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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기획] 메타버스 진흥법 통과 문턱, 이대로 좋은가?

유행 사그라들지만 급물살 탄 메타버스 진흥법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김재석(우티) 2024-01-31 19:07:33
메타버스 진흥법의 통과가 코앞에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께서는 메타버스의 진흥을 법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과기부 장관이 메타버스의 임시기준을 마련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변화에 민감한 게임업계는 그간 여러 트렌드에 재빠르게 반응해 왔습니다. 메타버스도 그 중 하나였습니다. 예전에는 어땠나요? 단적으로 인터넷이 뜨고 MMORPG가 나왔고, 스마트폰이 출시되고 모바일게임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오늘날, 업체들은 수년간 인공지능(AI) 관련 연구를 펼치고 있습니다. 게임업계는 언제나 첨단의 곁에 서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여러 이들이 입을 모아 메타버스가 새로운 대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가장 요동쳤던 것은 게임업계였습니다. 실적발표나 신작 트레일러엔 이 말이 빠지지 않고 이 말이 등장했습니다. 일각에서는 그 실체에 대한 의문을 제시해 왔지만, 메타버스가 2020년대 초반의 화두였고, 코로나19 판데믹, 그리고 블록체인의 발전과 조응했으며, 네이버제트 같은 기업들이 <제페토> 같은 서비스를 출시하며 주목을 받았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지난 정부와 현 정부는 메타버스를 밀어주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디지털 기반 구축"을 위해서 공공 메타버스 제작 등에 예산을 투입했습니다. 이어 윤석열 정부에서는 대선 공약 단계서부터 "메타버스 활성화를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겠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2022년 들어 여러 건의 메타버스 진흥법안이 제출되었고, 이 법들은 논의를 거쳐 통합되었습니다.

국회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지금, 메타버스 진흥법은 9부 능선을 넘었습니다. 관계자는 "내일 통과가 유력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법적으로 메타버스의 진흥을 도모하는 나라에서 살게 될 예정입니다.

작년 한 국내의 업체가 만들었던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대회 메타버스>



# 메타버스 진흥법이 뭔데?

'메타버스 진흥법'이라고 이름붙여진 법안의 정식 명칭은 '가상융합산업 진흥법안'입니다.

이번 국회에 올라왔던 메타버스 관련 법안들(조승래·김영식·허은아 의원 안)을 병합한 것입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과방위)에서 다루어진 이 법은 "메타버스산업 기본계획의 수립, 전문인력의 양성, 사업자에 대한 지원, 건전한 메타버스 산업 생태계의 조성 등을 골자로 사업 추진에 필요한 임시기준을 마련하는 등 가상융합산업의 진흥을 위한 각종 시책의 추진 근거"를 위해 발의되었습니다.

이 법에는 메타버스 산업의 발전을 위해 조세를 감면하고,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게 한다는 규정이 담겨있습니다. 법안에는 관련 기술 개발을 위한 표준화 사업을 위한 전문 인력 육성, 산업 내의 자율규제, 그리고 후술할 '임시기준' 문제 또한 포함되어 있습니다. 법안은 2023년 줄곧 계류 상태에 있다가 지난 12월 과방위에서 의결되어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통상적으로 소관 상임위에서 법사위로 법안이 올라가 체계·자구의 심사를 거치게 됩니다. 상임위에서 의결한 법안이 다른 법과 충돌하지는 않는지, 법안에 적혀있는 문구는 적정한지 등을 검토하는 과정입니다. 법사위 심사 과정에서 계류된 적 있습니다.

국회 법사위원회 (출처: 국회방송)

# 이 법에 무엇이 문제였나?

문제는 '임시기준'이었습니다. 법안 제29조 '임시기준'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은 직권으로 또는 메타버스사업자, 협회 등의 제안을 검토한 결과 임시기준을 마련할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임시기준의 마련 또는 정비를 관계 중앙 행정기관의 장에게 요청할 수 있다. 다만, 관계 중앙행정기관을 특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이 임시기준을 마련할 수 있다.

해당 법안의 임시기준은 당초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이 이 법을 발의할 때부터 존재했던 부분입니다. 특성상 메타버스가 신사업이기 때문에 그 개념과 범주가 모호할 수 있어 장관이 가이드라인과 해석 기준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입니다. 임시허가와 같은 '규제 샌드박스'보다 강력한 임시적 법적 지위입니다. 

그러나 이 '임시기준'이라는 것에 우려가 나왔습니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이 법안은 과기부가 메타버스 콘텐츠를 관리하고 진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신기술 진흥에 대한 긍정적 평가와 별개로 도박 합법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 첫째, 메타버스와 게임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 둘째, 과기부 장관에게 광범위한 규제 면제 권한이 부여됐다. 이 때문에 메타버스법을 통해 온라인 도박의 우회 합법화 가능성이 생겼다"고 꼬집었습니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

법사위에서 체계·자구의 심사를 할 때,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에서도 의견을 내게 되어있습니다. 24일, 법원행정처에서도 사실상 반대 의견을 냅니다.

논의 중, 법원행정처는 '임명직인 장관이 국회의 역할을 대신할 수 없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어서 ▲ 국무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을 수 있다는 점 ▲ 포괄위임금지규칙이 준수되었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점 ▲ 임시기준의 절차와 방법이 대통령령에 위임된 점 등을 짚으며 신중론을 폈습니다.

이러한 임시기준 문제로, 앞선 열린 법사위 회의에서 계류되었습니다.


# 법사위 문턱 넘은 메타버스 진흥법, 내일 통과?

그리고 31일, 이 법안은 법사위에서 가결되었습니다. '임시기준'에 대해서는 "그 내용이 법령의 제·개정을 필요로 하는 경우를 제외한다"는 예외 규정을 삭제했습니다. 법안이 본회의에 통과되게 되면 과기정통부는 법령에 해석되지 않은 메타버스 제반에 대해서 현행 법의 테두리 안에서 '임시기준'을 제시할 수 있게 됩니다.

그간 전해드린 바와 같이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간의 파워게임이 있었습니다. 이 파워게임을 국무총리실에서 조율하려는 시도도 있었지만, 결국 시간만 흐르게 됐고, 과기정통부의 관련 입법에는 추진력이 붙게 되었습니다. 

문체부는 메타버스 서비스 내에 게임이 존재하기 때문에 기존의 게임법의 테두리 안에서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과기정통부는 신산업성장에 저해가 될 수 없다며, 자율규제 및 최소규제를 해야 한다며 메타버스와 게임은 따로 봐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오늘 법이 법사위 문턱을 넘김에 따라 과기정통부에게 판정승이 돌아간 모양새입니다.


단, 메타버스 내 콘텐츠의 사행성에 관련해서는 문체부와 게임법이 개입될 여지가 남아있습니다. 임시기준은 현행법의 규제 안에서 작동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임시기준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향후 메타버스에서 NFT, 블록체인 재화를 놓고 경제활동이나 오락활동이 펼쳐진다면 현행 법에서 그 활동의 위법성 여부에 대해 살펴봐야 할 것입니다.

가결된 법안에는, 임시기준에 대해 "관련하여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다"라고 나와 있습니다. 국회 관계자는 "과기정통부가 입법권을 침해하지 않음을 분명히 하면서, 부처에서 우회 도박을 합법화할 것이라는 우려는 어느 정도 불식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이어 "메타버스 진흥이 대통령의 공약이었고, 여야가 메타버스 진흥법에 대해서 합의를 도출한 만큼 본회의 가결이 유력한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해당 법안은 내일(2월 1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전망입니다.


# 이대로 좋은가?

국회 관계자의 말대로 '임시기준'을 통한 우회 도박의 합법화에 대한 리스크가 줄어들면서 급한 불은 끈 인상입니다.

그러나 메타버스의 진흥에 대한 근원적인 의문은 남아있습니다. 공공 주도로 개발된 여러 메타버스는 현재까지 초라한 성적을 거두고 있습니다. 글로벌 빅테크들은 어느새 메타버스 이야기를 꺼내지 않고 있습니다. 정리해고의 칼날을 맞은 곳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는 메타버스를 진흥하기 위한 법을 통과할 것으로 보입니다.

메타버스업계는 메타버스에 게임산업법을 적용하는 것을 적극 반대해 왔습니다. 자신들이 제공하는 것은 플랫폼으로 게임이 아니며, 이제 태동한 산업이 성장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최소규제를 적용해달라고 말합니다. 이들 바람이 모두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임시기준을 통해서 샌드박스 효과를 가져갈 수 있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날개를 단 메타버스업계가 한국에서 제2, 제3의 <마인크래프트>, <로블록스>를 만들어내길 기원합니다.

다만 기자는 이런 시나리오를 떠올려 봅니다. 게임을 만들던 회사가 온라인 창작물을 개발한 뒤, 그것을 메타버스라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이 서비스는 본인 인증, 과몰입 방지 시스템, 등급 분류 등의 현행 규제를 우회할 수 있게 됩니다. 회사는 그저 "이 서비스는 게임이 아니라 메타버스"라고 분류하고, 그렇게 주장하면 되는 것입니다. 가상 세계에서 아바타들이 상호작용하는 것은 똑같은데 말이죠.


사실상 온라인게임과 진배없는 콘텐츠를 개발한 뒤에 그것을 메타버스라고 명명하면 과기부는 어떤 판단을 내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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