 콘텐츠입니다. AI 대화 기능을 개발 중이라는 소식이 알려지자, 이에 대한 <블루 아카이브>유저들의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새로운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연구 개발 활동은 활발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MMORPG에서 동작하는 AI 및 초거대 언어 모델을 개발 중인 엔씨소프트, 플레이어의 의도를 파악해 협력하는 지능형 NPC 기술을 개발 중인 크래프톤 등 게임에 AI를 적용하기 위한 범 장르적인 노력이 인상적입니다.

 

사업다각화를 통한 안정성 확보 및 확장 사례도 있습니다. 무선통신기기와 스크린 골프 사업을 운영하는 카카오게임즈와 미디어 콘텐츠 사업에 진출한 컴투스 등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기존에 존재하던 회사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사업에 진출했다는 것이 공통점입니다. 

 

또 카카오게임즈와 컴투스는 보유하고 있는 IP 활용 및 확장에 나서는 모습입니다. 2023년 2분기 기준, 비 게임 사업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카카오게임즈 32.2%, 컴투스 30.2%였습니다. 

 

 

# 가장 먼저 졸라매는 허리띠? 연이은 '인력 감축' 소식

 

'영업 레버리지 효과'라는 것이 있습니다. 전체 비용에서 고정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을 수록 매출 변화에 따른 영업이익 변화율이 커지는 현상인데요. 유사한 매출 성장세에 있을 때, 퍼블리싱에 집중하는 기업에 비해 자체 개발 게임을 서비스하는 기업의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하는 것은 이러한 원리입니다.

 

이는 반대의 상황에서도 적용됩니다. 즉, 고정 비용 부담이 클수록 매출이 감소할 때 영업이익이 더욱 큰 폭으로 감소하게 됩니다. 게임 산업은 인건비 비중이 높습니다. 그리고 인건비는 고정 비용의 성격을 띄는 지출 중 비교적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는 금액이지요.

 

 

2023년 들어 게임 업계에도 조직 개편을 통한 경영 효율화의 바람이 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몇몇 기업에서는 사측이 권고사직을 종용했다거나, 당일에 해고를 통보했다는 등의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넥슨, 엔씨소프트, 크래프톤 등 규모가 큰 회사에서는 전환배치가 완료될 때까지 머무를 수 있는 팀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한 노동 조합이 결성된 회사도 있습니다. 넥슨, 스마일게이트, 엑스엘게임즈, 웹젠, 엔씨소프트까지 다섯 개 기업에 노동 조합이 설립되어 있습니다.

 

반면, 여전히 '프로젝트 종료 = 해고'라는 관행이 유지되고 있는 회사도 많습니다. 비용 압박과 더불어 소규모 회사일 수록 진행하는 프로젝트의 수 또한 적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토사구팽'이라고 평가하기엔 헤아려야 하는 부분이 많지만, '어쩔 수 없는' 인력 조정이더라도 대화와 협의를 거칠 필요성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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